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오전 11시 문화당 차종현 의원이 검찰에 자진 출두 했습니다.
차종현 대표는 지난 2019년 국회의원 재선 당시 재경그룹으로부터 약 20억원 가량의 정치 자금을 받아 선거에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애초에 A 기업이라고 보도 되었던 기업이 재경그룹 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정재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경찰은 차종현의원의 자백 내용을 바탕으로 재경그룹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고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설 방침입니다.
재경그룹으로부터 버림받은 차종현의원은 혼자 이렇게 무너질 수 없다며 국회의원 선거당시 받았던 정치 자금을 빌미로 재경을 잡고 넘어섰고,
재경은 어차피 버리는 카드인데 여태 찜찜 하던것들을 다 한꺼 번에 덮어 씌워서 차종현 의원의 잘못으로 만들었다.
"의원님, 고작 이따위 장난질에 넘어갈 재경이 아닙니다. 제가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기수 말을 듣지 않는 경주마는 내다 버리면 그만이라고.."
문화당 차종현 의원이 결국 구속 되었습니다. 오늘 오전 양심선언으로 재경그룹과의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받았다고 자백했습니다.
검찰은 이어진 조사에서 차종현 의원이 자백한 사실보더 더 많은 불법 정치 자금에 연루되어 있음을 밝혀냈고, 현재 차종현 의원 소유의 사가는 압류에 들어 갔습니다.
재현은 하루종일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했다.
제 아무리 권력을 쌓은 차종현의원 이라고 해도 재경에 덤벼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재경그룹이야 경찰, 검찰에 이어진 인맥이 있어서 대리인이 가서 간단한 조사만 받으면 지나갈 일이지만, 한건 터트려 보려고 자폭한 차종현 의원은 이제 빠져 나올 길이 없었다.
재경의 도움이 아니면 그대로 구속될게 뻔했다.
집까지 압류된다면 준희의 엄마와 준희는 바로 집에서 쫓기는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 인데,,
재현은 지금 자신이 준희를 위해 해 줄 수 있는게 뭔지 한참을 생각했다.
"기 비서님,"
"네, 대표님."
"저희 호텔에 스위트 룸 두개 따로 뺄 수 있는지 확인좀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확인되면, 준희씨 친정집에 차량 보내서 장모님이랑 준희씨 호텔로 모시고 와주세요."
"호텔 룸 확인하고 모시고 오겠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어머, 너무 센스있다 우리 정서방."
"엄마는 지금 정서방 소리가 나와? 아빠 걱정도 안돼?"
"너희 아빠 정치생활 횟수로 20년이야. 구치소 쯤은 드나들 수도 있어. 더군다가 재경에서 이렇게 사람 보내서 우리 모셔오는거 보면 모르니 얘는, 회잠님이 어련히 알아서 정리해주시겠지."
"엄마 착각하는거야. 뉴스 안봐? 나 이혼했고, 이제 재경이랑 관련없어. 지금 재경이랑 아빠랑 피튀기게 싸우고 있고, 우리한테 굽히고 들어오라는 거잖아."
"굽히고 들어가지 그럼 뭐. 그리고 정서방이 사람보낸것 같던데, 너한테 마음이 아예 없지는 않나보다 얘"
"됐어요. 말을 말아요."
기 비서님이 연락와서 재경호텔로 모시고 싶다고 하셨고, 재현이 보냈을 걸 뻔히 알면서도 준희는 일단 집에서 쫓기는 나오는 모습을 기자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기비서님의 차를 타고 호텔로 따라왔다.
호텔 측의 배려로 귀빈 전용 엘레베이터를 타고, 국빈이 올 때나 내어주는 최상급 스위트 룸에 들어 왔다.
곧 이어 짐을 올려다 주러 온 기 비서님을 붙잡았다.
"비서님, 재현씨한테 거처 정해질때까지만 신세 지겠다고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여기 계시는 동안 만이라도 편하게 계세요."
"속도 없이 그냥 편하게 있을 수는 없네요. 제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시작된 호텔생활은 달갑지 않게 예상보다 길어졌다. 집이 압수되고 재산도 압류된 상황에서
보안이 유지되는 번듯한 집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직접 꾸민 집인지, 집 안은 온통 재현 취향의 인테리어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먼저 와있었네요? 집은 둘러 봤어요? 혼자 지내기에 나쁘지 않을 거예요."
"굳이 다 끝난 사이에, 이런 호의를 보이는 이유... 뭐예요? 나한테 뭘 바라는 거에요?"
"내 책임도 있으니까 수습할 기회를 달라는 거예요. 좀 정리 될 때까지 당분간 여기서 지내요."
"우리가 이혼하지 않았으면 우리아빠 구속 될 일 없었어요?"
"흠집 내려고 하실거예요. 차의원님 잘못이 아닌 일도 다 덮어씌워서 재경에는 피해가 가지 않게 만드실거에요. 진실이 뭐였든 사람들이 그렇게 믿게 만드실 분이에요."
"내가 꽤 비싼 값에 팔려 갔었나 보네요. 내가 너무 무지했네."
"내 불찰로 이어진 일들이니까. 이제라도 수습하는거에요."
"여기, 뭐 하는 곳인데요?"
"그냥 오래 비워놓은 집이에요. 기 비서님이랑 청소하시는 분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거절할 수 없는 호의라, 내자신이 너무 비참한데. 딱 여기까지만 받을게요."
"그래요 그럼. 미처 주지 못했던 위자료로 해두죠. 나랑 헤어지면서 아무것도 안받았잖아요."
"위자료라.. 더 받아 내 볼걸 그랬어요? 이런 도움 받게 될 줄 알았으면 말이에요."
"장모님은 근처 별장에 모실거예요. 이번주 안으로 정리되면 바로."
"호칭은 똑바로 하죠. 우리"
".. 그래요. 후. 어머님 모실 별장은 이번주내로 정리 될거에요."
"재현씨 덕분에 내가 얼마나 무능한 사람인지 느껴요. 하루아침에 그냥 차준히가 됐어요. 이제 정재현씨 부인도 아니고 차종현 의원 딸도 아니에요. 그냥 차준희인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네요. "
"........."
"이 집은 재현씨 말대로 위자료로 받을게요. 대신 우리관계도 재현씨가 배푸는 호의도 딱 여기까지만 해요."
"기본적인 것들은 찾아보면 다 있을 거예요."
"고맙다는 말은 도저히 안나오네요. 가봐요. 이제 이 집에서 재현씨 다시 볼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알다싶이 나는 지금 재현씨를 피해서 갈 데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재현씨가 피해요."
그 때 제작사에서 본 이후로 처음 만나는 준희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재현은 옅게 한숨을 쉰다.
들키지 말자, 걱정하는 매음 내비치지 말자.
준희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모르지만 재현의 목표는 하나였다. 그냥 준희가 이 집을 받아주는 것, 어쩌면 마지막으로 배풀어 줄 수 있는 재현의 호의를 준희가 거절하지 않게 하는 것.
문을 열자 식탁에 앉아 있던 준희가 보인다. 얼굴이 그새 또 야위었다.
이게 뭐야. 더 웃으면서 살라고 보내준건데, 이럴줄 알았으면 안보냈지...
일단은 준희가 그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줘서 다행이었다.
"먼저 와있었네요? 집은 둘러 봤어요? 혼자 지내기에 나쁘지 않을 거예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건냈는데, 돌아오는 준희의 말은 차갑기만 했다.
"굳이 다 끝난 사이에, 이런 호의를 보이는 이유... 뭐예요? 나한테 뭘 바라는 거에요?"
이어진 대화에서도 준희의 마음이 이제는 정말 굳게 닫혔다는게 느껴졌다.
"내가 꽤 비싼 값에 팔려 갔었나 보네요. 내가 너무 무지했네."
"호칭은 똑바로 하죠. 우리"
"재현씨 덕분에 내가 얼마나 무능한 사람인지 느껴요. 하루아침에 그냥 차준희가 됐어요. 이제 정재현씨 부인도 아니고 차종현 의원 딸도 아니에요. 그냥 차준희인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네요. "
"이 집은 재현씨 말대로 위자료로 받을게요. 대신 우리관계도 재현씨가 배푸는 호의도 딱 여기까지만 해요."
"고맙다는 말은 도저히 안나오네요. 가봐요. 이제 이 집에서 재현씨 다시 볼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알다싶이 나는 지금 재현씨를 피해서 갈 데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재현씨가 피해요."
가시돋힌 준희의 말들은 그래도 재현의 마음에 날아와 꽃혔다. 한없이 여리고 착한 사람인데, 굳게 마음을 닫아 버리기까지 얼마나 아파했을까..
여태 준희를 밀어내고 선을 그은 건 재현이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준희가 재현을 향해 선을 그었다.
차분하지만 단호한 경고였다. 이제 더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이제는 피해달라고.
이모든게 자신의 탓인것 같아 재현은 너무 마음이 아린다.
마음껏 사랑해 보지도 못한 사람이다.
빨리 제 곁에서 내치는게 준희를 위한 일 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빨리 준희가 자신을 잊어버리고 지워버리길 바랬는데,,
막상 차가워진 준희를 마주하고 나니, 준희를 보낸 후에 자신이 얼마나 아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걸 깨닫는다.
준희가 주는 상처들이 생각보다 더 저릿하게 마음을 죄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