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잘 다녀와.
석민) ...........
여주) ....왜?
석민) 하아.. 부럽다.
여주) ...뭐가?
석민) 출근 안하는 거.
무엇보다 창균이 형!
현관문을 향해 가던 석민이 뒤에서 들려오는 여주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곧 잘다녀오라며 손을 흔드는 여주를 보며 답했다. 그러다 부엌에서 아침을 먹고 나오던 창균을 향해 소리치고, 창균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석민을 바라보자 석민이 입을 열었다.
석민) 여주랑 하루종일 붙어있는 거!
창균) ..........
석민) 무엇보다 그게 제에에일 부럽다!
다녀올게!
띠리릭-.
석민이 푸스스 웃으며 손을 흔들더니 출근을 하고, 거실에 멍하니 서있던 창균과 여주는 그런 현관을 멍하니 바라보다 옅게 웃었다. 그리고 소파에 나란히 앉더니 창균이 나지막이 말했다.
창균) 너 아프지 말라고 한국 왔는데,
여주) 응?
창균) 나마저 낫게 생겼네.
창균의 말에 여주가 조그맣게 웃더니 리모컨을 들었고,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출근하는 아이들이 나와 분주히 움직였다. 여유로이 티비를 보는 여주 그리고 창균과는 이질적인 모습이 둘 뒤에서 펼쳐졌다.
민현) 아 진짜 가기 싫다.
준휘) 뭘 새삼스레.
원우) 이따보자.
민현) ...........
원우) 왜 그렇게 쳐다봐. 놀린거 아니야.
민현) 알아. 그냥 약이 올라서 그래.
원우) 놀린거 아니라니까?
민현) 안다고. 그냥 약이 올랐다니까?
집에서 일을 하는 원우가 우연히 방에서 나와 민현을 마주치고, 원우가 자신에게 말을 건네자 의도와는 상관없이 삐뚤어진 말을 건네는 민현이었다. 그게 퍽 웃겼던건지 원우가 웃음을 터뜨리며 여주 옆에 앉아 티비를 봤고 둥근 세 뒷통수를 바라보던 민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다가 방에서 나온 명호를 보며 민현이 물었다.
민현) 어디 가?
명호) ..아 나 오늘 원고 제출.
민현) 아. 조심히 다녀와.
명호) 형도 출근 잘해.
민현) ...........
명호) 비꼰거 아-,
민현) 그래 아니야 나도 알아. 그냥 하기 싫어서 그래
명호) 그럼. 누가 일하는게 좋겠어. 형 근데 그거 알아?
민현) 뭐?
명호) 집에 있어도 일하기 싫은 건 똑같아. 책상에 앉기가 싫어. 앉으면 출근이거든.
민현) ....그렇겠네. 근데도 부러운건 변치 않아.
명호) 그렇겠지.
민현의 말에 명호의 시선이 원우와 창균 사이에 있는 여주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집에 꿀을 발라놨으니.
출근을 한 아이들을 제외하고 집에 남은 아이들이 출출해졌을 시각, 하루의 중심이었다. 가장 먼저 허기가 진 지훈은 시곗바늘이 정확히 12시 30분을 가리키자 노트북을 덮었다. 일과 일상을 잘 분리하는 타입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민규의 방으로 향했고, 역시나 방엔 민규가 없었다. 그러자 지훈은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겨 여주의 방을 열었다.
지훈) 넌 방이 없냐?
민규) 없애도 될 것 같아.
지훈) 뭐래.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여주, 그리고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하는 민규의 모습에 지훈은 익숙한 듯 민규에게 승질 아닌 승질을 부렸고, 민규의 대답에 인상을 살짝 구기던 지훈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지훈) 점심 먹자.
민규) 뭐먹을래?
지훈) 여주야 뭐먹을래?
여주) ...별로 생각 없는데. 그냥 대충 ㄸ,
민규) ..........
여주) ...그래. 순댓국이나 먹을래?
민규) 와 그것도 맛있겠다.
지훈) 창균이는 어딨어?
여주) 원우오빠랑 게임할 걸?
지훈) 그래?
대충 메뉴가 정해진 듯 지훈은 1층으로 내려가 원우의 방문을 열었고, 둘이 붙어 닌텐도를 하는 모습을 보더니 속으로 생각했다. 참, 묘하게 어울리네.
지훈) 밥은?
원우) 지금 먹게?
지훈) 응.
원우) 아무거나 괜찮은데.
지훈) 순댓국 먹을래?
원우) 그래.
창균) 상관 없어.
대답이 중요하진 않았던 건지, 아님 먹을거라고 확신을 했던건지, 지훈은 아이들에게 먹을거냐고 물어봄과 동시에 손가락으로 바쁘게 음식을 시키고 있었다. 상관없다는 창균의 말과 동시에 주문이 완료 되었다는 화면이 뜨고, 지훈은 아무 말 없이 방을 나왔다. 그리고 원우가 창균을 향해 말했다.
원우) 지훈이,
창균) 어?
원우) 이미 순댓국 시키고 있었던거야.
창균) .....?
원우) 우리 대답이 중요한게 아니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어보면서 이미 시키고 있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배달 음식이 오기 전, 지훈은 올라가기 귀찮은 듯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고, 창균과 원우는 여전히 닌텐도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여주는 여전히 책을, 민규는 여전히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러다 여주에게 시선을 옮겼던 민규의 시야에 자신들이 썼던 편지들이 한 켠에 가지런히 놓인 걸 보고 아차싶어 여주에게 물었다.
민규) ...여주야.
여주) 응?
민규) ...그 편지.
여주) ..........
민규) 다 읽었어?
여주) ...응.
다 읽었다는 여주의 말에 민규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주소를 몰라서 못보낸 편지였지만, 돌아와서 읽게하고 싶지는 않았다. 힘든 걸 굳이 보여줘서 뭐하나, 생각 많은 여주가 더 죄책감에 빠지는 꼴은 보기 싫었으니.
민규) ...........
불행 중 다행인 건, 여주가 떠나고 나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여주를 향한 감정을 서슴없이 써내려갔던 첫 편지는 제 서랍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
민규) ...뭐하러 읽었어.
여주) ..그걸 어떻게 안읽어. 내 방으로 온 편진데.
...나한테 와야했던 편지들인데.
민규) ..또 펑펑 울었겠네.
여주) 그럼. 우리 민규가 이렇게 지냈구나, 우리 석민이가 이렇게 지냈구나. 그러면서 펑펑 울었지.
나 안까먹고 맨날 맨날 생각한 거 기특하기도 하고.
씁쓸한 웃음기를 머금으며 답하는 여주가 쥔 책 장 끄트머리가 살짝 구겨지고, 민규는 그런 여주를 쳐다보지도 못한 채 여주의 단조로운 이불 패턴만 바라볼 뿐이었다.
여주) 힘들게 지냈다는 거 보여줬다고 미안해 하지마.
민규) ....왜?
여주) ...내가 떠났던 것 만큼 내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인거야.
민규) 그런게 어딨어.
여주) 잘못 선택한 거 맞아.
내 선택이 잘못됐던 거 맞아, 민규야.
여주) ..오빠들이랑 애들이 이 방에서 편지를 썼을 때에 생각들, 감정들, 아무리 생각해도 난 헤아릴 수 없어. 평생 모르겠지.
민규) ..........
여주) 그것도 모르고 미국 가서 너희 위한다고 일한거, 그거 잘못된거였어. 이제 알아.
그니까 그냥 냅둬.
이정도 벌은 벌도 아니야.
점심 식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제각각 흩어질 때 민규는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벨이 울렸고 민규는 올 사람이 없는데 하고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화면을 바라봤다. 민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민규) ...누구세요?
'...임창균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창균이라는 이름에 민규가 눈을 살짝 크게 뜨더니 대문 열림 버튼을 누르고, 바로 원우의 방으로 가 창균을 불렀다. 형.
민규) 창균이 형 아버지 오셨는데?
창균) ...뭐?
민규) ...창균이 형 아버지 방금 오셨어.
똑똑똑-.
민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현관문 소리가 들리고, 민규는 다시금 방을 나가 현관을 열었다. 그러자 창균이 곧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갔고, 원우는 어두운 창균의 표정에 금새 따라 나섰다.
"...뭐하는 거냐?"
창균) ..........
"일단 나가서 얘기하자. 보는 눈도 있으니."
창균) 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너 하나 찾는 건 일도 아니다."
창균) ...........
"나가자."
창균) 여기서 말씀하세요.
"....친구들 앞에서 쪽이라도 당하고 싶은가보지?"
창균) ............
모욕적인 말을 내뱉는 아버지를 공허한 눈으로 바라보는 창균이었고, 한 번 끌려 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는 듯 창균은 여기서 이야기 할 걸 고집했다. 창균의 아버지 후우 하며 제 화를 가라앉히려 심호흡을 하더니 창균을 다시금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뭐가 문제냐."
창균) ...........
"남들 없는 거 다 가진 네가, 도대체 뭐가 문제라서 이러는 거냐고!"
있는 회사 물려 받으라는데, 가진 거 주겠다는데!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들어서는! 니 멋대로 행동하는지 입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큰소리에 윗층에 있던 아이들이 놀라서는 밑을 내려다보더니 조용히 내려왔고, 곧 원우와 민규 옆에 서서 상황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여전히 화가 주체되지 않는 듯 한숨을 푹푹 내쉬더니 여주와 눈이 마주치고 곧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 표정을 보던 민규가 인상을 찌푸리며 여주를 제 뒤로 감추고, 아버지는 여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창균에게 말했다.
"미국에서부터 들러붙더니, 한국도 같이 들어온거냐?"
창균) ...아버지가 여주를 어떻게,
"어떻게 알았는지 니가 알아서 뭐하게! 넌 그냥 시키는대로 해서 내 회사 물려 받으면 된다고 몇 번을 말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떠들어줬더니 도대체 한 평생을 듣지않고 뭘 한거야!"
창균) ...아버지.
"이왕 한국 온 거, 집으로 들어와라. 미국에서 팀장까진 달고 오랬더니 그거 하나 못하고 귀국이나 하고 말이야. 어?"
창균) ............
"널 용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회사로 출근해."
창균) 아버지 회사는 안간다고-,
창균의 말은 아버지의 손찌검에 의해 멈추고, 곧 거실엔 차가운 공기만이 맴돌았다. 돌아간 창균의 고개를 민규의 뒤에서 바라보던 여주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곧 민규를 옆으로 살짝 밀더니 창균 앞에 서서 남자를 올려다봤다.
"...뭐야?"
여주) 하지마세요.
"..애초에 너만 없었어도 이렇게 꼬일 일은 없었어."
여주) ...그렇게 감시하셨으면 아시겠네요. 오빠가 얼마나 지옥같은 삶을 살았는지.
"뭐?"
여주의 얼굴에 삿대질을 하며 너만 없었어도 됐다는 말을 하는 남자에 여주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말을 하기 시작했고, 남자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해갔다.
여주) 절 만난게 창균오빠한테 독인지 실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근데요. 미국에서 오빠 처음 만나자마자 알겠던데요. 삶이 그지같다는 건.
"네가 뭘 알아. 내 아들에 대해서 네가 아는게 뭐가 있다고 떠들어?"
여주) 증명하고 계세요. 오빠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곳에서 살아왔는지.
"네가 미국에서 창균이 앞에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여주의 말에 분이 터진 아버지는 여주를 밀어 넘어뜨리고 창균에게 한발짝 다가서서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네가 뭐가 부족해서 저딴 걸 만나? 어? 네가 뭐가 부족해서! 저런 부모도 없는 천한 걸!"
민규) 아 진짜, 저기요!
창균) 부족한 거 많죠. 집에서 줘야했을 모든 걸 준 아이니까요.
"뭐? 네가 뭐가 부족했는데! 그런 거 하나 없이 키웠건만 뭔 이상한 애를 만나서는!"
창균) ...걔 없었으면 저 평생 못보셨을텐데요.
"...뭐?"
창균) 아버지가 보고 계신 애가,
창균의 절절하고 텅 빈 목소리가 아버지를 향하고, 넘어져있던 여주는 몸을 일으켜 다시금 아버지 앞에 서서는 눈물을 흘리며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해요, 제발. 숨 좀 쉬게 냅둬주세요.
epilogue 1
배달음식을 기다리는 도중 닌텐도를 하다가 창균이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원우를 불렀다.
원우) 왜?
창균) 고등학교 때 나랑 짝 했던 거 기억 나?
원우) 응.
창균) 기억 나?
원우) 응. 왜?
창균) 어떻게 기억 해?
원우)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기억하지.
창균) ...........
원우) 갑자기 그건 왜?
기억이 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창균이 반대의 대답을 하는 원우에 놀라고, 놀란 창균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금 닌텐도를 하며 왜 묻냐는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창균이 닌텐도에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창균) ...그럼 너 나한테 사과주스 주려그랬던 것도 기억 나?
원우) 응. 안받는다 그래서 기억 나.
창균) ...사과주스 싫어해서 주려그런거야?
원우) 아니? 나 사과주스 먹는데?
창균) ...그럼 왜 주려그랬어?
원우) 힘들어 보여서.
창균) ..뭐가?
원우) 문제집 푸는 거.
창균) ...아.
무미건조하게 답하는 원우에 창균이 작게 탄식을 터뜨리며 고개를 느리게 주억거렸고, 한참 둘 사이엔 게임에 관한 대화만이 오갔다. 그러다가 배달이 도착해 거실이 소란스러워지자 자연스레 닌텐도를 끄고, 둘은 책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원우가 방 문고리를 잡더니 문을 열기 전 뒤돌아 창균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원우) 너 버릇 있던 거 알아?
창균) ..무슨 버릇?
원우) 문제집 모서리에 낙서하는 버릇.
창균) ...내가?
원우) 응.
창균) ...그랬나?
원우) 니 문제집 위에,
epilogue 2
집에 창균의 아버지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들은 민현이 책상에 앉아 멍하니 생각하더니 제 방을 빠져나왔다. 그러다 소파에 앉아있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뒷모습이 민현을 반겼다. 어두운 집안 속 은은한 달빛만이 가득했고, 몇몇 아이들이 자지 않는 듯 간간히 새어나오는 소음들이 존재했다. 그 사이를 걷던 민현이 자연스레 창균의 옆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민현) ..안자고 뭐해. 여기서.
창균) ...소란 피워서 미안해.
민현) ..됐어. 안다쳤음 됐지.
창균) ...........
나가서 얘기했으면 나 다시 못들어왔을거야. 그래서 그냥..
창균이 조곤조곤 제 심정을 전하자 민현은 이해한다는 듯, 알아. 하고 나지막이 답하며 쓰게 웃었다. 다시금 정적이 자리하다 창균이 말했다.
창균) ....그래도 여주는 쓴소리 듣게하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미안하네.
민현) ...그냥 가셨어?
창균) ...여주가 울었어.
민현) ..........
창균) 나 좀 제발 냅둬달라고.
그랬더니 한숨을 푹 쉬시더니 가시더라. 여전히 그 한숨은 부정적인 것 같았지만.
창균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고 민현은 가만히 눈을 깜박거리며 잘 보이지도 않는 어둠 속을 응시했다.
창균) ....도와주라.
창균이 여전히 숙이고 있던 고개를 더 숙이더니 물기묻은 목소리로 말했다.
창균) ..나도 너처럼 나올 수 있게 좀 도와줘.
민현) ..........
창균) 나 좀 살려주라, 민현아.
민현) ..........
살려달라는 말에 민현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꼭 그 말이, 옛날 제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 고등학생 때 부모님의 늪에서 벗어나려했던 제 모습과 퍽 닮아서.
epilogue 3
창균) ...왜 울었어.
여주) ..그러는 자기는. 자기도 울었으면서.
창균) ..그게 같아?
여주) 응.
창균) 그게 어떻게 같아.
여주) 난 다 봤잖아.
창균) 뭐를
여주) 오빠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게 부정 당하는 걸 보려니까, 너무 속상해서.
여주의 책상에 앉아 침대에 누워있는 여주와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둘이었다. 창균에게서 등을 돌린 채 조용히 답하는 여주를 창균은 빤히 쳐다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창균) ..미안해, 그런 소리 듣게 해서.
여주) 괜찮아.
창균) ...미안해.
여주) 안미안해 해도 돼.
...무뎌졌어. 그런 말.
창균) ..여주야.
여주) 응.
창균) 살려줘서 고마워.
여주) ..전혀.
창균) 아냐, 여주야.
여주) ..........
창균) 내 삶에 나타나줘서 고마워.
여주) 나도.
창균) ...........
여주)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창균) 여주야.
여주) 응.
창균) ...잘자.
여주) 오빠도 잘자.
창균이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누워있는 여주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고, 여주는 눈을 깜박거리다가 몸을 일으켜더니 창균을 불러세웠다. 오빠.
창균) ..........
여주) ...내일은 더 행복할거야.
서있는 창균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은 여주가 창균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주문처럼 외웠다.
미국에서 자해를 하는 날이면 꼭 창균이 제게 건넸던 말이었다.
'여주야, 내일은 더 행복할거야.'
여주) 내가 그렇게 만들거니까,
'내가 그렇게 만들거니까,'
여주) 오빤 그냥 와주기만 하면 돼.
'여주는 그냥 와주기만 하면 돼.'
여주) 쉽지?
'쉽지?'
여주) 내일 기다릴게. 꼭 오는거다.
'내일 기다릴게. 꼭 오는거야.'
여주의 말에 창균은 한참 작은 여주의 어깨에 제 얼굴을 묻더니 꺽꺽 울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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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점반의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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