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현) 가는 걸로 해.
민현의 말에 승관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명호가 승관의 어깨를 눌렀다.
명호) 또 큼큼 거리면서 호들갑 떨지말고 밥이나 먹어.
승관) 아 왜! 내 대산데!
민현) 승관이가 저번처럼 스케줄 짤거지?
승관) 아 당연하지~!
저녁을 먹으며 아이들은 제주도에 관한 이야기를 가득 채워갔고, 밥을 다 먹은 여주가 아이스크림을 먹기위해 냉장고를 열었다가 텅 빈 냉동실에 허리를 펴 아이들을 향해 물었다.
여주) 아이스크림 없는거야?
한솔) 아 내가 아까 마지막 하나 먹었어.
민규) 아이스크림 먹게?
여주) …갑자기 먹고싶네.
나 편의점 다녀올게.
민규) 아 컴컴한데 뭔 편의점이야-
석민) 그래~ 다음에 먹어~
여주) 됐어. 내가 좀 사올게. 먹을사람?
승관) 나! 생귤탱귤!
지훈) 진짜 자기같은거 말한다 ㅋㅋㅋㅋㅋㅋ
승관) 아 뭐가아~!
순영) 난 옥동자!
석민) 메가톤바!
승관) 와일드바디!
까마쿤 조아! 옥메와까 옥메와까 옥메와까 옥메와까
여주) …알아서 사올게
창균) 같이가자. 나도 뭐 살 거 있어.
여주) 그래? 알았어. 겉옷만 입고 내려올게.
여주가 부엌에서 제 방으로 올라가고, 원우는 싱크대에 제 그릇을 내려놓으며 서있는 창균을 향해 말했다.
창균) 제주도에 되게 큰 아쿠아리움 있지 않아?
여주) 맞아. 왜? 가보고싶어서?
창균) 아니 그냥 생각나서. 난 물 공포증 있어.
여주) 그래? 그럼 바다는? 우리 바다 갈 수 도 있는데.
창균) 제주도면 당연히 바다 가야지. 모래사장에 있으면 괜찮아. 들어가지만 않으면.
여주) 음.. 그럼 덥잖아.
창균) 그러려나.
여주) …근데 편의점은 뭐사러가?
창균) 어? 아니 그냥 뭐.. 충전기 선 있나 해서.
여주) 있지 않을까? 요즘 편의점에 별 거 다 팔던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둘이 편의점에 도착하고, 이것 저것 쓸어담더니 여주가 말했다.
여주) ..분명 오늘 낮에 장봤는데.
창균) ….인원이 많잖아.
창균이 민현에게 받았던 카드를 내밀며 계산 할 때 봉투에 물건들을 담던 여주가 번쩍 들더니 먼저 편의점을 나가고, 그 뒷모습을 눈으로 급히 쫓던 창균은 카드를 재빠르게 받아들곤 여주를 따라 나갔다.
창균) 줘. 내가 들게.
여주) 응? 같이 들래? 한 쪽씩.
창균) 봉투 찢어질지도 몰라. 그냥 내가 들게.
여주) ………….
창균) ….그럼,
이건 여주가 들어.
창균은 봉투에서 콜라를 꺼내더니 여주에게 건네고, 여주는 받아들며 헤실 웃어보였다.
창균) 춥진 않아?
여주) 나 껴입은 거 봐. 구르겠어.
창균) ㅋㅋㅋㅋㅋ그렇게 입어야 안춥지.
여주) 이제 삼월인데..
창균) 그래도 밤이니까.
어느덧 주택 단지를 오르던 창균은 주변을 둘러보며 여주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창균) 몇개월 있었다고 금새 익숙하다.
여주) ..아. 그치. 동네도 되게 예쁘지않아? 조용하고.
창균) 맞아.
여주) 성같아.
창균) 성?
여주) 응. 든든해서.
든든하다는 여주의 말에 창균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느리게 주억거릴 때, 익숙한 목소리가 창균을 불렀다. 창균아.
창균) ….어머니.
여주) ………..
나올 때 없던 차량이 어느샌가 집 앞에 주차되어있었고, 그 옆에서 어슬렁 거리던 창균의 어머니가 올라오고있던 창균을 나지막이 불렀다. 그 목소리에 둘의 발걸음이 느려지고, 여주는 순간적으로 겹쳐보이는 제 친모의 모습에 창균의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집에 가자.”
창균) …………
“..얼굴이 이게 뭐니. 어?”
창균) …………
“집에 가서 아버지한테 다-,”
창균) …집이에요.
“..뭐?”
창균) …여기가, 제 집이에요.
“…………”
창균의 말에 화를 삭히던 어머니의 눈빛이 싸해지고, 곧 창균의 뒤로 서있는 여주를 보곤 비웃음을 터뜨렸다.
“..저번에도 얘기 좀 하자니까 도망가더니, 피해자 인척 하는거니?”
내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피하긴 뭘 피하니?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창균) …………
저번이라는 말에 창균이 고개를 슬며시 기울이더니 여주를 바라보는 어머니를 향해 입을 열었다.
창균) ..여주 본 적 있으세요?
“저번에 잠깐 거리에서 본 적 있는데,”
어른이 얘기 좀 하자니까 쌩 도망이나 치고 말이야. 어?
창균) …어머니.
“니가 자꾸 저런 애 감싸고 도니까 아버지가 당연히 화내시지. 너 빨리 안들어올거야? 어?”
창균) 저 안들어가요.
“..임창균.”
창균) …………
들어가자, 여주야.
창균이 제 뒤에 있는 여주의 손을 잡더니 반쯤 열려있던 대문을 신경질적으로 밀며 들어가고, 곧 대문 옆에 서있던 승관을 마주했다.
여주) …너 여기서 뭐해?
승관) 아니 너무 안오길래 나와봤지.
승관이 머쩍게 웃으며 여주에게 말했고 여주는 창균이 당기는 힘에 급히 창균을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창균아, 임창균!”
쾅!
그 모습을 보던 창균의 모가 대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듯 문 쪽으로 다가오자 승관이 본능적으로 문을 닫았고, 어머니는 문을 흔들며 승관을 향해 말했다.
“창균이 엄마예요. 문 좀 잠깐-,”
승관) 어떡하죠, 그래서 안되는데.
“………..”
승관) 우리집 블랙리스트라서.
죄송합니다아-
승관은 어머니에게 가식적인 미소를 보이고, 곧 뒤돌며 좀처럼 볼 수 없는 정색을 한 채 제 집으로 들어갔다.
여주) 뭐가 그렇게 심란해?
창균) …………
웬만한 아이들이 다 잠들 시각, 거실 소파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창균의 옆에 여주가 앉았고, 곧 손에 들려있는 잔에 여주가 창균을 향해 물었다. ..술마셔?
창균) …저번에 브라이언이 준 거.
여주) …………
창균) ..왜 안잤어?
여주) 원래 잠 빨리 안들잖아 나. 자려다가 목말라서.
창균) …………
여주) 오빠,
창균) 왜 말 안했는지 알아.
여주) …………
창균) 신경 안쓰이게 하고싶었겠지. 근데 여주야,
그럼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응?
여주) ….괜찮아. 별 일 없었어.
창균) ………..
여주) 나 진짜 괜찮은데. 오빠가 이러면 내가 더 미안하지.
창균) …여주야.
여주) 응.
창균) ………….
여주를 부르더니 한참 말이 없었다. 여주는 그런 창균을 묵묵히 기다렸고, 창균은 한 모금 더 술을 머금으며 목을 축이더니 여주를 쳐다봤다.
창균) 너무 미안한데,
여주) …………
창균) 그냥 너무 미안한데,
창균의 낮은 목소리에 여주가 테이블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창균을 바라보고, 맞물린 시선에 여주가 옅게 웃었다.
창균) …계속 있어주라.
여주) …그럼. 미국에서도 약속 했잖아.
창균) ..무슨 일이 있어도?
여주) …응. 무슨 일이 있어도.
창균) ………..
여주) ………..
창균) …엄마가 뭐라고 말했을까,
엄마가 내 여주한테 뭐라그랬을까,
여주) ………..
창균) 그거 내가 다 사과할게. 여주야. 용서해줘. 나 미워하지마.
여주) 안미워해.
창균) ………..
여주) ………..
미국에서 볼 때마다 느낀건데, 오빤 취하면 정말 딴사람 같아.
여주가 창균의 잔을 빼앗으며 말하자 창균이 헤실헤실 웃으며 여주의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댔다.
창균) 좋아해.
여주) …………
창균) 너무 좋아, 여주가.
여주)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날부터 안좋아한다고,
그렇게 자세히 말해놓고선 무슨.
여주가 머쩍게 웃으며 답하자 창균은 옅게 걸치고있던 미소를 천천히 내리며 입을 열었다.
창균) ..그건 네가 걔 보고싶다고 막 울길래 그런거지.
여주) ….근데?
창균) 그 땐 한국에 있는 애를 좋아한다니까 내가 포기한 건데,
….이젠 같이 있으니까 똑같은 입장이잖아.
좋아할래. 그냥.
민현) 누구야?
어제 여기서 밤에 술마신 사람.
여주) 그거 창균이 오빤데.
아침식사 자리에서 식탁에 올려진 술 잔을 보곤 민현이 밥을 먹으며 물었고, 여주는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
민현) 창균아. 우리집에선 금주야.
창균) 아..그래?
여주) 그거 이제 없애도 돼.
석민) 어?
민규) 야 너 때문에 있는거 안-,
여주) 나 때문에 있던거 다 알아. 나 이제 괜찮아.
미국에서 워낙 술 마시는 사람을 많이봐서.
여주가 나지막이 말하자 민규가 창균을 향해 물었다.
민규) 여주랑 술 많이 마셨어?
창균) 아니? 여주는 술 안마셨지. 아마 브라이언 때문에 그럴 걸.
석민) 브라이언? 그 여주 좋아한다던?
여주) 뭘 좋아해. 그게 아니라 브라이언이 워낙 퇴근하고 한잔 하는 걸 좋아해서-,
민규) 단 둘이?!
창균) 아니 나까지 셋이.
여주) 근데 브라이언이 워낙 얌전히 잘 마시는 타입이라 괜찮았어.
오히려 더 도움 됐지. 그런 공포감 덜어내는거에서.
정한) 그래서 어제 창균이랑 마신거야?
여주) 아니. 창균오빠만 마셨어. 난 그냥 물마시러 내려오다가 본거야.
민현) 그래도 너무 술판은 나도 싫으니까, 은은하게 한두잔만 해. 규칙은 그대로 갈거야.
민규) ..그래. 나도 그게 좋아.
석민) 아 왜 이상하게 서운하지?
여주) 뭐가?
석민) ..아니 그냥.
그냥 요상하게 서운하네.
여주) …뭐야?
오빠 출근 안했어?
아침식사 후 제 방에 있던 여주가 거실로 내려오며 익숙한 뒷모습에 물었고, 그 익숙한 뒷모습은 몸을 돌리며 해맑게 웃었다.
민현) 응. 오늘 쉰다그랬어.
여주) 그래. 좀 쉬어야지. 요즘 너무 야근을 많이하더라.
여주는 민현에게 몇마디 던지더니 부엌으로 가 음료를 한컵 따라서 나왔고, 원우의 방으로 게임하러 들어가려던 발걸음을 민현이 붙잡았다. 여주야.
여주) 응?
민현) 오늘 몇일이게?
여주) …3월 20일?
민현) 무슨 날인 줄 알아?
여주) ….뭔 날이야?
민현) 춘분.
춘분이라며 웃는 민현에 여주는 고개를 갸웃하며 춘분..? 하고 중얼거렸고, 민현은 소파에서 일어나 어중간하게 서있는 여주의 앞에 서서는 내려다보며 말했다.
민현) 춘분, 낮의 길이와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기.
여주) 아..그래?
민현) 낮이 길어졌어.
여주) …어.
민현) 그 낮에, 너랑 있고싶네.
여주) …응?
**
와 벌써 몇화야… 세때홍클로 이렇게 오래갈 줄은..
여러분 지루하진 않으시져? 엔딩 없이 계속 쓰고있는거라 저도 끝을 모르는데 같이 함 달려봅시다 ㅋㅋㅋㅋㅋㅋ
뭐 언젠가 끝나지 않겠어요..?
일단 이 무더위부터 누가 좀 끝내줘…..
이 열대야에 다들 꿀잠 자요!💛
넉점반의 봄 눈 같은 암호닉💛
[파란하트] [세봉해] [겸절미] [인절미] [대장] [루시] [너누] [시소] [0846] [하늘] [알콩] [슈슈] [명호시] [하마] [콩콩] [열일곱] [지단] [봉봉] [먀먕먀먕] [요를레히] [토끼] [호시탐탐] [밍구는행복해] [또지] [도아해] [웃찌] [하루] [알슈] [용용] [청춘블라썸] [히나] [쿨피스] [은하수]
[🥕winsome🥕] [민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