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6
"말 못해? 누구."
"... 앞으로 나 없는 곳에 함부로 나돌아 다니지 마요."
"..... 네."
"여기 우리 살던 데 아니에요. 알고 있잖아요."
"......"
"돌려보내줄게요. 돌려보내줄테니까, 걱정말고 돌아갈 그 때까지."
"....."
"나만 보고 따라다녀요."
그래 안다고, 이해한다고 그 말 다.
그럼 지가 나 좀 데리고 다니던가. 그것도 아니면서 무슨-
"......!"
"문은 끝까지 닫아야지."
속으로 김지원 그 사람을 욕보고 있을 때 쯤, 그가 성큼 이 쪽으로 다가오더니 내 뒤 쪽으로 손을 뻗어 살짝 열려있던 문을 닫았다. 확 가까워진 것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가 다시 떨어지고, 더 가까워진 탓에 이젠 그의 가슴팍밖엔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위에서 부터 들리는 그의 목소리.
"보니까 말 못하는 것 같은데."
"......"
아... 아?
아니 나 말 못하지는 않는-
"내가 묻는 말에 고개 끄덕이거나 고개 젓기만 해. 알겠지."
알겠지. 하며 무릎을 굽혀 내 키에 맞추는 것에, '나 말할 수 있거든요?!' 하려던걸 그만 두었다. 알겠어, 모르겠어. 이어진 물음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 뭐 얼마나 대단한 질문이겠냐. 그냥 모르면 모른다, 알면 안다 하고 고개만 까딱이면 되는건데. 입만 안털면 되지 뭐.
"눈 작고, 각진 턱에, 머리는 이렇게 올렸고. 이 사람 본 적 있어, 없어."
눈 작고,
각진 턱,
머리 올리고,
머리 올리고라면,
"어젯밤에, 이상한 옷입고. 세자빈궁 갔던. 그 자 본 적 있냐고."
이상한 옷...
김지원 말하는거냐 설마?
"모르는가보네. 됐다, 그럼."
"......"
어느정도, 아니, 완전하게 확신이 들었다. 지금 저 사람이 찾고 있는 자가 김지원이라는걸. 뭐야, 나만 걸린 것도 아니였네. 지도 걸렸으면서.
"혹시 그런 사람보면-"
"......."
"-내 방으로 와. 알겠지."
아니, 난 너가 누군지도 모르고요... 너 방도 모르고요...... 그니까, 나는...
"간다, 그럼."
간다며 내 머리 위에 손을 얹은 그에 놀라 올려다보니, 날보며 피식 웃는다. 그가 문고리를 열고 나갈 때까지 그 자리에 멍하니 있다, 조심스레 아까 그가 올렸던 내 머리를 만지작 거렸다.
뭐냐, 방금. 뭐가.. 지나간거냐.
2916
"1700년대로부터 연락왔거든, 김지원한테-."
"연락이 오다뇨. 1700년대에서 어떻게 ..."
"걔가 괜히 천재겠냐."
"... 김지원. ..."
동혁은 혼자 남겨진 사무실 안에서 J에게 받은 메모리칩 겉표면만 만지작거렸다. 김지원. 한달 전 타임리프 1팀으로 들어온 천재라고 소문난 사람이였다. 같은 한국인이라 말 좀 붙여보려하면, 그 차가운 얼굴에 선뜻 다가서지를 못했다. 얼마 안있어 그가 타임리프 시험사용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선 걱정반 기대반이였는데. 떠난 곳이 조선이라니, 그것도 1700년대.
[2916-1700 (1)]
J가 말한 어젯밤 왔다던 메세지로 모이는 파일을 눌렀다. 그러자 나오는 문서 내용에는, 짧지만 명확한 글이 있었다.
[2년 전 타임리프 3팀. 구준회.]
"그 메모리칩에-"
"-너가 말도 안된다고 한 얘기 다 들어있다."
"....... 말도 안돼."
사실.. 이였다는거야?
.
.
.
.
.
한달 전
"다들 어디로 가요?"
"난 2000년대 초반!"
"나는 1900년대?"
"저는 2500년대 쯤."
타임리프 시험 사용 기회 제공이라는 공지를 받고 타임리프 1팀은 물론, 2팀, 3팀까지 들뜬 분위기에 휩싸였다. 자기들끼리 어딜갈까, 어디로 가야할까로 이야기 꽃을 피우던 도중, 일제히 들어온지 얼마 안된 지원에게로 직원들에 눈길이 몰렸다.
"지원씨는 어디가요?"
"저요?"
"응. 지원씨는 어디가요?"
반짝이는 금발 머리의 여직원이 지원을 보며 묻자, 지원은 읽고 있던 책을 덮고는 모르겠다며 어깨만 으쓱였다. 모르겠어요, 어디갈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사무실에서 나온 지원은 곧바로 옆 사무실에서 나온 J와 마주쳤다. 아, 안녕하세요. J가 먼저 인사하자, 지원도 미소만 지어보이며 화답했다. 지원의 얼굴을 보고 있던 J가 시선을 뺏긴건 바로 지원이 들고 있던 책이였다. [세자 행방불명 사건]. 얼마 전 출간된 책이였다.
"어, 그 책."
"..... 아- 이거요?"
"구하기 힘들다던데."
"어쩌다보니 구했네요."
지원 특유의 눈이 휘어질듯 웃는 모습을 보던 J가 그렇게 차가운 놈은 아니겠거니, 하며 사내카페로 그를 데려갔다. 지원도 순순히 그를 따랐다.
"어디 갈건지는 정했어요?"
"... 어, 뭐."
"안정했어요? 좋은 기회인데 잘 생각해봐요. 어, 나왔다. 가져올게요."
주문시킨 커피 두 잔이 나오고, J가 가져오자마자 지원이 바로 운을 뗐다.
"저, 조선 생각하고 있어요."
"........ 조선?"
"네, 조선."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J가 놀란듯 지원을 쳐다봤다. 지원은 그에 아무렇지 않은듯 웃어보였다. 이거 때문에요. 지원이 J 앞으로 들고 있던 책을 들이밀었다. [세자 행방불명 사건]. J는 설마설마하며 지원에게 물었다.
"설마, 정말 사실인지 확인하려-"
"-네, 맞아요. 궁금하잖아요."
"... 아, 아니. 이건 소설에 불과한데."
"제가 다 찾아봤어요. 허구는 아닌 것 같아요. 어느 정도 픽션만 가미된거지, 아예 없던 일은 아니더라고요."
"아니 그래도..."
"2년 전에, 타임리프 3팀에서 사고쳤었다면서요."
"......"
"그 사고친 사람,"
지원이 앞에 놓인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보기엔 그 사람 같아요, 한국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구준회, 그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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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요대전!!♡ 신납니다 신나요
생방 가시는 분들 부럽슴다ㅠㅠ 아 나도 가고싶다 흙.
♡오늘도 감사합니다♡
암호닉 (암호닉은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바나나킥 / 김밥빈 / 초록프글 / 뿌득 / 부끄럼 / 준회가 사랑을 준회 / ★지나니★ / 기묭 / 핫초코 / 쪼매 / 한빈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