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비지엠으로 틀어주세요! :) 위에 거 삭제하고 싶은데 안사라져요 ㅠㅠ속상하다...
"이번 휴가 나왔어?"
"날짜?"
"응."
"9월 둘째주? 였던 것 같은데."
"어디 갈거야?"
"아니? 갈 생각 없는데."
"가자."
"어딜."
"놀러."
"그니까 어딜."
"내가 비행기 표값이랑 다 낼테니까 갈래?"
"여러번 묻게 만들지마. 어디를 말하는거냐고!"
한국.
한국이라는 창균의 말에 여주는 창균과 맞추던 시선을 금새 거두고서 창 밖을 바라봤다. 쾌적한 봄날씨인 뉴욕의 9월, 사람들의 옷차림도 그만큼 산뜻했고, 그건 여주와 창균도 마찬가지였다. 창균은 여전히 여주를 쳐다본 채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서 여유롭게 다시금 물었다. 갈거지?
"..........."
"자그마치 6년인 건 알아?"
"가자는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는데."
"...뭐?"
"오빠들을 만나러 가자는거야, 관광의 목적으로 가자는거야."
"야."
"후자면 가고."
나 먼저 간다. 연락해.
딸랑-.
여주는 카페를 빠져나가 홀연히 제 집으로 향했다. 유리창으로 언뜻 보이는 여주의 모습에 창균은 한숨을 푹 내쉬었고, 곧 제 휴대폰을 들어 밀려있는 민혁의 메시지를 눈으로 훑어보다 홀드를 눌렀다.
민혁 - 김여주 올해도 안온대?
민혁 - 너 제대로 다 전했어?
민혁 - 윤정한 쓰러진 거 김여주도 알아?
민혁 - 알면서도 안온대? 얼굴 한 번 안비칠거래?
민혁 - 야 창균아. 너도 와서 한 번 얘네 봐봐.
다 죽어간다고.
"...곧 죽어도 입 밖으로 그 얘긴 안꺼내지는데,"
도대체 나더러 뭘 어쩌라는거야.
며칠 전, 민혁에게 온 연락은 다름아닌 정한이 쓰러졌다는 근황이었다. 다가오는 누나의 기일과 반복되는 악몽에 시달리다 못해 쓰러졌다고. 민혁은 단단히 화가 난 듯 창균에게 이 이야기를 여주에게 전하라고 말했었다. 그럼 여주가 놀라서 한국에 돌아와 한 번은 얼굴을 비치지 않겠느냐고.
민혁의 입장에서도 참 짜증나는 일이었다. 제 친구들이 홀연히 떠나버린 여자애 하나 때문에 하루를 울고 웃고 한다는 걸 다 알면서도 지켜보고 있다는게 참 답답했다.
그러나 답답한 건 창균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야기를 여주에게 전하면 여주는. 그럼 여주는. ..아파할 여주가 눈에 훤히 보이는데 나보고 어떻게 전하라는거야.
창균은 이 말을 민혁에게 뱉지도 못한 채 통화를 끊었었고, 그로 부터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실을 여주에게 전하지 못했다.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던 창균은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않고 방금까지 대화를 나눴던 목소리가 창균을 향했다. 응. 왜?
".........."
-..왜?
"가자."
-...........
"한국 가자고."
-...........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 가자."
-오빠.
"아무말도 하지마."
후자면 간다고 니가 그랬어. 니 입으로.
창균의 단호한 어조에 여주는 말이 없었고, 창균은 제 재킷과 가방을 들고서 카페를 빠져나옴과 동시에 다시금 입을 열었다.
"비행기 표며 숙소며 내가 다 예약할테니까,"
넌 군말없이 무조건 따라와야돼.
"이해가 안가는데."
"이해할 필요 없지. 어차피 지불은 다 내가 하는데."
"관광을 서울에서 한다고?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그게 뭐 어때서?"
"아무리 6년을 안왔어도 20년을 한국에서 살았어. 서울에서 무슨 관광을 해?"
창균이 렌트한 차를 타고 서울 한복판 호텔 앞에 멈추자 여주가 주변을 둘러보며 창균에게 말했고, 인상이 잔뜩 찌푸려진 여주와는 달리 창균은 여유로이 안전벨트를 푸르고 여주를 향해 말했다. 내리자. 후에 창균이 먼저 차에서 내리고, 여주는 한숨을 푹 내쉬며 창균을 따라내렸다.
창균은 차 키를 직원에게 건네고, 여주와 자신의 캐리어를 유유히 끌며 호텔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가던 여주가 창균의 손에 들린 제 캐리어를 가져가려하자 그런 여주를 이미 안다는 듯 유연하게 피했다.
프론트에서 키를 받은 창균은 여주에게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저녁 뭐먹을래.
"...생각 없어."
"여기 앞에 스테이크 집 있더라. 이따 거기 가서 밥먹자."
"..호텔 안에서 먹자. 나가기 싫어."
"여기 강남이야."
"나도 알아."
"서울에서 수원까지 넘어지면 코닿을 거리인 건 아는데, 생각보다 넓다고."
"........."
"니가 생각하는 일이 벌어질 확률이 엄청 적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야."
창균의 말에 여주는 창균의 손에 들린 제 캐리어를 앗아갔고 중얼거리듯 답했다. 알았어. 그러자 창균이 옅게 웃어보이고, 그런 창균에게 여주가 물었다. 어디 갈거야?
“밥먹기 전에?”
“응.”
“..글쎄. 좀 돌아다녀볼까.”
너는?
“난 좀 자려고.”
“비행기에서 안잤어?”
“영화봤어. 안졸려서.”
“지금 자면 시차적응 못할텐데.”
“...그래도 너무 졸려.”
이따 밥먹으러 갈 때 전화줘.
민혁) 얼마만이냐, 이게.
창균) 뭐래, 4월 달에도 왔는데.
민혁) 야 그래도! 5개월만이야!
창균) 5개월 사이에 살이 잔뜩 오른 것 같은데. 경호 한다면서 몸관리 안하냐?
민혁) 죽을래!!
오후 다섯시 경, 여주가 잠들어있을 시각에 창균은 민혁을 만나는 중이었다. 친구들의 근황을 주고받던 둘은 언젠가는 나올 것 같았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창균) 정한이는 몸 좀 괜찮아?
민혁) 아마 어젠가 퇴원했을 걸. 김여주는.
창균) ...여주 뭐?
민혁) 여주도 한국 왔냐고. 너 혼자 온거야?
창균) ...........
민혁) 너 이씨. 너 솔직히 얘기해. 윤정한 쓰러진 거 말 안했지?
창균) 그걸 어떻게 말하냐고. 듣는 애 기분은 생각 안하냐.
민혁) 그럼 걔는! 여기 있는 애들 생각해서 간거래?!
창균) 목소리 좀 낮춰. 시끄러워 죽겠네.
창균의 말에 민혁은 주변을 둘러보다 커피를 쭉 들이켰고, 곧 입을 다시더니 다시금 창균을 향해 말했다.
민혁) 전해.
창균) 야.
민혁) 전해야 또 다른 걸 생각할 수 있어.
창균) 맛있어?
여주) 응.
창균) ....다행이네.
마주앉아 스테이크를 먹던 둘이 소소한 대화가 오갔다. 대개 미국과 다른 한국의 특징을 야기하는게 주로 이어졌는데, 그 대화 속에서도 창균은 한편으론 민혁과 나눴던 대화를 상기시키곤 했다.
그러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 즈음, 창균이 나지막이 여주를 향해 말했다. 여주야.
여주) 응?
창균) 너한테 뭐를 하라고, 어떻게 하라고 이런 말 해주는 거 아니야.
여주) ...뭔소리야?
창균) 정한이가 사실 일주일 전에 쓰러졌었대.
여주) ..........
창균) 민혁이가 죽어도 이 얘기를 너한테 전하랬는데,
네가 그런 표정 지을 것 같아서, 나 그거 보기싫어서 안전하고있었어.
창균과 여주의 시선은 참 공허했다. 고급진 분위기에 하하호호 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여주와 창균은 참 이질적이었다. 고개를 푹 숙인 여주를 보던 창균은 제 앞에 다 식어서 맛이 없어보이는 음식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창균) ....너더러 뭘 어쩌라고 내가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고, 그냥 그래도... 한국 온 김에 너한테 말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여주) .........
쓸쓸한 공백이 둘 사이를 한참 이었다.
쓸쓸하기 짝이 없었다.
여주) ...........
새벽 1시. 여주가 잠에 들지 못하고 있던 시각이었다. 여주는 호텔에서 빠져나와 그 주변을 서성거렸고, 버스정류장에 털썩 앉아서는 멍하니 제 신발 끝을 바라봤다. 버스도 끊기고, 도로엔 차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서울의 9월 새벽은 초겨울의 날씨나 다름 없었다. 옅은 추위에 여주는 제 목에 감싼 목도리 속으로 얼굴을 움추렸다. 검은색, 승철이 따줬던 목도리였다.
그 검은 목도리가 제 시야에 걸리자, 여주의 눈엔 묽은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곧 눈을 꼭 감으며 입을 앙다물었다. 보는 사람, 듣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여주는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버릇은 사라지지않는다.
창균이 없었더라면 여주는 아마 일주일 내내 호텔에 쳐박혀 있었겠지만, 창균이 있었기에 그러지 못했다. 점심 시간대부터 밖에 나가 밥을 먹고, 예쁜 카페를 가서 후식을 먹고, 후엔 백화점을 돌아다니고.
그렇게 하루, 이틀을 보내던 차에 여주는 하루만 쉬고싶다며, 오늘 만큼은 꼭 그냥 호텔에 있고싶다고 창균에게 말했고, 그런 여주를 존중한다는 듯 창균도 군말없이 제 방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여주는 옷을 두둑히 챙겨입고 목도리까지 두른 뒤 호텔을 빠져나왔다. 창균에겐 잠시 나갔다오겠다는 짧은 메시지를 남긴 채.
여주는 어제 자신이 있었던 정류장에 멍하니 서있었고, 곧 버스 하나가 도착하자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일인용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지만, 자꾸만 뿌얘지는 제 시야에 작은 손으로 벅벅 닦아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거리가 눈에 보이고, 그 덕에 수도꼭지가 고장난 듯 여주는 속절없이 눈물을 흘렸다.
버스에서 내린 여주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정류장에 앉아 손을 꼭 쥔 채 눈을 감았다. 목도리에 얼굴을 묻곤 또 어제처럼 울음을 뱉어냈다.
휴대폰만 보기 바쁜 사람들 속에서 여주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버스가 여러대 왔다가고, 사람들이 우르르 탔다가 우르르 내렸다가 반복하고, 그 버스 정류장이 한가해 졌을 때 즈음 여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었다.
그러다가 멈춰선 채 숨쉬었다.
누구를 위해서.
여주가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니가 뭔데 여길.
한걸음, 두걸음,
미쳤다고 여길, 니가 왜. 아프다는게 걱정돼서?
세걸음, 네걸음,
아님 니가 보고싶어서? 니가 뭔데. 니 주제에 누굴 보고싶어해. 니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그 목도리.
여주가 하나 둘 뒷걸음질을 칠 때, 그 혼란스러운 도시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정확히는 줄줄 새는 발음이 여주를 향했다. 여주의 걸음이 멈추고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승철) 그거... 내가 제일 소중한 사람한테 준건데.
여주) ...........
승철) ...그거 내가 떠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건데, 여주야.
그 목소리가 여주를 부를 때, 여주는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리며 고개를 푹 숙이곤 승철을 스쳐지나갔다. 그러자 승철은 헛웃음을 터뜨리고 비틀거리며 뒤돌아 여주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서 작게 중얼거렸다.
....술마시지 말 걸.
승철은 금새 휴대폰을 들어 귀에 가져다댔다.
여주가 한국에 있어.
민현) 확실해?
승철) 술에 취했어도, 이건 확실해.
..분명 여주였어.
승철이 여주를 본 다음 날 아침, 어제 저녁 승철의 통화 상대였던 민현이 승철의 방을 찾았다. 그리고 이 사실을 들은 정한도.
확실히 봤다는 승철의 말에 정한과 민현은 생각에 잠긴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후엔 승철이 제 머리를 한 껏 흐뜨렸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승철) ...근데 어떻게 찾아. 그렇게 가버렸는데.
민현) ...어디서 마주쳤댔지?
승철) 여주가 맨날 내리던 버스 정류장.
민현) ..그럼 버스타고 왔다는 건데. 이 동네 말고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아.
정한) 그러니까 그게 어디야 도대체.
민현) ...분명 잠깐 온 걸거야. 다시 갈 것 같은데,
빨리 찾아야돼.
여전히 시차적응을 못한 여주는 해가 중천에 뜨고나서야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일어나면 밖에서 저녁이나 먹자는 창균의 문자를 보고 가볍게 긍정의 답변을 보냈다. 후엔 물을 마시더니 어제 있었던 일을 곱씹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미친 짓이었어. 거길 어디라고 찾아가.
여주가 작게 중얼거리고, 휴대폰이 울렸다. 여주의 문자를 보자마자 전화를 한 창균이었다.
"응."
'지금 일어난거야?'
"응. 왜?"
"아니 그냥. 한 여섯시쯤에 먹으러 가자. 나 그 전에 친구 좀 만나고 올게.'
"그래, 알았어."
'더 빨리 먹고 싶음 연락해.'
"응."
짧은 대화를 끝으로 여주는 침대에 가볍게 휴대폰을 던지고서 벽에 걸린 시각을 확인했다. 3시를 향하고 있는 시각에 여주가 침대에 몸을 풀썩 다시 눕히더니 눈을 여러번 감았다 떴다 반복했다.
..산책 좀 갈까.
여주가 가볍게 준비를 끝내고 제 분신과 같은 목도리를 둘렀다. 미국의 날씨에 익숙해져있던 여주는 한국의 날씨가 꽤 쌀쌀하게 느껴졌기에. 후에 까먹은게 없는지 방을 둘러보더니 화장대 앞에 놓여져있는 모자를 쳐다보며 고민하다가 확 집어들곤 방을 빠져나갔다.
".........."
엘레베이터에서 거울을 보며 모자를 쓴 여주가 호텔을 나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듯 발걸음을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보더니 무작정 직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목적지가 없는 발걸음은 느리기 짝이 없었다.
"내가 이래서 한국 오기 싫댔잖아."
..자꾸 보고싶으니까.
작게 중얼거린 여주는 얼굴을 쓸어내리더니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제 시야에 걸린 카페로 금새 사라져버렸다.
길거리에 계속 돌아다닌다면, 마지막 자신의 행선지가 어디일지 예측이 갔기 때문에.
동시각, 창균은 민혁을 만나고 있었다. 민혁은 창균이 한국에 오기만 하면 이렇게 자주 불러내곤 했는데, 카페에 앉아 이런 저런 수다 아닌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즈음 민혁의 휴대폰이 울리고, 민혁은 금새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민혁) 어, 왜?
'너 어디야?'
민혁) 나 서울. 친구 만났어.
'..급한거 아님 사람 좀 같이 찾자.'
민혁) ..뭔소릴 하는거야? 누굴-,
'여주, 여주가 한국에 있어.'
민혁) ...뭐?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정한의 목소리에 민혁이 인상을 찌푸리며 음료를 들이키는 창균의 눈을 맞췄다. 그리고서 민혁은 다시금 정한을 향해 물었다.
민혁) ..누가 한국에 있다고?
'여주가 한국에 있다고. 급한 거 아니면 좀 주변에 둘러보면서 찾아달라고.'
민혁) ...어떻게 알아?
'승철이가 어제 봤대. 하숙집 근처에서.'
민혁) ..........
'너 서울이랬지? ..호텔에서 지내는 거면 서울에도 있을지 모르겠다. 너 있는 그 주변에도 좀 둘러봐주고.'
민혁) ..........
'아 그리고 나랑 승철이랑 민현이 말고 다른애들은 모르니까 말하지마.'
'괜히 말했다가 못찾으면, 나 애들 표정 보기싫다.'
부탁 좀 할게. 끊는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은 정한이었고, 민혁은 천천히 휴대폰을 내리더니 창균을 향해 말했다. 너,
민혁) 김여주랑 같이왔어?
창균) ..........
민혁) 애들이 지금 여주가 한국에 있다는데.
창균) ..........
민혁) 같이 왔냐고.
창균) 같이 왔어.
민혁) ..야.
창균) 나도 얘 겨우 데려온거야. 니가 윤정한 쓰러졌다고 해서. 그래서 나도 이번에 안데리고 오면 안될 것 같아서. 그냥 관광이나 하자고, 그렇게 거짓말해서 데려온거야.
민혁) 그래서. 윤정한 쓰러진 건 말한거야?
창균) ..어제 말했어.
민혁) 어제 승철이가 하숙집 근처에서 여주 봤대. 지금 그거 하나 믿고 여주 찾는댄다.
창균) ..........
민혁) 어떻게 해야될 것 같아.
창균) ..........
민혁) 난 알려줘야 할 것 같은데.
창균) ...3일이나 남았어.
민혁) 뭐?
창균) 우리가 한국에 있는 시간.
..지금부터 3일이나 더 남았다고.
민혁) 얘네한테 3일은 3년 같을 걸. 넌 그걸 몰라?
창균) 무작정 어떻게 만나게 해.
민혁) 야.
창균) 너만 죽어나가는 거 본 줄 알아? 뭐 미국에서 여주는 팔자 펴서 산 줄 아냐고.
민혁) .........
창균) 혼자 냅두면 맨날 울고, 주말에 안만나기만 하면 눈 퉁퉁 부어있고. 겨울이면 애들이랑 겨울에 여행갔던 거 생각나서 울고, 봄엔 같이 사진찍었던게 생각나서 울고, 여름엔 여름방학에 놀았던 거 때문에 울고, 가을엔 학교 축제 생각나서 울고, 크리스마스엔 크리스마스라서, 추석은 추석이라, 설날은 또 설날이라서. 여주는 뭐 안죽어나간 줄 알아?
민혁) ........
창균) 너도 나도 애들 편하게 해주는게 목적인 건 똑같아. 나도 여주 편히 살게하고 싶어.
...그니까 제발 애 좀 가만히 냅두자고.
답답했던 창균이 곧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울었어?"
"...아니."
"...울었는데. 왜 울었어?"
"안울었어."
"거짓말 싫은데."
".........."
카페에 있다는 여주의 말에 창균은 민혁과 헤어지고 여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 여주의 앞에 앉은 창균이었고, 그런 창균을 본 여주가 제일 먼저 뱉은 말은 울었냐는 물음이었다. 거짓말 싫다는 여주의 말에 창균은 창밖을 바라보다 살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울었어.
"왜울었어. 친구 만나러 갔잖아."
...친구가 울렸어?
"...아니."
"그럼?"
"그냥. 친구가 슬픈 영화 보여줘서."
".........."
".........."
"슬픈 영화 좋아."
"...왜?"
"...대신 울어주잖아."
"..누가. 주인공이?"
"응. 그리고,"
이렇게 변명거리가 되어주기도 하고.
여주가 손을 뻗어 열이 오른 창균의 눈두덩이 위에 엄지손가락을 올리더니 살살 쓰다듬었다. 여주의 차가운 손끝에 창균은 가만히 눈을 감고, 시끄러운 카페 속 여주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미안해."
"...뭐가."
"그냥, 다."
"..........."
"고마워."
"...뭐가."
"그냥."
".....다?"
"응."
여주의 말에 창균이 여주의 손을 잡고 내리더니 여주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뭐 먹고 싶어.
"오빠 먹고 싶은거."
"난 니가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은데."
"엊그제도 어제도 다 내가 먹고싶은 거 먹었잖아."
"..그랬나."
"오초 준다. 오초안에 대답 안하면 나 안먹어."
"한식당 가자."
"...겁나 빨라 하여튼."
"....뭐해? 안올라가?"
"...아, 먼저 올라가. 나 어디 좀 갔다가 갈게."
"...어디가는데?"
"..그냥 잠깐. 연락 잘 받을테니까 걱정 마."
저녁을 먹은 뒤 호텔 앞에 도착한 둘이었고,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창균과는 달리 회전문 앞에 멀뚱멀뚱 서있는 여주였다. 그런 여주를 향해 창균이 묻자 여주는 걱정 말라는 말과 함께 잠시 어딜 좀 다녀오겠다고 말을 건넸다. 그런 여주를 바라보다 창균은 ...그래. 하고 짧게 답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늦게 올 것 같으면 전화해, 데리러 갈게."
"알았어."
"....열시 전에는 오지?"
"그럼. 지금 일곱신데."
"....알았어. 전화 꼭 잘 받아."
"알았어-"
여주가 손을 붕붕 흔들어보이자 창균이 살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여주가 제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창균은 호텔 안으로 완전히 들어갔다.
"....몇년만이지."
..6년만인가?
'윤정현'
고개를 조금 올려야 보이는 정현의 사진과 이름이 박힌 유골함이었다. 여주는 웃고있는 정현의 사진을, 그리고 그 옆에 자리한 정한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푹 숙여 눈을 질끈 감았다.
"...나 그래도 열일곱부터 스물까진 빠짐없이 왔는데, 그치."
...정한이 오빠가 나 안데리고 와도, 나 사실 언니 맨날 봤는데. ..그치.
여주가 중얼거리며 눈물을 제 손으로 훔치더니 고개를 들어 다시금 사진을 쳐다보고, 또 다시 밀려오는 울음에 결국 주저 앉아 제 눈을 그 작은 손으로 가리고서 말을 이었다.
..언니, 늦게 와서 미안해. 도저히 언니를 볼 용기가 안났어. 내가 언니 동생한테 못된 짓을 했거든. 그게 너무 죄책감이 들어서. 언니 나 그래도 미국에서 언니 기일만 되면 머리에 흰 삔 달고 그랬어. 나 그래도 언니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어.
언니, 미안해. 정한이 오빠가 나때문에 쓰러졌던 것 같아. 내가 너무 속상하게 했나봐. 나는 이게 맞는 줄 알았는데 다 틀린 것 같아. 내가 아픈 건 괜찮은데, 내 소중한 사람들이 아프단 소리를 들으니까 그건 너무 싫어. 내가 다 아프고 싶은데, 오빠들이, 애들이 아픈 건 싫다고.
뭘 어떻게 해야돼? 난 행복하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평생을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내 행복을 없애려 했더니 모두의 행복을 없애버렸어. 언니, 나는 행복하지 않아도 돼. 그냥 내 사람들만 행복하면 돼.
토해내듯 울던 여주가 젖은 제 소매를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조금 진정이 된 듯 몸을 일으키고, 정현과 정한의 사진을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러더니 다시금 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겠어."
여주가 옅게 미소를 띠우더니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눈을 감싸는 열기에 여주는 쓰고 있던 모자를 더 푹 눌러쓰고, 땅을 쳐다보며 걷다가 보이는 신발에 옆으로 피했다. 그러다가 또 똑같은 신발이 여주의 시야에 들어오자 여주가 완전히 멈춰섰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여주를 향했다.
정한) ..김여주.
여주) ...........
여주의 고개가 천천히 올라가고, 줄곧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정한의 시선을 맞췄다. 그러자 여주가 힘없이 웃고, 정한이 그런 여주를 안았다.
정한) ..뭘 그렇게 잘 숨어.
여주) .........
정한) ...그렇게 숨으면 누가 뭐 준대?
여주) ...미안해.
정한) 너 기다리는데 6년 걸렸어 여주야.
여주) 미안해,
정한) 예쁜 이름 언제 부르나 했어.
여주) .....미안해.
정한) 미안하다고 말하지마. 보고싶었다는 말이 더 듣고싶어.
여주) ...........
정한) 여주야, 너도 보고싶었지.
울부짖는 듯한 정한의 목소리에 여주가 눈을 천천히 감으며 눈물을 흘렸고, 안겨있던 여주가 정한의 등에 손을 올리며 입을 열었다.
너무 보고싶었어, 나도.
민규) 누구야? 정한이 형이야?
형, 일찍일찍 다니라고요- 퇴원한지 얼마나 됐다고.
도어락 열리는 소리에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던 민규는 티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정한을 향해 말했다. 그 동그란 민규의 뒷통수를 바라보던 정한은 고개를 잠시 숙였다가 민규를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 민현이는?
민규) 몰라. 승철이 형이랑 아까 나간 것 같은데 아직도 안들어왔어.
정한) ...그래?
민규의 말에 정한은 짧게 답하며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민현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 문이 닫힘과 동시에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댄 정한이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디야?
'여기, 서울 주변에 있어.'
정한) ...최승철은?
'걘 버스 정류장 주변 돌고 있을 걸. 왜?'
정한) 그만하고 들어와.
'몇시지 지금?'
정한) 아홉시 반이야.
'...열시까지만. 삼십분만 더-,'
정한) 여주 봤어.
'...뭐?'
정한) ...여주 봤으니까 그냥 들어와. 승철이한테도 연락해주고.
'어디서봤는데?'
정한) 들어와서 얘기해. 일단 들어와. 날도 추운데.
끊는다.
끊는다는 말과 함께 정한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침대에 털썩 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민규의 티비소리, 부엌에서 들려오는 승관과 석민의 대화소리, 누군가가 내려오고 있는 듯한 계단 소리. 정한은 그 소음 속에서, 여주와의 대화를 상기시켰다.
'얼굴이라도,'
'...........'
'보고가는거 어때.'
'...........'
'...우리 다 전화번호 안바꼈으니까, 전화해 여주야.'
'...........'
'...언제 다시 가?'
'3일 뒤에.'
'.....아.'
'...전화번호,'
...나도 갖고있어.
....연락할게.
얼굴이라도 보고가는게 어떻겠냐는 정한의 물음에 여주는 말없이 옅은 미소만 띤 채 제 신발을 바라봤고, 정한은 그런 여주를 내려다 보다 씁쓸하게 웃으며 전화번호가 바뀌지 않았다는 말을 건넸다. 후엔 언제 다시 가냐는, 입에 담기 싫은 물음을 결코 꺼내었고, 또 후엔 짧은 정적이 자리하더니 정한이 가장 듣고싶어하던, 여주가 망설이던, 연락하겠다는 말이 정한을 향했다.
정한) ..........
하고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우리 두고 이렇게 떠나서 좋았냐고, 우린 너 못봐서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는데 넌 좋았냐고. 제주도 여행도 못가고, 유럽여행도 같이 못갔으면서 혼자 떠난 그 긴 여행을, 너는 만족하느냐고,
...밥은 잘 먹고 다녔냐고, 타지 음식이 입엔 잘 맞았냐고, 끼니 잘 거르지 않게 옆에서 챙겨준 사람이 있었냐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네가 거기에서 어떻게 그 긴 시간을 버텼냐고, 혼자 울면 누가 널 위로해 줬냐고,
..그 사람들이 우리보다 좋았냐고.
모든 물음은 여주의 수척한 얼굴을 마주함과 동시에 사라졌다. 그 모습이, 6년전 동아리 실에서 살려달라고 말했던 그 모습과 똑같아서. 그 모습이 연상되면서 정한은 그저 여주를 안을 수 밖에 없었다고.
정한) .........
하아.
침대에 풀썩 누운 정한이 양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며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한참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도어락 소리가 들리고 곧 민현과 승철이 들어와 침대에 누워있는 정한을 내려다 봤다. 방문이 닫히고, 민현과 승철의 눈빛에 정한은 몸을 일으키더니 입을 열었다.
정한) ....누나 납골당에서-,
민현) 얼굴은.
정한) ..뭐?
민현) 얼굴 어땠냐고.
정한) ...무슨 얼굴.
민현) 잘지내고 있었던 얼굴이냐고 아님,
또 울고있는 얼굴이었냐고.
정한) ...수척했어, 많이.
민현) .........
승철) ...누나 납골당에서 봤다고?
정한) ...어. 여주 찾으러 간 것도 아니었고, 그냥 여주가 한국에 왔다길래 누나 생각이 나서.
..운좋게 우연히 마주친거야.
승철) ..그럼 데리고 오지 그랬어.
정한) 얼굴이라도 보고가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봤는데 좀 곤란해 하는 것 같길래.
민현) ..갑자기 보려면 좀 그럴 수 있지.
승철) 그럼. 그냥 보냈어?
정한) 우리 전화번호 그대로라고 말해줬어.
승철) 전화번호를 받았어야지, 그걸 말해서 뭐-,
정한) 여주도 전화번호 다 갖고있대.
...연락한댔어, 여주가.
정한과 헤어진 여주가 터덜터덜한 발걸음으로 버스 정류장 의자에 털썩 앉았다. 어느덧 완벽하게 어둠이 내려앉고, 여주는 그 어딘가쯤 허공을 응시하다 밝게 빛나는 제 휴대폰을 내려다 봤다. 창균이었다.
언제와?
언제오냐는 물음에 여주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홀드를 눌러버렸다. 그리고 1분 채 지나지 않아 진동이 울렸다. 이런 면에선 성격이 꽤 급했다. 여주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힘없이 휴대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문자 못봤어?'
"봤어. 답장하려고 했는데 전화온거야."
'...버스타고 올거야?'
"응."
'데리러갈까.'
"괜찮아. 금방 가."
'...........'
"....이래도 되는거야?"
짧은 공백에 여주는 고개를 숙이며 창균을 향해 물었다.
"....나따위가 이래도 되는거냐고."
'김여주.'
"오빠. 나는 내가 너무 싫어."
'여주야. 데리러갈게. 어디야?'
"난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제일 이해가 안가. 난 그랬던 순간이 이젠 기억나지 않거든."
'여주야. 나 지금 호텔에서 출발할테니까-,'
"내가 제일 쓰레기 같아. 왜 이런 짓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너무 이상하고, 이해도 안돼."
'어딘지 말해줘 여주야. 빨리.'
"나 행복하면 안되잖아. 난 그게 너무 싫고 불안하고, 그게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 너무, 가시방석 같단 말이야."
'그런게 어딨어. 왜 행복하면 안되는데.'
"..........."
'그래. 네가 한 평생 불행해서, 행복한게 불안하고 불편하다 치자. 근데. 근데 그게 뭐. 평생 불행했던 사람은 또 남은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야해? 왜 그래야 하는데.'
"..........."
'난 그렇게 생각 안해. 불행했던 사람은 그만큼 행복할 자격이 있는거고, 그래야만 하는 사람인거야. 행복해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그럼, 행복하다가 또 불행이 찾아오면? 그 고통은 배로 아플텐데."
'그럼 버티다가 또 행복해지자. 우리 그러면 되잖아.'
"..........."
'여주야, 어디야.'
"....납골공원."
'금방 갈게. 전화 끊지 말고.'
전화 끊지 말자는 창균의 말에 여주는 등을 완전히 버스정류장 유리창에 기대고, 별하나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깜깜하고 아무것도 없는게, 꼭 제 머릿속 같았다.
"도망치고 싶다."
'...거짓말.'
"진짠데."
'그럼 비행기표 내일로 당겨?'
".........."
'거봐. 거짓말이면서.'
".........."
'김여주 거짓말장이.'
"장이 아니고 쟁이야."
'알아. 근데 장이가 더 귀엽잖아.'
"내가 귀엽냐."
'그럼 뭐가 귀여워.'
"미쳤네. 술마셨어?"
'아닌데.'
".........."
'....차가 좀 밀리네.'
"천천히 와."
'안 추워? 옷 아까 좀 얇지 않았나.'
"전혀. 목도리도 둘렀는데 무슨."
"정한이오빠 만났어."
'...........'
"..........."
'...네가 만나자고 해서?'
"아니, 납골당에서 우연히."
'...........'
"...먹먹해."
'...왜?'
"...좀 아파. 속쓰리고."
'..........'
"자꾸 망설여져."
'..........'
'...어제 돌아다니다가 검은색 예쁜 가디건을 봤거든?'
"...가디건?"
'..근데 살까말까 고민했어. 아직도 좀 눈에 아른거리네.'
"....눈에 아른거리면,"
'사야되는거라고 네가 항상 그랬지.'
"..........."
'사도되나? 싶으면 살 형편이 안되는거고,'
"..........."
'살까 말까면 사도 되는 형편이라고.'
"..........."
'안사고 집에 갔는데도, 그게 눈에 아른거리면,'
"..........."
'그건 무조건 사야하는 거라고. 그만큼 갖고싶은거니까.'
"............"
'여주야, 넌 이미 정답을 알고있어.'
검은 가디건 사서 가지고 가니까 이따 한 번 입어봐. 너한테 잘어울릴 것 같더라.
여주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이틀 전이었다. 정한과 민현, 그리고 승철은 휴대폰을 단 한순간도 손에서 놓지 않았고, 밥먹을 때 지훈이 휴대폰을 만질 때면 그렇게 보지 말라고 말하던 민현이 밥 먹을 때에도 휴대폰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민규) ...아니 이게 뭔 일이야. 하늘이 두쪽이 나려나.
지훈) 뭔 중요한 연락 올 거 있어?
민현) 그냥 그런게 있어.
지수) ...연애는 아닐테고. 넌 또 왜그러는데?
정한) 뭐가? 난 원래 휴대폰 잘 봐.
지수) ....이정돈 아니었던 것 같은데.
원우) 넌 연락 오지도 않았는데 무슨 계속 화면을 켰다 껐다 반복해.
승철) ...아니 뭐 그냥..
민현) 야 근데 나 휴대폰 고장났나? 지훈아 나한테 전화 좀 걸어봐.
지훈) 뭔 소리야. 멀쩡해 보이는구만.
민현) 전화가 안오잖아 전화가.
승관) 뭐 기다리는 전화 있어?
민현) ...아니 그냥 뭐. 야 아무나 나한테 전화나 해보라고.
석민) 아 참 해줄게 해줄게. 내가 해볼게.
민현의 재촉에 석민이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대신 들었다. 그런 석민과 제 휴대폰을 번갈아 바라보던 민현은 석민의 이름이 떡하니 휴대폰에 뜨자, 한숨을 푹 내쉬며 받았다. 여보세요.
석민) 아니 형! 오면 안받으면 되지 뭐하러 또 받아-!
지훈) 야, 해가 중천에 떴다. 잠 좀 깨라.
민현) 하아... 왜 멀쩡한거야.
민규) 미쳐돌아가는구만.
힘없이 휴대폰을 내려놓은 민현이 다시 젓가락을 들었고, 석민 또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어두더니 숟가락을 들었다.
어제 정한을 통해 연락주겠다는 말을 들은 뒤로부터 지금까지, 아이들이 전화기를 붙들고있다는 사실을 여주는 알까.
"언제하려고 그래? 벌써 저녁시간 다되가는데."
"....할거야. 해야지."
"내일 저녁에 출국이야."
"알아."
점심을 먹고 카페에 앉아 있던 둘이었다. 여주는 여전히 망설이는 듯 휴대폰을 손에 붙들고선 인터넷만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고, 앞에 앉아 그런 여주를 바라보던 창균은 나지막이 내일이 출국이라는 말을 건넸다. 안다는 단호한 여주의 음성에 창균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제 손에 들린 휴대폰을 바라봤다. 아직도 여주가 연락을 하지 않았냐는 민혁의 문자였다. 오늘 할 것 같아. 창균이 짧게 문자를 보낸 뒤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테이블에 팔을 올린 채 여주를 쳐다봤다.
"비행기 타기전에 연락하려고?"
"아이 진짜. 한다니까. 할거라고!"
"you don't do it now, probably you late."
"오빠 미쳤어?!"
한국어의 음성과는 달리 확연히 낮은 음색으로 말하더니 여주의 휴대폰을 터치했다. 여주가 창균을 향해 소리침과 동시에 통화 화면이 여주의 휴대폰을 가득 채우고 여주가 급히 통화를 종료하려던 순간 초는 세어지고 있었다.
'...여보세요?'
"..........."
"..........."
들려오는 음성에, 창균은 어깨를 으쓱 거리더니 창 밖을 내다봤고, 여주는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6년간 듣지 못했던, 민현의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응.'
"...이거 내 번호야."
'...여주야.'
".........."
'정말,'
여주 맞는거지.
울먹거리는 민현의 목소리가 여주를 향했다. 전화가 걸려옴과 동시에 자신의 방문을 걸어잠그고, 혹 밖에 통화소리가 새어나갈까, 방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또 문을 걸어잠궜다. 문을 기대 화장실 타일에 주저 앉은 민현이 제 얼굴을 가리고서 물었다. 대답 없는 여주에, 여주가 있는 카페에 소음만이 민현의 귓가에 닿았다.
**
전 제가 돌아올 줄 알았다니까요... 휴 못말려. (고잉셉과 함께 컴백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원하는 새드엔딩 하나 찍었으니, 여러분이 원하시는 햅삐엔딩으로 한 번... 맹글어볼까요!
밝아지려면 좀 걸릴겁니다! (물론 다음화 들고 오는데도 시간이 좀 걸릴거공..)
그래도 여러분들이 세때홍클3와 맹글어지는대로 바로바로 올리기에 과반수로 투표해주셔서! 그런 식으로 흘러갈거에용!
아참 그리고 남주는요, 안정하거나 세븐틴 멤버가 아니어도.. 괜찮죠..? 아직 안쓰고 생각도 없지만 스토리 상 그렇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냥 조심스레 툭 말씀드리구 갑니다..
아 참 그리고 이제 암호닉은 이번 회차를 마지막으로! 안받으시냐는 요청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세때홍클 3 - 01회’ 내일 밤 열시까지입니당. (이젠 없을 것 같지만... 더이상 안받는다는 걸 말씀드리기 위해~)
넉점반의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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