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너는 니가 사는 스완지에서 카디프까지 매일 오가곤했다. 그때 새벽 카톡을 했던게 화근이었다. 덕분에 기성용은 생각보다
더 치밀하고 세밀하게 접근을 해왔다. 밀어내고 밀어내려해도, 기성용의 고집을 누가 말리랴… 오히려 기성용 성격에 이렇게 이상한
짓을 안하는게 다행이고 감사 할 따름이었다. 내가 이렇게 거부하면 그만큼 들어대기도 힘들텐데 누가 패기의 기성용 아니랄까봐
처음에는 거부감이 느껴졌었다. 싫다는 티도 팍팍냈었고 웨코의 과외 핑계로 집으로 오지모 못하게 만나지도, 그리고 연락조차도
꺼려했다. 하지만 기성용이 누군가, 평소 성용이를 좋아하는 웨코는 껌뻑죽어 넘어갔다. 뭐… 그것만큼은 좋았다.
"기성용"
"말고, 성용아 불러줘야지"
넌 너무 뻔뻔해져있었다. 니가 나가야지 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도 사러가야 할거아니야…! 기성용은 우리집 쇼파에서 티비를 멀뚤멀뚱히
쳐다만 봤다. 옆집도, 앞집도 모두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기에 바빴다. 그러기에 나또한 빠질수 없었다. 특히 더더욱 올해는 더…
쇼파에 앉아있는 기성용의 뒷모습을 쓸쓸하게 쳐다봤다. 일년사이에 우리가 어쩌다가 이지경이 됐을까, 난 너를 거부하고있고
넌 나와 사귄다고 하루도 빠짐없이 날 보러왔다. 우린 1년사이에 모든게 바껴져있었다.
유독 오늘 따라 너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보인다.
2011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오늘은 모처럼 너와의 데이트다. 싸우고 다투기만 하다가 24일 그러니까 바로 어제 우린 극적 화해를 했다. 덕분에 너와 7번째
맞는 크리스마스는 행복했다. 그리고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아침일찍일어나, 씻곤 분주하게 화장을 했다. 엄마도 요란스럽다는 듯이
내 등짝을 한번 짝 치곤 용돈을 주시며 밖을 나가셨다. 나 이제 다컷는데 이런 용돈 필요없는데… 올때 엄마 화장품이나 하나 사다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가방 안으로 엄마가 준 오만원을 고이 접어 넣었다. 그리고 옷장을 열었는데
헐… 내가 이렇게 입을 옷이 없다니, 말도안돼! 이리뒤지고 저리뒤져도 도통 입을만 한게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미리 쇼핑도 해둘걸그랬다.
하긴, 어제 급작스럽게 화해했으니 말이다. 우리 둘도 참 속보이게 크리스마스는 어지간히 친구랑 보내기 싫었던 모양이다.
"어디 술집?"
"아무데나"
우리들의 대화는 누가봐도 오래된 연인들이었다. 이것저것 대충대충 넘어가길 바랬고 이렇게 모두는 즐거운 크리스마스까지도
우리는 억지엿다. 요즘 부쩍 니가 나를 질려한다는게 눈에 보였지만 난 애써 부정하며 티를 내지못했다. 그래도 난 너를 향해 밝게 웃었다.
우리는 어느 인근 술집에 들어왔다. 여느떄와 같이 넌 나보다 먼저들어가더니 구석자리를 향했다. 우리는 다른사람과는 달리
공개데이트도 많이했는데도 불구하고 성용이 너는 항상 다른 사람 눈을피했다.
"성용아 뭐 먹을래?"
너는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있다. 요즘들어서 나를 만나서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는 너…
넌 잘 내가 모르고있다는듯 알고있겠지만 난 알고있있다. 어느날, 자철이한테 문자가와서 할말이있다고, 많이 힘들텐데 견뎌낼수있냐고
그래도 난 들었다.
니가 다른여자와 연락하고있다는 걸 말이야
"기성용! 뭐먹을꺼냐ㄱ.."
"아무거나 시켜"
"…알았어"
맥주 500cc 두잔에, 니가 좋아하는 치킨을 시켰다. 치킨이 나올 15분 동안 너는 내가 아니라,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난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싶은데
너는 결코 그게아니었다. 니가 요즘들어서 나랑 자주 싸우는 이유도알겠고, 또 내가 널 이렇게 질려하는 이유도 알것만 같았다.
니가 휴대폰을 만지작 거릴동안 난 모든걸 되새기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너는 한번 슬쩍 나를 보더니 다시 이내 휴대폰으로 손을 옮겼다.
그럴꺼면 나랑 화해하지말고 그 여자랑 만나지 그랬어 성용아 그럼 내가 덜 비참했을텐데
여기서도 두마리 토끼를 다잡겠다는 너의 소유욕을 볼수있었다. 또 난 너의 소유욕에 휘말려 갔다.
-
"기성용 이제 그만해"
"아니 더 말해봐"
"나 머리아프다. 너랑 싸우기 싫은데…"
결국엔 터져버렸다. 서로 취기가 슬슬올라와서 다 터져버렸다. 내 앞에있는 성용이 또한 물론, 우린 5년간의 진심이 올라오고있었다.
얘기를 들어보자면 성용이도 나한테 섭섭한게 참 많았었던것 같다.
어지러운 상태에서 턱을 괴고 널 쳐다보면 넌 또 날 쳐다본다.
"그만하자, 재미없다. 나 먼저 갈께"
그러곤 넌 휴대폰을 손에들고 또 다른 한손으론 외투를 손에집어들고 카운터에 들러 술값을 계산했다. 그리곤 딸랑-하고 문에달린 종소리가 울리더니
너는, 이곳에서 없어져버렸다.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난 두팔로 얼굴을 감싸곤 탁상위에 엎드렸다.
밖에는 너랑 나랑 좋아하는 눈이내리는 화이트크리스마슨데
우리 사이는 어쩌다가 그 눈처럼 차가워졌을까 성용아.
2012 12월
"난 큰 양말 달고 싶은데"
1년전의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우리는 참 많은게 바껴있었다. 일단 우리는 그때와 달리 연인사이가 아니였다. 나는 널 피했고 넌 날 따랐다.
그러다가 결국엔 마트까지 따라온 성용이다. 난 아직 마음의 준비도안했는데 넌 자꾸만 이렇게 치고 들어온다. 나도모르게 넌 내 마음에 자리잡고앉아있었다.
"…이게 이뻐 이게 이뻐?"
"둘다 이뻐"
"힛, 그럼 이거 두개..ㅅ.."
"그리고 그거 들고있는 너도 이뻐"
설렌다. 연애초반의 기분이였다. 또 나는 너의 이런 말에 덥썩 넘어간다.
넌 참 여자를 다루는 재주를 가지고있다. 난 그걸 뻔히 아는데도 성용이 너한테 또 넘어가
기성용은 두 방울 들고있는 나를 보며 웃더니, '아~ 케익은 뭐로사지' 라며 카트를 끌곤 어느새 제빵코너로 걸어간다.
멍하니 성용이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성용이가 뒤를 돌아보며 '뭐해 빨리와'라며 소리를치자, 그제서야 정신이들고
니가 이쁘다고했던 두 방울을 들고 너에게로 향했다.
우린, 1년 사이에 무슨일이 일어났던 걸까. 꿈만같다.
2012년 크리스마스
영국 카디프는 온통 흰눈으로 뒤덮였다. 아침부터 밖에는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로 가득했고, 거리 곳곳마다 장식들로 즐비했다.
웨코는 아침부터 우리집에 들이닥치더니 "merry christmas!"라고 외치며 나에게 선물을 건넸다. 그것은 다름아닌 향수였다. 뿌려보라는 웨코의 시늉에 그자리에서 뿌려보았더니
웨코는 나를 와락-껴안았다. 조금 당황은했었다. 그러다가 이내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리곤, 웨코를 잠시놓곤 종이봉투에든 내 선물을 웨코에게 건넸다.
웨코는 어리둥절하면서 열어보더니 이내 "oh! my God!"이라며 펑펑 뛰어다녔다. 그리곤 나를 와락 한번 더 안곤 인사를 꾸벅하곤 문을 닫곤 자기 집으로 가버렸다.
저거저거… 해가바껴도 멋대로 집에가는 건 안 바뀌겠어.
"…맞다 파프리카 싫어하지"
크리스마스는 벌써 반이나 지나가고있었다. 지금은 오후 3시였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레 너를 기다리면서 파스타를 준비하고있었다. 하나하나 너를 기억하며
니가 싫어하는거 니가 좋아하는거 되새기며 음식을 만들었다. 마늘빵을 굽고 식탁위에 올려놓는 동시에 딩동하며 초인종이 울렸고, 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너는 두손 바리바리 무엇을 싸들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한손에는 와인, 한손에는 뭔지 모를 쇼핑백이였다.
우리는 또다시 이렇게 자연스러워졌다.
"오, 나 기다렸네"
"아니거든 밥만 먹고얼른가"
"아닌데 나 기다린거 맞네. 크리스마스에 솔로로 지내고 싶은가?"
"…말이라도 못하면"
고개를 내 저었다. 솔직히 크리스마스에 혼자있는 건 상상도못했다. 니가없을땐 난 가족과 함께했고, 아니면 항상 너와 함께했다.
이번 년도는 어떡할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넌, 나를 다시찾아왔다.
다행이도 난 혼자가아니였다
"맛있네. 요리 솜씨하나는 합격이다"
"왜 요리 솜씨 하나 뿐인데?"
"…다른 건..'
"내가 뭐 얼굴이 부족해 몸매가 부족해 학벌이..ㅂ.."
"너 이제 나 안좋아하잖아"
"그래서 너 미우니까 이거 하나만 인정"
어느새 밥먹는데 식탁은 고요에 휩싸였다. 기성용 너는 괜히 그런말을 꺼내서…
다시 파스타를 돌돌 포크에 말았다. 그리고 먹었다. 또 옆에있는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파스타를 먹는 20분동안 반복이됐다.
너도 니가 한 말을 후회하는듯 아무말 없이 먹고만있었다. 또 다시 작년 크리스마스를 방불케하는 장면이였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충분히 다르다는 것은 분명히 알수 있었다.
한 것도 없는 거같은데 어느새 날은 저물어 오후 6시가되었다. 밝의 가로등은 어느때보다 환하게 켜져있었고, 기성용과 나는 나갈 채비를 한다.
시내에 나가기위해서다. 딱히 집에서 할게 없어서 기성용은 '시내나 가자'라는 말을했고,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
그리고 나오게 된 카디프시내였다. 역시 크리스마스였다. 곳곳엔 길거리에서 음악을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오늘따라 군것질 같은것을 많이 판매하는 곳도 많았다. 여기저기엔 가족혹은 연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주잡은 손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을 빤히 둘러보고 있으면, 어느새 내 손의 온기는 따뜻해진다.
기성용 니가 내 손을 잡았다.
"이쁜데 우리나라 광안대교만은 못하네"
"…어?"
"니가 그랬잖아 우리 부산여행갔을때 니가 본 다리중에 제일 이쁘다고"
"아…응"
"영국이라고 별거없네"
나는 니가 모르는 줄알았다. 넌 내 말을 그냥 한귀로 흘리듯이 흘려버리고 딴 짓을 하고있을때였다. 하지만 넌 내 말을 기억하고있었다.
너의 사소한 기억에도 난 또 이렇게 울컥한다. 니가 나간 그 자리에는 문을 꼭 닫아두었는데 또 니가 열고 스며들어온다.
우리는, 바다 그리고 다리가 보이는 어느 한곳에 앉았다. 그리고 한동안 서로 말없이
회상을했다. 기성용 너도 회상을 하는 듯 했다.
-
시내에서 DVD 하나를빌려왔다. '노팅 힐'이라는 영화였다. 기성용과 나는 우리집 침대앞 쇼파밑에 한 이불을 덮고 앉아있었다. 그리곤
탁자에있는 케익과 와인잔을 들었다. 그리고 영화는 시작됐다. 영화는 뻔하디뻔한 로맨스 영화였다. 하지만 우리와 닮은 공통점은 많았다.
사랑을 깨닫지못하다가 늦게 또 찾아낸 그런 뻔한 영화였다.
내가 보고싶었던 영화였던지라, 넋을 놓고 보고있는데 옆에서 성용이가 톡톡하고 건드린다.
"응?"
"좀 너무하네"
"왜?"
"옆에 사람 뻔히 있는데 너무 영화만 보는거 아닌가"
"아…미안"
"됐다 됐어"
라며 성용이는 티비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빤히 쳐다보고 있자니, 쿵쾅대는 심장소리가 성용이에게 까지 들릴까봐 걱정되어 나또한
티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근데 왜 하필 베드신이 나오는지… 혼자 있으면 그냥 아무감정없이 봤을텐데
옆에는 성용이가 있고 또…
얼굴이 새빨게져있다는게 느껴졌다. 얼굴이 뜨거웠다. 난 안절 부절 못하고, 이리저리 눈을 돌렸다.
그러다가 너를 딱 한번 봤는데… 눈이 마주쳤다.
"……"
"……"
너는 나에게 다가왔다. 티비에 나오는 진득한 소리도, 그리고 밖에서 눈싸움을 하며 꺄르르 웃어대는 아이들 소리도, 이상한 잡음 따위도
내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성용이의 얼굴이 다가왔다. 너는 눈을 감고있고 나는 멀뚱히 널 쳐다보고만 있었다.
성용이는 눈을 감은채 내 바로 코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눈을 감곤 가만히 있었다. 어쩌라는 건지, 마치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듯 했다.
조급했다. 여기서 난 빨리 결론을 내려했다. 여기서 먼저 다가가자니 난 다시 너에게 문을 여는 거고, 다가가지않으면 넌 또 나와 멀어지는 듯했다.
그렇게 몇 초, 아니 1분정도 흘렀을까 나는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그냥 충동적으로… 너에게 다가갔다.
우린 입을 맞췄다. 너의 손은 내 얼굴을 감싸는 듯 싶더니, 조심스레 내 목 뒤로 손을 가져다 어루어만졌다. 마음속에서 잉크 한방울 터뜨려 퍼지는듯했다.
내 가슴속엔 온 핑크빛 향기가 맴 돌았다.
너는 살짝 입술을 떼곤 눈을 마주한채 나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이제 대답좀 해줘라. 나 너랑 다시 시작하고싶다 OO아"
어쩌면, 빨리 대답하라고 내 심장이 이렇게 세차게 뛰고있을지 모른다. 에라 모르겠다. 입에서 나오는대로 가슴과 머리가 시키는대로 했다. 나는 너의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시작해도된다고, 나 또한 니가 그리웠다고….
그리곤 넌 환하게 눈을 접으며 웃더니 다시 내게 입을 맞췄다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이였다.
긩긩 |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찾아뵙는 긩긩입니당. ㅠㅠ제가 요즘 바빠서 이렇게 늦게 들고와버렸네요 죄송합니다. ㅠㅠ 그래도 길게(나..나름) 들고왔으니까 이해해주세여 으흐어헝허어 ㅠㅠ 아 그리고 독자분들이 물어보셨는데 1. 제 나이는 비..비밀인데 일단 10대라고 해두죠ㅎ^^ㅎ 2. 6년 3개월 텍파공유 합니당! 기다려주세요! 완결나는대로 보내드릴께요!
이제, 성용이랑 여러분들이랑 멜랑꼴리하는 내용만 남았는데, 앞으로 많이 많이 지켜봐주세여! 독자분들 모두다 추석 잘 보내시고 귀성길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