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별을 해요. 나는 사랑을 할 겁니다
10 여기까지만.
"나를 위한 마음인 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당신의 마음은 나를 떠난 적 없었다는 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당신을 미워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텐데.."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일상이 필요했다. 고민한다고 해서 나올 답이 아니기에 그냥 한쪽 구석으로 몰아두고 그 생각들과 감정들이 다시 머리속으로 비집고 들어 올수 없 게
계속해서 몸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개관준비가 한창인 미술관에서, 준희는 하지않아도 되는 일들까지 일일히 직접 하고 있었다.
진동 소리와 함께 핸드폰에 문자가 하나 왔다.
퇴근하고 잠깐보자는 재현의 문자였다.
하루종일 피하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그래서 일부러 더 바쁘게 움직였는데, 하루종일 종종 거린게 무색 할 정도로, 문자 하나에 그 벽은 와르르 무너진다.
지금 준희의 머리속은 재현으로 가득하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인데 차에서 기다려도 되는데, 굳이 문앞을 서성이고 있는게 멀리서 봐도 재현이었다.
일부러 문자에 답장도 안하고, 퇴근시간보다 2-3 시간 더 늦게 왔는데, 재현은 빨개진 귀와 손으로 준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현씨"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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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씨가 여기 왜 있어요?"
"문자 못 받았어요.?"
"받았어요. 설마 그때부터 지금까지 기다린 거에요?"
"답장은 일부러 안 한 거에요?"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그리고 그럴 정성도 없었어요."
".. 알겠어요. 내가 너무 마음 추스릴 시간도 안주고 찾아왔죠.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은데,, 오늘은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나보네요. 다음에 올 때는 좋은 타이밍에 올게요. "
차갑게 선을 그어오는 준희 앞에서 머쓱하게 웃어보이고 등을 돌려 가는 재현을 준희의 말이 붙잡았다.
"오늘 만이 아닐거에요. 다음은 없었으면 좋겠어요..우리는 이미 끝났고, 앞으로도 우리에게 좋은 타이밍은 없을 거예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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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얼마나 구차한 건지 아는데, 이대로 가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아요. ...... 그동안 고민도 많이하고 후회도 많이 했어요.
우리는 헤어진건가. 헤어졌다 하기에는 우리가 한 게 사랑이라고 할 수는 있을 까 싶었어요. 우리한테는 제대로 된 시작도 없었잖아요."
"이제와서 시작한다고 해서 끝이 다르지 않을 거에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사랑을 하기엔 모르지 않고, 될 대로 대라 하기에는 어떻게 되는지 우리 둘 다 이제는 너무 뻔히 잘 알잖아요."
".. 한참을 돌고 돌아서 이제야 알았어요. 내가 했던 짓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 내가 너무 늦어서 미안해요..."
"사과하지 말아요. 나 그 사과 못받아줘요. 그동안 재현씨 마음 고마웠어요.. 힘들지만 나는 천천히 정리해가고 있어요."
"준희씨..."
"생각보다 오래 걸릴지도 몰라요. 나도 재현씨만큼 진심이었으니까. 그래도 잊어보려 할거예요. 그럴려고 노력하고 있고....그러니까, 나 흔들지 마요."
차리리 몰랐어야 했다. 그냥 나쁜 사람으로 기억하고 미워 하는 게 훨씬 덜 아팠다.
거절해야 하는 마음이 맞았다.
차갑게 끊어 내야 하는 게 맞았다.
머리로는 이미 정리를 다 했는데, 마음은 자꾸만 다른 곳을 향해 갔다.
아직도 재현을 사랑한다. 하지만 준희는 덤덤하게,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동안의 마음은 참 고마웠다고, 아직도 당신이 좋다고, 하지만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우리는 여기까지 라고.
단호한 준희의 이별의 말에, 재현은 더 이상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준희가 원한다면 보내주는 게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