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처 몰랐구나 ”
“ 내 백성들이 살고있는 이러한 풍경들을 말이다 ”
“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구나 ”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자리에 위치해 있는지, 그 어떤 것도 모르는 듯 해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나의 손을 잡고, 장터 이곳 저곳을 구경 시켜주는 걸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예상했던것보다 훨씬 더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다시 궁으로 돌아가는 길을 걸을수 있었다. 아직도 그 순수하고 티없이 맑은 웃음을 보여준 어린 아이들이 눈에 선하기만 하다. 내가 왕이라는 것을 알면 아마도 깜짝 놀랄 터이니…가벼운 웃음이 툭하고 던져졌다. 참으로 귀엽구나.
“ … ”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어느 때와 같이 궁에서 처럼 또다시 깊은 고민에 빠질수 밖에 없었다. 그 지금의 해맑은 미소들을 나중에도 내 손으로 꼭 지켜야 할 것을…도대체 어떻게 해야 내 백성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나라에서 살 수 있을까. 마음이 무겁다. 이 조선의 앞 날을 두손으로 꽉 잡고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만, 도무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 나가야 할지 난 정말 갈피를 못잡겠구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너는 그 큰 의미를 헤아릴수 있겠느냐?
“ 저 계집년 잡아라! ”
허허, 애꿎은 달에게 신세 한탄을 하면 무슨 답이 나오겠느냐. 탄식이 함께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조금 씩 피곤함에 눌러져 가는 내 몸을 다소 힘겹게 이끄며 걸어 갈 때 쯤, 문뜩, 앞 쪽에서 들려오는 꽤나 소란스러운 음성에 나는 걸음을 멈추곤 미간을 좁혔다. 이 야심한 시각에, 이 무슨 소란이란 말인가. 점점 더 선명해져 오는 음성에 몸을 앞쪽으로 기우니, 웬 소녀 하나가 무언가에 쫒기고 있는 것인지 허겁지겁 거친 숨을 내뱉으며 달려 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냘프고 여리여리한 소녀의 팔목을 꽉 붙잡고는, 곧 내 앞에 세웠다.
“ 왜그러는 것이냐 ”
“ 아니…저, 나으리…이것좀 놔주십시오 ”
“ 왜그러느냐 물었다 ”
내가 소녀와 실랑이 같지않은 실랑이를 부리고 있는 사이, 양반으로 보이는 듯한 한 남자가 술병을 든 채로 괴상한 소리를 내며 뛰어오다가 길 한가운데 서있는 나와 소녀의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술에 거하게 취한 것인지 제 걸음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저 양반의 모습이 참으로 기가 막히고 더러워 보이기까지 하여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옆에서, 내 손에 영문도 모른 채 팔목이 잡혀, 식은땀을 흘리며 나를 멀뚱멀뚱 올려다 보기만하는 소녀와, 이리저리 휘청 거리며 중심을 잡기 위해 애를 쓰는, 저 양반을 번갈아 쳐다보고만 있자니, 그제서야 이 상황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소녀에게만 들릴만큼, 불쑥 가까이 다가가 나지막히 속삭였다.
“ 저 자와, 무슨 관계인 것이냐 ”
“ 그게…아무런 사이도 아니옵니다. 오늘, 처음 본것입니다 ”
“ …저 자가 심히도 너를 마음에 들어 했나 보구나 ”
“ … ”
“ …참으로 어여쁜게, 그럴만 하기도 한 것 같고… ”
가까이서 살펴본 소녀의 얼굴은, 태어나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줄 만큼, 빼어나게 곱다고 생각했다. 아. 저도 모르게 내뱉어버린 듣기에도 낯간지러운 말 때문에 그런 것인지, 마치 붉은 꽃을 피워 내는 것 마냥, 얼굴 두 볼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소녀의 모습이 조금은 색정적일지 몰라도 심히 사랑스럽다 여겨졌다.
“ 저 자에게 험한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어리숙하게 행동하지 말거라 ”
“ …예? ”
소녀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 부인, 어찌 이리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들어오는 것 입니까 ”
“ ㅇ, 예? ”
“ 부인만 기다리다 이 목이 빠져버리는 줄만 알았습니다 ”
“ ㅇ, 아…그렇습니까? ”
“ 이 긴 밤은 더더욱 부인과 함께 보내고 싶은 지아비의 마음을, 어찌 이리 몰라주는 것 입니까 ”
“ … ”
“ 부끄러워 그러는 겁니까? ”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고 손을 꽉 맞잡으며 저 낯간지럽고 부끄러운 말들을, 그것도 능청스럽게 내던지는 상황이라니…소녀가 보기에는 참으로 요상한 광경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건 제 자신도 마찬가지였고. 마치 이 소녀의 진짜 지아비라도 되는 것 마냥 행동하는 내 모습이 심히 당황스럽고 어리둥절 한 것인지, 아까처럼 큰 소리는 내지 못하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저 양반때문에 몰래 미간을 좁혔다. 뭐하는 자식이란 말인가…듣기에도 거북한 상스러운 말들을 애써 속으로 삼키곤, 더 다정하게 소녀의 어깨를 꽉 끌어 안았다.
“ 근데 부인, 저 자는 누구입니까? ”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ㅇ, 아까부터 쫒아 오더라구요 ”
“ …무슨 구경이라도났느냐 ”
“ … ”
“ 썩 꺼지지 못하겠느냐 ”
이 골목이 떠나갈 정도로 큰 목소리와 함께 굳은 표정으로 으름장을 놓으니, 덜컥 겁이 나서 그런 건지, 자신이 들고 있던 술병이 떨어져 깨진것도 모른 채 그대로 뒤 돌아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양반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소녀의 어깨를 다소 꽉 안고 있었던 제 손을 조심스럽게 풀 수가 있었다. 머쓱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갑자기 제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촤르르 떠오르면서, 몸 전체가 화끈 거리는게 너무나도 창피한 나머지, 나오지도 않는 헛기침을 연달아 할 뿐이였다. 어떻게 해야만, 나와 소녀 사이를 맴돌고 있는 이 묘하고 어색한 기류를 저 멀리로 보내버릴 수 있는지 속으로, 끙끙 고민하다, 조십스럽게 내게 말을 걸어오는 소녀 때문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 저…정말 감사합니다 ”
“ … ”
“ 이 은혜 절대로 잊지않겠습ㄴ ”
“ 이름 ”
“ …? ”
나도 내가 참 이상했다.
“ 이름이 무엇이냐 ”
“ … ”
“ … ”
“ 소녀, 000이라 하옵니다 ”
참으로 그 두 입술에 봄을 머금은 것 같구나.
한글자 한글자 내뱉을 때 마다 꽃잎 하나 하나가 휘날리는 것 같으니 말이다.
“ 아마도 ”
“ … ”
“ 너를 다시 보려, 심히 애를 쓸것만 같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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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물은 처음이라 굉장히 어렵네여..ㅠㅠㅠㅠㅠㅠ근데 저거 호칭 나으리 저거 맞나..?ㅠㅠㅠㅠ이런 멍청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복잠행 (민생을 살피기 위해 평상복 차림으로 다니는 것) 중이였던 왕 김종현이 너무 아릅다고 예쁜 너를 만나 첫눈에..뿅...퐁당퐁당..러브..!...!
너를 도와주기 위해 지아비(남편)행세를 자처하죠..넘나 멋있는것..하지만 내 손은..사스가 똥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