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지진에 남준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다가 흔들림과 동시에 섬도 같이 흔들렸다. 요원에게 들어왔으리라 생각하고 꺼내 무전기를 봤다. 내 쪽으로 몰래 들어온 메세지.
[고래 사냥중.]
전정국이다. 이와중에 메세지보낼 정신이 있나? 한가하군. 정글 안에 현재 들어와 몸을 숨기고 있다. 우리가 가는 트인 길에는 장애물들이 너무 많았다. 위에서 공격하는 뼈다귀들이 걸치적거려 다른 길을 모색중. 다른 곳으로 나와 동굴 안에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울리는 무전기를 꺼내보자 나무줄기에서 물이 톡하고 떨어졌다. 무전기 위로 떨어진 물방울. 손으로 슥 털어내고 문서를 곱게 접어 무전기와 함께 품에 넣었다.
바깥 상황을 알지 못하는 우리는 틈마다 들어오는 정보로 인지해야했다. 펜을 돌리던 김남준은 입꼬리만 올리며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방금 뭐였지?"
"전정국."
"아니면?"
"확실해. 크림슨 하트엔 그럴 위인이 없어. 민윤기면 몰라도."
"하기야 민윤기는…. 근데 너, 김태형은 안 믿냐?"
"……."
김남준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길을 찾고 있는 도중, 또 하나의 진동이 울렸다. 또 누구지. 지금쯤 내게 연락을 보낼 타이밍이 아닐텐데. 의아함을 숨기고 꺼낸 무전기에 눈썹이 꿈틀거렸다. 김태형에게서 온 메세지. 내가 잘못본건지 다시 확인을 서너번 했다. 이 이름이 나올리가 없어.
[나, 정호석이다.]
[김태형 걸로 예약 문자를 보낸 것이니 너무 놀라지마. 이때쯤 너희는 다시 전쟁을 하고 있을거라 생각했어. 때를 잘못 맞췄을 수도 있는데.]
[왕위에 오를 때 민윤기는 너,김남준,전정국 3명이 뒤돌아 설거라고 예상했었어. 그래서 제일 침착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네게 보낸다.]
[김석진, 잘 생각해. 전쟁은 민윤기가 의도한 대로 흘러갈거야. 민윤기는 네 생각보다 훨씬 넘어서서 영리하다. 천재라고. 운으로 보스가 된게 아니야. 처음과 끝, 놈은 제일 큰 리스크까지 생각하고 전쟁을 받아들였어. 명심해. 너희는 곧 패배할 거다. 전쟁 중의 민윤기는 연기할거야. 초조한 척. 난 알아. 그를 오랫동안 봐왔으니까. 아마 처음 전쟁 규율 정할 때부터 민윤기의 장난에 너희는 이미 속았을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누군줄 알아? 어떤 일에 부딪혀도 이성적인 사람이야. 그게 바로 민윤기. 전대 보스도 대단하지만 전대 보스가 돌아가신 날, 민윤기는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 전쟁을 준비했었다.]
김태형이 미쳐서 보내는 문잔가. 아니면 진짜로 정호석이 과거에 보낸 문자인가.
아무래도 이건 나 혼자 알아야 될 말인 것 같았다. 김남준이 밖을 나가 망원경으로 전쟁 동태를 살피는 사이, 급히 동봉된 문서를 꺼내 바닥에 펼쳐봤다. 전쟁의 규율이 적힌 문서. 날을 세우고 글을 읽는다. 우둘투둘한 돌바닥에 펼쳐진 문서.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손가락을 짚어가며 정독하다
어느 부분에서 멈췄다. 속았다. 민윤기에게 감쪽같이.
와장창 무너신 페이스에 온 다음 문자를 보고 털썩 주저 앉았다.
[이미 5년전의 민윤기는 내가 이 문자를 보낼쯤 바로 네가 문서를 펴서 확인할거라 루트를 예상했었다. 내가 이 문자를 보낸다는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말하더라고. 난 호구니까 다른 애들한테 말할 것이라 확신하더라. 난 그의 예언대로 너에게 보내게 됐어. 전쟁을 멈추라는 의미로.
이어서 민윤기가 했던 말은 '정보요원이었던 과거가 있어서 그런 쪽에 민감하니까, 아마 김석진이 받게 된다면 지금 꼭 손가락을 짚어가며 차근차근 읽고 있겠지.' 그리고,]
후덜거리는 손으로 그 다음 문자를 본 후 무전기를 떨어뜨렸다.
['김석진이 네 메세지를 보면 주저 앉지 않을까?']
(10# 파괴의 시작, 두 번째 연회. 떡밥 완료)
신의 영역에 총구를 겨누다.
-2부-
월계수의 왕관을 쓸 승자.
Two Hearts
w. 그루잠.
-16# 아킬레스건
(도입부가 끝나고 본문 읽으실때 다시 브금 앞부분으로 돌려주세요)
싸해진 공기에 눈을 떴다. 날 조심히 깨우는 전정국. 몸을 일으켜 말을 하기전 전 바로 내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붙혀왔다. 쉿. 고래가 깨어났다. 내 냄새를 맡고 깬 모양이야. 네가 갔었던 곳으로 혼자 갔었어. 고래의 보금자리더군. 입구 부분을 밟았는데 고래의 울부짖음을 들었어. 잘못해서 잠을 깨웠지뭐야. 현재 고래가 완벽히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끝까지 로딩된 정보를 받고 알아낸 게 많아. 쥐 죽은 듯이 자길래 안 깨웠는데 조금 급해져서 말이지.
몸을 낮춘 전정국이 총을 들고 일어났다. 계곡의 물 양이 적었는지 해독은 했지만 전정국의 팔에 가자미의 상어이빨 자국은 선명했다. 섣불리 행동한 탓에 상처가 벌어져 핏물이 나와 손끝을 탔다. 그리고 총으로 흐르는 핏물이 기어코 풀밭으로 뚝뚝 떨어졌다. 계곡 안에서 들려오는 고래의 그르릉거리는 소리. 그가 나와 전정국이 함께 했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될까. 깊숙이 박힌 원초적인 두려움이 온몸을 감싸돌았다. 자연과 맞선다면 결국 파멸뿐이야. 공포가 심장을 마구 조여와 어제 마셨던 계곡물을 토할 정도로 속을 뒤집어댔다. 하지만 전정국은 내 손목을 잡고 그곳으로 향했다. 고래를 향해 억지로 발걸음이 이어지자 입구에 발을 데이기 전, 전정국의 손을 뿌리쳤다.
이대로라면 손해, 악, 고통, 불행. 모든게 내 운명을 따라 올것이다.
뒤돌아본 전정국은 내 눈을 곧게 직시했다.
"난 갈 수 없어."
"너 은근 반말한다? 반말하지마."
"…말 돌리지마. 난 못가."
"왜 못가는데. 이때까지 나랑 잘 왔잖아."
"웃기지마. 난 고래야. 넌 사자고. 길이 전혀 다른 사람이잖아. 내가 고래를 죽이면 반역, 곧 추방이야."
"내가 이기면 되잖아."
"…뭐?"
"내가 고래새끼들 다 죽이면 되잖아. 걱정마. 너만은 살려줄게."
전정국은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굳게 믿었고 나는 반쯤 포기한 상태. 그는 방심한 나를 고래의 계곡으로 잡아끌었다. 더넓은 이 계곡 중앙 지점까지 끌고온 전정국은 흥분한 상태의 고래를 자극 시킬 무언가를 찾는다. 부들부들 떠는 나에 총도 함께 떨렸다. 이건 있을 수 없어. 전정국이 날아다니는 보라색 불빛의 나비를 베자 나풀거리며 바위로 떨어졌다. 바위에 닿아도 번지지 않는 형광색. 어두운 남색과 보라색으로 가득한 계곡에
다시 큰 울음소리가 났다.
등줄기가 빳빳해지는 느낌이 온 관절을 탔다. 새들이 스르륵 나뭇가지에서 쓰러져 떨어졌다. 묵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새들과 마찬가지고 바위 위를 뛰어다니던 물고기들도 목숨을 잃었다. 위험해. 항상 위험했지만 위험의 중심부라 정말로 까딱하면 저세상이란건 바보천치도 알 수 있다. 심장박동이 전정국에게 다 들릴 만큼 쿵쾅쿵쾅 뛰어댔다. 이곳은 천국이자 지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 멀리 계곡물은 다 말라버려 이끼가 굳어버렸고 계곡 위 달은 차게 식었다. 노란 빛이 아닌 푸른 빛, 죽음의 빛을 띄는 달은 미래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꽃들은 향기를 잃고 다 말라깽이가 되어 부스러졌다. 동굴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전정국과 반대로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계곡 옆 동굴에서 소름끼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외로움에 치를 떠는 내게 귀찮은 일을 선사하느냐."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고생을 한 줄 아나? 순순히 나와라."
"아, 알았다. 사자의 냄새 원천. 이럴수가! 너는 고래 위 사자 가죽을 둘러썼구나. 당신의 이름은 전정국, 아비에게 버려진 고래자식."
"…사자 가죽?"
"이방인들이여, 해치려는 목적으로 왔다면 기꺼이 목을 꺾어 주겠다. 신이 내게 맡긴 임무는 고래를 지키는 것뿐. 고래를 배반한 고래도, 고래이기를 거부하는 고래도 모조리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
"경고를 했을때 나갔으면은 좋았을 것을. 멍청한 고래자식."
"멍청하지 않아서 찾아온 거지. 난 너보다 더 용감하거든. 안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괴물에게 나 잡아먹어라 하고 오겠어?"
"후후, 너희들은 나를 괴물이라고 칭하는 군."
"괴물이지. 네레이드 딸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죽었던. 결국 기사회생했잖아? 많이 살았으면 이제 심장을 내놓으시지. 알아보니까 눈알 뒤로 심장을 달고 있다던데, 그야말로 끔찍한 괴물이 아닌가? 신이 눈을 소중히 여기라 옮긴거라지만 너무 한 게 아닌가 싶다. 괴물을 더 괴물로 만들었잖아. 그렇지?"
으스스. 소름끼치게 낮게 웃는 고래가 달빛에 몸을 비췄다.
한쪽 눈을 감은 고래는 내 온몸의 땀구멍을 조였다. 고양이였다면 온몸의 털이 솓구쳤을거다.
일반 고래들과 달리 돌모양의 몸통에 네 개의 다리가 달린 괴물. 앞 다리는 뒷 다리보다 짧았으며 그의 피부는 염산을 들어부운 듯 비늘이 들고 일어났다. 한 눈에 봐도 오돌토돌한 알갱이가 만져질 표피는 어두운 남색이었다. 몸통은 길고 얼굴 부분은 면적이 좁았다. 사람의 눈처럼 그의 눈은 동그랗고 인간의 안구를 덮는 살이 없다고 상상했을 때의 모습이 그의 눈 모양이었다. 돌출한 눈의 한 쪽은 심한 충격을 받은 나머지 발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동공이 길을 잃은 눈은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빛을 본 실명한 눈알이 까만 살로 뒤덮였다. 외눈. 그는 기형의 외눈 고래다. 놈의 발은 다섯개의 손가락이 있었고 타조처럼 굳은 살이었다. 사람을 꿰뚫어볼 듯한 한 검은자 안 동공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이대로라면 손 까딱도 하지 못하고 요절을 할 것 같았다. 이미 그를 자극한 전정국은 기름을 들이붓는 소리를 했다.
"더럽게 생겼군. 네놈이 아무리 크림슨 하트를 수호하는 수호신이래도 아무도 고마워하는 사람없어."
그러자 고래는 삶의 이유를 망가뜨리는 전정국을 향해 초음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섬의 지진. 눈물 한 방울이 바위 위로 떨어졌다. 쓰러진 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 존재가 위협당했다. 그가 날 잡아먹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전율을 느꼈다. 대형화 시킨 사람의 이가 고래의 잇몸에 자리잡고 있었다. 어느 상어의 이빨보다도, 사자의 이빨보다도, 맹수의 송곳니보다도 무서웠다. 전정국은 사람도 아닌지 고래와 눈을 피하지 않고 대적했다. 그는 무전기의 빨간 버튼을 누르고 인공위성이 작동되는 소리가 온 버뮤다 삼각지대를 울렸다.
뒤이어 섬의 내부를 향해 달려오는 무리의 소리가 들린다. 온 섬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설마. 아니야. 부정하고 싶지만 눈은 이미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봐버렸다. 부서져 내리는 나뭇가지 천장. 바위가 흔들리며 틈이 벌어지자 멀리서 집채만한 상어들이 다리를 가지고 뛰어오는 명장면이 펼쳐졌다. 사방, 아니 팔방에서.
뻑뻑한 입술을 여는 고래의 입에서 공포의 선언이 고막을 때렸다.
"배신자에게는 죽음을, 침입자에게는 영원한 저주를."
"뭐야, 어딜 보는거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전정국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고래와 전정국은 나를 향해 뛰어왔다. 낮은 도수에 냄새로 내 위치를 찾은 고래를 입을 우악스럽게 벌렸다. 사람의 20배로 큰 놈은 몸을 뒤뚱거리며 쫓아오다 전정국을 포착하곤 몸통으로 그를 밀었다. 이끼가 많은 바위에 몸 전체를 정통으로 부딪힌 전정국. 움직임을 멈춘 고래가 멀리 나가떨어진 전정국을 향해 걸어갔다. 후덜거리는 무릎을 짚고 일어나 괴물을 향해 총을 쏘았다. 총알은 그의 가죽에 부딪히자 바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억세다. 두렵다. 용기를 다 쓴건지 이가 떨리며 고개를 획 돌린 고래와 눈이 마주쳤다. 내게 다시 달려오는 고래의 뒷다리로 무언의 충격이 쏟아졌다. 피가 새어나오는 팔을 부여잡고 으스러진 몸으로 기관총을 쏜 전정국은 내게 멀어지라고 고갯짓을 했다.
얼마나 쏘았는지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전정국으로 타겟을 돌린 고래는 입맛을 다셨다. 작은 신음을 뱉은 전정국은 몸을 일으켜 바위를 짚었다.
"민탄소, 기회는 한 번 뿐이야. 놓치면 둘 다 죽어."
"애송이. 네 운명을 따라. 넌 저 아이를 움직일 수 없어. 결국 둘은 저승세계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닥쳐 씨발. 안 죽어. 죽지 않아. 억울해서 못죽어."
"지금 이 상황은 누가 페르세우스지? 안드로메다는 사자인가. 그렇다면 나는 페르세우스를 택하겠다."
이미 섬에 다다른 괴물들의 발소리가 커진다. 전정국은 다시 크게 외쳤다.
좌절은 금물이야. 한 번뿐이다. 눈을 공격해. 눈이 저 놈의 약점이야.
시간의 공백을 참지 못한 고래가 다시 한 번 박치기를 하기 위해 도약했고 그렇게 전정국은 놈에게 깔렸다. 쿵. 또다시 묵직한 소음이 들렸고 전정국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안 돼. 입가를 씰룩거리며 전정국의 모습을 찾았다. 하지만 그의 소리도, 모습도 고래에 가려 사라졌다.
느리게 자리에서 일어난 괴물은 나를 향해 땅을 박차고 뛰어왔다. 이리저리 집중력을 방해하는 몸짓에 빠르게 후퇴했다.
기회는 한 번뿐. 전정국은 저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 떨어진 전정국의 무기들 중 제일 파괴력이 센 총을 들었다. 잠입했을 때만 쓰이는 두꺼운 기관총을 들고
날 향해 날아든 고래의 눈을 정확히 조준했다. 난 명사수, 크림슨 하트 패밀리의 스나이퍼. 1초의 간발. 상어들이 바위와 모든 방위에서 나타나 몸집을 자랑했을 때.
탕-.
모든 괴물의 움직임이 멈췄다. 괴물의 무게를 피하기 위해 몸을 숙이자 등 뒤로 우당탕 고래가 넘어졌다. 상어들은 석화되어 굳어갔고 모두 석회가루가 되어 공기중으로 분산되었다. 부서진 고래의 보금자리. 남은 생명은 간신히 숨을 쉬는 고래와 생명력이 강한 전정국. 그리고 총을 떨어뜨리고 기절한 나. 나는 극심한 충격과 압박감에 숨을 쉬는 걸 잊고 방아쇠를 당겼다. 바위로 쓰러지자 형광빛이 몸의 모양을 따라 번졌고 그 형광빛도 차차 잃어갔다. 알파섬에 생명력이 꺼졌다.
고래에게 깔리고 피를 토한 나는 총소리를 들었다. 바위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뇌에 스파크가 일었다. 무슨 깡으로 일어났는지, 칼을 들고 쓰러진 고래를 향해 좀비처럼 걸어갔다. 기절한 민탄소. 나는 민탄소를 믿었다. 이제 보내줄 때가 되었지. 갖고 놀 목적으로 데리고 왔지만 싱숭생숭한 감정과 함께 했다. 결국 동맥을 끊지 못하고 고래에게 다가갔다. 터져버린 여린 눈 안에서 쿨쩍이며 피가 터졌다. 민탄소가 일어나기 전, 읽은 전송된 메세지에는 고래의 눈이 연하다고 써져 있었다. 약한 안구 뒤로 심장이 붙어 뛴다고 써진 말을 반신반의했지만 결국엔 맞았다. 신은 정말 있을지도 몰라.
칼로 눈을 파내자 휑한 공간을 뒷받침한 심장이 벌떡벌떡 뛰었다. 심장은 그렇게 칼에 꽂혀 박동을 멈췄다. 헐떡이는 고래는 심장이 뛰어도 살아있었다. 정말 용한 영물이군. 힘겹게 말하는 고래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나도 멀쩡하진 않은데 이런 충격은 익숙해. 몇번이고 쇠공에도 맞아봤다. 경험상으론 지금 뼈가 몇개 부러졌을것이란 짐작을 했다. 특히 갈비뼈 부분이 많이 나갔을 테다. 정장 자켓을 뒤지니 부러진 바늘의 주사기. 부러진 침이라도 급한 게 우선이라 몇 개를 심장 부근을 향해 꽂아넣었다. 뼈는 붙히기 힘들거니 의료요원이 필요했다. 다행히 근처에 떨어진 무전기를 기어가 주워 돌아와 인공위성에서 연결 두절했다.
스크린에 민탄소가 고래를 죽이는 게 생생하게 전해졌을 것이다. 그래, 이 정도면 됐다.
삐걱거리며 일어나 고래를 내려다 본다. 고래의 몸이 황금빛으로 빛나더니 나비들로 날아갔다. 껍데기가 금빛 나비떼로 변해 하늘로 날아가자 덩그러니 남은 건 금발의 여인. 알몸의 여인은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여린 몸이 잔인해보이기 위해서 노력했을 것이고, 악독같이 살아온 여자는 자신의 성별도 잊고 살아왔다. 괴물의 속에는 마음여린 여인 한 명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뮤즈보다 더 아름다운 목소리로 넋두리를 했다. 피를 토하는 여자는 괴로움을 죽음의 문턱으로 승화시켰다.
"나는 잠으로 죽은듯 살아, 커윽… 왔다. 모를거다.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슬픔을 사자, 너는 모를거다. 나를 닮은 생명체를 만들어 낼 정도로 나는 외로웠고 서글펐다. 외모따위로 아름다움을 측정하는 세상에서 단절된 이 곳이 내게 전부였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자체가 내겐 기쁨이요, 삶의 이유였다."
"몰라. 그건 네 사정이지."
"크크…. 네 인생에는 큰 마가 끼이게 될거다. 권력을 위해 칼날을 내밀면 여러 사람 피눈물 나게 하거든. 남을 그렇게 상처주고도 멀쩡하게 살아갈 수 없지."
"죽을 거면 곱게 죽어라."
"둘이 연인, 큭, 사이인…가."
"아니. 내 쪽에서 일방적인 사랑. 민탄소는 모르겠다."
"갑자기 청승맞게 옛날 일이 생각나는군. 페르세우스가 구해주고 혼인을 한 후, 그들은 최악을 향해 달려갔다. 메두사 머리를 본 부모를 잃어 슬픔에 잠긴 안드로메다는 별자리가 되었고 페르세우스는 외로움을 견디질 못해 자살을 택했지. 그의 영웅놀이는 그렇게 쓸쓸히 막을 내렸다. 기록에는 행복한 결말이지만 갱생하고 지켜본 나는 그들의 볼 것 없는 죽음을 보았지. 너희도 마찬가지다. 결코 행복해질 수 없어."
"씨발, 그딴 저주 내리지 마. 기분 더러우니까."
"아니, 너희는 꼭 그렇게 될거야."
금발을 휘날리는 여자가 마지막 힘을 내 발목을 잡는 것에 사용했다. 그리고 피할 여력이 없었던 나는 발목 뒷쪽을 내주고 말았다. 콰득. 아픔의 비명조차 못지른 나는 놓인 발목을 부여잡고 호소했다.
"계곡의 물을 마신 자, 생명을 잃을 것이며 피눈물을 잊은 배신자는 연이 닿지 않을 지어다."
"윽, 무슨 짓을…."
"이게 내 마지막 저주이자 예언이다. 난 네가 어서 진정한 고통을 알기를 바라."
다시 황금막으로 빛나는 여자는 곧 빛을 잃고 차갑게 식었다. 돌로 변해가는 여자는 원래 메두사의 머리를 보고 석화되었을 적으로 돌아갔다. 닫힌 두 눈에서 흐르는 피가 물줄기가 되어 샘처럼 줄줄 흘러 물 웅덩이를 만든다. 독소도 아닌 이 아린 것이 발목에서 퍼져 심장으로 올라왔다. 뼈가 붙는 느낌에 가슴팍을 내리친다. 하지만 아픔은 어디로 갔는지 있었던 일이 없어진 것 마냥 사라졌다. 가오리에게 물린 팔에도. 하늘을 올려다 보자 헬리콥터가 마중을 나온다. 회오리처럼 도는 바람에 욕을 짓걸였다. 난 구제를 의뢰한 적이 없는데 행동이 앞섰군.
쓰러진 민탄소를 두고 헬리콥터에서 내려온 공중 사다리를 탄다. 올라가는 눈높이. 내려다보는 민탄소는 나쁘지 않았다. 바위 위로 내려앉은 흑갈색 머리카락과 희게 질린 피부. 감은 눈 점막을 촘촘이 채운 속눈썹이 길었다. 알파 섬에는 한 생명이외 모든 것들이 생명을 잃었다.
이쯤되니 인정하지. 민탄소는 나만큼 생명력이 질겼다.
내가 고래를 죽였을 쯤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베타 섬에서 한 마리를 처리하는 장면이 스크린에 생중계 중이다.
2:4. 승리가 코 앞이다. 스크린에 뜬 김남준의 얼굴. 김석진은 괴물을 잡기 전에 헤어졌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계획대로.
"어디로 갑니까?"
"김남준이 대기하랬지?"
"아직 계획이 없으니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크림슨 하트 기지로 가. 민윤기를 만나야겠어."
하늘에 떠 정지했던 헬리콥터가 크림슨 하트 기지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반대로 알파 섬으로 크림슨 하트의 헬리콥터가 날아갔다. 한 일이 정리되고 나니 술술 잘 풀린다. 이대로라면 승산은 문제 없다.
현재 2:4
○ 민탄소 ○ 김태형
α [알파 island] (고래)-라이언하트 δ [델타 island] (사자)-크림슨하트
크림슨하트 고대의 수호신-걸어다니는 외눈고래(후각이 뛰어남.) 미확인
상어,아나콘다,가오리. 현재 환상에 갇힌 상태.
아킬레스건. 저주. 단서- 이정표. 살아서 움직인다, 마시지 마.
○ 김석진&김남준 [스크린] ○ 박지민
β [베타 island] (고래)-라이언하트 ε [엡실론 island] (사자)-크림슨하트
뼈다귀. 정글. 모래. 사막여우.
아직 비공개.
○ ○
γ [감마 island] (고래)-라이언하트 ζ [제타 island] (사자)-크림슨하트
미확인 미확인
○ 민윤기 & 전정국 ○
[크림슨하트 기지] (마지막 고래) [라이언하트 기지] (마지막 사자)
헨리 18세때 만들어진 조직의 크림슨하트 보스 1세대부터 살아온 기지만한 거대한 고래. 미확인
(잠을 자고 있었음. 현재 깨어남. 이번 전쟁으로 처음 깨어나 꼬리를 흔듬. 불안정. 폭력성 없음.)
16# 아킬레스건. (완료)
이번 편은 작가의 말이 적어요. 잠이 와요... 아이고
내일 저녁인가 오후에 만나요 ^ㅇ^ 잘 자요~
시험 준비 잘 하시구, 시험 못봐도 그거 별거 아니니까 툴툴 털어내세요! 씩씩한 모습 보고싶어여... (욕심)
바쁘신 분들은 밥 꼭꼭 챙겨드시고 치질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 ! 저 장염이랑 치질 걸렸어요 (먼산) 어린 나이에...
그래서 요즘 밥 잘 먹구 식이요법해요 큽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밥 제때 먹고 다녀요. 시험 다음주에 치시는 분들은 제 글 보시지 말고 얼렁 가서 공부하셔요!
언제나 기다리고 있숨다. 메일 내일 아침에 보낼게요. 눈꺼풀이 앞을 가리...
글쓰느랴 댓글 보느랴 정신없었는데 또 댓글도 못쓰고 담편으로 넘어가네요 ㅠㅜ 아진짜 이렇게 두면 안 되는데... 언제나 독자님께 할 말은 많은데 시간이!! 진짜 시간 부자 없나여. 좀 사게. (인타임)
이상 그루잠입니다.
투하츠를 보실때 관전 포인트. (꼬인 관계만큼 넘나 많음 주의)
1.석진과 태형, 정국.-triangle, 석진과 태형의 비밀. 태형과 정국의 차이.
2.석진과 윤기.-심해공포증. 붙힐 수 없는 사진.
3.남준과 정국.-남준의 내면세계. 정국의 산산조각난 족보.
4.지민과 태형.-동기.
5.석진과 지민.-부서진 신뢰.
6.남준과 호석, 윤기.-정국이를 사이에 둔 애매한 관계. 굴러온 돌.
7.호석과 윤기.-호석의 일기(석진이 소유하고 있는 일기장), 전대 보스.
8.태형과 호석.-낯선 곳. 베를린 벽을 넘어서.
9.지민과 호석.-존재의 무로 커진 구멍. 새끼손가락에 묶은 호석의 손수건.
10.정국과 호석.-사탕발림. 변종.
11.석진과 호석.-석진은 피와 어울렸나?
12.정국과 탄소.-puzzle. 동갑. 첫만남. 저주.
13.탄소와 호석, 윤기.-혈연. 백발의 남자.
14. 탄소와 태형, 윤기.-백발의 남자. 존경. 몸 안의 핵. 비밀병기. (일부러 삼각관계인 정국은 뺐습니다. 다들 정국,태형,탄소는 집중하실 것 같아서 언급 안 했어유.)
15. 윤기와 정국. 그리고 전대 보스.-보스와 왕의 자리.
크림슨 하트+ 라이언 하트= 투하츠. 고래vs사자.
마지막 16.모래성이 부서진 방탄에게 현재 간절히 필요한 것은 부재인 호석.-중재자. 대립 해소 중점.
-암호닉-
/망붕/너를 위해/오하요곰방와/탄소1/마틸다/보솜이/윤기모찌/부랑이/레모나/태태뿡뿡/태쁘/윤기융털/곰탱♥/목단/잼잼//아쿠아/닭키우는 순영/버블방탄/죠리뿅/다고쳐/버누/#Real V/효인/정글곰/골드빈/꾸기안녕/4124/말순이/홉달래/막꾹수/민군주님/김까닭/1600/뀨뀨/도우너/침침쿠마/달콤한 방탄♥/흥탄소년단♥/숲/라이언킹/종구부인/영덕대게/꿀윤기/곱창/도로시/흑슙흑슙/뷔몽사몽/아방빠/히지/라뿡까끄/알라/민빠답없/애독자/돼지꽃밤/베네/태꾹/♥/
댛니/뀨뀽/자판기/김데일리/봄봄/냥냥이/태탱쿠키/토요일/상처/도로롱/꾹블리/코카/뽀아/청천을/초딩입맛/민트/핑슙/청량/밀짚모자/태태야/쀼쀼/미시적관점/글로스/됴종이/모니몬/자몽/레모니/멜랑꼴리/방탄이즈뭔들/깨알/깨알친구/득구/blue/이사/꿍따리샤바라/펭귄사탕/하루야채/댐므/넬리/팥빵/다영/두부/♥지인♥/꾸기꾸기/뚱이/이리다/미나리/박듀/작가님 사랑해요/즴늬/콩순이/1031/모찌모찌해/글로스/포뇨뇨/채꾸/설탕맛/빅키트박뿡/딘시/뿌용/첼리/민빠답/꼼데/태정태세/꼬맹/생활과 윤리/정국노래자랑/태태한 침침이/먼지/슈룹/달똥달/미니언/뽐뽐/방탄사랑나라사랑/쿠쿠/콩/이부/
계피/냥냥이/계피/지팔/내손종/피짜/♥오렌지♥/인연/꾸꾸야/연이/행복/민트초코칩/97꾸/초록비/박력꾹/정국오라방/슙슙/마름달/하울/국정전/토마토마/탬태/슙토끼야/에브리데이피치/달똥달/코코볼/용서노노해/뀹뀹슙슙♡/D.시걸O./형태/시나몬/오구후나/꿀비/동동이/연화/꿀설탕/달빛/바나나/오아시스/라일락/레몬에이드/지안/증원/마음/현지짱짱/뷔와당신/낑깡긹/딘시/날봐태태/허블/TRAVI/청춘/차차/깡통/끼야아/꽁냥2/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