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그 불완전한 나이.
34
(부제 : 너와 내가 멀어지지 않았던 그때 ④)
방학이기는 하나 방학 같진 않은 이 기분. 왜냐하면 방학이라고 칭해지는 이 기간에도 우리는 학교를 다닐 때와 비슷하게 지내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다른 점이 딱 하나 있다면 학교가 일찍 끝난다는 거…? 방학에 학교를 나온다는 사실이 조금 억울하기는 했지만, 오전 수업만 하면 끝나는 거였기 때문에 나름 그럭저럭 위안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야자까지 하던 그때에 비하면 완전 양반이지. 하지만 이런 내 말에 동의를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여주도, 이석민도 그냥 학교 오는 거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찡찡댈 뿐이었다.
아, 그리고 또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방학을 하고 난 후부터 전원우를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보충은 김여주가 자기 친구들이랑 같이 듣는다길래 나도 이석민이랑 전원우랑 같이 들어야겠다 싶어 전원우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때 너는 과외 때문에 이번 보충은 들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내게 말해왔다. 이미 담임선생님과도 이야기가 끝난 상태였다고.
음… 그 당시 그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부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었다. 와… 너 혼자 그렇게 빠진다 이거지?! 내 물음에 전원우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나서 미안하다고. 그의 말에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냐고, 나중에 시간 날 때 한번 놀기라도 하자며 그렇게 전화를 끝마치려고 하는데 전화를 끊으려는 그 찰나에도 전원우는,
"…미안해. 민규야."
계속 내게 미안하다고 말을 해왔다. 보충 수업 한번 안 듣는 게 죄도 아닌데 대체 뭐가 그렇게 미안하다고 하는 건지. 그냥 그때의 나는 방학 동안 내내 과외와 학원으로 바쁘게 지낼 전원우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괜히 이과 탑이 아니구나. 1등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전원우는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고, 또 할까. 그런 그가 안쓰럽기도 하다가 곧 내 코가 석자라는 사실을 깨닫고선 다시 문제집을 펴곤 했었지. 그래, 그땐 그랬었어.
그런데 너는 좀처럼 보기가 힘들었다. 보는 건 둘째치고 연락도 잘 되지 않던 너였기에 나와 이석민은 네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도통 알지 못 했다. 문자 한 통이라도 남겨주지 못할 정도로 너는 그렇게 바쁜 걸까. 걱정이 되면서도 서운한… 그런 마음. 뭐, 다 사정이 있겠거니. 이대로 전원우를 평생 동안 못 보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학교 가면 만날 거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다만 개학하고 나서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됐냐며 한 대 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아침에는 이석민이랑 같이 보충 수업 듣고, 같이 학원을 갔다가 저녁에는 김여주를 만나 놀기도 하는 그런 생활을 반복하고 있을 때였다.
"…야."
"왜."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되냐…?"
이상하게 며칠 전부터 최악이었던 이석민의 컨디션은 오늘 최고점을 찍은 듯해 보였다. 누가 봐도 '나 우울해요-.' 라는 아우라를 마음껏 풍겨대면서 반으로 들어온 이석민은, 자리에 앉자마자 책상에 제 머리를 쿵 내려놓았다. 뭐야, 왜 그래. 입으로는 예의상 뭔 일이냐고 물어보기는 하지만 나는 그저 핸드폰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뭐 별거 아니겠지… 싶어서.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아, 뭔데."
"유진이랑 연락이 안 된다."
그저께서부터. 그 말을 끝으로 이석민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엥? 왜? 약간 의외였던 말에 그제야 시선을 그에게로 옮기고 나서 물으니, 제가 알면 지금 이러고 있겠냐며 이석민은 우는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렇게 서로 죽고 못 살더니만… 갑자기 뭔 일이래.
"내가 뭘 잘못했으니까 지금 유진이가 연락이 없는 거겠지? 그치?"
"너네 뭔 일 있었어?"
"…아니. 사실 잘 모르겠어."
"뭐?"
"야, 들어봐."
며칠 전에 비 왔던 거 기억나? 왜, 비 엄청 퍼부었던 날. 이석민의 말에 나는 그날을 떠올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마냥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던 그날을. 내가 기억이 난다며 고개를 끄덕이니 이석민은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날 내가 레슨이 늦게 끝나가지고 유진이 전화를 못 받았었거든. 나중에 왜 전화했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고 말았는데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분명 평소랑 똑같았거든? 화난 목소리도 아니었단 말이야."
"응."
"그런데 그 이후로 연락이 잘 안돼. 카톡도 막 뜸하게 보더니 그저께서부터는 아예 연락 두절이야…."
역시 그날 내가 전화를 바로 못 받아서 그런 거겠지? 아, 나란 새끼. 왜 그때 전화를 안 받아서!!!!! 이석민은 제 머리를 마구 헝클이며 저를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저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할 뿐이었고. 아니, 그런 이유로 최유진이 연락을 안 한다고…? 그러기에는 말이 너무 안 되지 않나? 혹시 이석민 저게 어떤 잘못을 했는데 자기가 지금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 이게 더 설득력 있다. 고작 저런 이유 때문에 연락 두절이라는 거는 음… 너무 이상한데.
"연락이 안 되면 찾아가서 물어봐. 왜 그러냐고."
"…막상 찾아가려니까 또 무서워서."
"아, 쫄보 새끼. 그럼 그냥 이렇게 흐지부지하게 끝낼 거야?"
…아니. 풀이 팍 죽어 시무룩해져있는 이석민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내가 쟤를 많이 생각하긴 하는 건지, 친구라는 놈이 저렇게 힘없이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괜히 최유진한테 화가 나기도 하고.
"시간이 늦으면 늦을수록 더 답 없다. 오늘이라도 걔 만나서 얘기해봐."
"…그래."
"새끼. 너답지 않게 왜 그렇게 축 쳐져있고 그래."
너랑 걔랑 얼마나 각별했는데. 그렇게 쉽게 끝날 인연은 아닐 거야. 내 말에 이석민은 잠시 감동 받은 표정을 짓더니 역시 친구가 좋긴 좋다면서 나를 껴안기 시작했다. 아, 떨어져!!! 징그럽게 왜 이래!!!! 내 말에도 이석민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더 세게 껴안다가, 내가 주먹으로 한 대를 치고 나서야 앓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아오, 하여튼 세게도 존나 세게 쳐요.
"아, 원우도 여기 같이 있었으면 걔한테도 조언 받고 막 그랬을 텐데."
"…어지간히 바쁜 건지 연락도 안 되는데, 뭘."
"그러고 보니 걔도 참 나쁜 놈이네."
연락이 안 된다는 건, 그건 정말 사람 피 말리게 하는 짓이야. 이석민은 진저리가 난다는 듯이 제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그때 마침 앞문으로 들어오는 선생님에 우리는 그제야 가방에서 책을 꺼내 자세를 바로잡기 바빴고, 오늘 필통 안 가져와서 그런데 볼펜 하나만 빌려주면 안 되겠냐 실실 웃는 이석민에 너 줄 거 없다고 말을 하려고 하다가, 불쌍한 놈이니까… 그냥 그에게 볼펜 하나를 건네고는 이내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날 이석민은 최유진의 집 앞에서 그를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그는 최유진을 만날 수 없었다.
*
"으아아…."
…아주 맛이 갔구만, 갔어. 이석민이 최유진과 연락이 되지 않은 게 어느덧 2주째에 접어들었다. 최유진을 만나지 못 했던 그날 이후로 자신감이 완전히 바닥친 이석민은 이제 최유진에게 연락을 하지도 못하고 그저 혼이 나간 사람처럼 저렇게 멍- 하게만 앉아있을 뿐이었다. 금방 풀리겠지 싶었던 내 생각이 무색해질 정도로 말이다. 최유진을 좋아하기는 정말 좋아했던 건지 이석민은 제법 후유증이 커 보였다. 저러다 쟤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야! 오늘 끝나고 피씨방 갈래? 내가 쏠게!"
"됐어…."
"아니면 노래방? 아니면…."
"됐다고…."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일어나지 않는 이석민을 보면서 내가 최유진을 찾아갈까, 생각도 해봤다. 아, 정말로 내가 한번 찾아가 봐? 아니 끝을 낼 거면 확실하게 내던가. 애매한 상황을 만들어놓고는 이거 완전 애 희망고문 시키는 거 아니야. 아… 이제 나까지 머리가 아파지는 기분이었다. 대체 뭐야. 뭐 때문에 지금 이렇게 된 건데.
학교가 끝나고 나서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이석민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 많은 생각들 중에서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일단 전원우를 만나야겠다는 것. 최유진한테 갈까 했지만, 괜히 내가 중간에 껴서 일을 그르치는 건 아닐까 싶어서 일단 그건 보류하기로 하고… 전원우를 만나 이 상황에 대해 말을 하고, 의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공부를 하는 애한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거 잘 알지만, 그래도 친구 놈이 저렇게까지 힘들어하는데… 뭐라고 의견을 내주지 않을까. 나는 도저히 모르겠어, 이 상황을. 저런 이석민의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전원우가 다닌다는 학원 앞에서 그를 기다리기로 했다. 갑자기 나를 보고 놀랄 수도 있으니까 너희 학원 앞에서 기다린다는 문자도 하나 남겨놓고. 오늘도 어김없이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보면서 나는 그저 몇 시간이고 그를 기다릴 뿐이었다. 오늘은 김여주 만나는 것도 다 제치고선 여기로 온 거라고. 진짜 만나면 한 대 때려야겠다. 하지만 그럴 틈이나 있을까. 오랜만에 갖게 되는 그와의 만남에 그동안의 섭섭함보다는 반가운 마음만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
얼마나 그를 기다렸을까. 익숙한 모습이 보이자마자 나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와, 이게 얼마 만이야. 거의 한 달 만인가? 나는 얼른 그에게로 다가가 그의 등을 퍽 내리쳤다.
"야!"
"……!!!"
"와, 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뭐야. 언제 왔어?"
나만큼이나 반가워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 어리석었던 걸까. 얼굴에 함박웃음만이 가득했던 나와는 달리 전원우의 얼굴에는 그저 당황스러움만이 가득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그냥 너무 놀라서 그랬던 거라는, 그런 안일한 생각만을 했었다.
그래, 딱 그때까지만.
"문자 보냈었는데. 못 봤어?"
"아… 핸드폰을 꺼놓고 있어서."
"와- 공부 진짜 열심히 했나 보구나."
아무튼! 반갑다. 거의 개학할 때 돼서야 만나네…. 너 보기 너무 힘든 거 아니냐? 장난스레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해보지만, 전원우는 딱히 말이 없었다. 뭐야… 왜 반응이 없어. 조금은 민망한 마음에 큼큼 목을 가다듬고 그를 바라보는데, 뭔가 이상하다.
"야, 너 무슨 일 있어?"
원래도 말랐던 너였지만,
방학 동안 너는 전보다 더 야위어있었다.
지금 이석민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했더니, 오랜만에 만난 얘도 만만치 않다. 이석민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이석민보다도 상태가 더 안 좋아 보이는 전원우에 놀라 그의 어깨를 붙들고 말을 하지만, 전원우는 아니라며 나를 밀쳐낼 뿐이었다. 나를 밀쳐내는 그 손에도 힘이 많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다.
"너 단순히 공부하느라 연락 안 됐던 거 맞아? 뭔 일 있었던 건 아니고?"
"…민규야."
"아오, 진짜…. 이게 뭐야, 뭔데. 넌 왜 그렇게 상태가 안 좋은 건ㄷ…."
"민규야, 미안한데."
나 바로 과외하러 가야 돼서. 내 말을 끊고서는 단호하게 가봐야겠다는 말을 하는, 왠지 모르게 낯선 그의 모습.
"…어?"
"나중에 얘기하자, 나중에."
얼떨떨한 이 상황을 지금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그 말을 끝으로 미련 없이 내게서 발걸음을 돌리는 너. 이런 건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일이라 나는 너를 다시 부르지도, 잡을 생각도 못하고 그저 멀어지는 너의 모습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아까는 그냥 당황해서 그랬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반가웠던 건 어쩌면, 나 하나만 이었을지도. 이번 방학에는 뭐 마라도 꼈나. 한 명은 제정신이 아니고, 다른 한 명은 아주 찬바람만 쌩쌩 불고. 무언가 위태롭게 흘러가는, 온전하지 못한 우리들의 사이에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딱히 그럴 만한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 걸까.
아니야.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자. 전원우는 정말 바쁜데 내가 눈치 없이 붙잡고 있어서 그런 거고, 이석민은 지금은 저러다가 나중에 최유진이랑 풀려서 다시 하하 호호 깨소금을 뿌리고 있을 테니까. 사실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이것이 팩트고, 이것이 진실이었으니까. 그래. 이게 끝이다.
길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았던.
지금은 방학이 끝나기까지 정확히 일주일이 남은 시점이었다.
*
개학하기 전에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한 석민은, 유진의 집 근처 놀이터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번처럼 바람을 맞게 되는 건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언젠가 이야기를 해야 될 일이었으니까. 오늘은 다행히도 놀이터에서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은 후에 유진이 제 친구들과 웃으면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야, 최유진!!!!!"
저를 바라보는 유진의 표정은 꽤나 볼 만했다. 석민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돌리던 유진은 그대로 제 친구들과 자리를 뜨려고 했고, 석민은 그런 유진을 가만히 보낼 생각이 단 하나도 없었다. 발걸음을 빨리하는 그를 붙잡고선, 석민은 말했다.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내가 왜?"
"허, 뭐?"
"난 너랑 할 얘기 없는데."
너 지금 뭐라 했어? 이해되지 않는 유진의 행동에 석민은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누군 지금 이렇게 혼자 몇 주를 애태우면서 살고 있었는데, 너는 나를 왜 그딴 식으로밖에 대하지 못하는 건데. 점점 제 표정이 굳어진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석민은, 이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기필코 들어야겠다. 네가 나한테 왜 이러는 건지.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말을 해줘야 될 거 아니야. 말도 안 하고 네 멋대로 연락 끊어버리면 다야?"
"너 잘못한 거 없어. 그러니까 할 말도 없었던 거고."
"…너 지금 나랑 장난해?"
"내가 뭘."
"너는 지금 그게 내가 납득할만한 이유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게 다인 걸 어떡해?"
"…하."
내 앞에 있는 너는 정말 내가 알던 네가 맞는 걸까. 완전히 다른 사람인 양 행동하는 유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나면서도 답답하기도 하고, 또… 슬프기도 하고. 유진은 이제 할 말 다했으면 가보겠다며 석민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다.
"……! 뭐야. 또 왜!!!!"
하지만 석민은 그런 유진을 다시 잡아야만 했다. 유진을 이대로 보낼 수가 없었으니까. 나는 이런 걸 원하고 온 게 아니야. 너랑 오늘 잘 풀고 나서 예전처럼 잘 지내려고, 그러려고 이렇게 용기 내서 찾아온 거란 말이야. …이런 끝을 생각하고 온 건 아니었다고.
"아, 진짜 구질구질하게 왜 이래!!!"
"…뭐?"
"네가 잘못한 거? 그딴 거 없어. 오히려 잘못은 내가 했지."
"……?"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거든."
그래서 이젠 널 보면 설레지가 않아.
"……."
…방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석민은 혼란스러움에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연락이 되지 않던 그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좋다며, 나 밖에 없다며.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변해? 원래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게 막 변할 수가 있는 건가? 내가 이상한 거야…? 이제는 서러움에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너한테 말하기도 미안하고, 그래서 그냥 이렇게 끝내려고 했는데 네가 굳이 찾아온 거 보니까 직접 듣고 싶었나봐."
"……."
"우리 헤어지자."
우리는 인연이 아니야.
"……하."
"다신 보지 말자, 우리."
…내쳐진 손이 다시 처량하게 툭, 떨어진다.
아까는 용기 내서 그를 잡았지만, 다시는 자신을 붙잡을 수도 없게 유진은 제게서 완벽하게 선을 그어버리고는 저와 정반대인 쪽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마치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정반대인 쪽으로.
이게 뭐야. 차라리 내가 잘못한 거라면 어떻게든 고치기라도 할 텐데,
이건 그럴 수도 없잖아. 너에게로 돌아갈 방법이… 전혀 없잖아.
"그게 누군데!!!!!!"
"……."
떠나는 유진의 뒷모습에 대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마지막 발악. 억울한 마음에 석민의 목소리에는 결국 물기가 서리고야 말았다. 제 목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추던 유진은, 서서히 뒤를 돌아 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제 귀를 의심할 만한,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
"원우."
"……뭐?"
"원우, 전원우가 좋다고."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Chaconne입니다. 우와... 저 진짜 저번 화 댓글 보고 울 뻔했잖아요. 늦게 돌아왔다고 질책해도 될 텐데 오히려 격려와 위로의 댓글을 달아주신 우리 독자님들을 보고 혼자 감동받아서 진짜ㅠㅠㅠㅠ 하... 사랑합니다.
어느덧 이 이야기를 쓴지도 1년이 넘었더라구요. 1년이 지났기 때문에 00편부터 차례차례 무상 구독으로 풀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워낙 연재 텀이 긴 탓에 무상 구독으로 풀리는 게 들쭉날쭉하다는 점...☆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합니다... 1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꾸준히 제 소설을 좋아해 주시는 독자님들, 그리고 늦덕이라고 하시는 새 독자님들도. 제가 기억 못하는 거 같아도 다 기억합니다 우리 독자님들ㅎㅎㅎㅎ....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편을 보고 더 혼란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원래 '너와 내가 멀어지지 않았던 그때'는 총 5편으로 잡고 있었는데 분량에 따라 6편까지 갈지, 아니면 5편에서 그대로 멈출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너와 내가 멀어지지 않았던 그때' 를 보고 나서도 이해를 하지 못하시는 독자님들이 계실 거 같은데,
그래서 '너와 내가 멀어지지 않았던 그때' 후속(?) 인 ㅇㅇㅇ의 'ㅇㅇ ㅇㅇㅇㅇㅇ' 으로 한두 편 정도 더 과거 이야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 밝혀버리면 스포니까ㅎ) 그 이야기를 끝으로 완전히 과거 이야기가 끝날 거예요. 거기까지 보시면 독자님들도 아, 쟤네가 저래서 저랬구나- 하고 깨닫지 않으실까 생각되네요. 과거 이야기가 너무 길다고 지루해하실 독자님들도 계실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죄송합니다. 어째서인지 줄이고, 압축시키려고 해도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그놈의 과거....ㅂㄷㅂㄷ.... 아오 아주 죽겠네욬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요즘 일교차가 크기도 하고, 지진도 막 일어나는데 우리 독자님들 모두 몸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또 사랑합니다! ♡ |
♡ 암호닉 ♡ |
[일공공사님/ 빠삐코님/ 여남님/ 기네스님/ 셉요정님/ 귀찌님/ 천사가정한날님/ 허니하니님/ 밍구님/햄찡이님/ 원인님/뀨뀨님/ 날씨좋은날님/ 꽃소녀님/ 더블유님/ 꿀주먹님/ 럽세님/ 밍니언님/ 명호엔젤님/0808님/밍규님/빙구밍구님/밍구리님/순개님/0428님/마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