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
*
"지금 아니면 못 말할 것 같아서."
응? 뭘? 이라고 묻기도 전에 무섭게 입술에 닿아오는 것은 방금까지 애타게도 달싹였던 한빈이오빠의 입술이요 곧 이어 만난 것은 입술보다 말랑한 축축한 무언가요...
내 입술 사이를 가르고 들어온 게 혀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는 덴 시간이 좀 걸렸어 그렇다면 이건, 나 첫'키스' 하고 있다는 거잖아. 내가? ㅇㅇㅇ가? 한빈이오빠랑? 이렇게 갑작스럽게? 오빠가 내 손을 너무 꽉 잡고 있어서 입술을 떼지도 못하겠고; 아니 사실 그 이유보단 놀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것 같아... 거의 유체이탈 하고 있었음ㅋㅋㅋ 사람이 너무 놀라면 아무 말도 못 하잖아 막 힘도 빠지고. 내가 딱 그랬거든..ㅋㅋㅋㅋ 드라마나 영화 보면 남자 주인공이 갑자기 키스하고 여자 주인공은 눈만 엄청 커져서 가만히 있는 그런 거 많이 봤지? 그게 내가 될 줄이야...
공원 가운데 놓인 오렌지색 등 아래에서 길었다 하면 길었을, 짧았다 하면 짧았을 시간 동안 민망하게 그러고 있다 한빈이오빠가 먼저 떨어졌어 난 그대로 얼었고..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무슨ㅋㅋㅋㅋㅋㅋㅋ 살면서 가장 놀란 일 TOP 5에 들겠다 이거.. 신기한 건 화나지가 않았어. 분명히 엄청 놀라기도 했고 당황하기도 했는데 말도 없이 이런 짓 했다고 화는 안 나더라..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서 헤벌레 서 있는데 오빠가 손가락으로 쓱 내 입술 주변 닦아 주더니 다시 내 눈높이 맞춰서 말하는 거야
"..사귀자."
"응?"
"알아. 너한텐 아직 이런 말이 이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거."
"ㅈ, 잠깐..."
"너랑 전화 끊을 때도 만나고 헤어질 때도 늘 아쉬웠어.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무슨 구실로 먼저 만나자 말 꺼내야 할까 계속 고민도 많이 했고."
"어... 어....."
"네 시기가 어떤지 아니까 말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했는데 말 안 하면 후회할 걸 아니까."
쉽게 말하는 거 아니야, 너 좋아. 만나도 후회 안 할 것 같아.
..무방비 상태로 있다 초필살기 두 방 맞고 HP 14밖에 안 남은 기분?
아니 저렇게 끝내면 어떡해!!!!! 뭐 어떻게 대답하라고!!!!!!!! 그 눈빛 좀 어떻게 해보라고!!!!!!!!! 이런 상황은 나한테 영 익숙하지가 않다고!!!!!!!!!!!!
오빠 입에서 나온 말들을 속으로 리플레이 해보다 전에 친구들이 음흉하게 낄낄대며 나한테 귓속말로 일러 준 한 마디가 번쩍, 했어.
'야 요즘은 선키스 후고백이 대세래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그 말을 듣고 꽤나 충격 받았었지.. 어떻게 키스가 고백보다 앞에 올 수가 있냐며 무려 책상을 박차고 애들한테 진심으로 의아하게 물어봤던 기억도 새록새록...
이게 진짜 대세였다고? 트렌드? (※물론 아닙니다.) 참트루였단 말이야..? 선키스.. 후고백... 선키..ㅅ...ㅡ..... ㅋ...ㅣ.....스.........
"오빠 말대로 좀 이른 것 같아서.. 지금 그 말 들을 줄도 전혀 몰랐고..."
"놀라게 해서 미안해 ㅇㅇ야."
"생각.. 생각할 시간을 줘."
"..그래."
잠시 한빈이오빠 전매특허 꿀 생산지인 눈에 휘말려 있다가 안 봐도 뻔히 빨개져 있을 얼굴을 붙잡고 도망치듯 빠져 나왔어... 미친 미친 개미친을 중얼중얼 거리면서ㅋㅋㅋㅋㅋㅋ
언제 배웠는지도 가물가물한 육하원칙을 되살려 보자.
1. 누가 : 내가 김한빈과.
2. 언제 : 2분 전..
3. 어디서 : 우리 아파트 공원에서...
4. 무엇을 : 키스를.....
5. 어떻게 : 다시 떠올리기도 민망하지만 혀까지 닿았고........
6. 왜 : 오빠의 일방적인.....^^...
아 미친 이건 뽀뽀를 넘어선 거잖아.... 내 현실 세계에서 상상할 수 있는 스킨쉽 범주를 벗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난 지금까지 살면서 남자친구를 두 명 사귐. 초6 때랑 고1 때ㅋㅋㅋㅋ 초6 땐 뭣도 모르고 "야! 우리 사귀자-_-^" "그래...>_〈♡ (수줍)" 이 루트로 사귄 거라 남자친구였다 말하기도 부끄러워ㅎㅎ..
나름 제대로 사귄 건 고1 때였지... 고1 때 남자친구 만나면서 그런 스킨쉽을 처음 해봤는데 기껏 진도 뺀 게 뽀뽀였고 그것마저 볼에 한 거였음.. 그만큼 내가 스킨쉽에 엄청 조심스러워 하고 막 그러거든?
내 입으로 말하긴 상당히 민망하고 믿기지도 않겠지만 난 나름, 정말 나름 연애에 보수적ㅋㅋㅋㅋㅋ인 사람이야 조금 많이 의외지..?
이에 근거해서 사귀는 사이에서나 할 수 있을 법한 뽀뽀나 키스 같은 스킨쉽은 '당연히'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에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함.
그런데 이런 내가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닌 한빈이오빠랑 키스를.. 그것도 심지어 혀까지 닿ㅇ..... 지금 이 시간부터 해 뜰 때까지 방금 그 장면에서 입술만 클로즈업 돼서 날 괴롭힐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텍스트로는 내 멘붕이 다 전해지지 않을 거야... 멍하다.....
오빠가 날 나오라고 불렀다. 보고 반가워서 뛰어갔는데? 부담스럽게 얼굴 들이대고 내 눈을 마주봤다. 그리고 날 진지하게 부르더니? 사귀자.
...있을 수가 없어 이건. 왜 내가 좋은 건데? 내가 저렇게 잘나면 나같이 누가 봐도 연애 고자인 사람이랑 사귀진 않겠다;
아니지, 근데 이게 돌이켜보면 이건 백퍼 썸이었어. 그간 오빠 만나면서 들었던 말들이나 오빠 행동이나 카톡만 봐도 솔직히 이건 누가 봐도 아~ 얘네 사귀나보다~ 이럴 만한 것들밖에 없어서...
먼저 내 손 잡았던 오빠를 뿌리치지 않은 것도 내가 오빠가 싫지 않다는 증거 중 하나잖아? 나 진짜 내 마음을 모르겠어ㅠㅠㅠㅠㅠㅠ 연애에 서툰 복학생 말고 연애에 서툰 ㅇㅇㅇ 합시다
생각해 보겠다곤 말했지만 솔직히 나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어 금방 이 날이 올 거라고. 내가 그렇게 눈치 고자도 아닌데 설마 몰랐겠어?ㅠㅠㅠㅠㅠ 근데 그게 오늘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쿵쿵 집으로 돌아가면서 급히 핸드폰을 꺼내 들고 너와 나 우리 온 국민이 쓰는 노란 메신저로 들어갔어ㅋㅋㅋㅋㅋㅋ
하 그런데 대놓고 떨리는 내 손 어쩔?; 나 알고 보니까 인간이 아니라 사시나무 아님?;;;;
이수현 번호를 누르는 데도 몇 번이나 틀려서 전화 한 번 거는 데 참 오래도 걸렸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보세요? 너 왜 그럼?]
"받았다고... 받았다고 내가....."
[뭐야 무서워... 드디어 미쳤나 왜 이래?]
"아 고백 받았다고!!!!!!!!!!!!!"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백받았다고 고백하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웃는 소리만 계속 들리는 거임? 묘하게 기분이 나쁜 건 내 착각이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너도 놀랐겠지... 그런데 나 만하겠니^^......
"야... 어떡하지 받아 말아?"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ㅋㅋㅋㅋㅋ]
"아니ㅠㅠㅠㅠㅠㅠㅠ 나 진짜 지금 미칠 거 같다고"
[너 그 오빠 좋아함?]
"어?"
[뭐 너도 그 오빠 좋아하는 것 같긴 하니까 이건 둘째 치고,]
"……."
[너 지금 그 아저씨 신경 쓰고 있는 거 아니야?]
"...응?"
[내가 독심술사도 아니고 다는 모르겠는데 어찌 됐든 그 아저씨 신경 쓰고 있는 거 아님?]
"……."
정곡을 찔렸어. 난 지금 구준회도, 아저씨도 나도 모르게 거슬려 한 거야. 근데 그걸 부정하고 싶어서 모른 척 하고 있었던 거지.
요즘따라 절대 있을 수 없다고만 생각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내가 고백을 이렇게 연이어서 받다니ㅋㅋ..
내가 구준회 눈치를 왜 보는 건데? 나한테 관심도 없는 아저씨 생각을 왜 하는 건데? 내가 왜 저 둘을 신경 쓰면서 고백 받을지 말지를 정해야 돼? 그치?
..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꾸만 그쪽 생각이 스멀스멀 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봐ㅋㅋ...
집에 도착해서도 씻으러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이수현이랑 전화했는데 끊고 나서 기억에 남는 말은 이거밖에 없었어.
[당연히 받아 줘야지 미쳤어? 너 설마 지금까지 아저씨 잊어버릴 거라고 그 오빠 계속 괜찮게 만났으면서 이제 와서 또 아저씨 때문에 연 끊기는 건 웃긴 거 아님?]
찬물로 절대 씻지도 못하던 내가 정신 차려보니까 찬물 끼얹고 있더라ㅋㅋㅋㅋㅋ 그만큼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나
괜히 와 있는 카톡들은 무시하고 친구 목록 내리다 의미 없이 아저씨 프로필 구준회 프로필 눌러보고 한빈이 오빠 프로필도 눌러보고... 이게 무슨 부질없는 짓인지 진짜ㅋㅋㅋ
뭘 하길래 코빼기도 안 보이는지 라이브 카페에서 본 날 이후로 아저씨를 한 번도 못 봤다고 했잖아? 아저씨한테 카톡으로 왜 요새 안 보이냐고 물어볼까 말까 손가락 방황하게 시키다 아무 사진도 설정 안 돼 있는 아저씨 프로필을 잠깐 보는데 갑자기 뭔가 확 올라오는? 울컥하는? 느낌이 들더라ㅋㅋㅋ 무슨 감정이었는지 그게
또 나만 생각하고 있었던 거잖아 나만. 그 다음엔 홧김에 혼자서 다짐했어. 그래, 아저씨 따윈 처음부터 몰랐던 사람으로 하자고. 뭐 하길래 안 보이는지 그게 내 알 바야? 이렇게 아저씨가 거슬리는 이유도 잘 잊고 있다가 얼마 전 간만에 아저씨 얼굴 봐서일 뿐이라고. 그런 거라고.
그날 밤 내 감정에 대한 정의를 내렸어.
나한테 있어선 그저 친구인 구준회.
잘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봐서 잠깐 생각 나게 된 것 뿐일 아저씨.
갑자기 훅 들어와서 박힌, 점점 커지고 있는 한빈이오빠.
이게 정답이기를.
그리고, 정답이 맞다면 이 답이 바뀌지 않기만을 바랐어.
-
"ㅋㅋㅋㅋㅋㅋㅋ 야 너 사귄다며? 좋겠다?"
"그렇게 크게 안 말해도 되ㄴ..."
"미쳤어 미쳤어ㅋㅋㅋㅋㅋㅋ 진짜 소개해 준 게 이렇게 보람찬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야 얘 고백 받아줄 때 그 오빠한테 뭐라 했다는지 기억 남?ㅋㅋㅋㅋㅋㅋ"
"그걸 다시 꺼내볼 필요가 있ㅇ..."
"ㄴ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랬더라"
"우리... 사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틴 로맨스야 하이틴 로맨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죽이고 싶다.......^^
응 우리 대화를 보다시피 나 한빈이오빠랑 사귀기로 했어 정확히 어젯밤부터..ㅋㅋㅋㅋㅋㅋ 애들한테 등짝 엄청 맞음 배신자라고
그저께 내 마음을 정리하고 다음날 밤ㅇㅇ 그러니까 어젯밤에 오빠한테 만나자 했었어 그리고 우물쭈물 하다가 인정하긴 싫지만 저 망할 이수현 말대로 똑같이 '우리... 사귀어요!' 이럼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인정하기 싫은데 이수현이 날 너무 잘 따라했어 어젯밤의 날 보는 줄ㅎㅎ.
아저씨 생각 안 나냐고? 솔직히 옆집 기척도 없고 아저씨는 보이지도 않으니까 걱정되긴 하는데 이 걱정마저 안 하려고 노력 중이야...ㅋㅋ 진짜 깔끔하게 포기하려고 제대로 마음 먹었거든
하필 딱 사귀고 난 다음날이 월요일이냐 어떻게.. 후... 오빠가 오늘 볼 수 있냐는데 솔직히 나 고3이잖음? 공부를 해야 되지 않겠어? 내가 요즘 월요일엔 무조건 도서관 가거든...ㅠㅠㅠㅠ 그래서 미안하다고 오늘 도서관 가서 공부하려고 했었다고 내일 만나자 하니까 오빠가 뭐라는지 앎?ㅋㅋㅋㅋㅋ 나 공부 좀 한다고 모르는 거 있으면 가르쳐 준다고ㅋㅋㅋㅋ 끝나고 집 데려다 준다고 같이 가도 되냐고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오늘 내가 제일 혐오하는 수학 공부할 계획이었는데 ^^! 수학도 배우고 쓸쓸하지도 않고 밤길 무섭지도 않고 일석삼조 ^^!
같이 도서관 갈 생각에 수업 시간에도 밥 먹을 때도 혼자 실실댔어ㅋㅋㅋㅋㅋ 물론 그런 나를 보는 친구들의 시선은 따가웠지만.....☆★
종례 때 담임쌤 들어오시기 전에 책상 서랍 속에 폰 쑤셔넣고 다른 반 친구랑 카톡하려고 소심하게 몰폰을 시전했어
생각해 보니까 전에 아저씨한테 전화번호 받은 날부터 계속 카톡 즐겨찾기 해뒀었거든? 이제 난 남자친구도 생겼으니 씁쓸하게 웃으면서 즐겨찾기 해제 누르려는데 천사와 악마가 내 양옆으로 뿅 생김; 정확히 말하면 기어코 내 자아가 두 개로 분열했어ㅎㅎㅎ.. 한 자아는 '아저씨 걱정되지도 않아? 카톡해 봐!' 이러면서 날 부추기고 다른 자아는 '해봤자 네 자존심에 금만 갈 거임 ㄴㄴ' 이러는데 난 전자에 홀렸어..
내 손이 저절로 아저씨 프로필 위의 '1:1채팅'을 누르고 나서야 내가 지금 미쳤구나 싶은 거임 카톡은 무슨 카톡이야 큰일 날 뻔;
그런데 정신 번쩍 들고 뒤로 가려고 손가락 허둥대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러 버렸더라?
ㅋ?
...망했다.
***
여주가 갈피를 못 잡아서 많이 답답하지만 응팔 덕선이 심리처럼 아직 여고생일 뿐이니 이런 저런 감정이 드는 거라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보고 싶었어요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 저 내일 생일입니다!!!!!! 찬우야 미리 생일 축하해 그리고 나도!!!!!!!!!!!! (끼워 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