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그 불완전한 나이.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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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준비 다 했어?"
-어…. 지금 대기하고 있는 중.
다들 알다시피 김여주는 아침에 잘 못 일어나는 성격이다. 혹시 몰라서 30분 전에 전화를 했더니 역시나 잠에서 막 깬 듯한 목소리길래, 나는 얼른 준비하라고 닦달을 해야 했다. 오늘 무조건 성공해야 된단 말이야, 나 너랑 둘이서 들으려고 수업 같이 듣자는 애들 다 뿌리쳤단 말이야…! 잔소리를 한 효과가 있는 건지 어떻게 준비를 끝내고 나니 어느새 9시가 되기 1분 전이었다.
"몬난아, 어떡해. 나 너무 떨려!"
-배드민턴 안되면 딴 거 하면 되지, 뭐….
"야. 네가 옛날에 네 사전에는 실패란 없다고 말했던 거 기억 안나? 넌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성공해야돼."
-뭔 소리야, 내가 언제 그런 소리 했어. 니가 했겠지….
구시렁대는 김여주의 목소리를 듣다 10초밖에 남지 않은 초시계를 보고 나는 성공하고 만나자며 다급하게 말했다. 말꼬리를 주욱 늘어뜨리며 '어….' 하고 대답을 하는 김여주가 불안하긴 했지만, 뭐 클릭 하나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잘 하겠지. 초시계를 바라보고 있다가 9시가 되는 순간에 바로 새로 고침을 눌렀다. 예스. 다행히 잘 들어왔고 이제 신청 버튼만 누르면….
아싸, 됐다!
"야야야!!! 나 성공함!!! 김여주. 너도 성공함?!!!"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하는데 나를 부르는 김여주의 목소리가 영 시원찮다.
"왜?"
-내가 깜박하고 잊고 있었어.
"…아. 뭐. 불안하게. 뭔데."
-내 컴퓨터가 정말 썩었다는 걸.
새로 고침을 누른 순간에 컴퓨터가 렉이 걸렸단다. 그래서 인터넷을 다시 껐다 키고 나서야 겨우 홈페이지에 들어왔는데 이미 그 옆에는 빨간색으로 '마감' 이라고 적혀있었다고…. 에이, 뭔 소리야. 그럴 리가 없어. 아직 내 컴퓨터에는 마감 표시가 안 떴는걸?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혹시나 하고 다시 새로 고침을 눌러 보니 정말 그곳에는 기분 나쁘게도 '마감' 이라는 글자가 아주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헐. 너무나도 어이없는 이 상황에 그저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데 김여주는 그런 내 속도 모르고 '진짜 네 말대로 인기 많나 봐.' 하며 신기해하고 있다.
"그렇다니까!!! 아. 너랑 같이 들으려고 했는데 이게 뭐야…."
-미안하다…. 나도 진짜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아…. 어쩔 수 없지. 넌 뭐 들으려고?"
마감이 된 이 상태에서 뭘 할 수 있으랴. 거의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뭐 할거냐고 묻자 김여주는 음… 하며 고민을 하더니 머지않아 문학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으, 그 지긋지긋한 문학. 무슨 방학 때도 문학을 들어. 내가 진짜 아깝다고, 같이 듣고 싶었다고 말을 하는데 김여주는 그냥 나보고 배드민턴 정말 하고 싶어했으니까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할 뿐이었다. 네가 없으면 이 수업을 듣는 의미가 없다고! 아, 망했다. 망했어…. 약간 풀이 죽어서 대충 그래… 하며 대답을 하다가 순간 할 말이 떠올라 나는 맞다, 하며 말을 돌렸다.
"나 오늘 독서실 못 가. 너 혼자 갔다 와."
-뭐냐. 신청한 지 하루만에 안 온다는 그 패기는?
"미안. 오늘 할머니 오신다고 해서."
김여주는 오늘도 혼자서 지내겠지. 형님 오늘 많이 바쁘시려나… 일찍 끝나셨으면 좋겠다. 우리 몬난이 혼자서 많이 외로울 테니까. 내 말에 김여주는 알겠다며, 내일 보자며 말을 하곤 전화를 끊었다. 그냥 가족 모임 째고 김여주랑 놀고 싶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겠지… 아, 그나저나 진짜 어떡해. 거기에 아는 애 한 명도 없을텐데. 와, 망했다. 진짜. 나는 골치 아픔에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차라리 나도 실패를 할 걸.
아니면 내가 너를 따라 문학을 들을 걸.
그래서 네가 그 아이와 있는 걸 어떻게든 막았더라면,
그랬더라면….
……….
*
1주일이 흐르고, 보충 수업이 시작되었다. 배드민턴이라 그런지 별 부담감이 없는데 문제는 진짜 아는 애가 하나도 없었다는 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석민이 수업 같이 듣자고 할 때 그냥 그러자고 할걸…. 아니야, 그래도 공부보다는 이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좀 심심할 거 같긴 하다. 딱히 할 게 없던 나는 맨 뒤에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고 있는데, 몇 분 후에 오신 선생님은 아이들 출석을 부르시고는 앞에 나와서 바구니에 있는 라켓을 가져가라고 말씀하셨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좀 심심함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막상 라켓을 잡으니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다. 조금은 들뜬 마음에 라켓을 들고 방방 뛰고 있었을 때였다.
"야, 인마. 너 머리 색깔이 그게 뭐야?"
"……."
"아주 막 나가는구만, 막 나가…. 너 이름이 뭐야."
"권순영이요."
진짜 처음에 권순영을 봤을 때는, 정말 미친 줄 알았다. 방학한 지 얼마나 됐다고 샛노란 머리로 염색을 하고선 당당히 수업에 늦었던 그 남자애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 이름 석 자를 떡 하니 말하고는 앞에 있는 라켓을 집어 들고선 맨 뒤에 섰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옆에. 뭐지, 얘는…? 그런데 더 웃긴 건 '권순영' 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들은 선생님이 걔 얼굴을 한 번 스윽 보더니, 더는 뭐라 하지 않고 그저 헛기침만 할 뿐이었다는 것이다. 머리도 그렇고 수업에 늦었으니까 당연히 혼을 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선생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얘 진짜 뭐하는 애지…? 약간의 호기심에 그 아이를 쳐다보고 있는데,
"야."
"어?"
"뭘 봐."
한껏 올라간 눈매로 나를 째려보는 권순영에 나는 아니, 뭐…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흥미가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정말 특이한 이 아이에, 뭔가 재밌을 것 같은 기분이 막 들었기 때문이랄까.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냥 얘랑은 무조건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수업이지, 사실 배드민턴 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선생님은 대충 몇 번 시범을 보여주시더니 너네들 알아서 치라며 훠이 훠이 손짓을 하셨다. 다들 짝지어서 깔깔 거리며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데 나는 칠 사람이 없어 으음… 하고 서 있다가, 저 멀리 벤치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던 권순영이 보였다. 와, 겁나 마이웨이 대박이네. 쟤한테 같이 치자고 해볼까?
"야. 아까 쟤 머리 봤냐?"
"어. 미친 줄. 그것보다 아까 체육이 아무 말도 못하더라."
"그러니까. 그것도 어이 없었음."
권순영한테 다가가려고 하려던 찰나에,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려와 나도 모르게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자기들을 쳐다보는 걸 모르는 건지 그들은 신나게 권순영을 까고 있었다.
"역시 부자라서 그런가. 저러고 학교도 잘 다니고, 참 좋겠네."
"부자도 그냥 부자냐, 엄청난 부자지. 난 쟤 눈빛부터 마음에 안 들어. 왜, 그 깔보는 느낌 알아?"
"느낌이 아니고 진짜 깔 보는 거잖아. 우리가 얘기하면 다 무시하고, 대꾸도 안해주고."
"진짜 부모 잘 만나서 태어난 것밖에 없으면서, 유세는…."
아, 쟤 부자구나. 그래서 당당히 머리를 하고 올 수도 있었던 거고, 선생님이 아무 말도 못했던 거구나. 대체 얼마나 대단한 집안 애길래….
그 순간, 어떤 여자 애가 권순영에게로 다가갔다. 무슨 얘긴지는 몰라도 그 둘의 대화는, 여자 애가 어이가 없다는 듯 짜증을 내며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것으로 짧게 끝이 났다. 나 말고도 아까 그들이 그 장면을 보고 있었던 건지 저것 보라면서, 권순영이 저런 애라면서 다시 수군대기 시작했다. 권순영은 지금 자기가 이렇게 욕을 먹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핸드폰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으음… 나도 지금 다가가면 아까 쟤처럼 까일려나.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그에게 다가가려던 발걸음을 다시 돌렸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아무 애 하나 붙잡은 다음 배드민턴을 치다 보니, 어느새 운동장 전체에 종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그 소리에 선생님은 라켓을 앞에 놓고 가라는 말을 하시곤 해산을 외치셨다. 뭐, 오늘 나름 나쁘진 않았어. 철판을 정말 두껍게 깔아야 한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김여주도 수업 끝났겠지? 얼른 라켓을 놓고 교실로 올라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운이 없게도 내가 라켓을 놓고 가려던 순간에 선생님께서 나를 보고 라켓을 다 모아 체육 창고에 넣어두라고 말씀을 하셨다. 아, 왜 하필 나야….
"…젠장."
그렇게 애들이 라켓을 다 놓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가, 바구니를 들고 체육 창고로 갔을 때였다.
"싫다니까?"
"한 번만 부탁할게. 응?"
"싫다고 얘기했잖아."
"아, 순영아. 제발…."
순영? 권순영? 라켓을 들고 체육 창고에 도착했을 때에는, 그 문 입구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권순영과 어떤 여자 애가 보였다. 그 둘을 보자마자 나는 나도 모르게 코너 뒤로 숨어 버렸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그 둘을 몰래 지켜보았다. 아까 그 여자 애는 아닌 거 같은데… 쟨 또 누구야. 여자 애는 권순영의 팔을 두 손으로 잡으면서 한 번만 제 부탁을 들어달라며 막 치대고 있었다. 뭔 부탁이길래 저러는 거야….
그 순간이었다.
"꺼져."
"…어?"
"꺼지라고, 씨발."
저 말과 함께 제 팔을 붙잡고 있는 여자 애를 거칠게 뿌리친 것이. 여자 애가 당황을 한 듯 약간 얼빠진 표정으로 서 있자, 권순영은 매섭게 그 여자애를 노려보며 말했다.
"못 알아 들어? 다시 말해줘?"
"……."
"니 얼굴 보기 싫으니까, 그만 꺼지라고."
"…허, 뭐 이딴 애가 다 있어?!"
여자 애는 권순영을 한껏 노려보더니 발소리를 쿵쿵 내며 나갔다. 권순영도 한숨을 파악 내쉬더니 이내 곧 나갔고.
"…워. 쟤 무서운 애였네."
정말 드라마에서나 보던 싸가지 없는 재벌 2세라도 되는 건가. 라켓을 체육 창고에 잘 넣고는 권순영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김여주 반 앞에 도착을 했다. 이제야 수업이 끝난 건지 가방을 싸고 있는 김여주가 보이길래 그의 이름을 크게 부르니,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막 두리번거린다. 으이구, 귀여워라. 내가 막 손을 흔들자 김여주는 얼른 가방을 싸고는 내게 다가왔다.
"수업 잘 들었어?"
"나름. 너는?"
"나야 당연히 잘 들었지."
잘 놀았다고 해야 하나. 큭큭 웃으며 말하는 나에 김여주도 나를 따라 픽 웃었다. 우리 몬난이.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었나 보네. 약간은 초췌해 보이는 얼굴에 머리를 쓰다듬다 가방을 대신 들어주겠다며 손을 내미니 너는 됐다고 대답을 한다. 어차피 나는 몸만 오기 때문에 네 가방 드는 일은 일도 아닌데…. 그래서 그냥 됐다고 말하는 네 가방을 뺏어서 내 한쪽 어깨에 멨다.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줄게. 가자."
오늘은 뭐 먹으러 갈까. 점심 메뉴를 생각하며 김여주의 팔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잘만 내려오던 김여주가 갑자기 계단을 내려오는 속도가 느려졌다. 그에 뭐하냐면서, 빨리 오라고 팔을 잡아 이끄니 김여주는 약간 얼떨떨한 목소리로 어어, 하면서 그제서야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네 시선의 끝이 어디에 닿았는지를 알아채지 못한 게, 나의 가장 큰 잘못이었다.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오늘도 이렇게 새벽에 찾아뵙네요. 허허... 저번 편을 보시고 다들 멘붕이 오신 것 같더라구요. 뭐... 딱히 뭐라고 설명해드릴 게 없습니다. 그 부분은 후에 다시 나올 거예요. 앞뒤 문맥에 맞춰서 제대로요ㅋㅋㅋㅋㅋ 드디어!!! 수녕이가 나왔어요 여러분!!!!! 사실 지금 좀 졸려서 제가 제대로 쓴 건지도 모르겠어요... 나중에 내용 조금 바뀌어 있어도 이해해주시길...ㅎ... 그런데 그렇게 바뀌진 않을겁니다. 바뀌어봤자 그냥 단어 정도...?ㅎㅎ..
[소원님/ 일공공사님/ 스포시님/ 원우야님/ 날씨좋은날님/ 원인님/ 콜라날다님/ 가위바위보님/ 류아님/ 듀퐁님/ 기네스님/ 밍구님/ 개미와베짱이님/ 최허그님/ 여남님/ 아봉님/ 호시기두마리치킨님/ 쭈꾸미님/ 하마님/ 원우야밥먹자님/ 자몽몽몽몽몽몽몽님/ 또렝님/ 예고생님/ 징징징님/ 으헤헿님/ 너누리님/ 소년민규님/ 꽃소녀님/ 명호엔젤님/ 천상소님/ 연정님/ 팅커벨님/ 몽글몽글님/ 선뉴님/ 천사가정한날님/ 삐뿌삐뿌님/ 2세계획님/ Savag님/럽쎄님]
항상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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