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괴롭혔던 변백현
3
W. 백빠
‘내일보자, 한에리.’
변백현이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에 털썩 앉아버리는 와중에도 나는 그 말을 되새겼다. 내일보자, 한에리. 변백현은 나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때의 한에리를 알아보고야만 것이다. 너는 나를 언제부터 알아보았으며 또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나를 마주할 수 있었을까.
약간의 틈을 두고 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구회장과 변백현을 입구까지 마중하고 돌아온 매니저였다.
“너 아직도 여기 앉아서 뭐해?”
“…….”
나 이제 여기 그만 둬야 할 것 같아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고 올라왔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진 못했다. 매니저는 구회장이 아까 나가기 전 테이블 위에 두고 간 팁을 집어 들었다. 백만원 정 수표 세장. 매니저는 그 중 한 장을 제 주머니에 찔러 넣고 두 장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힘없는 손길로 수표를 받고 다른 손에 꼭 쥐고 있었던 명함을 매니저에게 내밀었다. 매니저는 조금 구깃해진 명함을 반듯하게 펴 읽었다.
“대한…그룹 대한미디어 부…사장 변백현?”
매니저는 회사 이름과 직함을 읽을 때 잠시 머뭇거렸다. 그 명함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는 매니저. 놀란 표정이 가관이다.
“거 봐, 내가 뭐랬어. 무조건 재벌이랬지!”
“……그러게요.”
“이건 무조건 단골로 잡아야돼. 무조건!”
“…….”
“내일도 온다며? 내일 그냥 니 손님으로 잡아버려. 응?”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매니저를 지나쳐 대기실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고는 도망치듯 집으로 향했다. 내 손에 쥐고있던 수표를 지갑에 넣었는지 아니면 어디다 흘렸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오로지 선명한건 변백현의 얼굴 뿐이었다.
“……푸하!”
차가운 물을 가득 채운 세면대에 얼굴을 박았다. 두 눈 앞에 아른거리는 변백현을 잊기 위함이었지만 끝내 그 얼굴을 지우지 못한 채 숨이 막혀 얼굴을 수면 위로 들어야했다. 세면대 위 거울에 비추는 내 얼굴을 보았다. 쪽팔렸다. 변백현이 내가 그때의 한에리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느낀 감정은 그거였다. 네게 미안하고, 사과하고 싶고, 용서를 바라는 마음보다 먼저였던건 수치스러움, 굴욕감 그리고 쪽팔림이었다.
너는 그때와는 달랐고 범접할 수 조차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어쩌면 그때도 그런 사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너는 성공한 사람이 됐고 나는 변함없이 한심했다. 이런 나를 누구에게라도 들키고 싶지 않지만 더욱이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들켜버린 것이 나는 너무나 쪽팔렸다. 변백현에게 여전한 것이 있다면 그건 나를 바라보는 눈빛. 날 깔아뭉개는 듯한 예전의 그 눈빛 하나 뿐이었다.
물기가 뚝뚝 흐르는 온 몸을 수건으로 닦고는 까칠한 가운을 위에 걸쳤다. 창가로 가 담배 한개피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집어들었다. 불을 붙인 담배가 오늘따라 고약하게 느껴졌다. 창문을 열었지만 담배 연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계속 내 곁에 머물렀다. 씻는 내내 날 옭아맸던 창피함이 어느정도 가시자 몰려오는 건 또 다시 죄책감이었다. 지금까지 변백현을 대표삼아 과거를 반성하고 죄책감을 느껴왔는데, 물론 다신 변백현을 만나지 못할거라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었고, 그런데 그 피사체가 내 눈 앞에 나타나니 나는 어떻게 해야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너가 그렇게도 잘난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날 안심시켜주었다. 그래도 나는 내일 네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내일은 형의 생일파티를 한다고 했으니 여러명이 방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개인적인 얘기를 하기엔 어려울 것이고, 단 둘이 얘기하기도 애매한 분위기 일 것이고, 변백현은 내게 별 다른 말을 걸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만약 내게 옛날의 말을 꺼낸다면…? 생각도 하기 싫었다. 결국 나는 아침 열시가 되어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한나야, 이따 열한시에 육번방. 변백현 예약이야.”
“육번방이요? 거기 작은 룸이잖아.”
“응. 둘인데 작은 방 쓰면 어때서?”
“둘이라뇨, 오늘 형 생일이라고 파티한다고 했는데. ”
매니저는 의아한 얼굴로 날 보다가 예약 캘린더를 뒤적였다. 오늘 날짜를 한번 보고는 무언가를 기억 해내는 듯 눈알을 움직이다 내게 말했다.
“변백현 비서가 작은 방으로, 방음처리 잘 되는 방으로 해달라고 했어. 맞아, 육번방.”
“…….”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동시에 11시가 절대로 오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그러나 어김없이 11시는 오고야 말았다. 6번 룸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무거웠다. 워낙 비밀유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게라 유독 방과 방 사이가 멀었는데 6번 룸은 다른 방들과 가장 사이가 먼 방이었다. 복도 안 쪽 구석에 박혀있었으며 제일 조용한 방이기도 했다. 6번 룸으로 가는 복도에 또각거리는 내 구두소리가 울려퍼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렇게 작지는 않지만 아늑한 듯한 방이 나를 반겼다. 푹신한 소파 위에 앉아 옷 매무새를 다시한번 가다듬고 머리를 정리했다. 조금이라도 덜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내 발버둥일지도.
11시가 넘었고, 변백현은 오지 않았다. 이대로 영원히 늦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계 시침의 똑딱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야말로 침묵만으로 가득찬 이 방에 내 불안정한 숨소리만 흘렀다. 그러다가 문고리가 돌려졌다. 딸칵. 문고리가 돌려지고, 문이 열리는 그 짧은 찰나가 내겐 슬로우모션처럼 길게 느껴졌다.
마침내 문이 열렸고 그곳엔 가차 없이 변백현이 서있었다.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변백현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얌전히 앉아있는 날 보며 인사를 건냈다.
“안녕.”
“……안녕.”
어제를 제외하면, 8년만에 섞어보는 말이었다. 8년만의 만남은 생각보다 미적지근했고,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네가 내가 앉아있는 이 방으로 들어와 인사를 하고 뭐라고 입을 여는 것까지 수십번의 시뮬레이션을 해보았지만 그건 전혀 소용없는 일이었다는 걸 깨달은 이유는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전혀 새로운 것이기 때문일 터였다. 그러나 형용할 수 없는, 강렬한 익숙함이 맴돌기도 했다.
“생일파티… 한다고 하지 않았어?”
내 질문에 변백현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보다가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영문 모를 내 얼굴에 그는 말했다.
“아직도 순진하네, 넌.”
“…….”
“그걸 믿었어?”
만난지 몇 분도 채 되지않아 벌써 팔뚝에 소름이 돋아버렸다. 변백현은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고서 왔다는거였다. 형의 생일파티가 아닌 오로지 나를 만나기 위해. 어쩐지 어제 그렇게까지 태연할수는 없다 싶었어. 변백현은 내 옆으로 걸어와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등받이에 편히 기댄 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드디어 찾았네. 어디에 숨어있나 했더니.”
”...딱히 숨어있으려고 했던건 아냐.”
”너 찾기 더럽게 힘들더라. 덕분에 동창회까지 나가보고.”
“동창회?”
고등학교 2학년 때 전학온 변백현은 2학년이 끝나기 3일 전 미국을 유학을 가버렸다. 말했듯 변백현은 친구가 없었고 어찌보면 나와 변백현이 구축한 둘만의 특이한 세계에 누구도 들어오지 못했다는 말이 더 알맞겠지만 뭐든간에 우리 학교에서 변백현을 기억하는 사람은 학생과 선생 모두를 통틀어 나 뿐일 것이다. 혹여나 누군가 기억하더라도 지금의 변백현을 보고 그때의 변백현을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고.
그런 변백현이 동창회를 나갔었다는 건 나를 찾는 것에 꽤 의미를 두고 있었다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다는 건 어떻게 알게 된거야?”
“전국을 다 뒤졌지. 내가 찾는 한에리가 어디있나.”
“……왜 날 그렇게 찾았는데?”
만약 너가 날 찾은 목적이, 과거에 너를 짓밟았던 사람들을 찾아가 쪽팔림과 더불어 죄책감을 확실히 안겨주려는거면, 완벽히 성공적이라고 말해줄 참이었다. 무슨 말이 네 입에서 나올까, 내 입이 바싹 말라왔다. 나는 앞에 세팅되어있는 위스키를 따 벌컥벌컥 마시고 싶었지만, 대신 그 옆 물컵을 들어 입술을 축였다. 그때 변백현은 말했다.
“그냥. 보고 싶어서.”
“…….”
“넌 나 안보고 싶었어?”
안 보고싶었을리는 없는데, 라고 변백현은 작게 덧붙였다. 나는 물컵을 떨어트릴 뻔 했다.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운이 좋다면 너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려고 정도의 신사적인 대답일테고 운이 나쁘다면 너 그때를 벌써 잊은거니? 따위로 시작하는 역겨운 말일 줄 알았다. ‘보고 싶다’라는 단어가 들어간 로맨틱한 대답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변백현에게 나도 그랬어, 라고 대답해줘야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지만 8년간 문득문득 아니 혹은 자주 네가 생각난 것을 보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도 가끔 생각 났어.”
“가끔?”
넌 마치, 나를 그렇게 못살게 굴어놓고 겨우 가끔? 이라고 되묻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급하게 덧붙였다. “아니, 많이.” 변백현은 내 말에 웃었다. 내가 변한걸까, 변백현이 변한걸까. 아니면 둘 다 너무 많이 변해버린걸까. 우리는 고등학생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아니, 변백현은 변한 것이 아니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일지도 몰랐다. 너는 알고보니 이런 사람이었는데 내가 몰랐을 뿐이었다. 그래, 나는 변백현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변백현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을것이다.
“겨우 내가 보고싶어서 그렇게 날 힘들게 찾은거야?”
“그것뿐은 아니지.”
“그럼 대체 왜…?”
“맞춰봐, 니가.”
그 순간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이유는 단 한가지 밖에 없었다. 내가 너를 괴롭혔다는 이유 하나. 숨이 턱 막혔다. 정신이 순간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걸 내 입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억지로 띄우고 있었던 억지미소 마저도 딱딱히 굳어지고 있었다.
“글…쎄, 잘 모르겠어.”
“진짜 몰라?”
알면서 왜 답을 안해? 네 눈빛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변백현은 팔짱을 끼고 여전히 등을 기댄 채, 잔뜩 당황한 내 얼굴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날 뚫어지게 바라보는 저 나른한 눈빛은 무언의 압박같기도 했다. 이제 어떻게 깔아뭉갤까 고민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고. 변백현은 뭐라고 말해야할지 어쩔 줄 모르는 날 바라보다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좋아했었어.”
“……뭐?”
“내 첫사랑이 너라고.”
……. 나는 내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되물었지만 변백현은 깔끔히 대답했다. 내 첫사랑이 너라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여느 때보다 강한 굴욕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의 매일을 어떻게 하면 변백현이란 애를 짓밟을까? 라는 생각으로 보냈고 덕분에 나는 내 한심한 과거를 떠올리려하면 변백현, 너부터 떠올랐다. 그때의 너에게 미안했고 민망하고 쪽팔렸기에 나는 나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려야했다. 내가 이렇게 사는 이유도 고등학교 시절을 그따위로 보냈음에 있다고 치부해버렸고 지난 8년을 죄책감에 살았다. 너는 지금 그렇게 살아온 나에게 그때의 나를 좋아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것도 재벌가라는 앞머리를 달고.
망치로 머리를 정통으로 때려맞은 듯 뇌 한켠이 얼얼해져왔다.
“나 고백까지 했었는데, 마지막 날에.”
니가 나한테 고백을 했다고? 마지막 날에…? 마지막 날은 2학년이 끝나기 3일 전이었고 별안간 변백현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눴던 체육시간 교실이 생각났다. 그때 너가 “나는 너 좋은데.”라고 말한 것이 불쑥 기억났다. 그게 진짜 네 사랑고백인 줄 알았다면 난 그 자리에서 네 정강이를 발로 깠을 터였다. 첫사랑 따위의 단어을 변백현과 주고받자니 차라리 날 주먹으로 몇 대 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 안나. 너무 옛날 일이라서.”
“거짓말 못하는 것도 여전하네.”
“…….”
”기억 다 나잖아, 너.”
말했다시피 변백현은 나를 잘 알았다. 이 상황이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변백현은 웃고 싶어 죽겠는 걸 참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건 또 다른 복수의 일종이 분명했다. 내 상상을 넘는, 예상 외의. 백현의 얼굴 위로 고등학생 때의 그 얼굴이 겹쳐졌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때와 변백현이 기억하고 있는 그때는 다른걸까? 같다면 나를 절대로 좋아할 수 없을텐데, 왜, 어째서, 너는.
나는 말도 안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몰라 더듬거리며 물을 뿐이었다.
“그래서 니가… 날 그렇게 찾았던거야? 그냥 네 첫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니, 확인하고 싶었어.”
“뭘?”
“미국에 간 뒤부터 팔년이 지난 지금까지, 심지어 어제까지도 내 머릿 속엔 니가 끊임없이 생각나고 있는데, “
“…….”
“그게 니가 내 첫사랑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
네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을 짓누른다. 나는 차마 변백현을 마주볼 수 없어 고개를 아래로 숙여버렸다. “아니면,”하고 말이 끊겼고 우리 둘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정수리가 뜨거운게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이 살짝 떨려왔다. 내 시선은 무릎 위에 바싹 고정됐지만 귀를 포함한 모든 신경은 변백현에게 가있었다. 다음에 나올 말이 듣고 싶지 않았지만 듣고싶었다. 아니면……?
“내가 아직도 널 좋아하고 있는건지.”
고개를 들어 변백현을 보았다. 멍한 얼굴로 보았으니 어쩌면 입을 조금 벌리고 있었는지도.
“부사장님, 그때 말씀하신 자료 찾아왔습니다.”
뒷좌석에 고개를 젖힌 채 눈을 감고 앉아있던 백현은 그 말에 잠시 눈을 떴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윤비서는 노랑색의 파일을 하나 뒤로 내밀었다. 백현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어떤 자료.”
“그…한에리라는 분 행적이요.”
백현은 한에리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윤비서의 손에서 파일을 낚아채듯 가져갔다. 백현이 파일을 펼치자 그녀의 이름과 함께 주민등록번호, 가족등본, 현주소, 학력 따위들이 쓰여진 표가 있었다. 주민등록번호의 앞 두자리가 자신의 연생과 같은 점 그리고 학력 칸에 ‘풍화고 졸업’이 쓰여있는 점은 백현이 찾는 그녀가 이 한에리와 동일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백현은 위부터 천천히 아래로 훑어내려갔다. 대학은 가지 못했던 건지 학력 칸에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직업으로 눈을 돌리자 몇 개의 아르바이트 경력이 나열 되어있고 가장 아래에는 ‘확인 불명의 술집 근무’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확인 불명의 술집 근무?”
“예. 재벌가나 법조인, 연예인 같은 S급만 상대하는 최고급 술집인데, 자세한 정보는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거기서 몸을 판다고?”
“몸을 판다기 보단, 술친구를 해준다는 말이 더 알맞기는 합니다만…….”
윤비서는 확실하지 않다는 말투로 끝을 얼버무렸다. 백현은 저도 모르게 그녀가 교복을 입은 채 다른 남자 밑에 깔려 울고 있는 얼굴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2학년 이후로 본 적이 없으니 그 어린 얼굴 그대로. 변백현은 씨발,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술집 근무라니. 뭐, 솔직히 그녀가 어디 번듯한 대학을 졸업해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하고 있다던가,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하며 근근히 살고 있을거라 예상 했었다. 그래도 그때의 그녀는 인생을 포기하고 막 나가는 부류에 속해있었지만 겁도 은근 많았고 순진하고 순수한 면이 있었기에 바닥 아래에 깔려있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백현이 마주한 그녀는 바닥에 있었다. 그렇게 내 위에 올라서보려 발버둥 치던 너는.
아마 분명히 어떤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아니, 존재 해야만 했다. 그래, 술집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대체 확인 불명은 무슨 말인걸까. 무슨 술집이길래 확인 불명이라는 말까지 갖다 붙인걸까. 때 마침 비서가 백현의 눈치를 보다 설명을 덧붙였다.
“그 술집은 철저히 지인소개로만 이뤄지는 예약제 시스템이라 가게 이름도 없고 위치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
“현주소에도 그녀가 아닌 어머니만 살고 계신걸로 확인 되서 찾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백현은 파일을 탁 덮고는 무심히 옆자리로 던졌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녀는 생각보다 너무 꼭꼭 숨어있었다. 머리카락 한올 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처음에는 당연히 동창회에 나올 줄 알고 나가보았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고 아무도 그녀에 대해 소식을 몰랐다. 그녀의 행적을 찾는데만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누구를 뒷조사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어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거의 두달여만에 찾은 그녀는 술집에서 일한단다. 그 사실만으로도 용납이 안가 죽겠는데 쉽게 만날 수도 없단다. 거창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그딴 일을 하는 주제에 말이다. 윤비서는 금방 화가 치밀어보이는 백현에 겁을 먹었다가도 슬금 입을 열었다.
“…저, 구회장님이 거길 다닌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구회장이?”
“네. 아마 구회장님 지인소개로 들어가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저녁 약속 잡아. 무조건 이번주 안으로.”
“네.”
누군가를 보기위해 이렇게까지 발버둥 쳐본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한에리, 그녀가 뭐라고. 그렇지만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심장이 빠르게 뛰어대기 시작했다.
백현이 그녀를 찾아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두 달전 부터였다.
고등학교 2학년,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올라타서야 백현은 그녀를 그토록 좋아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 전부터 심각하게 뛰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혹시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긴 했었지만 아니라고 치부해버렸었다. 그래, 어쩌면 그까짓 계집앤 미국으로 떠나면 널리고 널렸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을 가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그녀를 떠올리는 그리고 잊으려고 노력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나서야 백현은 인정해버렸다. 내가 그녀를 좋아했음을. 그리고 여전히 좋아하고 있음을.
왜 하필 떠나고 나서야 그녀가 첫사랑임을 안 것 일까. 처음엔 무던히도 힘들었다. 그러나 그건 시간에 무뎌져갔다. 1년, 2년,……8년. 8년이라는 세월 사이 백현은 좋아하는 여자가 몇 번이나 바뀌었고 꽤 많은 여자들과 교제를 하며 그녀의 얼굴은 가끔가다 문득 떠오르는 정도가 되었다. 백현은 그녀가 8년이라는 세월에 완벽히 무뎌진 줄 알았다.
그러나 작년, 아버지의 회사에 입사하려 한국에 들어오면서 백현은 거짓말처럼, 한국을 떠난 그날처럼, 그녀의 얼굴이 쉴 새 없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8년의 그녀가 교복을 입은 모습 그대로 백현의 눈 앞에 아른거렸다. 변백현 본인도 당황할만큼. 그 떨림은 지난 8년 간 수많은 여자와 교제하면서도 몇 번 느껴보지 못한 정도의 떨림이었다. 그럼 내가 아직도 그녀를, 첫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녀를 잊지 못했다고? 말도 안된다며 그 마음을 꾹꾹 누르며 참았지만 그 마음은 마치 스프링처럼 누르면 누를수록 더 폭발하려했다.
결국 백현은 궁금해졌다. 내가 왜 그녀가 이렇게 생각나는지, 왜 이렇게 그녀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지. 한국에 들어오고 한참이 되서야 변백현은 자신의 첫사랑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와 마주해 이 감정의 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한다. 그 생각에 백현은 기대에 차기 시작했다. 첫사랑은 어떻게 변해있을지, 나를 기억할지, 날 보면 어떤 말을 할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리고 나는 널 만났다. 그때의 얼굴보다 더 예쁜 얼굴을 하고, 전혀 예쁘지 않은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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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Oohyo) - UTO
암호닉 |
우리니니 삼김 찰거머리 상콤한레몬 레몬사탕 큥들큥들 순댕이 빛나는밤 야옹냐옹 쀼쀼 블루칵테일 한겨울밤 꽃이찬 큐이 버블티 증원 에이스에스 핫초코 곰국지색 복숭아 큐울 별다방커피 큥카프리오 올봉 말랑 센센 할렐루야 길피수 달로와요 라이또 호이호잇 알찬열매 끼룩끼룩 급똥 오렌지 복동 단이 동도롱딩딩 와대박 고사미 빵 산낙지 안나 구금 몽이 봄날같은백현 4랑둥이경수 고슈가 마요마 우주 우랴기 두둠두둠 슈로롱 이퓨 비바 클쓰마스 유라온 뿡뿡이용 융 큥큥큥 맙소사 백큥큥큥 차녈아난너뿐이야 에엑소오 지호 크러쉬온유 감자 여리 큥이랑슨이랑 김민석장326 쎄후냐 아도라 호빗 꾜미 뭉이 박변김장도오 돌하르방 박찬열치아세포 예찬 로카멜 움치킨 목욕가운 비쇼 0304ㅇㅈ 건포도 뿌뿌 버덕 널만난봄 백현아 지호 패러슛 거봉 버덕 에리나 콩콩 치킨첸 미세모 퓨어 아몬드 0616 갈치 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오늘은 포인트가 15P라서 놀라셨죠..? 회차를 거듭할수록 비싸지는 게 아니라 분량에 따라 포인트를 정하려구요. 오늘은 분량 길..지않았나요>0〈!--? 그렇다고해줘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여러분 행복한 2016년 되세요!(저와함께)(영원히)
초반에는 인물들 심리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으실거에요...점차 편이 전개되면서 심리상태도 함께! 전개된답니당 ㅎㅅㅎ
+암호닉은 최근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