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그 불완전한 나이.
31
(부제 : 너와 내가 멀어지지 않았던 그때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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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처음 만난 건, 2학년 반 배정이 나왔을 때였다.
아직은 쌀쌀했던 그때, 이석민은 나와 또 같은 반이 됐다며 좋다고 옆에서 펄쩍 뛰고 있었다. 이석민은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 만난 애였는데, 하는 짓이 워낙 또라이라 친해지는데 별 문제는 없었다. 오죽하면 별명이 '도른자' 였겠는가. 생긴 건 진짜 멀쩡하게 생겨가지고는 정말 특이한 애였다. 나를 엄청나게 좋아하던 이 아이는 반 배정이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대로 헤어지는 거냐며 시무룩하게 있더니, 같은 반인 걸 알고 나서는 우리 1년 동안 다시 같이 지낼 수 있다며, 옆에서 내게 팔짱을 끼고는 히히 웃고 있었다. 얘는 내가 뭐가 그리 좋은 걸까. 나는 징그러우니 얼른 떨어지라며 그를 밀어내지만, 까칠한 행동과는 다르게 나도 그런 그가 딱히 싫지는 않아 몇 번 미는 시늉만 하고는 그만 그치곤 했다.
우리는 10반을 배정받았었다. 반에 들어가 자연스레 같이 자리에 앉고는, 별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큭큭 대고 있었을 때였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이석민은 눈이 동그랗게 뜨더니 '어?' 하고는 내 팔을 툭, 툭 쳐댔다.
"왜?"
"쟤 전원우 아니야?"
그에 나도 이석민이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막 앞문으로 들어오고 있던 그 아이는 눈을 내리깔고는 그냥 아무 빈자리에 가서 앉더니 책상에 풀썩 엎드렸다. 이석민은 그런 전원우를 보고는 오… 하고 감탄사 같은 걸 내뱉더니 말했다.
"쟤 우리 반에 있는 거 보니까 우리 반이 이제 공부 1등 하겠다."
그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이석민이 전원우와 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알고 있었던 이유는, 전원우가 이과 탑이었기 때문이다. 유명했다, 저 아이는. 고등학교 입학식 날, 강당에 나가 많고 많은 신입생들 앞에서 선서를 외쳤던 아이니까. 그 후로도 그는 꾸준히 1등을 해왔었고, '전원우 = 공부 잘하는 애, 혹은 이과 탑.' 이 공식이 성립될 만큼 전원우는 이과생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아이였다.
선생님이 들어오고 나서야 부스스 고개를 들던 그는 피곤한 건지 뭔진 몰라도 표정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가 시선을 앞에 두고, 선생님 말씀에 집중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내가 보고 있는 전원우는 그저 멍- 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아님 원래 저런 앤가. 얼굴에 생기 하나 없이 무표정으로 앉아 있는 전원우를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이유때문에서였는지 나는 그 아이에게 계속 눈길이 갔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마음이 컸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전원우를 실제로 보게 된 것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니 전원우가 무슨 연예인이라도 된 것 같다. 하지만 그 정도로 전원우는 파급력이 큰 아이였다. 공부도 겁나 잘하는 게 키도 크지, 얼굴도 잘생겼지, 또 인기도 많지. 그래서 며칠 동안 계속 그 아이를 주시했었다. 쟤는 대체 뭘 먹고 컸길래 저렇게 완벽할까, 하고. 하지만 그 아이는….
"민규야."
"어?"
"…나 쟤한테 말 한 번 걸어봐도 되냐?"
어느 날 이석민이 내게 물었다. 전원우한테 말 한 번 걸어봐도 되냐고. 이석민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나 보다. 새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 2주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전원우는 여전히 혼자였다.
모두가 새 학기를 적응하고 하하 호호 지내고 있을 때, 전원우는 혼자서 매일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또 공부를 할 뿐이었다. 화장실을 갈 때 빼고는 매시간마다 책상에 앉아 있던 그를 보면서 저래서 이과 탑이 될 수 있는 걸까… 하고 생각을 했었지만, 그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뭔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전원우는 정말 자의로 혼자로 있는 걸까? 공부를 위해서?
뭐 그렇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래도 촉이라는 게 있지 않나. 여자들은 사람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잘 모르겠지만 사내놈들은 웬만해선 별 탈 없이 모두 빠른 시간 안에 친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반에서 전원우 혼자, 그것도 그렇게 유명한 애가 혼자서 지낸다는 게 계속해서 걸렸었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그의 뒷조사(?) 같은 걸 하게 됐는데 전원우와 같이 학원에 다니는 아이로부터 들은 정보로는, 자기가 그렇게 전원우랑 친한 사이는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성적이 워낙 우수한 아이였기에 전원우를 시기하는 애들이 많다고들 했다. 그런 애들이 가끔 전원우에 대해서 안 좋은 소문을 내는 것 같던데, 그래서 다가가는 애들이 별로 없는 거 아니냐고. 이유를 알고 나니 허무해서 진이 다 빠질 정도였다. 우리가 진짜 무슨 유치원생들도 아니고, 그런 걸로 사람을 가려? 어이가 없음에 나랑 이석민은 허- 하고 기가 찬 웃음을 내뱉어야 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듣고 난 후에, 이석민은 더더욱 전원우에게 말을 걸어봐야겠다고 했다. 애가 원래 이런 걸 보고 못 지나치는 성격이기도 했고, 또 그만큼 착하기도 했고. 밑져야 본전이라고 우리는 전원우가 정말 공부를 위해서 혼자 있던 거라면 금방 꺼져주고, 그런 게 아니라면 걔랑 친구를 먹고 오자고 서로 다짐을 하고는 오늘도 여전히, 책상에 앉아 있던 전원우에게로 다가갔다.
"저… 안녕?"
"……?"
제 귀를 울리는 목소리에 전원우는 약간 미간을 찌푸리면서 우리를 올려다보았다. 얘넨 뭐냐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는 전원우에 이석민은 잽싸게 그의 앞자리에 앉고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이석민이고, 얘는 김민규!"
"……."
"너 공부 진짜 열심히 한다…!"
으악…! 어쩔 거야, 이 어색한 분위기는. 애써 분위기를 띄우려고 전원우에게 칭찬 아닌 칭찬을 내뱉고 있는 이석민을 보자니 그렇게 애잔할 수가 없었다.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고는 있지만 그게 너무 인위적이라 더 안쓰러웠다고 해야 할까. 전원우는 그런 이석민을 보고 아… 하더니,
"……그래."
하고는 다시 책에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냉담한 반응에 이석민은 나를 보더니 어떻게 하냐며 입모양으로 소리 없이 묻는데, 나라고 뭐 별 수 있겠는가. 나도 모르겠다며 어깨만 으쓱거리자 이석민은 나에게 빨리 말을 걸어보라며 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아, 나 이런 거 진짜 못하는데….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는 다시 전원우에게 말을 걸었다.
"너 원우 맞지?"
"……."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었어. 작년부터…."
"…알고 있어? 나를?"
어떻게?! 전원우는 갑자기 샤프를 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더니, 나를 살벌하게 쳐다보았다. 노려보았다는 게 더 나으려나. 예상치도 못한 반응에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바보처럼 멍하니 서있자, 전원우는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또 무슨 꿍꿍이야. 누구한테 들었니? 몇 번이나 말했잖아, 그런 거 아니라고!"
"……어?"
"그래서 조용히 있겠다고 죽은 듯이 살고 있는데 왜 굳이 찾아오는 건데!!!"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씩씩대는 전원우의 눈에 눈물이 살짝 맺힌 게 보여 나는 더더욱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지금 뭘 잘못한 걸까. 너를 알고 있는 게 잘못이었나? 아니 그런데 당연히 너를 알 수밖에 없지, 네가 유명한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지금 얘는 자기가 이과 탑이 아니라는 걸 저렇게 부정하는 건가…? 근데 맞잖아! 나는 지금 알 수 없는 전원우의 반응에 내가 1년 동안 헛소문을 믿고 살아왔던 건가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아, 얘는 대체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거지…?
"…아! 우리는 너 공부 잘해서 알고 있었다는 거였어. 네가 이과 1등이잖아!"
"……뭐?"
"너 막 입학식 때도 앞에 나가서 선서하고 그랬었잖아. 그래서 너 되게 유명해."
이석민이 멋쩍은 듯이 하하 웃으며 말하자 전원우는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건지 눈을 살짝 감고 한숨을 파악 내쉬었다. 약간 안도의 한숨 같았다고나 할까. 전원우는 생각을 하는 건지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알겠다며, 이만 가라고 말을 하고는 다시 샤프를 집어 들었다. 이석민은 그 모습을 보고선 내게 '갈까?' 하고 제스처를 취하지만, 나는 이대로 갈 수가 없었다. 왠지 모르게 열이 받았거든. 친해지고 싶어서 왔는데 자기 혼자 버럭 화를 내고는 이제 필요가 없다는 듯 식으로 가라고 말을 하는 너를,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온 거야. 특히 쟤가 너랑 엄청 친해지고 싶어 하고."
"…? 야!"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
이석민은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내게 뭐 하냐며 입모양으로 물었지만, 나는 그런 그를 무시하며 전원우만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 말을 듣던 전원우는 끄적이던 샤프를 멈추고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랑 친해지고 싶다고?"
"응."
"왜?"
"……어?"
"나랑 도대체… 왜?"
그 말을 듣는데 뭔가 둔기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비꼬는 게 아니고 정말, 나 같은 거랑 왜 친해지고 싶냐고 물어보는 그 아이가 순간 안타까워였을까. 그 말을 듣고 내가 가만히 서 있기만 하자, 이석민은 또 옆에서 수습을 하겠다고 너 되게 괜찮아 보인다며, 내가 사실 잘생긴 애들 아니면 친구를 안하는데 너는 잘생겨서 친구를 하고 싶다느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면서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전원우는 나와 이석민을 한참 동안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
"어?"
"하자고. 친구."
이석민은 전원우에 말에 좋다고 소리치면서, 재빨리 핸드폰을 들어 번호를 찍으라며 건넸다. 그에 전원우는 키패드를 몇 번 꾹꾹 누르고 나서 다시 이석민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자, 이석민은 이제 우리 정말 친구가 된 거냐며 전원우 손을 잡고 방방 뛰기 시작했다. 전원우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우리에 대한 경계심, 그리고 두려움. 바보 같은 이석민은 알아채지 못한 건지 그저 좋아하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빤히 보이는 네 진심에 나는 감히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바꾸고 싶었다.
대체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겁을 먹고 있는 너를.
전원우가 아까 나한테 화를 냈던 이유도 뭔가 더 있을 것이다. 내가 뭐라 했더라, 작년부터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었다고 했지? 그게 마냥 공부에 관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 감이 맞다면 무언가가 또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그게 대체 뭐냐고 물어볼 수가 없다. 우리가 아직 그럴만한 관계도 아니고, 또 전원우가 말하기 싫어할 게 분명하니까. 나중에, 정말 나중에 친해져서 전원우가 나와 이석민을 믿을 수 있을 만큼 그런 사이가 된다면, 그때쯤에는 말해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럴 거라고 믿었다.
왠지 나는, 네가 나를 믿을 때까지 너에게 계속 다가갈 거 같으니까.
그럼 언젠가 너도 나한테 마음을 열겠지.
아.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이석민은 전원우 번호를 땄다고 핸드폰을 들고 좋아하다가 선생님께 걸려 일주일 동안 핸드폰을 뺏겨야 했다.
*
나, 이석민, 전원우. 우리 셋은 어딜 가나 꼭 붙어 있었다. 이석민이 매일 전원우의 팔에 팔짱을 껴대며 찰거머리처럼 붙어있는 탓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전원우도 우리에 대해 마음을 조금씩 열려는 게 눈에 보였다. 아직까지 우리를 어색해하지만 까칠했던 첫인상과는 다르게 전원우는,
"야. 너 슈렉 엄마가 누군지 알아?"
"…? 누군데?"
"녹색 어머니."
이석민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개그를 던질 때마다 빵! 터지곤 했었다. 아무리 들어도 나는 정말 하나도 안 웃긴데…. 이석민은 전원우가 그렇게 웃을 때마다 좋다고 이상한 개그를 더 선보이곤 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참 적응이 안된다. 진짜 생긴 건 그렇게 안 생겨가지고. 그래도 보긴 좋으니까, 나는 옆에서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을 뿐이었다.
남자들의 체육시간은 언제나 뜨겁다. 체육시간만 되면 정말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어 미친 듯이 몸을 움직이고 나면, 날이 아무리 추워도 땀이 주룩주룩 나기 마련이었다. 그날도 땀을 한껏 쏟아내고, 수돗가로 가서 열심히 세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이석민이 물을 조금씩 뿌려대기 시작했다.
"아, 뭐 하냐."
"너 땀 닦아주고 있잖아."
히히 웃으며 한 손으로 물을 뿌리던 이석민은 이제 두 손으로 물을 받아 내게 뿌리고 있었다.
"아! 지금 한 판해보자는 거냐?!"
"얼마든지-"
얄밉게도 얼굴을 구기며 덤비라고 말하는 이석민에 나는 물을 폭탄으로 뿌리기 시작했다. 사정없이 몰아치는 물줄기에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며 어푸어푸 세수만 하고 있는 이석민에 깔깔대며 웃고 있는데, 이석민은 급기야 수도꼭지를 엄지로 막아 물을 이리저리 튀게 만들었다. 아, 진짜 저 미친놈!!! 한 손으론 물을 막아내고, 다른 한 손으론 이석민에게 물을 뿌리고 있는데, 옆에 혼자 멀쩡한 모습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전원우가 보였다.
"야!!! 쟤 하나도 안 젖었다!!!"
"뭐?!!"
내 말에 이석민은 혼자만 뽀송하게 교실로 돌아가게 내버려 둘 수 없다며 타깃을 전원우로 바꿨다. 가만히 서 있다가 봉변을 당한 전원우는 차갑다고 날뛰기 시작했고, 우리는 꼴 좋다고 깔깔 웃으며 전원우에게 집중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아, 야!!! 2 대 1은 너무하잖아!!! 우리를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전원우는 억울함을 토해냈지만, 그런 것 따위 우리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받아라!!!!!"
이석민 그 미친놈은 급기야 호스를 가져와 수도꼭지에 꽂고는 물을 미친 듯이 뿌리기 시작했다. 저건 대체 어디서 가져온 거야?! 정말 미친 것처럼 호스를 높게 들고 이리저리 흔드는, 한마디로 정말 폭주하고 있는 이석민을 피해 우리는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물을 열심히 뿌리던 이석민이 갑자기 내 이름을 크게 부르더니 빨리 와보라며 손짓했다.
"가면 네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가, 이 또라이야!!!"
"아, 빨리!!! 이거 안 할게."
이석민은 수도꼭지를 잠그고는 진짜 안 한다며 호스에게서 멀리 떨어져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뭔가 미심쩍긴 했지만 나와 전원우는 저 새끼가 허튼 짓이라도 하면 바로 우리 둘이서 편먹고 쟤 죽이자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이석민은 불안하게 히히 웃으며 내 손에 친히 호스를 쥐여주고는,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미안해. 민규야."
"? 뭐가."
"얼른 튀어."
야, 튀어!!!! 이석민은 전원우의 손목을 잡고 열이 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왜, 왜 뭔데!!!! 전원우도 달리면서 뭔지 몰라 이석민에게 하염없이 물을뿐이었고, 나도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몰라 바보같이 멀뚱멀뚱 서 있는데,
"거기 안 서?!!!!"
뒤에서 들려오는 문학 선생님의 목소리에 나는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하고야 말았다. 이 상황에 대해서 말을 해보자면, 이석민 저 새끼가 지금 나를 제물로 판 것이다. 진짜 저 놈을 그냥…! 당장이라도 이석민을 죽일 생각으로 호스를 놓고 달리려는데, 어딜 도망가냐며 내 귓불을 잡아오는 문학 선생님에 나는 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아, 쌤! 이거 놓고 얘기해요!!!"
"아주 호스까지 들고 잘- 한다! 빨리 안 따라와?!"
"쌤, 이건 제가 가져온 게 아니고…!"
"시끄러워!"
그렇게 나는 문학 선생님에게 잡혀 교무실로 끌려가 반성문을 한 시간 동안이나 적어야 했다. 완전 쫄딱 젖은 채로 반성문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며 선생님들이 얼마나 웃었던지. 담임선생님은 내게 다가와 으이구! 하며 꿀밤을 먹이곤 했었다. 한 마디로 완벽한 수치플이었다는 거다. 반성문을 쓰는 내내 정말 이석민을 죽여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그 긴 시간을 버텼던 것 같다.
반성문을 다 쓰고 교무실에서 나오니 때마침 쉬는 시간 종이 울렸다. 넌 이제 뒤졌다. 이를 빠드득 갈며 반으로 쿵, 쿵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야, 김민규!"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나를 보더니 깔깔 웃기 시작했다.
"아까 밖에서 어떤 미친놈들이 물놀이하던데, 그게 너였냐?"
"그래. 애석하게도 그 미친놈들 중 하나가 나다."
"아, 꼴이 이게 뭐야-!"
"몰라. 확실한 건 이석민이 그랬다는 거야."
"큭큭, 미친 새끼. 여전한가 보네."
"어. 그래서 지금 걔 죽이러 간다."
"근데 나머지 한 명은 누구야? 아까 세 명인 거 같던데."
"아- 전원우."
뭐? 내 말에 친구의 인상이 눈에 띄게 찌푸려졌다. 뭐야, 왜 저래.
"누구라고?"
"전원우."
"야. 너 요즘에 걔랑 다니냐?"
"어. 왜?"
"미친. 걔랑 왜 다녀. 그렇게 다닐 사람이 없어?"
"야. 무슨 말을 그딴 식으로 해?"
전원우를 내려깎아 말하는 친구에 나도 기분이 나빠져 인상을 팍 찌푸렸다. 친구는 그런 내 반응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왜 그러냐며 의아하게 쳐다볼 뿐이었고.
"전원우 이상하게 소문 난 거 알아. 그런데 막상 지내보니까 애 착해. 재밌기도 하고."
"이상하게 소문 난 걸 알면서도 걔랑 그렇게 지내?"
"어. 뭐 별것도 아니더만."
"별게 아니야? 그게?"
친구의 표정은 이제 거의 경악하는 수준이었다. 뭐야, 뭐 심각한 거라도 되는 것 마냥.
"그 이상한 소문들 걔 공부 좀 잘한다고 걔를 시기하는 애들이 막 낸 거라던데, 야. 솔직히 우리 나이가 몇인데…."
"뭐? 시기?"
"그래."
"야. 너 그거 어디서 듣고 왔냐? 걔에 대해 확실하게 아는 애한테서 들은 거 맞아?"
어… 생각해보면 그저 같은 학원에 다니는 거지 그렇게 전원우랑은 안 친하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래서 잘 모른다고 얘기했던 거 같기도 하고. 친구의 말에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니, 친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봐봐. 그런 시시콜콜한 소문이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열을 내지도 않지."
"아, 그럼 뭔데."
"뭐가."
"네가 말하는 그 이상한 소문은 뭐냐고."
친구는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친구 보는 눈 좀 길러라, 민규야….' 하며 내 어깨를 토닥이기 시작했다. 아, 빨리 말하기나 하라고. 약간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말투가 조금 거칠게 나가긴 했지만, 친구는 개의치 않는지 어깨를 으쓱이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걔 걸레잖아, 남자 걸레."
"……뭐?"
"존나 여자 킬러라고. 그것도 임자있는 애들 안 가리는."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아 과거 편이 시작이 되었네요 이걸 얼마나 쓰고 싶었던지....ㅠㅠㅠㅠ 원우 과거에 대해서 알고 나서 엥?!!!!!!??!!!! 전원우가?!!!!!!! 하고 놀라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허허... 너무 밝히고 싶었어요 원우에 대해서 난 소문이 이거였다는 사실을요.....! 과거 이야기가 더 진행이 되겠지만 그래서 뭐 거의 반을 밝혀버린 거나 다름이 없어서 속은 시원하네요 쓰다 보니 원우한테 조금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아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이니까요....! 아 그저께 원우 생일이었는데 너무 보고 싶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원우야 보고 싶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과거 이야기 차근차근히 더 달려봅시다....! 항상 감사합니다 우리 독자님들♡♡♡♡♡♡ 하트 뿅뿅 |
♡ 암호닉 ♡ |
[일공공사님/ 빠삐코님/ 여남님/ 기네스님/ 셉요정님/ 귀찌님/ 천사가정한날님/ 허니하니님/ 밍구님/ 햄찡이님/ 뀨뀨님/ 날씨좋은날님/ 꽃소녀님/ 더블유님/ 꿀주먹님/ 럽세님/ 밍니언님/ 명호엔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