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아껴서 질렀던 반스 올드스쿨에 아무렇게나 발을 구겨넣고 집을 나섰다.
매일 아침 우리 아파트 밑에서 날 기다리는 그.
"왔어?"
졸린 눈을 비비고 있다가 내가 나온 것을 확인하고 미소를 짓는다.
그와 함께 손을 잡고 길을 걸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금세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가 오래 기다릴까봐 아침밥을 먹지 않고 나왔다며 배가 고프다고 찡찡거렸더니
그는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한 후 편의점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내가 좋아죽는 참치마요 삼각김밥과 바나나우유를 사 왔다.
"헐, 사다달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
"아침밥은 먹고 나오셨어야죠. 꼭꼭 씹어서 맛있게 먹어 여보!"
2. 민윤기
교실에서 내 짝꿍은 나랑 꽤 친한 남자애인데, 말도 잘 통하고 해서 나름 잘 지낸다.
"새우."
"우라늄."
"아 새끼야 맞고싶냐."
오늘도 내 짝꿍과 함께 끝말잇기를 하면서 킥킥대며 놀고 있었는데,
그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너무 시끄러웠나 싶어서 목소리를 작게 하고 계속 짝꿍과 놀고 있는데,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작작해
진짜 도저히 모르겠어서, 왜 그러냐고 답장했더니 정말 칼 같은 속도로 답장이 왔다.
-너 짝꿍이랑 그만 얘기해 나랑은 말도 안하면서 짜증나게
그제서야 그가 질투라는 것을 했다는 걸 알아차린 나.
평소 무뚝뚝한 성격으로 표현도 잘 안 하는 그였는데, 너무 귀여워서 그만 풉 웃고 말았다.
3. 정호석
정호석. 우리 반에서 잘생기고 성격 좋다고 인기가 많은 남자애다.
나랑 짝꿍인데, 특별하게 친한 사이는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무섭기로 소문난 선생님 시간에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은 내게 그는 자신의 준비물을 내게 주었다.
괜찮다며 손사레를 쳤지만, 이미 준비물이 없다며 손을 드는 그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은 그에게 무섭게 혼을 내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너무 미안해졌다.
다음 교시 시작종이 치고 선생님을 기다리는 도중에, 내 앞에 앉는 김남준이 뒤돌아보았다.
"야 정호석, 너 아까 얘한테 준비물 왜 줬냐?"
내가 묻고 싶었지만 친하지도 않은데 물어볼 용기가 없어서 묻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너 얘 좋아하냐?"
김남준의 어이없는 물음에 김남준에게 뭐라고 하려고 하던 내 입이 순식간에 다물어졌다.
"응. 예뻐."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4. 김남준
종례 시간.
"방송실에서 청소 당번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어. 할 사람 손 들어봐."
역시나 순식간에 조용해진 교실.
빨리 종례하고 가야 되는데, 종례가 자꾸 길어지자 애들이 내게 자꾸 눈치를 줬다.
반장인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울며 겨자먹기로 결국 손을 들었다.
"역시 반장. 한 명 더 받는다."
그 때, 김남준이 손을 번쩍 들었다.
2명이 금방 채워지자 애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고,
선생님도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시며 오늘부터 방송실 청소를 하고 가라고 하셨다.
끝나고 김남준과 함께 방송실 청소를 하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그에게 물었다.
"너 대체 왜 한다고 했어? 난 반장이지만, 넌 아무것도 아닌데."
그의 대답이 들려왔다.
"너랑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5. 박지민
아침부터 계속 배가 아픈 것이, 도저히 수업에 집중이 안돼서 보건실에 누워있었다.
어떻게 알고 온 건지, 보건실에 와서 내 상태를 확인하는 그.
"괜찮아?"
"야 나 괜찮아.., 종 쳤는데 빨리 너 가서 수업해."
"싫어."
"우리 고3이야. 수업 빠지면 어떻게 해."
"지금은 수업 빠지는 거보다 너 아픈 게 더 심각해."
한참을 보건실을 떠나지 않던 그는 이내 침대 옆에 의자를 끌고 오더니 내 손을 잡고 앉는다.
"약 먹었지? 좀 자."
그렇게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던 것 같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옆에 없었고 침대를 정리하고 일어나니 보건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지민이 너 잠드는 거 보고 올라갔어. 얼마나 걱정을 하는지, 그런 남자친구 있어서 좋겠어."
6. 김태형
학교 끝나고 친구랑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안아온다.
뒤돌아보니 그와 그의 친구들이 서 있었고, 그는 나를 보며 예쁘게 웃는다.
"우리 자기 학교에서 별 일 없었어?"
남녀분반이라서 같은 학교를 다녀도 자주 만나지 못하니까 이렇게 종례 끝나고라도 나를 만나러 온 것이다.
태형이가 춥다며 내 잠바 지퍼를 목까지 올려주자 그의 친구들은 토하는 시늉을 하며 놀려댄다.
"너도 좀 따뜻하게 입고 다녀. 나 갈게 태형아 내일 봐!"
손을 흔들며 인사해주자, 태형이가 잘 가라고 똑같이 손을 흔들어줬다.
뒤돌아서서 친구와 팔짱을 끼고 걷기 시작하는데, 장난스러운 그의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 아까 김태형이 너 예쁘고 귀여워죽겠다고 난리쳤다!"
내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고, 이 미소는 그의 말로 인해 더 곱게 지어진다.
"야 뭐 사실이잖아. 잘 가 예쁜아!"
7. 전정국
체육 시간이라 체육복을 입으려고 가방을 뒤지고 난 뒤에야 안 가지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황급하게 옆반으로 갔는데,
친한 여자애가 어디를 갔는지 없어서 결국 꽤 친한 남자애한테 체육복을 빌렸다.
남자애꺼라 헐렁헐렁해서 그런가, 운동장에서 올라오는 도중 그에게 딱 걸려버렸다.
"체육복 누구꺼야."
"응? 이거 옆반에 김태형꺼."
"왜 걔한테 빌려."
"아니 너한테 빌리려고 했는데 너는 8반이잖아. 멀어서 그냥 2반에서 빌렸어."
내 말을 듣고 아무 말 없더니 자신이 입고 있던 체육복 상의를 벗고 내게 내민다.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자신의 것을 입으라는 그.
알겠다며 냉큼 그의 것으로 갈아입자 이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앞으로 다른 남자애꺼 입는 거 걸리면 혼나."
체육복 명찰에 써진 '전정국' 세 글자에 가슴이 뛴다.
***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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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7 에서 만나요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