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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긔 전체글ll조회 2201l 2




강찬희와 술을 마시고 김인성에 대한 내 마음을 넋두리하다가 잠이 들어버렸던 그 날.

어디가서 술 먹고 실수한 적은 없었는데 유일하게 실수를 했던 그 날, 나는 꿈을 꿨다.


꿈 속에서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경희랜드에 김인성과 나 둘밖에 없었다.

김인성과 내가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나는 그게 꿈이라는 걸 알았다.

꿈이라는 걸 눈치채서 그런 지 손을 잡고 있었음에도 따스한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좋아해!"


어차피 진짜도 아닌 마당에 김인성한테 내 답답한 마음을 다 말하고자 했다.

소리 지르듯이 좋아한다는 말을 다급하게 내뱉어도 김인성은 여전히 내 손을 잡은 채 마냥 웃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나는 김인성에게 좋아한다고 소리질렀으나 김인성은 내 말이 들리지도 않는 지 빙글빙글 웃고만 있었다.

갑갑한 마음에 빨리 꿈에서라도 깨어나야 겠다는 생각에 깨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눈을 뜨니 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외출했던 그 모습 그대로 자췻방 침대에 누워 있었고,

아직 알람도 울리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고, 겨울 새벽녘 하늘은 여전히 캄캄했다.


아, 수업 가야하는데.

얼른 일어나서 준비해야 하는데 자꾸 눈물이 새어나와서 혼자 숨을 죽인 채 침대 위에서 훌쩍거렸다.




[SF9/김인성] 12학번 언론정보학과 김인성 06 | 인스티즈


SF9 김인성 빙의글

12학번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김인성

06





씻지도 못한 채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맨 앞자리에 구석에 앉아서 강의실에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힐끔힐끔 뒤돌아봤다.

퉁퉁 부은 눈은 어젯밤 과음때문이라고 해야지, 어떤 친구랑 마셨냐고 물어보면 사실대로 다 말해야지, 오늘 저녁 같이 먹자고 해야지...

온갖 시나리오를 그리며 수업이 시작하기 직전까지 기다렸지만 김인성은 그 날 결석을 했다.

김인성에게 어디냐고, 오고 있느냐고 카톡을 했지만 수업이 끝날 때까지 내가 보낸 카톡의 1은 사라지지 않았다.


점심을 먹으러 학관 식당을 가며 전화라도 해보려고 통화기록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어젯밤 김인성에게로 한 통의 전화가 발신으로 찍혀 있었다.


뭐지, 어제 나 김인성이랑 전화한 기억이 없는데.

설마 술먹고 취해서..?

하지만 30초 밖에 되지 않는 통화 시간으로는 김인성에게 말실수를 했을 리가 없었다.

아냐, 전화해서 다짜고짜 꿈에서처럼 좋아한다고 난리쳤으면 30초 정도면 충분하잖아!

아닐거야. 걍 실수로 전화 걸었는데 잠깐 받았다가 끊어진 거 아닐까?

아아악! 대체 어제 뭔 짓거리를 한 거야!

다따고짜 길에서 셀프 머리 끄덩이를 잡는 바람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흠칫 놀라서 쳐다보았다.



* * * *



아무 말 없던 김인성이 다시 나타난 건 이틀이 지난 뒤였다.

몇 개씩 보낸 카톡들은 아예 읽지도 않았고, 전화를 하기엔 차마.. 그 날의 발신 기록때문에 두려웠다.

오늘도 안 오나보다 싶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김인성의 출석을 부르자 뒤에서 들리는,


"네."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잔뜩 수척해진 몰골로 나타났다.

밝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싶었는데 표정이 너무 안 좋아 보였다.

다시 고개를 돌리고 일단 수업을 들었다. 중간에 카톡을 확인하자, 그동안 외롭게 떠있던 1들이 지워져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김인성에게 달려갔다.

웃을 힘도 없어보이면서 나를 보더니 또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으려는 티가 역력했다.


"카톡도 씹고, 뭐야."

"미안. 좀 일이 있었어."


평소 같았으면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을 텐데 오늘은 유난히 김인성한테서 벽이 느껴졌다.

뭔가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만나면 아무렇지 않은 척 그 날 내가 전화해서 뭐라고 했던 건지도 물어보려고 했지만, 괜히 느껴지는 불편함에 급한 일이 생겨 먼저 가보겠다는 김인성을 잡지 못했다.


그 날 이후로 김인성과 급격스럽게 사이가 멀어졌다

수업도 나오지 않았다. 요새 졸업을 코앞에 두고 바쁜 일이 생겨서 교수님께 말씀드려서 괜찮다고 했지만 대체 무슨 꿍꿍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비밀이 많아진 김인성이 낯설었다.

싸운 것도 아니었고, 서로 서운한 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그렇게 됐다.

김인성과 함께 누볐던 회기동을 혼자 돌아다니면 눈물이 나려고 했다.

애초부터 이렇게 허무해질 사이일 걸 알았으면 차라리 마음도 주지 말걸.

하루종일 김인성을 원망하다가도, 대체 무슨 일때문에 우리 사이가 이렇게 어이없이 틀어져 버린 건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오랜만에 강찬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날 갑작스러운 김인성의 잠수를 신경쓰느라 강찬희가 잘 들어갔는 지 연락도 잊고 있었다.

뭐하냐는 갑작스러운 연락에 뒤늦게 잊고 있던 강찬희를 떠올리게 된 것이었다.

마침 김인성과의 틀어진 사이때문에 꿀꿀하기도 했고, 그래서 술이나 먹고 싶었기에 잘 됐다 싶었고, 나는 강찬희에게 파전 골목으로 오라고 했다.

들어가자 미리 와 있던 강찬희가 살짝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무 표정도 없이 강찬희의 맞은 편에 털썩 주저 앉듯이 앉았다.


"뭐야,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오늘만 이런 거 아니다. 요새 맨날 이래. 빨랑 주문이나 고고."


역시나 말없이 술만 퍼마시는 내 눈치를 살피던 강찬희가 겨우 입을 열었다.


"뭔 일 있어?"

"어. 지난 번에 말한 짝사랑 있지? 개망했다."

"어? 왜?"


별로 감정 표현이 없던 강찬희의 눈이 간만에 동그래졌다.

마시던 막걸리를 내려놓고 한숨을 짙게 쉬었다.


"요새 나 피해."

"너를? 왜?"

"난들 아냐. 맞네, 너랑 술 먹고 들어간 다음 날부터 그런다. 나 술먹고 전화했냐?"

"글쎄?"

"아, 미치겠네. 뭐 때문에 일이 이렇게 틀어졌냐."

"..."

"내 생각엔 내가 그 날 뭔가 고백을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어색해진 것 아닌가 싶은데."

"하나도 기억 안 나?"

"어?"


강찬희는 파전을 먹던 젓가락을 내려놨다.


"내가 전화 했어."

"뭐? 너가 했다고? 잠만, 김인성한테 너가 전화했다고?"

"너가 그대로 잠들어 버려서 전화했어. 데려가라고."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 분이 너 데려가고. 그 뒤로는 모르지."

"..."

"미안. 그런데 내가 데려다 주기도 좀 그렇고 해서. 도움 구할 데가 그 분밖에 없었어. 내가 아는 너 지인이 그 분이 전부니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감이 오질 않았다.

술에 취한 나를 데려가도록 김인성에게 전화를 걸어서 결국 관계가 이렇게 틀어지는 빌미를 제공한 강찬희에게 무턱대고 화를 내기에는,

그날 무방비하게 술을 퍼마신 나에게도 어느정도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왜 연락 안 했냐?"

"ㅇ.. 어? 갑자기 그건 왜?"

"나는 너 그 분이랑 잘 된줄 알고 연락 못 했어. 그러다 겨우 용기낸거야."

"야, 아니 지금 취중고백했다가 관계 개박살된 것 같다니까 잘되기는..."


자기가 큐피드야 뭐야? 잔뜩 불만에 차서 중얼거리자 강찬희는 그제서야 비로소 웃어보였다.


"너도 진짜 눈치없다. 어떤 선배가 그냥 후배 취했다는 데 허겁지겁 달려오냐? 딱봐도 그린라이트던데."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라. 진짜."

"그냥 딱 보면 감이 오거든~ 나 촉 되게 좋아."


강찬희의 농담조의 말에 어이없어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말이라도 고맙다.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였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 강찬희가 고마웠다.



* * * * 



계절 학기가 끝날 무렵, 잠깐 과사에 들릴 일이 생겼다.

과사를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나오는 김인성과 마주치고 말았다.


"어.."

"... 안녕? 오랜만이네."

"응.."


김인성은 나를 보고 놀라는 눈치였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를 건넸다.

잘 사냐며, 자기는 졸업이 코 앞이라 정신이 없다고 둘러댔다.

웃으면서 말을 하고 있지만, 딱 봐도 나를 불편해하고 이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려고 아무 말이나 하는 듯한 느낌.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김인성을 지나쳐 과사로 들어갔다.

그래도 김인성의 표정이 전보다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한켠에 들었다.


"저어.. 조교님 보러 왔는데.. 어?"

"뭐야, 안녕? 조교님 보러 왔어?"

"으응.."


남 말하기를 좋아해서 나랑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동기가 근로를 하고 있었다.

아직 조교님 점심 식사 하러 가셔서 돌아오지 않았다며 기다리라고 하길래 알았다며 과사 구석에서 서성거렸다.

단둘이 같은 공간에 있으니 되게 불편했다.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길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하기 위해 돌아서는 순간 나한테 말을 걸었다.


"너 인성 선배랑 사겨?"

"뭐?"


참나. 지금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거야, 뭐야?

생각해보니 몇 개월 전에 김인성과 내가 붙어다니는 꼴을 보고 과에 이상한 소문을 냈던 용의자가 저 애라는 것이 불현듯 생각났다.


"그런 거 아냐."

"아니긴~"


제법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여전히 비아냥거리는 투였다.


"인성 선배 당장 2월 졸업 예정인데, 굳이 너랑 계절학기 같이 들으려고, 이미 들었던 과목 또 듣고 있잖아."

"뭐?"

"뭐야~ 몰랐어? 이미 수강했고 점수 잘 나와서 재수강 안된다고 하니까, 그럼 청강이라도 시켜달라고 사정사정해서 조교님이 얼마나 애먹었는데~"


"아, 진짜 안 되는 줄 알고 엄청 떨었어. 이제 좀 마음이 놓이네."

"아니 뭘 신청했길래 그렇게 좋아해? 뭐 장학금? 아니지, 막학긴데 무슨 장학금이야."

"있어, 그런 게. "


언젠가 김인성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한참을 과사에서 실랑이를 하다가, 안되는 줄 알고 떨었다던 그게,

나랑 같이 수업을 들으려고 이미 들었던 과목을 청강으로라도 듣게 해달라고 했던 거야?

그것도 졸업 앞두고 그런 바보짓을 해서라도 나랑 같이 학교 다니려고?


그때, 조교님이 들어왔고 얄미운 그 동기는 내 앞에서 들으란 듯이 조교님께 김인성의 계절 수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 인성이가 하도 부탁해서 겨우 해주긴 했는데. 졸업 앞두고 사서 고생을 왜 하는지."


나는 내 볼일도 잊은 채 과사를 박차고 나섰다.

분명 아까 과사 앞에서 마주쳤으니까 아직 학교에 있을 게 분명했다.

달려가면서 급하게 핸드폰을 열어 김인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발, 받아라, 제발. 아직 학교에 있어야 하는데.


- "어, 무슨 일이야?"

"어디야."

- "응?"

"만나. 만나서 물어볼 거 있어."


어쩌면 김인성을 향한 내 마음이 일방적인 게 아니라, 쌍방향일 수도 있으리라는 그 믿음.

설마 아닐거라며 덮어왔던 상상이 혹시 현실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 희망 하나만으로

나는 김인성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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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기다렸어요! 와 오늘 제대로 심쿵ㅠㅠ 이번화도 잘 보고 가요~~!
3년 전
독자2
홀ㄹㄹㄹ리 드디어 ㅠㅠ
3년 전
독자3
헉 선생님 와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 린쏭ㅠㅠㅠ
3년 전
독자4
와ㅜㅜㅜ작가님 진짜 너무 설레고ㅜㅜ너무좋아요
3년 전
독자5
작가님 글 너무 재밌어요ㅎㅎ!!!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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