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은 이번달 용돈에서 일부를 떼었다.
그리고 마침내 벼루고 있던 인형가게로 들어가
실바니안 인형이 딸린 미니어처 집모형을 사기에 이르렀다.
..내가 이걸 왜 사고있냐.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침대옆 협탁에 올려두기에 딱 적당한 크기라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니까 이건 지민에게 주는 작은 선물인셈이었다.
처음 생긴 조카에게도 이런 아기자기한 선물은 해준적이 없는데 하다가도
지민을 생각하면 이것쯤은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지민이 귀찮을거라고 생각해 지민을 버리고 왔던 그때를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미친짓도 그런 미친짓이 없었다고 생각하며 원룸앞에 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신발장앞 현관에 지민이 대자로 엎어져 고롱고롱거리며 자고있었다.
....벌레야.
...
정국이 지민을 조심스레 불러보지만 지민은 미동도 없이 도로롱도로롱거리며 자는 중이었다.
책상있는 방이 저긴데, 얘는 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와있는걸까.
신발을 벗다말고 쭈그리고 앉아 지민을 그렇게 한참 보던 정국이
바닥이 차갑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지민을 조심스레 손바닥위로 올렸다.
자고 있던 바닥이 따스해지자 볼을 바닥에 부비적거리던 지민이 이내 눈을 떴다.
아직 졸음이 눈에 붙은 채로 정국을 보며 두팔을 벌린다.
정국은 그런 지민을 보며 제 가슴께로 지민을 가져다대었다.
꾸가. 온제 와쏘? ..짐니 꾸기 기다리구이쏘능데...너무 잠이가 와서
..꾸기 짠!해주려고해썼느데...
지민은 정국이 아침수업이 있는 날이 오늘인걸 알았다.
정국이 지민에게 아침 혼자 먹게해서 미안하다며 곤히 잠든 지민의 등을 살살 토닥이고
집을 나가자마자 지민의 꾸기마중하기프로젝트가 시작된 셈이었다.
협탁위에 정국의 손수건과 정국의 아대로 만들어진 저의 이부자리를 팡팡 치고선
며칠전부터 연습했던 바닥으로 내려가기를 도전했다.
바닥으로 내려가는 길은 무서웠지만 정국을 마중나가고 싶은 지민은 무서움을 꾹 참았다.
짐니는 이고 안 무소워! 킁!
혼자서 다부지게 외치고선 협탁위 놓여있는 구식전화기선을 타고 줄줄 내려왔다.
바닥에 무사히 착지한 지민은 성공했다는 사실에 어깨에 힘을 주었다.
잘해쏘! 찜니야! 하고 혼자서 셀프로 칭찬하는걸 잊지않았다.
아마 정국이 보았다면 초코빵 세개를 사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지민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방에서 도도도 달리기도 해보고 숨이차서 헥헥거리며 잠깐 앉았다가 또다시 통통통거리며 이제 막 방문턱을 넘었다.
아직도 저만치 먼 현관까지 지민은 부지런히 걷고 뛰고 쉬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했다. 현관에.
그리고 걷고 뛰었던 것 때문에 꽤 피곤했던 지민은 무릎을 말아서 고개를 까딱까딱거리며 졸다가
스르르 옆으로 엎어져서는 그렇게 정국이 올때까지 잠들어있었던거다.
벌레. 너 여기까지 어떻게 내려왔어.
우웅? 짐니 슈웅 줄 타쏘!
가슴께에 웅얼거리는 지민에 정국은 괜시리 마음 한구석이 간지러웠다. 벌레 너는 내가 뭐라고.
벌레. 선물 줄까.
...찜니 또 생리야?
생리 아니고 생일. 생일은 일년에 한..내가 지금 너 잡고 뭔 소리하냐. 자, 일단 가자.
방으로 들어온 정국은 책상위에 지민을 내려주곤 협탁위 전화기와
아무렇게나 놓아둔 시계를 침대위에 올리고선 지민의 집을 올렸다.
지민은 정국이 뭘 하나 싶어 지켜보고있다가 정국이 협탁위에 올린 지민의 집에 마음을 뺏겼다.
...꾸가! 꾸가! 얼는! 얼르은!
신나기는 하나보네. 우리 벌레.
지민의 재촉에 정국은 협탁위로 지민을 올려주었고,
지민은 눈이 왕방울만해졌다가 이내 정국을 향해 돌아서서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꾸기야. 고맘슴니다아. 찜니 이제 꾸기랑 같은고에서 잔다!
침대를 말하는듯 했다. 실바니안만한 지민은 미니어처에 딱 안성맞춤이었다.
벌레. 좋냐.
고개를 연신 끄덕거리며 방실방실 웃는 지민이 정국에게 안아달라며 두팔을 벌렸다.
정국이 늘상 하던것과 같이 가슴께에 지민을 올려주자 지민은 정국의 심장께에 뽀뽀를 했다.
꾸가, 찜니는 히이 꾸기가 세상에서 제일루 조타아!
역시. 사주길 잘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