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탄소 왔냐"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가니 보이는건, 턱을 괴고 제 앞에 앉은 친구와 신나게 떠들던 김태형이었다.
떨리는 손 끝을 애써 무시한채 의자를 끌어내 자리에 앉아 턱을 괸 상태로 고개를 돌려 내게 인사를 하는것이었다.
앞에 앉아있던 박지민이 오~ 하며 자기는 빠져주겠다는 개소리도 빼먹지 않은채 그렇게 떠나버렸다.
덕분에 어색해질대로 어색해진 분위기에 어..안녕 대충 인사를 해주곤 저 멀리 동떨어져 버린 친구에게로 가버렸다.
"아 그러니까. 진짜 웃기지 않.."
조례시간에 들어오셔야 할 선생님 대신 학급 반장이 선생님 말씀을 전했다. 아침에 사고가 나서 조례를 못들어오니 자습을 하란 소리였다.
덕분에 신나게 친구들과 얘기를 하며 웃고 떠들다 문득 고개를 돌렸다가 생각지도 못한 김태형과 눈을 마주쳤다.
나는 당황할대로 당황했는데 그에 비해 아무렇지 않은 김태형은 눈썹을 한번 들썩여 보였다.
또 다시 이상해지는 기분에 절레절레 고개를 젓고는 메롱- 약을 올리듯 혓바닥을 내보냈다.
그런 나와 김태형을 보던 친구는 둘이 사귀는거야? 응? 하며 쉴틈없이 물어왔고
아, 아니야 절대아니야! 라며 강력히 부정하던 나는 친구들에게 벗어나기 위해 자리로 돌아왔다.
"뭐냐 친구들이랑 안놀아?"
"다 너때문이야 이자식아"
"왜, 내가 보고싶어서?"
"아, 아니야. 아 뭐래 얼굴 안치워?"
"됐냐? 이거까지 간섭하지는 마라"
알수없는 말을 하며 얼굴을 들이미는 통에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밀어냈다.
순순히 밀려나나 싶더니 자기 착생에 턱을 괸채 빤히 나를 쳐다보는게 아닌가.
귀 끝까지 빨개졌을게 뻔했기에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곤 이제 공부를 해야된다는 시덥잖은 명목으로
문제집을 펼친채 집중도 안되는 숫자들을 바라보며 고된 시간을 보냈어야 했다.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정도로 정신없이 모든 수업을 끝낸 후 김태형에게 벗어날수 있다는 생각에 숨을 몰아쉰뒤 가방을 들고 급히 나가려는데,
"야야야, 아 진짜 뭐가 그리 급한데. 같이 가자"
"내, 내가 왜? 넌 너네집 가"
"튕기는거 내 취향 아니래도, 가자 탄소야"
억지로 내 팔을 붙들며 그렇게 끌려나갔다. 휘파람을 불어대는 친구들의 모습을 뒤로한채.
이게뭐야, 완전 오해샀잖아. 투덜거리며 질질 끌려가던 나는 그제야 붙잡힌게 팔이 아닌 손인걸 눈치채곤 뿌리치려 세게 흔들었다.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 다달아서야 꿈틀거리며 안간힘 쓰던 내손을 놓아주는 김태형이었다.
"더럽게 힘만 세서, 야 너때문에 오해샀잖아 어떡할래. 어?"
"그럼 오해 아니라고해. 진짜라고."
"뭐..?"
"..너, 어제 내가 물었던거. 대답할수있어?"
"..그건.."
"봐, 너도 망설이잖아. 나만 지금 이상한거 느끼는거 아니잖아."
"..."
"..이탄소"
"..!"
"..밀쳐내. 싫으면 밀쳐내. 지금이라도. 사람 헷갈리게 하지말고."
어깨를 붙잡고 그렇게 가까이 다가온 김태형의 얼굴에 숨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밀쳐내라는 말에도 그러질 못했다. 머리로는 밀쳐내라 아우성인데, 마음은 전혀 아니였다.
마음이 머리보다 내 상태를 더 빨리 알아챘나보다.
"안피한거, 그거 내 뜻대로 받아들여도 되는거냐."
"...김태형"
"이제 삽질 그만할때도 됐지 않아?"
"..."
"..부정 그만하고, 나한테 와라 탄소야."
-
그렇게 우린, 1년을 죽어라 싸우던 사이에서
죽도록 좋아하는 사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