2916
'네 다음 뉴스입니다. 오늘 국제 타임리프 기구에서 발표한 정직원으로 우리나라의 김지원 박사가 발탁되었습니다. 김 박사는 21세에 최연소 박사 학위 취득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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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세자 행방불명 사건]
언제나 그랬듯 책이 결말에 다다르자 그는 책을 덮어버렸다. 어릴 적부터 길러진 습관과도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30 세기. 2916 년.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 책을 애용한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해도 책장을 넘기는 그 재미만큼은 바꿀 수 없었다.
책을 덮은 그는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OS에 깨고 말았다.
[새 메시지 도착했는데, 읽어드릴까요?]
"....."
[꽤나 중요한 것 같은데... 그래도 잘건가봐요?]
"아, 뭔데."
[그럴 줄 알았어요. 어.. 보니까, 타임 리프 시험 사용 기회를 준다네요.]
"... 시험 사용?"
그는 다시, 그가 덮어놓았던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세자 행방불명 사건]
"..... 가보고 싶은 곳이 있긴 했는데."
"잘됐네."
미드 나잇 인 서울
2016
"아 빨리와 좀! 춥다고!!"
"어어! 이것만 찍구!"
한 겨울에 경복궁이 웬 말이긴 하냐만, 태어나 한번도 상경한적이 없다는 친구 놈 때문에 어렵사리 이 곳에 걸음했다. 좋냐, 좋아? 끄덕끄덕. 어휴.
"뭐 볼 게 있다고 ..."
"왜, 멋있잖아. 완전 예뻐 완전."
저멀리 경북에 살다 아빠 직장 때문에 서울로 온 지 3년. 뭐, 3년 전엔 나도 서울의 모든게 마냥 좋아보이긴 했었다. 아침이면 아침대로 바쁘고, 낮이면 낮인대로. 밤이면 또 밤대로 바쁜 사람들. 그 속에 내가 녹아들어 있는 기분이 싫지가 않았으니까. 그래서 지금 3년만에 보는 이 친구가 신기해하는 모습에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배는 안고파?"
"괜찮아. 이따 뭐 사먹음 되지. 너 요근처에 맛집 같은거 알아? 맛난 것 좀 먹어보자아-."
"맛있는데? ... 어... 글쎄 어디가 좋을까..."
"야 생각해놔! 나 화장실 다녀올 때까지."
"야야 같이 가!"
갑자기 나한테 짐이란 짐은 몽땅 맡기고 화장실로 뛰어가버리는 것에 어이가 없어 허, 하고 웃음만 나온다.
'지잉-'
".....?"
[새메시지 1개]
"......."
[연락 부탁해. -찬우-]
미치겠네, 정찬우. 답장을 할까말까 잠깐 망설이다, 그냥 꺼버리곤 아무 벤치에 털썩 앉았다. 그러고보니 벌써 3일 째. 정찬우가 나한테 고백한지 3일이나 됐다. 아직 그 물음에 난 답하지도 못했고. 아- 모르겠다. 그냥, 복잡해.
'툭-'
".....?"
물건 떨어지는 소리가 나 뒤를 돌았다. 조그만 무언가를 떨어뜨린 것에 가서 줍고는, 주인으로 보이는 그를 부르려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빠른 걸음으로 훠이 가버린다. 아, 저기요!!! 불렀는데도, 답이 없다.
"뭐야 이건..."
그 사람이 떨어뜨린 네모난 칩 겉면을 슬쩍 보고는 다시 그를 급히 따라갔다. 꽤나 비싸보이는게, 꼭 전해줘야 할 것만 같다. 다행히 그는 한가운데 멈춰있었고, 난 그에게 다가가 등을 살짝 두드렸다. 뭔지 모를 이 칩을 건네면서. 저기요?
"이거 떨어뜨리셨는데...."
".....?"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친 바로 그 순간.
".....어!!!!!"
".......!!!!!!"
1716
"아으... 허리야... 아...씨..."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마냥 땅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허리를 짚고선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뜨는데, 이게 웬열. 사방이 깜깜하고 아무도 없다. 뭐야, 뭐야 이거.
"하... 괜찮아요?"
"... 누구에요?"
"나 안보여요? 아무리 조선이라도 달빛에 내 얼굴 정도는 보일텐데."
"에?"
어 그러고보니 달빛에 조금 얼굴 윤곽이 보이기는 한다만. 그리고 옷을 보니... 아, 아까 그 사람.
"그.. 칩!"
대충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한숨을 깊게 내뱉는다. 그에 아랑곳않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 내가 있던 경복궁과 다를게 없다. 그냥 이 자리에, 그 많던 사람들이 싹 사라지고, 문이 닫혀있는 경복궁 안에 은은히 촛불이 켜져있는 정도? 그리고 아까는 분명 낮이였는데, 지금은 밤이라는 것- 뭐? 밤?
"뭐, 뭐에요 이거? 왜.. 밤이지?"
"...... 아, 그게-"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우리 아까 낮에 있었잖아요, 그쵸?"
"지금 조선-"
"-어 진짜 이상해요, 뭐지?"
자꾸 뭐라 말하려는 그는 보지도 않고 계속 주위만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사방을 살폈다. 아무리봐도 우리나라는 맞다. 그리고 아까 내가 있던 경복궁 앞도 맞다. 이상하죠! 라 말하며 그를 보려는데 그가 먼저 날 돌려세웠다. 빠르게 손목을 잡아 돌리는데, 힘이 들어가있지는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엄청 세보이는데, 날 붙잡고 있는 손아귀에 들어간 힘은, 그저 가볍다.
"이상하-"
"-1700년대 조선시대라구요, 여기."
....예?
'게 누구냐!'
"........!"
"산넘어 산이네."
그의 말보다 난 지금 잡힌 손목에 시선을 내리꽂고 있는데, 우리 뒤에서 정말 사극에서나 들을 법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대로 멈칫. 뭐야, 뭐야 이거. 진짜 조선이야? 고개를 들어 그를 보니 산넘어 산이라며 짧게 한숨을 뱉는다.
"게 누구냐 물었다."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지 가까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오늘 처음 본 그에게 더욱 밀착했다. 여기가 진짜 조선이던 아니던간에, 뭔가 지금 좋은 상황같지는 않아보였다. 지금 의지할데라고는, 날 여기로 데려온 이 사람 밖엔 없다. 그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 크기로다가, 이를 앙다물며 말했다.
"... 으뜩흘끄으으..." (어떡할꺼에요)
"글쎄요. 어떡할까요."
글쎄요라뇨. 이보게 양반. 글쎄요라니.
"무슨 승극으르드 있었을끄으느으으..." (무슨 생각이라도 있었을거 아니에요)
"아-. 하나 있었다."
"뭔데요."
흘깃흘깃 점점 다가오는 그의 눈치를 보던 그가, 이젠 내 손목이 아닌 손을 잡더니 다시 또 한숨을 훅 뱉는다. 자, 갑니다. ... 아니 뭘요.
"- 뛰어요!!!"
"네?!!!! 아 잠깐!!!!!!"
"게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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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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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아.. 하... 고작 계획이란게 뛰는거였어요?"
미친듯이 뛰다보니 그냥 보이는 곳 아무데나 뛰어들어갔다. 책들이 가득가득 한 것이, 서고 같아보인다. 가빠진 숨을 고르며 땅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밤 중에 이게 무슨...!
"하, 하아... 걸리면 뛰고, 아니면 천천히 빠져나올 생각이였죠."
대책없는 양반이구만? 혀를 끌끌차며 고개를 젓다, 지금 내가 현실에 있기는 한건가 싶어 볼부터 꼬집었다. 아파. 꿈 아닌가 진짜. 이거 현실이야?
"... 뭐해요?"
"꿈 아니죠?"
"지금요?"
"응. 지금요."
내 물음에 그는 그저 웃기만 한다.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토끼같다. 오 진짜 토끼같아.
"차라리 꿈이라 생각해요. 그게 더 나을걸요."
꿈?
"아 알아듣게 좀 말해요."
"보이는 만큼만 믿으라고요."
보이는 만큼?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들, 그리고 이 사람이 내게 했던 말. 그니까, 그니까.
"그래서-"
"-여기가 조선이라는거 믿으라고요?"
'어서 나오지 못할까!!!'
"뭐, 현대에서 저런 말투 쓰는 사람은 없잖아요?"
"....... 말도 안돼."
"믿지 말던가요, 그럼."
"말도 안되-"
"-는 것 같겠지만 사실이고요. 그리고 말소리 낮춰요. 그러다 잡혀요 둘 다."
'어디 숨어 있는 것이냐!!!!!'
"거봐, 돌아다니잖아요."
어깨를 으쓱이며 바깥 쪽을 흘깃이는 눈짓에도 난 여전히 동공지진. 말도 안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게 사실인걸 믿는 것보다 내가 드라마 촬영하는데 납치됐다고 믿는게 더 나을 것만 같다.
"다시. 다시 말해봐요."
"뭐를요."
"그니까, 그니까."
"으응. 사실이라고요."
"아 말이 안된다고요!!!!!!"
"쉿!! 조용하-"
'끼익-'
"웬 소란이-"
세상에.
"-라니까...는."
"............."
... 엄마, 있잖아.
"뭐야."
아무래도 엄마 딸 말야-
"........"
"........"
"너네 뭐냐고."
일찍 집 가긴 글러 먹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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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 252에요
도대체 몇 달만인지 모르겠네요 ㅠㅠ '사신' 완결도 못내고 이게 무슨 짓인지 ㅠㅠ (이거 관련해서는 후에 공지를 내던 할게요 ㅠㅠ)
♡ 새작 '미드나잇 인 서울' 많이 사랑해주세요 ♡
(예전처럼 매일매일 올리는 빠른 연재는 무리일 듯해요 ㅠㅠ 2편은 아마 다음주 중에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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