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구준회는 지금 걔랑 간거고?"
"어.."
"흠,"
"야 김지원.. 진짜 구준회 불쌍해서 어떡해.."
"뭐가 불쌍해"
뭐긴 뭐겠어, 구준회가 누구한테 막 마음을 열어주는 얘도 아니고, 이제서야 좀 마음에 드는 여자애가 자기를 그런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니 구준회 상황이 얼마나 불쌍해.
"말해"
"어?"
"구준회한테 가서 말하라고"
"뭘?"
"니가 들은 모든거"
꽤나 단호한 눈빛으로 나에게 일러두는 김지원의 모습에 순간 흠칫했다. 곧 이내 정신을 차리고,
"믿어야 말이지.."
"구준회가 널 그렇게 못 믿겠어?"
"어?"
"마음에 드는 여자애가 생겼다고 너보다 그 여자가 먼저겠냐고"
"..."
"뭐 순서로 누가먼저다 누가먼저다 이러는거 꽤나 유치할수있는데"
"..."
"너가 구준회와 했던 시간들에대해서 의미를 두고 소중해하는것 처럼 구준회도 너랑 했던 시간들이 소중하고 의미있을거야"
김지원이 진지한 눈빛으로 주저리주저리 말을 놓는것을 무슨소리인가 싶어 쳐다보고있자
"구준회는 너 믿을거라고"
*
'못믿는거같으면 걍 나한테 데리고와 그새낀 한대 맞아야 정신차려'
김지원과 이야기해 얻은 결론은 이거였다. 내가 믿는만큼 구준회도 나를 믿을거야. 어찌됐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구준회에게 진실을 전해주는 일 뿐이였다. 혹여나 구준회가 내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계속 구준회에게 진실을 전할거다.
믿을때까지.
"근데 뭐라고 말하냐고..."
늘 시작이 문제였다. 말의 시작은 어떻게해야했으며 내 말을 듣고난후 구준회의 감정들을 생각하면 말을 꺼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진짜 구준회도 왜 그런애를.."
고민이 깊어지다보면 원망하는건 늘 구준회였다. 하지만 늘 끝으로 걱정하는것도 구준회였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나에게 구준회는.
하나하나 생각하고 걱정하다보니 정말 끝도없고 머리도 터질거같고 복잡스러웠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정류장에 앉아 싸늘한 9월달 밤바람에 머리라도 식힐겸 눈을 감았다. 조금이라도 괜찮아 질려나싶어서, 아 구준회는 집에 있을려나. 아까 걔랑 갔으니까 집에들어갔겠지, 참 팔자 좋은놈. 누구는 자기 걱정에 이렇게 머리 아픈줄도 모르지.
"뭐하냐"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뜨고 위를 바라보니
"빨리 집에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뭐해"
어김없는 니가 있었다.
"김지원이 안 데려다줬어?"
"김지원? 걘 자기집으로 갔지"
"혼자온거야?"
"큰 사거리부턴"
"전화는 왜 안 받아"
"전화했었어? 못들었어"
나를 밑에서 바라보는 구준회는 곧이어 내팔을 잡으며 '집에가자'라며 말하였다. 나는 잡힌 팔을 멍하니 바라보다 일어나 너와 나란히 서서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잔잔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속에서도 너에게 전할말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야자는 어땠냐?"
"아 몰라 머리 안 돌아가서"
"그래, 오래동안 작동을 멈춘 머리가 쉽게 돌아가겠냐"
"지랄, 첫날이라서 적응하느라 그런거거든"
"그래, 근데 문제는 인생에서 반이 적응이잖아 넌"
너와의 익숙한 분위기에 결국 나는 또 내일로 미루고말겠지,
"근데 말이야"
"어?"
"니동생 몇살이지? 초6인가"
"병신이야? 니동생이랑 동갑이거든"
갑자기 내 동생 나이를 묻는 구준회가 의아해졌지만 이내 곧 저새끼는 병신이라는걸 깨달았다. 몇년동안 봐온 친구동생이자 자기 동생친구인데, 한심하다 못해 저런 머리로 어떻게 대학까지 갔나싶다.
"그럼 중2이겠네"
"한참 싸가지없을때지"
"뭐가?"
혼자 중얼중얼 말하는 구준회한테 뭐냐고 묻자 아무것도 아니라며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구준회를 의아하게 바라보자.
"누나를 닮은건가.."
라며 왠지 모를 기분나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구준회다. 뭐냐고 따지고 들려고하자 곧이어 엘레베이터가 도착했고 결국 우리는 잘 들어가라는 인사와 함께 우리는 각자의 집에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어~ 수고했어~"
수고했다는 엄마의 말에 짧게 대답을 하고 거실을 지나쳐 내방으로 들어가려고하는데,
"준회형이 만났어?"
"엉"
.거실에 티비를 보던 동생의 물음에 짧게 대답했다. 아니, 잠깐만 구준회를 만나고왔는지 어떻게 아냐고 동생에게 묻자.
"준회형 울 집 왔다갔었는데"
"왜?"
"몰라? 그냥 누나 어디있냐고 묻고만 갔어"
"나?"
"아 그리고 일찍좀 다녀"
"바로왔는데?"
"바로오긴 지금 12시가 넘어간다 12시가"
빨랑 씻고 자! 라고 훈계아닌 훈계를 하는 동생을 멍하니 바라보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니 구준회가 날 찾으러왔다고?
나한테 할 말이 있나?
*
(1시간전 여주 동생)
특별한거 없는 날, 단지 누나가 야자를 시작해 집이 조용한것 빼고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나도 늘 하던데로 거실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는데 띵동하며 초인종이 울리고 대신나가보라는 엄마의 말에 귀찮다는듯 괜히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난 중2니까.
"어 형"
"문 좀 열어봐"
통성명도 없이 문부터 열어보라는 형의말에 문을 열어줬다. 역시 싸가지없는건 김여주랑 똑같네.
"김여주있냐?"
"누나? 없는데"
"안 왔다고?"
"누나 오늘부터 야자하는데"
"아 그건 아는데 지금 안 왔냐고"
"곧 오겠지 뭐"
누나가 어디있음에 대해 꼬치꼬치캐묻는 형이 귀찮아져 곧 있으면 오겠지라고 대충 대답해 주고 소파에 앉아 보던 티비를 계속 보기시작했다.
"야 새끼야 너는 누나가 이시간까지 안 왔는데 티비가 보이냐?"
"아 뭔 걔가 뭐 잡혀가기라도하겠어?"
"야 너는 누나한테 걔가 뭐냐 싸가지없는놈아"
"아 오늘은 왜 난리야.."
신발신으러 현관문으로 향하는 형은 나에게 지금 당장 누나에게 전화를 해보라며 나에게 충고를했으며, 신발을 다신은 형은
"야 너 니누나한테 전화해봐라"
"누나찾으러가?"
"아니 야 전화하지마 내가 하게"
"아 뭐야 이랬다가 저랬다가"
"야 간다"
"아 형! 형! 전화하라고?"
"하지마 새끼야!"
이라며 알수없는 말들만 남겨놓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역시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저형도 정상은 아닌거같아
*
"미친년 넌 그걸 듣고만 있었냐?"
"그럼 어떻게 거기서 내가 뭐라고 해"
"뭐라고하긴 따져야지!"
"내가 따질입장이야?"
"그럼 니가 따질입장이지 누가 따질입장인데?"
어제있던 일들을 친구에게 해주니 나보고 고구마 백개먹은것 처럼 답답하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쳤었다. 나도 안다 내가 많이 답답한거 하지만 어쩌겠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이런것뿐인데.
그래도 말이야 그 전에
"그래서 결론은 그년말처럼 닥치고 있을려고?"
"아니 김지원이 구준회한테 말하래"
"현명한 조언을 해줬네 김지원이"
"근데 말이야. 그전에"
"어?"
해야할 일이 있어.
"그래서 니 말은 내입으로 구준회한테 사과하라고?"
"어"
"왜?"
"그야.."
"난 잘못한게 없는데?"
"뭐?"
"지금 내가 양다리걸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준회랑 사귀는것도 아니잖아"
"..."
"뭐 만약에 구준회가 날 좋아한다면 그건 구준회한테 가서 따져 왜 여기까지와서 난리야. 그리고 너 약간 나한테 경쟁심 뭐 이딴거 느끼나 본데 니가 능력이 없어서 구준회 못 꼬신걸 왜 나한테 지랄이냐고."
"..."
"니가 오랫동안 구준회와 친구사이였던걸 탓 해 병신같이 엄한데다 지랄하지말고"
여자아이의 말들이 하나같이 가슴속에 콕콕 박힌다. 틀림말이 하나도없었다. 나는 여자애에게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질투와시기를 느꼈으며 경쟁심을 느꼈다. 내가 받을수없는 구준회의 눈빛을 받는것에대해 질투와시기를 했으며, 혹시 우리둘사이가 발전할지도 모른다는 나의 망상들로 여자아이와 혼자서 경쟁을 하며 싸웠더라지,
아무런 관중도 상대방도 없는 이 싸움판에서 나는 혼자서 열심히 경쟁을했었다.
"니가 나한테 구준회한테 말할 기회를 주는거라고?"
"..."
"참.. 어이가.."
골똘히 생각을 하는것 같았던 여자아이는 살짝 입꼬리를 웃기시작하더니 내게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와 조용히 속삭이기 시작했다.
"저기 그럼 내기하나 할래?"
"..."
"구준회 걸고"
"..."
"내가 구준회를 사귈수있을지 없을지"
"..."
"재미있을거 같지않아?"
꽃에물을주네 / 쥬녜 / 기묭 / 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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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