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이별한 지 일주일째.
괜찮냐는 친구들의 연락도 일제히 무시하고 매일 술로 버텨왔다.
이제도 일주일이 지났는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심할까.
오늘 역시 하루종일 술을 마시다가 문득 그녀 생각이 나 그녀의 집 앞으로 향했다.
혹여 그녀가 역겨워할까봐 코를 찌르던 술 냄새도 말끔히 지우고
그녀가 좋아하던 목폴라 니트를 꺼내입고 그녀와 똑같은 걸로 맞췄던 신발도 신었다.
어차피 그녀는 이런 내 모습을 보지 못할테지만.
너무나 익숙한 길을 걷는다.
매일 밤 그녀를 바래다주고 가로등 밑에서 입을 맞췄던 그 길.
그녀는 이제 그 길을 내가 아닌 다른 이와 걷고 있다.
"못 잊어서 미안해."
2. 민윤기
그녀 방에는 골목길이 훤히 보이는 창문이 있다.
매일 밤 그녀는 그 곳에 서서 내게 손을 흔들고, 나는 골목길에 서서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짓고.
그녀는 내가 골목길을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조심히 잘 가라고 전화해주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매일 밤 나만 골목길에 서서 그녀 방을 바라본다.
그래봤자 보이는 건 까만 그녀의 실루엣뿐이지만, 그것만으로 좋다.
오늘 밤도 그녀의 집 앞 골목길에 서서, 그녀를 그리워한다.
밤이 깊어서 그녀 방의 불이 꺼지면
"잘 자."
나는 그녀에게 인사하며 그녀를 그리워했던 긴 하루를 마감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3. 정호석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도 이제 지쳐서 무작정 거리로 나왔다.
카페에 들어와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았다.
그녀와 자주 오던, 아기자기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는 연인들이 많았다.
그녀와 나도 남들이 볼 때 저렇게 다정한 사이였을까.
정말 좋아했었다, 아니 사랑했었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그녀를 따라 몇 잔 마셔본 게 다였지만, 오늘따라 쓴 맛이 당겼다.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그녀가 생각나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그녀가 더 많이 생각났다.
"보고싶다."
이별은 쓰디쓴 아메리카노, 아직도 추억은 여전히 그 카페로 가고 있어.
4. 김남준
"야, 너 이렇게 늦게까지 있어도 돼? 여친이 싫어하잖아."
"너 여자친구랑 잘 돼가냐? 잘 지내시고?"
오랜만에 가진 친구들과의 술자리.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안부를 묻는 친구들.
"헤어졌어."
담담하게 내뱉은 내 말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쿨한 척해도 속이 뒤틀렸다.
그녀가 보고싶어졌다.
결국 친구들을 뒤로 하고 일어섰다.
"나 간다. 계산하고 갈 테니까 다 먹고 가."
"어디 가는데."
"보고싶어져서. 보러 갈래."
5. 박지민
이제 그녀를 잊어보자는 마음에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다.
밥을 먹을 때도 그녀가 좋아하던 스파게티 집으로 여자친구를 이끌고
영화를 볼 때도 그녀가 좋아하던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예매하게 된다.
새로운 여자친구와 함께 술을 한 잔 했다.
너무 취했다며 집에 가자는 여자친구에게 지갑 한 켠에 늘 지니고 다니던 그녀의 사진을 보여줬다.
"나한테 제일 소중한 사람."
누구냐는 여자친구의 물음에 이렇게 답해버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이별을 선고받고 뺨을 맞았지만 여자친구에게 차였다는 슬픔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애초에 내게 여자친구는 그녀 하나뿐이었기에 ..
6. 김태형
그녀와 헤어진 뒤
한동안 방황하다가,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버려서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상자에 모두 담고 불태워버렸다.
태우고 난 뒤 후회가 밀려왔지만, 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곧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너를 어떻게 잊어."
그녀를 잊을 수 있는 방법 같은 게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번호를 지운다한들, 이미 외워버린 번호인데.
그녀의 사진을 지운다한들, 매일 그리는 얼굴인데.
이미 그녀는 내 하나하나에 녹아 있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7. 전정국
오랜만에 백화점으로 쇼핑을 왔다.
분명히 내 기분 전환을 하려고 온 건데, 그녀 생각이 더 많이 났다.
그녀가 갖고싶어했던 예쁜 신발이 진열되어 있었다.
한 층 밑에는 그녀가 언젠가 잡지를 보며 예쁘다고 했던 옷도 걸려 있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다 사준다고 약속했었는데.
괜히 그녀 생각이 나서 한참을 그 신발 앞에서 서성였다.
"나 이제 다 사줄 수 있는데. 다 해줄 수 있는데."
정말인데.
내 선물을 받고서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안겨올 내 소중한 그녀가 없기에,
나는 한참동안 그 신발을 바라만 볼 뿐이다.
***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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