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악이오"
"신은 선입니다"
"신은 자신을 믿음으로써 구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어린아이의 횡포에 불과하오. 자신의 피조물들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잔인하게 내치는 것이 어째서 선이오? 그것은 혹은 그들은 단지 악이오. 당신이 말한 것처럼 신이 있다면 말이오"
"신은 자신을 믿지 않는 자를 벌하시는게 아닙니다. 자신을 믿어 회계하게하시고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것에 그분의 뜻이 있는겁니다. 그분은 언제나 세상을 굽어살피시는 거지요. 다른 악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믿으라 하시는 겁니다"
"당신이 말했던 것중에 하나. 신은 전지전능하다 하였소. 어째서 전지전능한 신이 사람의 마음 하나를 조종하지 못하는 것이요? 성경에 따르면 흙으로 빚어지고 자신의 형상을 본따 만들어진 존재들을 자신의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 아니겠소? 우리는 그럼 그의 인형놀이에서 실끊어진 마리오네트가 되는거요?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이오? 의지라는 실이 없으면 그는 우리에게 어떠한 힘도 행사할 수 없는 것이오? 대답해보시오. 그는 전지전능합니까?"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무신론자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신부를 노려보았다. 신부는 잠시 생각을 골똘히 정리하는가 싶더니 눈을 내리깔은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신의 피조물입니다. 허나 피조물이기 이전에 그의 형상을 본따 만든 작은 '자신'이지요. 신은 우리가 자신의 자식이시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을 아버지라 부르고, 우리는 신의 자식이 되는 겁니다. 단지 피조물이 아니지요. 당신은 자신의 자식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까?"
"흥-. 말도 안되는 개소리군. 그럼 어째서 전지전능하다는거지? 애초에 만들때 자신의 의지에 거스르지 않게 만들면 되지 않는건가?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와 뱀의 이야기. 하-. 어린아이에게 총을 쥐어주었나? 뭐가 다른거지? 애초에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이었다면 만들지 않았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 우리 인간은 그의 자식이라고 쳐봅시다. 그럼 그 뱀은? 뱀은 무슨 존재지? 신의 존재에 반하는 다른 세력인가? 아니면 신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인가? 자신의 말을 거역하고 거짓말하여 자신의 자식을 위험에 처하게 하도록? 자신의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리려고? 자-. 뱀은 뭐지? 당신들이 그리 말하는 성경에서 우리는 자식, 뱀은 뭘까? 자식도 아니면서 신의 의지에 반하는 그 존재에 대해서 설명해주시오"
"단지 성경에 나온 내용을, 그 내용 그대로 받아들이시는군요. 책에 나온 표현은 비유 같은 겁니다. 뱀은 인간에게 있는 기본적인 욕망, 탐욕, 질투 같은 것들이죠. 그것을 비유한 겁니다. 그렇다면 선악과는 우리의-"
"흥-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더니. 그건 단지 너희들의 해석일 뿐 아닌가?"
"그렇지요. 어찌 저희가 신의 말씀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무신론자의 코웃음이 더욱 커졌다. 그는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탁자를 내리치며 몸을 앞으로 내민다. 콰아앙- 하는 탁자친 소리가 방을 울린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가르키다니 흥-. 너희 신부들, 혹은 신자들은 항상 신을 믿으시오. 신을 믿으면 천국갑니다. 혹은 다른 신을 깔아뭉개지. 지옥에 갑니다! 유황불에 떨어져 죽지도 못하고 되살아나 고통을 받게 됩니다! 하-. 정말 판타지 소설도 이런 대작 판타지 소설이 따로 없구만. 아주 영화로 만들면 블록버스터일거요? 당신들 신자는 자신들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내용을 가지고, 구원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설파하지. 항상.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내용을 왜곡하고, 그것을 가르치고, 또 그것을 배운 사람들이 또 다시 왜곡하고. 결국 너희들이 말하는 신의 말씀이란 결국 2천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너희들이 지어낸 말 뿐이다- 이거요. 권력층에서 범죄를 저지르기 좋게 말야"
다시 숨을 고른다. 후욱-후욱-하는 거칠은 숨소리가 내뿜어진다.
"예전부터 권력층은 종교란걸 이용해서 나라를 다스렸지. 왠줄 아오? 우매한 백성들을 다스리기엔 그것보다 좋은게 없었거든. 언제나 왕의 뒷편에선 백성들을 좌지우지하는 신관녀석들이 잇었지. 그렇게 올라가기 위해서 멍청한 국민놈들을 구슬리는거지. 십일조를 내시오. 그래야 천국갑니다. 면제부를 팝니다. 이것만 있으면 어떤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용서가 됩니다!! 그딴식으로 말이오!"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신을 믿는 우리는, 신을 믿는 우리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 각종 활동을 해왔습니다. 불우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후진국들에게 복지를 하며, 모든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그래-. 십자군부터 시작해서 강간, 세금탈세, 폭력, 강도질. 그것들이 너희들이 하는 행동이지"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단지 일부일뿐입니다!"
"그 일부도 너희인거다"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면 안되는 것이요!"
"그 일부가 모여 너희들이 되는 것이지"
탁-.
신자는 책을 덮었다. 거울 속 격양된 자신을 바라본다. 잔뜩 거칠어진 얼굴의 '그'가 자신을 쳐다본다. 책장 속 언젠가 챙겨두었던 칼을 꺼내들었다. 달빛이 스며들어 반짝거린다.
"그래도 신은 선이요."
차악-하는 소리와 함께 손목이 그어진다. 피가 흘러내린다.
"그래도 신은 선이요...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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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제가 무신론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시겠지만
전 천주교.
그것도 모태신앙. 거기다 세례명도 있음.
근데
전 '신'만 믿음.
그게 불교든 기독교든 알라든,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모든 종교는 똑같고 그냥 신이 있다는 것.
단지 그 종교중에서 전 천주교를 믿고 있다는거.
사실 주변에 불교가 있었으면 부처를 믿었을거고(근데 전 불교는 종교라기보단 학문이라고 생각함.)
기독교가 있었으면 기독교로 믿었겠고
알라신전이 있었으면 알라신을 믿었겠죠.
아니면 그리스신화에 그리스 신들을 믿었던지.
알게뭐야. 여튼간 그랬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