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보관소
w.1억
처음으로 너에게 전화를 걸까 생각을 해보았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민시에게 받은 이재욱의 번호를 그냥 저장만 하자니, 손가락이 너무 간지러워서 말이지.. 결국엔...
"걸어 그냥."
"응!"
"…걸었어?"
"아니?"
"빨리 걸어! 이 답답아!!"
결국엔 민시가 내 핸드폰을 가져가 재욱이에게 전화를 걸어버렸고, 나는 다시 전화를 끊으려다가 진정하고 핸드폰 화면을 보았다. 뭐야.. 안 받...
- 여보세요.
"…어! 여보세요!? 어.. 그게.. 나 을이야! 민시한테 번호 물어봤거든..."
- 아.., 그래?
"응!"
- …….
"다름이 아니라.. "
- …….
"내일 체육대회잖아. 내가 체육대회 날은.. 너무 너무 너무 떨릴 것 같아서.. 그런데..말이지.."
- …….
"그게..."
- …….
"음..그래서 말인데..내일..아침에..."
- …….
"어...."
- 그래.
"어?"
- 학교 같이가자.
"…어..어!"
- 내일 8시10분까지 집 앞으로 갈게.
"…응!! 그 저기..재욱아!"
- 응.
"…잘자!"
- …….
"여보세요?"
- 아직 9신데 벌써 자라고?
"ㅇ..ㅏ..일찍자면...! 키도 크고.."
- 그래. 키 더 클게.
"…응! 그럼 내일 봐...!"
- 응.
전화를 끊자마자 민시가 갑자기 푸흡- 하고 입을 틀어막고 웃는 것이다. 왜? 하고 민시를 바라보자, 민시가 웃다가 눈물까지 흘렸는지 눈물을 닦으며 말한다.
"이재욱 안 그래도 키큰데 뭘 키를 더 커. 바보야. 2미터 찍으라는 소리냐?"
"아니..! 그래도.."
"이재욱이 안 웃는 게 신기했다 진짜."
"…아니 그게 그렇게 웃겨?"
"응. 열라 웃겨. 토할 것 같애."
"야아아아 웃지 마...! 근데.. 민시야."
응? 하고 민시가 여전히 배를 잡고 웃으며 나를 보았고, 나는 민시의 팔에 든 멍을 한참 보았다. 민시가 팔을 뒤로 숨기며 말한다.
"그냥 벽에 조금만 박았는데 이래."
"…응!"
"내가 뭐 맞고다닐까봐 그러냐?"
"아니! 그건 아닌데.."
그래도 그냥 항상 몸에 멍자국이 있으니까 걱정이 되니까 그러지.. 그래도 계속해서 날 놀리며 웃는 민시 덕에 같이 웃을 수 있었다.
엄마는 내 방에 똑똑- 노크를 하고선 쿠키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선 말한다.
"우리 소녀들은 항상 즐겁네~ ^^?"
그러게.민시랑 있기만 하면 항상 웃기만하네. 엄마가 나가고 나는 민시에게 쿠키를 건네주며 말한다.
"친구 해줘서 고마워.."
"풓ㅂ...훕푸흡!!"
"야아아아 왜 웃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진짜 진짜 너한테 너무 고마워! 나랑 친구해줘서 너무 너무 고마워!!"
"야아 오글거리게 하지 마라 진짜 우웩 토나올 것 같으니깤ㅋㅋ."
"참나...."
"재욱아 잘자~~"
"야아아!!!"
"……."
다음 날.. 대망의 날이다... 재욱이한테 고백하는 날. 근데 하필이면 엄마가 늦게 깨워주는 바람에 후딱 준비하느라 머리도 제대로 못 말리고 나와버렸다. 그래도 딱 8시 10분에 나오기는 했는데..
"안녕..재욱아!"
"……."
아침부터 우리집 앞에 담벼락에 팔짱을 낀 채로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재욱이를 보니 할 말을 잃었다가 바로 인사를 했다.
"늦잠 자버려서 늦을 뻔 했는데.. 그래도 딱 맞췄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딱 지금 도착한 거야? 시간에 맞춰서???"
"응. 나도 방금 막 왔어."
"다행이다.. 난 또 기다렸을까봐.. 갈까?"
같이 걷다가 재욱이한테 말이라도 걸려고 고갤 돌리면, 이미 나를 보고있었던지 재욱이랑 눈이 마주쳤고.. 먼저 눈을 피하길래 난 어색하게 재욱이를 보다가 딱 봐도 당황한 것 같은 목소리로 말해버렸다.
"강이도 같이 가니까! 강이 집 앞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
"응."
그리고 또 우리는 말이 없었다. 강이 집 앞에 서서 기다리는 동안 너는 늘 그렇듯 말이 없었고, 나는 괜히 애꿎은 신발 코끝으로 바닥을 치다 입을 열었다.
"영화 볼 때 팝콘 먹는 거 좋아해, 나쵸 먹는 거 좋아해?"
"그냥. 아무거나."
"아무거나....."
"……."
"…음."
"넌?"
"응?"
"넌 뭐 먹는데?"
"나는! 다 좋아해! 다 좋은데! 그중에 네가 좋아하는 거 먹고싶어! 근데 너도 아무거나 먹고싶다고 했으니까.. 그럼..음..팝콘??팝콘 먹을까?"
괜히 재욱이가 먼저 말을 걸어줬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져서 말이 많아졌을 뿐이다. 내가 너무 횡설수설 말했나, 재욱이가 날 보고 웃어버렸는데. 뭔가.. 내가 너무 바보같아 웃겨보였나보다.. 창피하게..
"그래. 팝콘 먹지 뭐."
"그래! 그럼.. 내일 보러갈까? 아니면 모레?"
"내일 보러갈래?"
"어!! 난 좋아!!"
"학교 끝나고 가자."
"응!!!"
"그럼 영화보고 저녁도 먹어도 돼?"
"응."
"그래! 그럼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그리고 커피도 마시자!"
"그래."
"…좋아!"
또 재욱이가 웃었다. 나도 천진난만해게 웃다가도 강이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곧 재욱이를 보고 놀란 듯 하다가도 왜 여기에 있냐- 묻지도 않고 바로 걷는다.
나같으면 웬일로 같이가냐 물었을 것 같은데. 강이는 궁금하지도 않은가..
나는 가운데에서 걸었고, 양쪽으로 강이와 재욱이가 걸었다. 뒤늦게 생각이 난 듯 가방에서 급히 쉐이크 두개를 꺼내 하나는 강이에게 주고, 하나는 재욱이에게 건네주었다.
"엄마가 아침마다 주는 야채 쉐이크야. 원래 내 건데.. 네가 먹어!"
"…됐어."
"부탁인데.. 나 이거 먹다가 토할 뻔한 적이 몇 번인지 알아? 그치 강아?"
내 말에 강이가 고개를 끄덕였고, 재욱이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한다.
"먹기 싫으니까 먹어줘라?"
"…응!"
고갤 저으면서도 쉐이크를 먹는 재욱이를 뚫어져라 보았다. 너무 잘 마시는 것 같은데.. 원샷을 한 재욱이가 살짝 인상을 썼고.. 나랑 강이는 그런 재욱이를 보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어때? 맛있어?"
"…어.."
"솔직하게 말해도 돼.. 강이도 처음에 막 인상썼어. 근데 지금은 맛있대.. 미쳤지.."
"그걸 원샷하냐.."
"그러니까.. 괜찮아 재욱아?"
또 빵터져버렸다. 강이가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흘렸고, 나는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재욱이한테 허당미도 보고.. 기분 되게 좋다.
"네가 계주를 한다고?"
"응!"
"왜?"
"왜냐니? 할 수도 있지!"
"얼씨구... 그래.. 퍽이나 잘 하시겠죠."
"아니 왜!? 왜 무시해!?"
"화이팅. 내가 너 특별히 응원해줄게."
"고맙네요 ㅡㅡ."
효섭오빠는 나를 놀리기 바빴다. 지나가다가 마주칠 때마다 'ㅋ'하고 날 비웃었고.. 나는 그럴 때마다 주먹을 꽉 쥐어 죽고싶냐는 듯 보여주기 바쁘다.
그리고 체육대회라고 방송반 애들이 방송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나은의 목소리가 들려서 민시를 쳐다보니, 민시가 고갤 끄덕이며 말한다.
"쟤 방송반 얼굴로 들어갔어."
"아..."
방송반에 들어가기 힘들다던데.. 얼굴로 들어갔단 말에 나는 고갤 끄덕였다. 그래도.. 참 세상이 불공평한게.. 목소리도 예뻐서 잘 어울리네.
"우리가 가서! 다 해먹을게! 자가 민시야!!"
"그럼 그럼! 가자 을아!!"
"어휴.. 너네가 이길 수 있겠냐? 2반에 피구 잘하는 애들만 몇명인데."
처음 종목은 여자 피구였다. 민시와 을이는 활동적인지라 피구, 줄다리기 종목을 다 나간다고 했고.. 피구하러 나간 민시와 을을 무시하다가 다 이겨먹으니 모두가 당황한 듯 했다.
"……."
"야. 2반! 너네 응원할 필요 없어. 어차피 노을이랑 고민시가 다 해먹을 거라서 말이야."
"……."
"……."
2라운드까지 다 해먹은 을과 민시는 만세를 하며 애들에게 뛰어갔고, 뛰어와주는 건 인엽뿐이다. 인엽과 을, 민시 셋이서 와락 안고서 꺄악- 소리를 내고 있다보면..
뒤에 도현이 다가와 민시와 을이에게 음료수를 건네준다.
"고생했어. 둘이 완전 잘 맞던데."
도현이 을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민시는 물병을 따다가도 힐끔 을과 도현을 본다.
"야 고민시! 장난 아니던데? 이요오오오~~ 가자! 엉아가 빵 사줄게."
"엉아는 무슨. 꺼져라."
물을 마시며 재욱의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은 을이는 재욱의 옆에 앉은 강이에게 따봉을 해보였고, 강이가 살풋 웃으며 고갤 저었다.
그리고 재욱을 힐끔 보다가 재욱에게 들켜버린다. 재욱이 을을 내려다보았고, 을이 크흠- 목을 가다듬으며 말한다.
"피구.. 잘 했지??"
"응. 잘했어."
을이는 저 말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계속 웃음이 나와버렸다. 아싸 재욱이한테 칭찬 받았다.
"……."
"……."
"……."
"이재욱!!이도현!!송강!!황인엽 화이티이이이이이이이이!!잉!!!!"〈- 을
"그래...!화이팅!!!!!!!!!야 다 박살내!!!!!!!!! 지면 너네 우리랑 영쌩이다!!"〈- 민시
을과 민시의 응원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모두가 지나가면서 볼 정도였다. 남자애들이 농구를 하고있으면 둘의 응원소리가 너무 웃겨 모두가 집중을 못 했다.
아깝게도 농구는 무승부지만.. 줄다기리는 이길 수 있었다. 밥을 먹고나서는 발야구가 있었고, 발야구도 민시가 나가서 이길 수 있었지만, 아쉽게 져버렸다.
그래도 축구는 재욱이 있기에 쉽게 이길 수 있었다.
"이재우우우우우욱!! 황인엽!!!!!!!!!!!!!!!!!!!!!!!나이스으으!!"〈- 을
"이재욱 있는데 질리가 없지이이!!! 잘한다아아아아앍!!!!!!!!!"〈- 민시
둘의 응원소리에 모두가 기가 죽은 듯 했다. 을과 민시는 경기가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좋다며 소리를 지르자 재욱은 쪽팔린듯 인상을 쓰다가도 을 덕분에 웃었고,
인엽은 '나 잘했지!!!'하며 민시에게 달려온다. 그럼 당연하다는 듯 민시가 인엽을 발로 차버린다. 그 둘을 보며 꺄르르 웃는 을에 도현이 을을 보았다.
"……."
재욱이 자리에 앉자마자 을이 기다렸다는 듯 물을 재욱에게 건네준다. 어떻게 땀도 이렇게 섹시하게 흘릴까.. 대애박..
"수고했어!"
"수고는 무슨.."
"진짜 짱이야! 짱!! 역시! 이재욱!"
"하지 마."
"왜애~~ 너도 강이처럼 칭찬 해주면 막 엄청 부끄럽구나 ㅎㅎㅎㅎ 암튼! 대박! 진짜 짱!"
"…참나."
진짜 최고라며 을이 재욱에게 주접을 떨고있으면, 인엽과 민시는 옆에서 고갤 저었다. 그러다 갑자기 재욱에게 다가온 코치에 을이 코치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종목 없지? 그럼 운동이나 하러 가자. 요즘 많이 쉬어서 안 돼."
"네? 아직 계주 남았어요."
"계주 안 하잖아. 축구, 농구 했으면 다한 거 아니야? 그냥 나오라면 나와. 너희 어머님이 운동 자주 시키라고 당부하셨어."
재욱의 대답 따위는 듣지도 않고 그냥 가버린 코치에 을이 조금은 섭섭한 듯 멀어져가는 코치를 보다가도 재욱이 을을 바라본다. 매우 곤란한 듯한 표정을 하고있다.
"…그래도."
"……."
"보러올게."
"응? 아니야! 안 그래도 돼!.. 운동 하러 가!"
"응원하러 와야지."
"…어?"
"꼭 보러올게."
재욱이 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선 운동을 하러간 듯 했고, 을이 얼굴이 붉어져서는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기시작했다.
재욱이가.. 머리를 쓰다듬어줬어..그리고.. 계주를 보러온다고 했어..!
계주 시작 15분 전!.. 벽을 짚고 일어나다가 벽에 묻은 이상한 액체에 매점 앞에있는 수돗가에 오게 됐다. 계주가 마지막 경기인지라 모두가 계주 구경을 하러 갔는지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매점 옆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그쪽을 보게 됐다. 그리고 난..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이나은과 이재욱이 대화를 하고 있는 걸 봐버린 것이다. 이나은이 이재욱을 와락 안아버렸고, 그 순간 나는 도망쳐버렸다. 왜 도망을 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주가 시작되기 1분전. 나는 집중을 하지 못 했다. 재욱이에게 안기던 이나은이 계속 떠올랐다. 분명 운동을 하고있어야 할 재욱이가 이나은과 대화를 하고있었어.
계속해서 불안하고, 서운하고, 마음 한켠이 아파서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저 멀리서 민시와 인엽이가 나를 응원하는 게 보였다.
"노을! 브로! 잘할 수 있다! 알겠나!"
"노을 화이팅이다!! 너네 응원 안 하냐? 1반! 정 없어? 어?"
"……."
"……."
그리고 그 옆엔 아무리 둘러보아도 재욱이가 없다. 준비 하라는 체육쌤의 말에 준비 동작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손과 발이 떨려왔다. 나 어떡해? 어떡해야돼. 못 하겠어.
그 순간 갑자기 방송이 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노이즈에 모두가 괴로운 소리를 내었고.. 곧 노이즈가 끝나고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 내가 재욱이 너 좋아한다고 누누이 말했잖아.
이나은의 목소리였다.
- 너랑 다시 사귀고싶어서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잖아. 넌..!
- …….
- 노을이.. 내가 널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계속 방해한다구..!
- …….
- 고민시도 뺏어가고, 재욱이 너도 뺏어가고..! 그럼 난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데.
- 뭔 개소리야 그게.
- 내가 분명히 노을이한테 너랑 잘 되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는데. 너 좋아하는 것 같았어. 근데.. 노을 걔는 진짜 아니야. 친구도 사랑도 다 뺏는 애라고.
- 야 이나은.
모두가 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나를 보고 있다.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방송이 꺼지고 모두가 웅성거림에도 불구하고 그냥 방송사고라며 얼마 안 지나 바로 경기가 시작되었고
나는 다른 애들보다 늦게 뛰게 되었다. 너무 불안하고 토할 것만 같아서 제대로 뛰지 못 했던 것이다. 그러다 뛰다가 넘어져버렸다. 그리고 너무 쪽팔려서.. 도망쳐버렸다.
방송실에서 나은이 재욱의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고, 재욱이 그 손을 뿌리쳤다. 그 동시에 방송실 문이 열렸다.
"…방송 켜졌었던 건 알고있냐."
"……."
"……."
인엽,민시,도현이 을을 찾아다닌다. 그 어디에도 없는 을에 모두가 계속해서 을을 찾지만, 을을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집에 간 게 아니라, 학교 안에 있는 걸까 싶어 교실이란 교실은 다 뒤지던 도현이 마지막으로 음악실을 열었고, 음악실 안에선 을이 책상에 엎드려서 울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이제 안 좋아할 거야."
"……."
"진짜..진짜..."
"……."
"……."
"을아."
"……."
"한참 찾았잖아. 여기서 이러고 있었어?"
을이 고갤 들어 도현을 보았다. 도현이 침착하게 을이에게 다가가 을과 시선을 맞추려 쭈그리고 앉아보였다. 을이 너무 서럽게 울고 있었고, 도현이 을이의 까진 무릎을 보고선 말한다.
"울지 마. 너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
"계주도 잘 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야. 그러니까."
"……."
"울지 마."
"…흐으."
"뚝."
"계주를 잘하긴.. 뭘 잘해애.. 나 꼴등이잖아..흐아.."
"아닌데? 뒤에 애들 수두룩하던데~?"
"…진짜. 뭐야아..."
"떡볶이 먹으러 가자."
"…떡볶이?"
"응. 엄청 맵게 해서."
"…응."
"일어날 수 있겠어? 다리는 괜찮아?"
"…아파. 너무 너무 아파."
"그럼 병원 먼저 가야겠네."
"…안 아파."
"아프다면서."
도현이 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을이는 여전히 울고있다. 그리고 음악실 밖에선 민시가 몰래 안을 보고 있었고, 인엽이 안에 들어가려고 하자, 민시가 인엽의 손을 잡아 끈다.
"가자."
"엥? 왜? 우리가 가서 달래줘야지."
"우리까지 가면 정신 없고 쪽팔릴 거야. 좀이따 따로 만나지 뭐."
"…그럴까?"
"넌 나랑 떡볶이 먹자."
"…좋..지!! 가자! 내가 사줄게!"
"됐어. 반띵 해."
민시는 생각했다. 도현이 평소에 떡볶이를,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하인드
"재욱이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가니? 축구 연습하러 가니~~?"
"네."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알겠지? 이렇게 일찍 나가고.. 노력하는 모습 보이면 엄마는 너무 좋지이~"
"…네."
재욱이 집에서 나오자마자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영화표를 꺼내들었다.
"……."
을과 보려고 미리 표를 예약해둔 것이다.
을이의 집 앞에 도착했고, 손목 시계를 보자 아직 시계는 7시 55분을 가리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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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