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3개월
성용이가 그렇게 무지막지 하게 끌고 온곳은 한 공원이였다. 우리는 벤치에앉아 멀뚱멀뚱히 주변풍경만 쳐다보고있었다. 그러다 문득 성용이의 손으로 눈이갔다. 성용이 왼손의 네번째 손가락에는 너와 내가 2주년을 기념하여 맞춘 반지가 보였다. 진짜 금도아니고 도금도 아니였다. 그냥 한 보석점에서 맞춘 평범한 반지였다. 내꺼는 녹좀 슬었던데, 성용이는 전혀 그래보이지 않았다.
성용이는 내가 손을 쳐다보고있음을 느꼈는지 이내 손을 들더니 「이거」라며 말을 잇는다. 성용이 손만보고잇던 내 눈은 어느새 성용이의 입으로 가있었다. 오랜만이다, 니 얘길 이렇게 집중해서 듣는거…
「못 버리겠더라 넌 버렸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내 이 가방한쪽에는 너와 똑같은 반지가 빛나고있었다. 아까 날 속였던 기성용이 괘씸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기성용은 당황하더니, 이내 자기손가락에서 반지를 꺼내어 자기 주머니속으로 쏘옥-하고넣는다.
그리곤 왼쪽 손을 쫙 하고 펴서 내 앞에 보인다. 뭐냐는 눈치로 쳐다보자 「금! 금으로 맞추게 새로」
왜…넌 이렇게 앞서가는지, 난 아직 마음정리도 안됐고 그리고 또 너랑 다시 시작할 마음은 없었다.
「기성용」
신발 코로 땅 흙을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내 부름에 고개를 드는 너다. 그렇게 강아지같은 눈을 뜨며 날 쳐다보면 너 한테 이렇게 쓴말을 어떻게 내뱉으라는거야.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자 너는 「오랜만에 부른다 내이름.」 이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하마터면 또 너의 부드러운 손길에 넘어갈뻔했다. 이젠 아니라고 우린 헤어진 연인이고 또…
「난, 너 좀 힘들어 성용아」
「……」
「우린 지금 그런 사이 아니야. 두달만에 뜬금없이, 그것도 영국에서 이렇게 만나서 그런거지
내 마음은 아직도 니 밖이야. 너도 내밖이고 그러니..ㄲ..」
「와, OOO 너무하네」
「……」
「밀어내지마., 기성용표 유혹 필사기 들어가야되나 진짜」
진지하게 말하고있었는데, 기성용이 말을 가로채서 맥이 확 끊겨버렸다. 그리고 농담반 진심반이 섞인 듯한 성용이의 말투에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넌 두달전이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었다. 내가 진지하게 말을 하려하면 넌 우스꽝스러운 말로 넘어가곤했었다. 한편으로 다행이였고 정말좋았다. 니가 나에게 다시 예전 처럼 똑같이 행동해준다는것에 안도감도 느껴졌다.
「넌 그냥 잠자코 그 자리에서 다시 내 유혹에 넘어가주면 돼」
「……」
「기성용표 돌직구 간다.」
「…뭐?」
「나 너랑 다시 시작하고싶다.」
마치 6년 3개월 아니… 6년 하고도 5개월 전의 설레임이었다. 풀 죽어있던 내 가슴은 다시 눈을 맞춰오는 너 때문에 세차게 뛰었고 너는 그렇게 나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곤 주변 풍경을 둘러보았다.
넌 내 손을 잡고 그렇게 여유로이 풍경을 둘러보는 반면, 나는 그러질 못했다. 머릿속과 마음속은 모두 엉망진창이었다. 우리가 이런다고 다시 이런 날 이 안올줄은 장담도 못하고, 또…니가 날 질려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보기싫었다. 난 모든게 조심스러웠다. 너랑 다시 시작한다는 건 생각하지도 못했다.
「두렵지, 두려울 거야」
「그걸 알면서도 그래?」
「…나, 그때처럼 내 생각만 안할께. 니가 아니라면 아니라는거다 너 두배로 힘들어가면서 그러는거 싶다」
성용이는 이내 왼쪽 손목에있는 시계를 확인하더니, 내 손을 놓곤 일어선다. 니가 불쑥 일어남에따라 내 시선도 너에게로 향하면 성용이 너는 어느새 밑을 내려다 보면서, 내 머리위에 손을 얹는다.
어쩜 너는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을까, 문득 너에게 '니가 머리쓰담쓰담해주면 기분좋아' 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동시에 성용이 너는 내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갈께. 앞으로 부담스럽다 하지말고」
「…성용아」
「누구보다 너 내 스타일 잘 아니까 나 감당잘해라」
그러곤 너는 번호안바꼈지? 라고 묻곤 나에게 전화를 한다는 시늉을 하곤 공원을 나섰다. 아마도 경기를 치르러 가는 모양이었는데, 왜 내눈엔 너는 나를 피하는 것만으로 보였을까.. 내가 여기서 너를 더 밀어버릴 까봐 도망가는 겁쟁이 같았다. 기성용 넌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바뀌지가 않았다.
언론을 가지고 노는 것만 같았다. 헤어진다고 성용이가 진지하게 인터뷰를 한지 반년도 채 되지않았는데 우리가 다시 사귄다고하면 언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은 뭐라고 손가락 질을 할까, 반겨 주기는 커녕 두배로 욕만 들어먹을게 뻔했다.
아마도, 이런 이유중 하나가 성용이와 나를 헤어지게 만드는데도 있었다. 겁쟁이는 따로있었다.
나도 너랑 같은 마음인데 말이야, 성용아 난 너무 무서워
-
-자? am 2:12
자다가 새벽에 깨서 물을 한잔 마시러 갔다가 누으려는 김에 핸드폰을 켰다. 지금 시각은 2:20분. 몇 분전에 온 뜨끈뜨끈 한 문자였다. 어둠속에서 갑자기 들어오는 휴대폰 빛 때문에 인상을 구겼다. 발신자에 지워도 지워도 내 머릿속에만 계속 맴도는 너의 전화번호가 떡 하니 찍혀있었다. 답장을 해줘야하나? 풋-하고 웃어버렸다. 그러곤 내 손은 저절로 휴대폰 자판을 누르고있었다.
-자다 깼어 안자나 보네
내가 보낸 문자를 솔직히 많이 딱딱했다. 아니 딱딱해져있었다. 너와 내가 사귈땐 낯 간지러운 이모티콘을 쓰며 서로 애정표현을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문자를 주고 받는다는 자체가 내 가슴을 간지럽혔다. 너는 어쩌면 밖에 내리는 저 흰눈 처럼 순수하고 깨끗하게 다시 내 마음속에 쌓이는 듯 했다. 그래서 차가운 내 마음을 스르르 녹여버리는 것만 같았다. 넌 뜨거운 진눈깨비 였다.
멍하니 있다가, 내 손에있던 핸드폰이 다시 진동이울리고너의 문자에 나는 풉 하고 웃어버렸다.
-밖에 우리가 좋아하는 눈 온다
내가 눈사람 이라면 넌, 햇빛이였다.
안녕하세요! 긩긩입니당!>< 너무 늦게왓지여? ㅠㅠ 죄송해요 그리고 또 하나 죄송드릴 말씀은 오늘 두편을 가지고온댔는데 한편밖에 가지고 못오겠어요 근데 아마도 다른글 한편을 가지고 올수도있었요! 6년 3개월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너무짧죠?ㅠㅠ 대신 내일은 길~게 길게 해서가져올께요 ㅠㅠ 죄송합니다..♥힛 사랑해요긩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