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더위사냥 반쪼가리 먹을 사람.
민규) 줘 내가 먹을게. 야 근데 너,
여주) 오늘 처음 먹는 거고, 더 먹을 생각 없고, 겨울엔 일주일에 두개, 여름엔 많으면 하루에 한개 적으면 삼일에 한개, 봄 가을엔 이틀에 한개 정도.
민규) …………
여주) 기억하고 있으니까 조용히 하지?
여주가 민규의 입에 더위사냥을 상냥히 넣어주며 말했고, 옆에 있던 승관은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승관) 그건 뭔데 외우고 있어?
석민) 저거 중학교 때부터 민규가 여주한테 주입한 말임.
옆에서 원래 있었던 일인 듯 익숙히 티비를 보던 석민이 승관에게 답하자, 둘을 바라보던 승관은 석민에게 시선을 옮겼다.
승관) 진짜?
석민) 엉. 아이스크림 먹을 때마다 저 소리를 옆에서 귀가 닳도록!
여주) 말했었지. 그래서 다 외워버렸어.
민규) 교육한 보람이 있네.
여주) …뭐래.
승관) 또 없어? 옆에서 닳도록 말한거? 재밌는데!
석민) 음…
여주) 없어. 기억 안나.
민규) 또 있어. 근데 김여주가 못들어서 기억 못하는거지.
여주) 뭔데?
승관) 뭔데?
민규) 안알려줄건데.
승관) 아 뭐래!
석민) 야 재미없다 여기서 끊지마라!
찬) 여주야 내 친구 소개 받을래?
민규) 뭐?
석민) 뭐래
소파에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다가온 찬이 빈 소파에 앉으며 여주에게 말하자 여주보다 먼저 반응한 건 석민과 민규였다. 그러자 찬이 휴대폰을 든 손을 휘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찬) 아니! 엊그저께 소원이 남친 달라그랬잖아. 마침 내 친구가 여자 소개시켜달라고 그래가지고. 너 생각나서 물어보는거야.
민규) 야 꺼져.
석민) 그래 꺼져!
찬) 아 니네 뭔데~! 여주 의견을 들어야지~!
여주) …난 소개는 별로. 불편해.
찬) 아 그래? 그래 그럼. 마음 변하면 말해! 그냥 편하게 셋이서 밥이라도-,
민규) 아 그럴 일 없거든요!
석민) 야 올라가라 올라가!
아 밀지말라고~! 니네가 여주냐고!!!!
셋이 자리를 비우고 승관과 여주 둘 만 남게 되자 승관이 여주를 향해 물었다.
승관) 근데 너 소원이 진짜 남친이었어?
여주) 아니? 뭔 소원을 그런 걸 비냐.
승관) 그치? 그럼 뭐 빌었어?
여주) 흔해 빠진건데 중요한 거.
승관) …뭐 건강하자 이런거?
여주) 응 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냥 놀리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거지.
승관) ㅋㅋㅋㅋㅋㅋㅋ놀리는 맛이 있긴 하지?
여주) 그치 ㅋㅋㅋㅋㅋㅋㅋ
승관) 근데, 진짜 남친은 관심 없어?
여주) 지금은 별로?
승관) …그러면 너 지인짜 지이이인짜로,
여주) ………?
승관) 미국에서 창균이 형이랑 뭐 없었냐?
여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승관의 말에 여주는 옛 부 레이더 망을 보는 느낌에 크게 웃음을 터뜨렸고, 승관은 여전히 반짝 반짝 빛나는 눈으로 여주를 쳐다봤다. 아 빨리! 하며 여주를 재촉 아닌 재촉을 하고 있을 때, 원우의 방에서 창균이 나오더니 여주의 옆에 앉아 리모컨을 들었고, 여주는 제 눈가에 눈물을 닦더니 창균의 손을 덥썩 잡았다.
창균) ………?
승관)…!!!!
여주) what happened you and me in America, babe?
창균) …으어?
승관) …베입,뱁, 배입, 베이비….!
정한) 여주야. 장난이라도 그런 장난 치는거 아니야.
지훈) 그래. 얼마나 놀랐는데.
한솔) 지훈이 형 안그래도 하얀데 거의 도화지인 줄.
지훈) 닥쳐.
여주) 아니 그냥 승관이 표정이 재밌어서 그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현) 그래도.. 듣는 사람들 놀란다 ㅋㅋㅋㅋㅋㅋ
석민) 야 그리고 넌 뭘 그런 걸 묻냐?
승관) 아니 그냥 난 둘이 잘어울리고! 미국에서도 같이 있었다니까 그냥 겸사겸사 물어본거지~
민규) 잘어울리는 건 나야~ 우리 엄마가 여주랑 나랑 겁나 잘어울린댔어~
석민) 에이 야 그 말은 초딩 때 울 엄마도 우리한테 한소리였거든~! 그리고 너랑은 그림체가 너무 비슷하지~ 원래 그림체는 유~ 한거랑 쎈~ 거랑 붙어야 제 맛이야~
찬) 그런가? 난 오히려 같은 그림체가 더 좋던데?
순영) 나도! 그리고 원래 사랑하면 닮아서~ 비슷하게 생겼어~
원우) 근데 원래 사람 볼 때 자기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 좋아한대.
승관) 헐 근데 그거 맞는 말. 나 가만보면 디게 나랑 얼굴 비슷한 사람한테 정가잖아.
한솔) 그럼 다 귤같이 생긴건가?
승관) 죽을래? 귤같이 생긴 건 뭔데!
한솔) 그냥 막 니 얼굴을 보면 귤이 떠오르는 거지.
승관) 이게 팍씌
원우) 그럼 여주는 날 좋아해야하는데?
지훈) 이건 또 뭔 개논리.
승철) 헐 야 그러고보니까 둘이 좀 닮은 ..?
원우) 나랑 여주랑 밖에 돌아다니면 남매가 사이 좋아보인단 소리 종종 들었어 ㅋㅋㅋㅋㅋㅋㅋ
여주) 헐 맞아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냥 웃고 말았는뎈ㅋㅋㅋㅋㅋㅋㅋ
정한) 진짜 닮은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
지수) 그럼 여주 이상형 있어?
여주) ..이상형? 딱히 없는데.
순영) 에이! 그런거 없는 사람 없다-
여주) 진짜야 ㅋㅋㅋㅋㅋㅋ
승관) 어차피 이상형인데! 암거나 뱉어봐!
여주) 으음……..
음….
백마 탄 왕자님?
지훈) 이해 되는 사람.
민규) 있을리가
정한) 내 친동생 같은 여주지만.. 힘드네.
2층 거실에서 보드게임을 깔아놓곤 소소한 대화가 오갔고, 다섯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여주의 말을 머릿속에서 되뇌일 뿐이었다.
민현) 왕자처럼 잘생긴게 좋단 뜻이었을까?
정한) 그럼 날 말했겠지…
지훈) ..미친거야 뭐야.
민규) 판 엎을 뻔 했어;
정한) 으핳하 미안 미안
창균) …어렵다. 백마, 말을 키우는 사람?
민규) 형도 못지 않게 돌아이 같은거 알아?
창균) ….내가?
지훈) 야 니 턴이야. 던져.
민규) 아 형, 서울에 호텔 세개를 짓냐. 양심 어디감.
지훈) 설날에 본가에 두고 옴.
지훈에게 주사위를 받은 민규가 주사위를 던지고 대화의 흐름이 보드게임으로 옮겨졌을 때, 지수가 방에서 나와 정한의 옆에 털썩 앉더니 판을 구경했다. 그러다 민현이 지수를 향해 물었다.
민현) 백마 탄 왕자가 누굴까?
지수) ….뭐 아직도 그거 생각해?
지훈) 생각만. 아무리 생각해도 유추가 안돼. 어떤 사람인지.
지수) 딱 보면 보인다.
지훈) 뭘.
민규) 뭐가?
지수)이번 판은 서울 산 사람이 이겼네.
민규) 아이씨, 흐름이 왜 그렇게 가는뎈ㅋㅋㅋ
창균) 쟤도 좀 이상하지?
민규) 응 ㅋㅋㅋㅋ 근데 여기 안이상한 사람 없어
정한) 여기 있잖아, 나.
민규) 형이 제일 이상해, 지금.
지훈) 동감.
대화가 산으로 갈 때 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지수) 넷 중 한 명이 이기겠네~
정한) …? 당연한 거 아님? 내가 은행장이고 넷이 플레이언데.
창균) 나보다 이상하네.
민규) 왜 자꾸 이상한거에 집착햌ㅋㅋㅋㅋㅋㅋ
지훈) 쟨 윤정한이 물들인거야.
정한) 야 내가 뭐! 쟤 나 만나기 전에도 저모양이었어~
지수) 닥쳐, 물든거 맞거든?
정한) 그래? 어쩐지, 너무 잘 물들었더라. 예쁜 물.
지수) 아….
삼월 초, 학생들에겐 새로운 느낌을 들게 해주는 달이었지만 직장인들에겐 그저 3월. 그저, 또 버텨내야하는 달이었다. 아이들에게도 딱히 3월이 특별하진 않았다. 3월은 여전히 추웠고, 여전히 꽃은 피지 않았으며,
승관) 그러니까 이번 여름 휴가 때는! 무조건 제주도를 가야한다는거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뭐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본 건지, 아님 어디서 들은건지, 또 제주도 뿜뿌가 차오른건지 모르겠으나, 지금 여름 티켓을 예매하면 그렇게 싸게 갈 수 없다며 일요일 아침부터 잠긴 목으로 연설을 하는 승관이었다.
아직 잠이 덜 깬 아이들은 제주도 라는 말을 듣고나서야 눈을 뜨기 시작했고,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져야하는 민현만이 승관의 이야기를 가장 집중해 듣고 있었다.
민현) 왕복 티켓 값이 얼만데?
승관) 무려 육만원! 어때! 우리 이제 어? 다들 돈도 벌고! 어? 갈 수 있어!
민현) ….숙박은? 할아버지 댁?
승관) 응! 그 대신 이번엔 농사 도와드려야 돼! 도와달란 말씀은 없었지만- 이왕 간 김에 도와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민현) 그건 뭐 문제 없지… 대신 차 렌트를 해야하잖아. 학생 땐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그래도 차 타고 다니는게 편하니까.
인원수가 이렇게 많은데, 적어도 승용차 세대는 빌려야-..
여주) 렌트하지말고 대중교통 이용해도 난 좋은 것 같은데. 버스 타고 돌아다니는 것도 은근 운치 있어서 좋았어.
승관) 그래그래! 뭔 승용차야~ 버스도 재밌지! 제주도 버스가 얼마나 다이나믹 한데!
민규) ㅋㅎ아니 아침부터 텐션 왜저런건뎈ㅋㅋ
민현) …그럼 일단 예산을 내가 짜볼테니까 이따 저녁에 가족 회의에서 다시 얘기해보자.
아침 식사 후 제 방으로 들어온 민현이 제주도 예산을 짜기 위해 책상에 앉았고, 노트북을 열자마자 민현의 휴대폰 화면이 빛났다.
민현) …네 할아버지.
‘잘 지내는거야?’
민현) 그럼요. 무슨 일 있으세요?
‘다름이 아니라, 니 애비가 널 찾는다.’
뜬금없는 말에 민현의 표정이 가라앉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민현) …왜,
‘안 본지 8년이나 된 너를, 병원 사업에 이용하려고 찾는다.’
민현) …………
‘이 할애비는 이런 괴물을 낳은 적이 없는데, 도통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구나.’
할아버지의 깊은 한숨이 민현의 귀를 타고 들어오고, 민현은 적잖게 침을 삼켰다.
‘걱정 마라. 내가 미친 소리 하지말라고 다시 돌려보냈으니.’
민현) …….네.
‘그래서 얼마전에 내가 네 집 근처에 김실장 좀 보내놨었는데,’
민현) ………….
‘같이 사는 친구들 중에서도 니 같은 친구가 있는거야?’
민현) …..네?
‘김실장이 자꾸 네 집 앞에 검은 세단 한 대가 안떠난다길래.’
니 애비 차도, 애미 차도 아니라는데.
할아버지의 말씀에 민현은 며칠 전 여주와 나눴던 대화를 상기시키며 창균의 얼굴을 떠올렸다.
민현) …네. 아마 그 친구 찾으려고 기다리는 차량인 것 같아요.
‘…그럼 내가 김실장 시켜서 그 차량도 정리시켜놓으마. 걱정말고,’
민현) …..네.
‘이만 끊는다.’
…………
끊겠다는 마지막 말로 민현이 천천히 전화를 내려놓더니 옅은 한숨을 뱉으며 마른 세수를 했다.
날 찾는게 고작,
고작 병원 사업으로 이용하려는 거라니.
epilogue 1
여주와 아이들이 고3인 시점, 여주가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잘 때, 민규는 여주의 휴대폰을 들곤 삐딱한 표정으로 남자아이들의 메시지를 지워냈다.
숙제가 어디냐는 개수작과, 정말 별 뜻 없는 대화톡방도, 남자라면 무조건 여주가 잠들 때 전부 나가버렸다. 제 마음을 전하지도 못하는 민규가 할 수 있는 가장 귀여운 심술이었다.
물론 여주가 잠에서 일어나 톡 방을 확인하면 승질을 내기 일쑤였지. 왜 톡 방이 자꾸 사라지냐며 승질을 낼 때 민규는 별 말 없이 휴대폰을 만졌다.
“………..”
잠든 여주 머리 맡에 톡 방을 다 나가버린 여주의 휴대폰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턱을 괸 민규는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여주야,”
“………….”
“세상에 남자는,”
“………….”
“석민이 빼고 다 늑대야.”
“………….”
나도.
epilogue 2
“넌 염치라는게 참 없구나.”
“아버지.”
“내 사업 안물려줬다고 부모자식 연끊고 살더니,”
니 아들을 사업에 이용하려고 날 찾아와?
고급진 레스토랑, 둘 뿐인 방에선 잔잔한 클래식과는 다르게 언성 높은 말들이 오갔다.
“일 진행이 어려워서 그래요. 아버지는 어디사는 지 아시잖아요.”
“알다마다. 그래서 안알려줄거야. 내 손자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얼씬도 못하게 할거야.”
“…아버지. 아버지 사업까지 형 주셨으면서 저한테 이거 하나 못해 주세요?”
“뭐?”
“맨날 형보다 공부 잘해도 형만 예뻐라하시고, 대학도 형보다 잘갔는데 형을 더 예뻐하시고. 항상 저보단 형이 더 중요하셨잖아요.”
“………….”
“그래, 나 너보다 네 형을 더 예뻐했다.”
“….아버지,”
“근데, 넌 모르겠지만, 난 어렸을 때 널 더 예뻐했어.”
첫째놈은 누굴 닮아서 그러는지 욕심이 하나도 없고 지가 가진 건 다 남 주려 그러더라. 그래서 난 쟤는 저렇게 착해 빠져서는 어떻게 사려나 근심이 많았어.
근데 넌 나를 쏙 빼닮아선 욕심이 끝도 없이 많은거야. 미친 듯이 날 닮았더라고. 그래서 널 예뻐하다가 니 형을 보면서 느꼈다.
…내가 잘못 살았다고. 욕심을 좀 덜고, 남도 좀 주고, 얽매이지 말고 하고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내가 그 쪼그마한 애한테 배웠어.
너 출세 말곤 뭘 하고싶다고 생각해 본 적 있냐? 니 형 처럼 이 사업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생각하면서 살아본 적 있느냐고.
넌 항상 네가 먼저지 않냐. 이렇게 하면 얼마 더 벌지, 얼마나 남지, 넌 항상 그런 생각만 하잖냐.
지금도 봐라. 자식새끼마저 이용해서는 지 이익만 챙기려는거.
“……………”
“제발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민현이한테 미련 버려라. 니 닮은 첫째 있잖냐. 걔 하나 그렇게 만들었음 족하지, 난 더이상 너같은 놈,”
….우리 집안에 없었으면 한다.
*
선물? 잘자요💛
(빨리 오느라 암호닉 까먹고 못적었는데 그냥 적어주세요 제발료 ㅠㅠㅠ💛💝포장하트까지 드릴게여 퓨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