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9일 토요일, 그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신혼여행은 다음 주에 떠나기로 한 참이라, 신혼집으로 돌아와 씻고 그와 함께 누웠다.
아직까지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이렇게 그와 한 침대에 누워 있는 것도, 이제는 남자친구가 아닌 남편이라는 것도.
결혼하면 마냥 좋을 줄만 알았는데, 기분이 묘한 것이 머리가 아프다.
그렇다고 그와의 결혼이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자 그가 나를 끌어당겨 안아준다.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아니, 그냥 실감도 잘 안 나고.. 기분도 묘하고. 그래서."
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가 속삭인다.
"그래, 다 이해해. 다 괜찮아. 항상 곁에 있을게."
갑자기 뭉클하고 울컥하는 마음에 그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정말이지?"
"그럼. 자기야 우리, 정말 잘 살자. 사랑해."
그는 나를 더 꼭 안아왔다.
2. 민윤기
그와 나는 결혼한지 4개월 정도 된 신혼부부이다.
연말이라 일이 많은지, 요즘따라 야근이 잦은 그의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고 있다.
밤이 깊었는데도 오지 않는 그가 걱정되어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역시 일이 많아 야근 중이라는 그.
그는 많이 늦을 것 같다며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라고 말한다.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그가 고마워서 먼저 자지도 못하고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새벽 한 시, 두 시를 지나 잠이 쏟아졌고, 나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깊이 잠들지는 못했던 터라 현관문 도어락 소리에 잠시 깼던 것 같다.
그는 소파에서 졸고 있는 나를 보고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들어 침대로 옮긴 뒤, 이불을 덮어주었다.
"잘 자."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비로소 다시 잠에 들었던 것 같다.
3. 정호석
설날 명절이 되어 오랜만에 보고싶던 우리 엄마 집을 찾았다.
잘 차려입고 와서는 우리 엄마를 깍듯하고 살갑게 대하는 그의 모습에 흐뭇해서 웃음이 났다.
그렇게 만두를 같이 빚고 있는 중이었다.
"너희 아이 소식은 아직 없니?"
아이는 천천히 갖기로 한 참이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발언이었다.
장난스럽게, 그러나 진심을 담은 엄마의 말에 경악하며 엄마의 입을 틀어막았는데
글쎄 그가 곧 좋은 소식으로 찾아뵙는다며 하하 웃었다.
그리고 그 날 밤, 집으로 돌아와 그와 함께 침대에 누웠는데 그가 내게 말했다.
"장모님께서 보고싶으시대잖아, 우리 아이."
"호석아, 우리 엄마 말 신경 쓸 필요 없어 절대!"
그러자 날 붙잡으며 입맞춰오는 그.
"사실은 내가 너 닮은 우리 아이를 보고싶어서 그래."
4. 김남준
대학교 CC 연애를 즐기다가 부부가 된 그와 나.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부부가 어쩜 그리 잘 어울리냐며, 아이를 가져서 태어나면 정말 예쁠 것 같다며
그와 나를 보며 칭찬을 늘어놓는 동기들의 말에 괜히 뿌듯해졌다.
한창 술자리가 이어지던 중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테이블로 돌아오던 중
원래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동기들과 얘기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괜히 궁금해져서 몰래 엿듣게 되었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8년 연애하다가 결혼했지? 야, 신기하다. 안 질려?"
한 동기의 말에 그가 피식 웃으며 대답한 말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게 신기하게 절대 안 질리더라고.
20대 때면 이 여자 저 여자 눈에 들어오는 게 당연한데, 걔밖에 안 보였어.
오글거린다고 너네가 나 때릴 수도 있는데
솔직히 걔가 제일 예쁘고 보고싶고 그랬어. 물론 지금도 그렇고."
5. 박지민
신혼집에 놓을 가구들을 보기 위해 그와 함께 나섰다.
"지민아, 이 소파 앉아봐. 푹신해?"
"응, 근데 아까 그 소파가 더 나은 것 같아."
"그래 아무래도 우리 벽지 색깔이랑 더 잘 어울리긴 해."
그렇게 꼼꼼히 고르고 고른 가구들을 집으로 배송시키는데,
배송받을 주소지에 우리 신혼집 주소가 써 있는 것에도 괜히 기뻐서 웃음이 났다.
그리고 며칠 뒤, 가구들이 도착했고 아저씨들을 도와 가구들을 번쩍 들고 옮기는 그가 너무나 든든했다.
새로 놓은 소파에 둘이 나란히 앉아 그에게 내 머리를 기댔다.
"지민아, 너 멋있어. 이래서 집안에 남자가 있어야한다는 건가봐."
"그랬어?"
"응. 나 혼자였으면 아무것도 못했을거야. 별 거 아니지만, 나 되게 행복했어."
"네가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나 너무 뿌듯하다."
"아니, 너 정말 멋졌으니까."
그러자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그가 말했다.
"평생 네 옆에서 멋진 사람이 되어줄게."
6. 김태형
일어나보니 토요일 아침 9시였다.
아직 자고 있는 태형이가 깰까봐 살금살금 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나왔다.
태형이에게 맛있는 아침밥을 해 주고 싶어서, 그 이유였다.
대충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나와 앞치마를 둘러매고 머리도 하나로 질끈 올려묶은 뒤
태형이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준비하고, 밥통에 밥도 얹었다.
분주한 부엌 소리에 깨버린건지 눈을 비비며 방을 나온 태형이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어느 한 드라마처럼, 앞치마를 맨 내게 백허그를 선사하는 태형이.
"여보 밥 하는 거야?"
"응, 배고프지? 맛있게 하려고 노력 중이야. 기대하시지?"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먹는 태형이의 모습이 너무 뿌듯했고 기뻤다.
일어나서 남편에게 아침밥을 해주는 거, 내 로망이었는데.
"태형아 맛있어?"
"말이라고, 완전 맛있어. 우리 여보는 예쁘기까지 한데 못하는 게 없어요."
7. 전정국
신혼집에 쌀도 떨어지고, 반찬도 없고. 그와 함께 장을 보러 나왔다.
"정국아 우유도 없고, 달걀도 없고. 쌀도 없고."
이것저것 살 것들을 담고 계산하러 가려는데 그가 고기를 사가자며 정육 코너로 카트를 돌렸다.
정육 코너 앞에 카트를 세우고는 고기를 사는 그.
"아주머니, 목살 주세요."
"그래, 얼마나 줄까요?"
"두 명이서 넉넉히 먹을 만한 양으로요!"
아주머니는 고기를 집어들고 무게를 잰 뒤 비닐에 넣고 가격표를 붙이신다.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리네~. 신혼부부 맞지?"
그 말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그.
"아 정말요? 저희 신혼부부 맞아요.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맞지? 그래, 새댁이 참하고 예쁘네! 고기 넉넉히 넣었으니 맛있게 먹어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고기를 받아든 그가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예쁜 새댁, 집에 갑시다."
***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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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주제 신청해주신 pt.3 독자17님 감사해요 ♥
주제 신청 계속 계속 받고 있습니당
[그리고 정말정말 감사한 암호닉]
ㅈㅈㄱ 님
태태형 님
좀비야 님
너를위해 님
암호닉은 생각도 못했는데 먼저 신청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럼 pt.5 에서 만나요~
과연 pt.5 주제는 뭐일지 :)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