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 안돼.
여주) …너한테 물은거 아니거든?
민현) 안돼.
여주) …오빠.
민현) 민규나 석민이랑 같이 가 그럼.
여주) 그냥 커피만 사가지고 온다니까~ 앉아있지도 않고 테이크아웃만! 응? 그냥 마시고 싶어서 그래!
주말 아침, 아침 식사 이후 카페 커피가 땡기던 여주가 옷을 챙겨입곤 소파에 앉아있는 민현에게 카페를 갔다오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민규가 단호히 답했고, 여주는 잠시 민규를 째려보다 민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민현) 여주야. 너 나가서 맨날 안좋은 일만 생겼어. 그래서 그래. 그냥 불안해서. 그럼 창균이랑 가던지. 응?
여주) …내가 커피 사러 가는데 굳이 같이 가는게 난 좀 그래.
민현) 너 나가서 기분 나쁜 일 생기면, 그게 더 싫어. 나랑 가자. 금방 옷 입고 나올게.
여주) …그래.
민현이 웃으며 말하자 여주도 따라 옅게 웃으며 마지못해 그래. 하고 답했다. 여주가 닫힌 민현의 방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민규는 그런 여주를 힐끗 보다 티비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민규) 난 초콜릿 프라푸치노~
여주) ………..
민규) 아. 쿠키 있으면 쿠키도~
여주) …그래. 석민이 넌?
석민) 나? 나느은… 레몬에이드!
여주) 알았어. 민규야 카톡으로 메뉴 좀 받아줘.
민규) 오키~
민현) 여주야.
가자.
“엄마 엄마!”
“이게 뭐야- 얼굴에 초콜릿 다 묻었네-“
“어디~?”
“여기요 여기~”
여주) …………
카페에서 민현이 주문하는 중, 창가 테이블에 기대있던 여주가 어린 여자아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자상하게 아이의 입 주위 초콜릿을 닦는 엄마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고, 그녀를 쏙 빼닮은 딸 아이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있었다.
민현) ………….
민현은 주문을 마치고 그런 여주를 바라보고, 여주의 시선을 따라 모녀를 쳐다봤다. 그리고 곧 카드를 지갑에 넣으며 씁쓸히 입을 앙 다물었다. 그러다 곧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주를 불렀다.
민현) 여주야.
여주) …응. 주문 했어?
민현) 응. 음료가 많아서 좀 기다려야될 것 같아.
여주) 그래.
민현) …………
여주) …………
민현이 오자 여주는 곧 시선을 거두고, 제 신발코만 바라봤다. 민현은 그런 여주를 내려다보고 한발짝 여주의 옆에 붙어 섰다. 그러자 여주의 시야에 민현의 신발이 걸리고, 여주는 곧 제 신발에서 민현의 신발로 시선을 옮겼다. 여주가 민현의 신발에 제 신발을 붙였다.
여주) …차이봐.
민현) …여주가 사십인가?
여주) 응.
민현) ………..
여주) ………..
민현) ………..
여주) …처음엔, 저런 가족 보면 그냥 싫었어.
시끄러운 카페 속, 여주가 민현에게 속삭였다.
여주) 내가 없잖아 저런 가족이.
민현) ………..
여주) 그래서, 보기가 싫었어. 화목함이란 단어는 내 삶에 없는 단어라서 이질감이 너무 들더라고.
민현) ………..
여주) 근데, 가면 갈 수록 보기 싫어하는 내가 처량하더라. 씁쓸하고.
민현) ………..
여주) 그러다가,
민현) ………..
여주) …그러다가,
민현) ………..
여주)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날이 많아질 수록,
…이젠 좀 부러워.
나도 저런 가정에서 자랐다면, 손목에 상처는 없었을까, 매일 밤 잘 때마다 내일 눈이 안떠졌음 좋겠단 생각을 안했을까,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았을까, 나도 조금은, 조금은…
여주) 아주 조금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어.
민현) ………..
여주) 근데 아마, 난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더라도 이러지 않았을까?
민현) …왜?
여주) ..그냥. 이건 내 우울이니까, 내가 만든 것 같아서. 그냥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생긴 우울이라고 생각하니까.
민현) ………….
여주) ………….
민현)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더라면, 누구보다 예쁘고 바르게 자랐을거야. 확신해.
여주) …왜?
민현) 그렇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지금의 너도, 충분히 예쁘고 착하니까.
여주) …………
민현) 여주 네가 아픈 건, 네 탓이 아니야. 너희 부모님이 그렇게 만든거야.
여주) …………
민현) 그러니까 네 탓으로 돌리지 마. 네 말은 다 듣고 싶고 다 좋은데,
그런 말은 내가 들으면 좀 화가 나. 널 그렇게 만든 사람들한테.
민현의 말에 잠시 정적이 찾아오고, 여주는 애써 표정을 숨기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곧 아까 봤던 두 모녀에게 시선을 두고, 민현은 그런 여주를 향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여주) …………
민현) 너무 부러워하지마.
여주) …………
민현) 우리 집에 가족 있잖아. 대가족.
민현이 웃으며 여주의 손을 슬며시 잡고, 여주는 잡힌 손에 힘을 주며 옅게 미소를 그려냈다.
그렇네.
승관) 와 진짜 여름이다 여름
순영) 여름이야 여름~
민현) 바람은 선선하니 좋네.
명호) 넌 또 귤이냐.
승관) 야이씨 이거 오렌지거든?
명호) 죄송.
민규) 그래봤자 이웃사촌이잖아. 귤, 오렌지.
승관) 아 어쩌라고-
날도 좋은데 마당에서 마시는게 좋을 것 같다던 민현은 카톡으로 문자를 하나 보냈다. ‘음료 받으러 마당으로.’ 그러자 퍼져있던 아이들은 하나 둘 집에서 나오더니 자신들의 음료를 집곤 마당에 풀썩 앉았다.
창균) 벌써 6월 중순이네. 시간 빠르다.
정한) 맨날 똑같은 하루하루가 지나가니까, 자각할 틈도 없이 1년이 지나가버려.
승철) 이러다가 또 가을이 오겠지?
지수) 그러다가 또 1년 지나가고.
정한) …이렇게 늙는건가.
지수) 서른이 코앞이다.
순영) 미친 실화야?
승관) 아- 늙는건 당연한거여! 그런거 말고 팔월 여름 휴가만 생각하자고!
지훈) 뭔 두달이나 뒤에 일을 벌써,
승관) 두달 아니고 한달 반! 그리고 형들은 늙는 얘기하면서 무슨~ 두달이면 코앞이네요~ 벌써 여름 된 거 봐!
원우) 계획은 다 짰어?
승관) 형, 짠지가 언젠데 ㅋㅋㅋㅋㅋㅋ
민규)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계획적이었냐.
지훈) 쟨 휴가면 항상 계획적이었어.
여주) …진짜 휴가가 코앞이네.
창균) 그러게. 미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승관) 미국에선 휴가 안다녔어?
석민) 그래! 거긴 더 넓고 디즈니 랜드도 있고!
민규) 여주는 그런 곳 안가지. 사람 많고 시끄러운 거 질색인데.
석민) 아 맞다.
여주) 뭔 휴가야. 집에 있는게 휴가지.
승관) 헐- 그럼 그 미국에서 안돌아다녔단 말이야?
창균) 여주는 집 회사 집 회사 집 회사. 가끔 우리집. 근데 뭐.. 우리 집이라고 해봤자 걸어서는 한 이십오분 정도 걸리는 거리.
여주) 미국에 놀러간 것도 아니고. 일하러 간 건데 그게 뭐 어때서? 애초에 난 집이 좋아.
승관) 니가 그렇다면 또 할 말은 없지~ 그래도 좀 아쉽네! 미국 돌아다녔으면 좋았을텐데.
창균) 미국 햇빛이 그렇게 따가운데, 여주는 피부가 점점 하얘지더라. 덕분에 나도 많이 하얘졌어.
원우) 맞아. 여주 더 하얘졌어.
지훈) 그래도 광합성은 하고 살아야돼.
정한) 그 말이 니 입에서 나오는게 신기하다 지훈아.
지훈) 꺼져.
여주) 그래서 주말마다 창균이오빠가 날 찾아왔지. 공원가서 점심먹자고.
창균) 그것도 이주일에 한 번 꼴이었잖아. 겨우겨우 내가 먹고싶다고 하도 난리쳐서.
여주) 싫다고 하면 집에 안갔잖아. 밥달라고 귀가 닳도록 옆에서 말하고.
석민) 그래도 미국 되게 좋지? 넓고 도시도 멋지고.
여주) 별로.
석민) 그래?
여주) 응.
민규) 왜?
여주) 없어, 뭐가.
민규) 뭐가 없는데?
여주) 너.
민규) …………
여주) 이석민.
부승관. 최한솔. 서명호.
이 찬.
문준휘.
이지훈.
윤정한.
황민현.
최승철.
전원우.
홍지수.
권순영.
…
…
..
.
Epilogue
“휴가마다 집에 이러고 있는 거, 안지겨워?”
여주와 휴가를 맞춘 창균은 익숙하게 여주의 집을 찾았고, 부시시한 상태에서 문을 열어준 여주는 다시금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그 침대에 걸터 앉은 창균이 여주를 향해 묻자 여주는 가만히 있더니 곧 입을 열었다.
“죄스러워.”
“…왜?”
“나 따위가 쉬는게.”
“………..”
“뭔 회사가 휴가 반납도 안되는지.”
“………..”
왜 죄스러운데?
창균의 물음이 공기 중으로 퍼지고, 하얀 벽지가 공허한 가을 날씨에 맞게 푸른 빛을 받고 있었다. 시계하나 없는 터라 귀엔 이명소리만이 맴돌고, 여주는 천천히 말했다.
“내가 죄가 있어서.”
“무슨 죄.”
“휴가가기 전 날, 내가 미국으로 떠나버렸으니까.”
“…………”
“내년에 유럽여행 갈거라고, 올해는 제주도 가자고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들 내치고,”
…지금 내가 여기 있는데, 휴가는 무슨 휴가야.
“…………”
미국에선, 난 절대 못쉬어. 쉬기도 싫어.
내가 괴로워야, 그게 마음이 편해.
**
세때홍클 오랜만이죠? 미안해요 늦게 와서. 오늘 더군다나 대화밖에 없어서 분량도 평소보다 다소 적네요 ( 하핫 머쓱
그렇다고 억지로 글을 넣는 건 흐름도 끊길 것 같고, 글이 못나져서요!
(글쓰는 건 너무 어려워 ㅠ)
좋은밤 되세요! 주말이 하루 더 남은 밤은 조금 편안하네요 :)
넉점반의 함박눈 같은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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