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0, 니가 훔친거 아니야? "
" 뭐? 내가? "
" 니가 아니면 누군데? 오늘 점심시간에 교실에 있었던 사람, 너밖에 없잖아 "
" 야, 그렇다고 해서 그게 증거가 돼? "
정말 어이가 없어 뒤로 넘어질 뻔 했다. 상황은 이렇다. 성격이 워낙 지멋대로이고 이기적인 탓이라 중학교 때 부터 내가 유난히 싫어하던, 윤시연이라는 애가, 대체 어디에 슬 돈이였는지 정말 궁금한 5만원 짜리 지폐가 든 지갑을 글쎄, 점심시간에 도둑 맞았다고 한다. 근데 여기서 더 엿같은건, 그 도둑질의 범인이 바로 나라고 몰아가는 윤시연의 어처구니 없는 태도 였다. 사실 나는, 오늘 아침부터 배에서 천둥이 치는 것 마냥 내 온몸을 괴롭히는 생리통 때문에, 하루종일 수업도 제대로 못듣고, 이상태로 밥을 먹는 건 더 힘들 것같아 친구들에게는 너희들끼리 밥을 먹으라 한 뒤, 점심시간 내내 내 책상에 엎드려 쉬고 있었다. 그래, 물론 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는 이해가 돼, 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억울한게, 아무리 쟤가 싫어도, 그런 찌질하고 유치한 짓은 절대 하지않는 성격일 뿐더러, 일단 내 몸 상태가 도둑질을 함에 있어서 쉽게 따라줄 그런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였다. 아니 아픈것도 서러운데, 도둑으로 몰아가?
" 너 되게 억울한 표정이다? "
" 근데, 이게 진짜…! "
" 뒤에 이진기도 아무말 못하는 거 보니까, 진짜 너 도둑 맞나봐 "
" 뭐…? "
막막하다는게 이런 느낌인가. 절대 아니지만 딱히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를 내놓을수 없는 나와, 평소에 내가 안그래도 마음에 안들었는데 이때다 싶어 미끼를 확 물고 덤비는 윤시연, 그리고 그런 기세에 밀려 나를 점점 범인으로 의심하는 반아이들…모든 상황이 말그대로 좆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뭐 다른 애들이 나 의심하고 도둑으로 몰아가는 거 괜찮아, 근데 넌 그러면 안되지 이진기. 나를 업신여기는 듯한 표정으로 이진기를 걸고 넘어지는 윤시연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한숨에는, 정말 윤시연의 말대로, 내 쪽으로는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채 핸드폰만 내려다 보고있는 이진기의 모습에 대한 나의 자그마한 실망 한 스푼도 담겨져 있었다.
진기야. 야, 이진기.
속으로 수천번이고 이진기의 이름을 외쳤다.
" …야, 미친년아 너 뭐하는거야! "
" 봐봐, 맞지? 내가 뭐랬어 얘가 범인 이랬잖아 "
" 나 진짜…진짜 아니라고…! "
내가 이진기 때문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그 새를 못 참고 윤시연이 내 가방을 뒤졌나보다. 아, 시발. 뒤늦게 윤시연의 팔을 악착같이 붙잡으며 내 가방을 지켰지만, 아니나 다를까 분명 내 가방에서 나온 윤시연의 지갑을 내 두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자, 모든 것이 산산조각이 난 것처럼 어지럽고 두 다리에 힘도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나 진짜 아닌데…나 아니라고….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지갑을 내 앞에서 흔들어 보이는 윤시연 앞에서 몇번이고 중얼거렸다. 나 진짜 아니야…
" 쟤 도둑 아닌데 "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며 소리없이 울고만 있는데, 뒤에서 낮게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갑자기 정신이 확 드는 것만 같았다. 분명 이진기의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 보고싶었지만, 눈물로 범벅이 되어 버린 내 얼굴을 보여주기는 싫어서, 고개를 숙인 채 울음을 멈추려 애썼다.
" 무슨소리 하는 거야 너, 방금 못봤어? 쟤 가방에서 내 지갑나온거? "
" … "
" 너 지금 000 편드는거니? 꼴에 부랄친구라고? "
듣기에도 기분 나쁜 높은 톤으로 웃는 웃음이 영 듣기 거북했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 웃음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이진기가, 곧 깊은 한숨을 쉬더니 낮게 웃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웃음 말이다. 그 순간에 이 반 전체가 쎄 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얼굴 전체에 잔뜩 묻은 눈물을 교복 소매로 벅벅 닦아내고만 있는데, 언제 내옆으로 온건지 내 어깨를 감싸 안고 날 일으키던 이진기가 나만들리게 그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작게 얘기했다.
" 니가 뭘 잘못했다고 울어 "
" … "
" 배는 "
" …괜찮아 "
" …내 뒤에 서 "
" 나 봤는데 "
" ㅁ, 뭘? "
" 니가 얘 가방에 지갑 넣은거 "
" …ㅈ, 지금 뭔소리 하는거야 "
" 아니야? "
" … "
" 나 동영상도 찍었는데, 이런일 있을 까봐 "
" …ㄱ, 그 저기 진기야 "
" 사람 엿먹이는것도 정도껏 해야지 "
" … "
" 뭐해, 사과 안하고 "
교실 전체가 술렁거렸다. 이런식의 반전은 상상도 못한건지, 얼굴이 빨개진 채 입술만 물어 뜯는 꽤나 당황한 윤시연의 모습이 굉장히 좋은 볼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 아니라니까…두눈을 꼭 감았다. 괜한 안도감이 밀려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사과하라는 말에도 묵묵히 입만 다물던 윤시연이, 결국에는 나를 한번 째려보더니 자신의 가방을 챙기곤 잽싸게 교실을 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상황은 그제서야 드디어 종료되었다.
아찔 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아까는 의심해서 미안하다며 의미없는 사과를 건내는 반 아이들를 대충 받아주곤, 다음 5교시의 수업을 준비 하기위해 사물함 앞에 갔다.
" 아 진짜 심장 쫄리는 줄 알았네… "
" 이제 긴장 좀 풀어 "
" 아 깜짝이야 "
언제 옆으로 온거야. 혼잣말에 대답하지 말라니깐. 괜히 민망해져 책을 챙기는 이진기를 째려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등짝을 때리든, 니킥을 날리든 뭐든 했을 텐데…오늘은 딱히 그런 장난을 치고 싶지 않았다. 아까의 이진기가 너무 강렬했나…. 솔직히, 오늘 이진기 멋있었다. 리즈임.
" 뭐, 하고 싶은 말은 없고? "
" ㄸ, 딱히..? "
" … "
" …아, 진짜 부끄럽게…야, 고맙다 고마워! 아주 존나 고맙다! "
" 야 "
" 뭐!"
" 나 아까부터 말하고 싶었던 건데 "
" … "
" 난 처음부터 너 믿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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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국에 계신 시연님들 ㄷㅐ단히 죄송합니닼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이름이 생각이 안ㄴㅏ서..이걸로했어여..
그냥 부랄친구 빙산이를 끝까지 믿어주는 의리넘치는 남사친 진기가 보고싶어서 쪄봤어요..너무 똥손이죠? 알아요~♡
사실 중학생때 진짜 이런일이 있었는데 그게 갑자기 딱 생각이 나서 한번 대입해 보았답니다..여러분..전 항상 여러분들을 믿어요..(뜬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