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의 항성을 도는데에 걸리는 시간, 500일. 하루는 20시간이고 우린 17월까지 있지.
"자 여기, 15월 1일에 대강당에서 만나자."
"............."
한솔이 여주에게 편지를 건네고 금새 사라져버렸다. 여주는 제 손에 들린 편지에 적힌 '세렌디웰 학교 입학 통지서' 를 보곤 고개를 기울였다. 이 세계에선 초능력자인 능력인과 그렇지 않은 일반인으로 구분이 되는데, 일반인이라면 일반고를 진학하는게 맞는 루트였다.
"..............."
그런데, 일반인으로 살고 있는 여주에게 초능력 학교 통지서가 날라온 것.
여주는 편지를 펼치고, 제 이름이 정확히 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저으며 책상 위에 통지서를 올려놨다. 자신의 것이 아님을 확신하며.
14월 28일|
찬) 어디갔다와?
한솔) 일반인 통지서 주러.
찬) 그걸 왜 네가 해?
한솔) 이거 하면 봉사시간 쏠쏠하게 줘. 못채운 거 채우려고 신청했지.
차라리 1, 2학기 신명나게 놀다가 연말에 이렇게 봉사 몰아하는게 차라리 나은 듯?
한솔은 찬의 앞에 앉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자 찬은 자신도 앞으로 그렇게 할까 하며 한솔을 부러워하고, 수업이 끝난 건지, 아이들이 식당을 채우기 시작했다.
찬) 그래서 일반인 몇명한테 돌렸는데?
한솔) 다섯명.
찬) 작년이랑 숫자는 비슷하네.
한솔) 근데 네명은 다 알고있더라고. 일반인처럼 살았지만, 이상한 일이 한 두번 일어난게 아니라면서.
찬) 그랬겠지. 갑자기 물건이 둥둥 뜬다거나, 화가나면 유리가 부서져버린다거나. 한 둘이었겠어?
한솔) 근데, 마지막 여자애가 좀 걸려.
찬) 왜?
한솔) 걘 모르는 눈치 같았거든. 자기가 계속 일반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던데.
찬) 에이. 설마.
한솔) 나이도 우리랑 동갑이야. 근데 올해 입학하면 아마 중도입학일텐데.. 그것도 좀-,
정한) 누가 중도입학이야?
찬) 형 하이.
정한) 하이. 누가 중도입학인데?
한솔) 나 오늘 일반인들한테 입학 통지서 배달하고 왔거든.
정한) 근데?
한솔) 그 중 한 명이 나이가 우리랑 똑같은데 입학은 내일 모레 해. 그것도 그렇고, 자기가 아직도 일반인인 줄 아는 것 같던데..
정한) ...혹시 그 빈첼4가 23번길 붉은 벽돌 집?
한솔) 어 맞아. 형 알아?
정한) 그 집 여자애, 작년 입학식에 왔어야 했던 애야.
진짜?
정한) 응. 작년에 일반인 통지서 보내는 일 순영이가 했었거든? 그 때도 순영이가 말했었어. 아직도 자기가 일반인인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한솔) 헐. 그럼 아직도 그러는데 어떡해? 올해 또 입학 못하는거야?
정한) 에이. 학교에서 그걸 가만히 볼 리가 없지. 안그래도 작년 입학식에 안왔어서 그 날 저녁에 입학 담당 교수님이 문 닫히기 전에 데리러 내려갔었어.
찬) 근데? 못데리고 온거야?
정한) 알고보니까 걔 부모님이 두 분 다 능력인이었는데, 자기 애는 일반인으로 키우고 싶다고 엄청 가둬놓고 키웠었나봐. 그러니까 밖에 나갈 일도 없고, 지 능력을 알게될 일은 더더욱 없고..
한솔) 아니 근데 통지서는 자기가 직접 받잖아.
정한) 본인이 받지만 옆에서 잘못온거라고 세뇌를 당한거지. 거기에다 자기도 못믿고. 그리고 나서 애가 잠들면 부모님이 애가 통지서 받은 기억을 지워버렸대.
순영) 그래서 이번엔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 데려오는게 목표지.
정한의 말이 끝날 때 즈음 원우와 순영이 자연스레 와 착석하더니 말했고, 찬과 한솔의 시선은 자연스레 원우에게 향했다. 정한이 말하느라 제대로 먹지 못했던 음식을 먹기 시작하고, 한솔은 순영을 향해 물었다.
한솔) 어떻게?
순영) 그건 원우가 할거야.
찬) 왜 원우형이 해?
순영) 쟤 입학 담당 교수님 시간에 졸았거든.
원우) 솔직히 약학 이론은 너무 졸려.
찬) 헐.. 그래서 형이 내려가?
원우) 응. 귀찮게 됐네.
한솔) 언제 가는데?
원우) 오늘 저녁.
찬) 입학식은 내일 모렌데?
원우) 통지서는 오늘 줬잖아.
부모님이 통지서 보고 애 기억 지우기 전에 얜 데려와야지.
".............."
여주가 통지서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저녁을 먹을 때 잘못 온 게 분명하다며 사색하는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곧 침대에 누우려 이불을 들 춘 순간,
똑똑-.
"............."
"............."
원우가 빗자루를 타곤 유리창을 두드렸고, 여주는 순간 놀라 몸이 굳었다. 멍하니 원우를 바라보고, 원우는 문 좀 열어달라며 입을 뻥끗거렸다. 여주는 침을 적잖게 삼키고 조심스레 다가가 창문을 열었다. 14월의 늦봄, 밤바람은 꽤 차가웠다.
"안녕. 너 오늘 통지서 받았지?"
"..네? ...이거요?"
"그래 그거. 입학식 가야하니까 얼른 내 뒤에 탈래?"
"...아 근데 이거 잘못 온 것 같-,"
"아냐. 그거 네 거 맞아. 너 그거 작년에도 받았어."
"....작년이요? 저 작년에 안받았는데.."
"아냐. 너 그거 받았어. 너 책상 제일 위에 서랍장 열어봐."
너희 부모님이 찢어서 버린 통지서 있을거야.
원우의 말에 여주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 서랍을 열었고, 원우의 말과 똑같이 찢어져있는, 오늘 받은 것과 똑같은 통지서가 놓여져있었다. 그러자 여주는 놀라 중얼거렸다.
"...아니 이게 왜,"
"맞지? 너 작년 오늘에도 받았어."
"...하지만 기억에 없는데-,"
'여주야 뭐해? 통화하는거야?'
원우와 여주의 대화가 길어질 때 즈음 밖에서 부모님이 여주에게 물었고, 원우는 문 쪽을 바라보다가 여주에게 말했다.
"빨리 타. 문 닫히기 전에 들어가야해."
"..그치만,"
"갇혀 사는 거 지긋지긋하지 않아? 네가 어떤 사람일 줄 알고."
"....네? 그걸 어떻게,"
"신기하지. 다 알고있으니까."
'여주야-,'
여주의 엄마 목소리가 가까워지고, 원우는 곧 여주의 손을 잡아 당겼다.
철컥-,
"여주야 통화..."
여주네 부모님이 문을 열었을 땐, 열린 창문이 반길 뿐 여주는 없었다.
여보... 여보!!!!!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사라지면..."
"너희 부모님 다 알고 계셨어."
"..뭐를요?"
"너 일반인 아닌거. 너희 부모님도 능력인이시거든."
"...정말요?"
"응. 널 평범하게 키우려고 막은거야. 작년에 간 통지서도 그래서 찢은거고. 널 가둬서 키운 이유도, 네 능력이 발현돼서 네가 알아차릴까봐 그런거고."
".............."
"근데, 능력인으로 태어났으면 꼭 능력인으로 살아야하거든. 그게 이 세상의 이치야. 널 이렇게 데려가도 부모님은 신고조차 못하시지."
"..............."
"네가 능력인이니까 오히려 부모님이 처벌 받을 수 있어. 제 4조 1항, 능력인은 능력인으로 자랄 의무가 있다."
"................"
"능력인으로 태어난 건, 선택받은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강요받는 몸이기도 해.
원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주가 주변을 바라보자 자신이 살던 공간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른 곳에 와있었고, 두사람의 발이 땅에 닿았다. 원우는 휘날렸던 앞머리를 정리하곤 뒤에 멍하니 학교를 올려다보는 여주를 바라봤다. 그리고 곧 손을 들어 자신과 똑같이 휘날린 여주의 앞머리를 정리해줬다.
"들어갈까?"
".............."
원우가 여주의 손을 맞잡고 건물로 들어갔고, 14월 끝 무렵은 모든 행사가 끝나서 그런지 꽤 조용했다. 간간히 돌아다니던 아이들은 다른 차림새인 여주에게 잠시 시선을 뒀다가 갈 길 가곤 했으며 본관 뒤 쪽에 있는 교수실 건물에 도착하자 원우가 여주를 향해 말했다.
"들어가서 계단 하나만 올라가면 바로 교수님 계실거야."
"...네?"
"올라가봐."
"............"
원우의 말에 여주가 뒤돌아 건물로 들어가려는 듯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겼고, 원우는 그 모습을 보다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몸을 돌렸다.
"...저기!"
"............."
여주는 그런 원우에게 다시금 다가와 원우를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안돼요?"
"..응?"
"좀 무서워서요.. 여기 되게 낯선데, 그나마 말 튼 사람이 그 쪽 밖에 없어서.."
"............"
우물쭈물 말하는 여주의 모습이 퍽 귀여워 원우가 웃음을 터뜨리고, 곧 창을 통해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교수님께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러자 여주도 놀라 뒤를 돌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저 교수님이랑 얘기하면 돼. 저 분이 입학생 관리 업무도 맡고 계시거든."
"............."
"그럼 난 여기에 그대로 서있을게."
"...고맙습니다."
"갔다 와."
원우가 웃으며 말하자 여주는 아까보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건물로 사라졌고, 원우는 여주의 불안함이 웃겼는지 곱씹으며 간간히 웃음을 터뜨렸다.
승관) 아씨 안보여.
찬) 여기서 안보인다니까.
순영) 망원경들고 뭐해?
찬) 교수관에 어제 한솔이가 말한 여자애 들어가는거 봤다고 그래서 보는 중이야.
순영) 거리가 얼만데 여기서 교수관 안까지 보이겠냐.
찬) 그니까.
승관) 에이, 안보인-..어 뭐야.
찬) 뭐가?
승관) 원우형이 왜 저깄냐?
순영) 전원우?
승관이 망원경을 거두려는 듯 아래로 돌리다가 교수관 앞에 서있는 원우를 보곤 다시금 망원경을 들었고, 옆에 있던 찬이와 순영이도 승관의 망원경을 따라 바라봤다.
순영) 진짜 전원우네. 쟤 저기서 뭐해?
찬) 아, 저 형이 입학생 데리러 간다 그랬는데. 교수관까지 데려다 줬나보네.
승관) 근데 왜 기다려?
찬) 모르지?
승관) 헐헐 나온다 나온다
찬) 야 나도 볼래!
승관) 아 됐네요~ 내 거거든?
찬) 존나 치사해
승관) 니도 하나 마련 하세요~
순영) 어우 안보여. 눈 빠질 것 같아.
순영이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함과 동시에 둥그런 투명한 볼이 하나 날라오더니 순영의 머리를 가격했다. 그러자 순영의 외마디 비명이 복도를 채우고, 곧 투명한 볼은 순영의 왼손에 쥐어졌다. 순영은 오른손으로 제 머리를 비비더니 볼을 열었고, 그러자 정한의 잔상이 순영을 향해 소리쳤다.
정한- 미친새끼야 안와? 이번에도 모임 빠지면 너 새학기 시작할 때 마이너스로 시작하는거야. 그러면 누가 손해야? 메리골드가 손해야!!!! 오분 내로 튀어와라. 안튀어오면 우리 모임 인원 수 만큼 쳐맞을 줄 알아.
팡!
정한의 속사포의 말이 끝나자 투명한 볼은 사라졌고, 순영은 시무룩해지더니 찬이를 보곤 중얼거렸다.
순영) 아 내가 왜 천체모임을 들었을까. 그 지루한 걸..
찬) 형 빨리 가봐. 여기서 천문학실까지 뛰어도 오분 안에 못가.
순영) 그니까 애초에 글렀다고..
찬) 제 시간에 갔으면 좋잖아..
순영) 나 데려다 주라.
찬) ...내가 저번에도 말했잖아. 내 텔레포트 능력이 형을 위해서 존재하는 건 아니라니까?
순영) 그래도... 그래도... 형 정한이한테 뚜들겨 맞는 거 보고싶어서 그래 찬아?
찬) 보면 재밌을 것 같긴한,
순영) ............
찬) .....잡아.
순영) 고마워.
팟-!
찬의 손을 잡자 순영과 찬이 사라지고, 남겨진 승관은 여전히 원우와 여주를 보고 있었다. 점차 나무 때문에 승관의 시야가 가려지자 승관의 몸이 자연스레 두둥실 떠올랐다.
승관) 어머어머, 손잡고 어딜 가는거야?
승관은 잔뜩 호들갑을 떨며 둘의 발걸음을 따랐다.
승관 또한 저러라고 신이 주신 능력이 아닐텐데.
승관) 난 봤어.
정한) 뭘?
지훈) 피자 좀.
순영) 아니 니가 가져오라고.
지훈) 가져온 거 다먹었어.
승관) 원우형이 새로 온 애랑 손잡고 학교 돌아다니는 거. 비록 내가 사교모임이 있어서 중간부턴 못봤지만, 아주 그냥 데이트를!
한솔) 별 호들갑은. 학교 소개시켜줬나보지.
승관) 어머. 넌 학교 소개시켜줄 때 손 잡고 하니? 둘이 아주 손을 꼭 붙잡고 말이야!
지훈) 콜라 좀.
순영) 이 새끼가,
지훈) ㅋㅋㅋㅋㅋㅋ아니 나 다마셨어. 내가 마시고 주문할게.
순영) 마셔라 마셔
점심시간, 사교모임을 마친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 승관은 자신이 본 여주와 원우의 움직임을 아이들에게 신나게 얘기하고 있었다. 지훈이 순영에게 콜라를 받고 마실 때, 때마침 원우와 여주가 식당으로 들어오고, 승관의 큰 목청은 둘을 향했다.
승관) 원우형!!!! 원우형 여친!!!!!!! 여기야 여기!!!
한솔) 아오 제발 목소리 좀.
정한) 원우 안녕. 너도 안녕.
원우) 언제왔어?
정한) 온지 얼마 안됐어.
승관) 둘이 아주 손을 꼭 붙잡고 다니던데? 뭐야 뭐야~ 벌써 사귀기로 한 거야?
원우) 그런거 아냐. 워낙 학교도 넓고 좀 무서워하길래.
승관) 어우 뭐야! 완전 로맨틱해~
찬) 미쳤구만. 너 연애소설 그만 읽으라니까? 하필 사교모임도 글짓기를 들어가서는.
승관) 뭐가! 얘 너 여기 앉아!
찬) 야 앉지마 정한이 형 옆에 앉아. 보다시피 얘 좀 이상해.
원우는 자연스레 여주를 제 옆에 앉히고, 정한과 원우 사이에 앉은 여주는 눈을 도르륵 굴렸다. 둘이 앉자마자 메뉴판과 깃털 펜이 날라오더니 둘 앞에 멈췄다. 그러자 원우가 여주를 향해 물었다.
원우) 뭐먹을래? 대충 있을 건 다 있어.
여주) ...전 그냥 밥...
원우) 그럼 볶음밥 두개랑 피클이랑 소시지, 아 콘스프도 하나. 콜라 두잔 주세요.
원우의 말에 따라 펜이 움직이더니 휙 사라져버리고, 둘 앞엔 원우가 주문한 접시가 날라왔다. 원우가 여주에게 숟가락을 쥐어주고 자신도 곧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어느덧 교복을 입은 여주의 차림새가 꽤나 잘어울렸다.
정한) 이름이 뭐야?
여주) 김여주..
승관) 너 우리랑 동갑이라며? 자주 만나겠다! 17월까지 나랑 사교모임 같이하자! 너 그러면 데이지 들어올 수 있어!
여주) ....아.
찬) 야이씨 데이지는 무슨, 라벤더가 훨 좋지. 그치 지훈이 형?
지훈) 그럼. 올거면 라벤더가 좋지.
정한) 시끄러워. 근데 굳이 올거면 메리골드 추천. 천문학 들면 메리골드 올 확률이 높아.
순영) 메리골드 좋지~
여주) ............
원우) 교수님이 소속은 말 안해줬어? 메리골드나 데이지나 라벤더.
여주) ..그런 거는 안알려주셨는데.
승관) 그럼 뭘 알려준거야?
여주) 그냥 입학식 날 다 공지 해 줄거라고..
승관) 하긴, 입학식날 지루하게 알려주긴 해. 아, 넌 미리 왔으니까 참고로 말하자면, 3개월 동안은 입학생 전용 기숙사에서 지내다가 1월이 되면 새 기숙사로 옮길 거야. 그리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찬) 사교모임
승관) 맞아 사교모임. 제일 먼저 사교모임으로 뭘 들어갈지 정해! 종류가 꽤 다양하거든? 일단 난 글짓기고-,
찬) 난 변신술모임이야.
원우) ...난 역사학.
지훈) 난 천문학
정한) 나랑 권순영도 천문학이야.
한솔) 난 산술학. 글짓기만 피해. 너도 글짓기 되면 쟤처럼 일상생활에서 소설쓴다.
승관) 아 뭐래~! 여튼 그러면 여주는 입학생 기숙사에 먼저 들어가겠네?
여주) ....그럴 것 같아.
승관) 형이 학교 다 보여줬어?
원우) 응.
승관) 그럼 이제 밥 먹고 뭐할거야?
여주) ...방에-,
승관) 으음 으음~ 안돼 안돼~
여주) .......?
승관) 우린 학기가 끝난 달엔 꼭 점심을 먹고 뭉탱이로 다니거든~
여주) ............
승관) 너도 원우형이랑 같이 다녔잖아? 더군다나 우리랑 같이 점심 먹고!
여주) ............
너도 이제 우리 뭉탱이야~!~!
승관의 주도하에 광장으로 나온 아이들이었고, 정한은 목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곤 고개를 저었다. 여주가 그런 정한을 바라보자 옆에 있던 원우가 여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원우) 정한이 학생회장이라 그래. 애가 좀 바쁘거든.
여주) .....아.
원우) 너 들어가서 할 거 많아?
정한) 할 일이야 늘 많지. 승관이 놀아주느라도 바쁘고.
승관) 이 봐 이 봐! 둘이 또 손잡고 있잖아!
여주) ....아 그게-,
정한) 무섭다잖아. 일반인 세계에서 살다가 넘어오면 당연히 무섭겠지.
승관) 으유 으유~ 알았습니다~ 제가 넘어가 드립죠~
정한) ...참고로 말해주는데 데이지가면 저 텐션 감당해야돼. 감당 못할 것 같으면 사교모임 잘 정해서, 다른 곳 가. 난 다른 곳인데도 감당이 안된다.
여주) 앟..
승관이 앞으로 가자 정한이 여주에게 작게 속삭였고, 앞으로 가던 승관은 다시 뛰어 돌아오더니 여주의 팔을 덥썩 잡고선 홀랑 뛰어갔다.
승관) 야 미친! 일주일 내내 광장 나와도 잘 못마주치는 구름빵 아저씨가 오늘 나와 계셔!!! 너 현금 있냐?!
여주) 어없는ㄷ,
여주를 질질 끌고가며 제 주머니를 뒤지던 승관이 무언가 잡히는듯 팍 손을 꺼냈고, 굳건히 쥐고있는 주먹 속엔 이 곳 페이로 쓰이는 펄이 뭉탱이로 나왔다.
승관) 와씨!! 나 14월 운은 다 여기다 쏟나부다!! 너 천운인 줄 알아! 14월에만 나오는 구름빵!!! 입에 넣으면 그냥 녹아버리고 빤짝빤짝 빛나는 그 구름빵!!!!! 내가 이번 달 내내 거의 광장에 나왔는데도 못마주쳤던 구름빵을 오늘 마주하게 된거야!!!!!!
15월 1일|
입학식과 진급식이 있는 날이었다. 진급생들은 익숙한 듯 제 기숙사 자리를 찾아 앉았고, 입학생들은 통솔에 따라 움직였다. 그 와중에 여주는 며칠 일찍왔다고 다른 아이들보단 꽤나 익숙해 보였다. 승관은 그런 여주를 보며 자신이 잘 알려준 덕이라며 으스댔다.
"입학생 여러분, 세렌디웰에 입학하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한, 진급생 여러분들도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학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연설 아닌 연설을 시작하고, 입학생들의 시선은 전부 학교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진급생 입장에선 1년에 한 번 씩 듣는 말이었으니, 꽤나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손장난 발장난, 옆에 친구와 장난을 한참 치고 나서야 학교장의 연설은 끝이 났다.
후에 아이들은 각자 스케줄에 맞춰 이동했으며, 입학생 아이들은 입학생 기숙사로 돌아가 제 침대에 놓여진 사교모임 선택지를 마주했다.
"............"
여주 또한 그 종이를 들고 침대에 앉았다. 펜을 들고 한참 고민을 하던 여주는 한 곳에 체크를 하곤 입학생 기숙사를 담당하던 교수에게 넘겼다.
"이제 선택한 사교모임실로 각자 이동하면 됩니다. 아직 학교 지리 모르는 아이들은 각자 책상에 지도 있을테니까 참고하도록 하고, 통금은 하루가 끝나는 20시입니다."
".............."
교수가 나가자 이미 무리가 있는 아이들은 뭉텅이로 빠져나갔고, 친구가 없는 아이들은 지도를 챙기며 느릿하게 움직였다. 여주도 기숙사를 빠져나와 좀 걸었을까, 자신이 선택한 사교모임실 앞에 멈춰섰다. 15월, 무의 계절인 만큼 바람도 없었으며 은은한 온도만 있을 뿐이었다.
철컥-,
여주) ...........
"....역사학 선택한거야?"
여주) ...네.
원우) ...........
여주가 이론실에 들어오자 몇 없는 애들이 앉아있었고, 책상에 걸터앉아있던 역사학 교수인 재훈이 몸을 일으켰다. 역사학은 워낙 인기없는 과목이라 그런지 몇년에 한 번 아이들이 들까 말까한 사교모임이었고, 원우 또한, 몇년 만에 역사학 사교모임에 든 아이이기도 했다.
원우를 포함해 이론실에 앉아있는 아이들은 고작 열명 남짓이었다. 재훈이 여주를 향해 아무자리나 앉으라고 말했고, 여주는 비어있는 원우의 옆에 앉았다. 재훈은 칠판 앞에 섰고 조용히 앉아있는 아이들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원우 다음으로 2년 만에 새로운 학생이 들어와서 오늘은 무척 기쁜 날이네."
여주) ............
"우린 첫 날에만 이렇게 이론실에서 만나고, 후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얘기하는 모임이야. 그리고 난 매일 만날 수 없어. 수업시간이나 우연히 도서관에서 마주치는게 다일거야."
난 보통, 첫 날 새로운 학생이 들어오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명언을 알려주는데-,
탁 탁 타닥-..
재훈이 뒤를 돌아 흰 분필을 쥐더니 칠판에 무언갈 큼지막 하게 적어내려가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이 모임에 있던 아이들은 무얼 쓰는지 아는 듯 멍을 때리곤 했지만, 여주는 빤히 칠판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패자의 말은 역사에 남지 못한다. 고로, 우린 모두 승자여야한다.'
"350년 전 첼스윈이라는 능력인이 죽기 전에 남긴 말이지. 첼스윈은 우리 학교에서 꽤 이름을 날렸던 능력인이래. 저 말을 남길 땐, 악의 무리였던 란드에게 가기 전에 자신의 부하들에게 남긴 말이야."
사람들이 저 말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지지 않을거라는 자신감이 엿보여서, 혹은 승자라는 말 때문에 높이 평가하는데... 참 모순적이야. 적에게 죽임을 당한 첼스윈은 어떻게 보면 패자인데, 말이 길이길이 남았잖아?
"그러니까 내가 싫어하는 저 명언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건, 패자든 승자든 노력한 자의 말은 모두가 알아주니까, 우리 같이 노력해보자고."
과목 특성을 닮아 아이들은 조용했지만, 묵언에서 오는 힘은 꽤 강했다.
재훈은 말을 끝내곤 도서관으로 이동하라며 먼저 이론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아이들이 하나 둘 가져온 책을 들곤 도서관으로 향했고, 원우가 몸을 일으키자 여주도 따라 일어서더니 자연스레 원우의 손을 맞잡았다.
원우) .............
여주) ..............
원우) ...아직 무서운가?
여주) 네?
원우) ....아냐.
못들은 듯 되묻는 여주에, 원우는 웃으며 아니라고 답했다. 한 쪽 허리춤엔 책을 끼곤 주머니에 손을 넣었고, 다른 한 쪽 손은 여주에게 잡혀있었다. 여주의 걸음걸이를 맞추느라 원우의 걸음이 조금 느려지고, 여주는 원우가 들고있는 책을 잠시 보며 물었다.
여주) 무슨 책이에요?
원우) ...약초학의 역사
여주) ............
원우) ...넌 왜 역사학 들었어?
여주) ............
원우) 재미없을 것 같아서 애들 잘 안듣는데.
여주) ....선배는요?
원우) ...나한텐 과거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서.
여주) ............
원우) ....넌 왜-,
승관) 야 너 왜 역사학 들었어!!!!!!!!!!!
원우의 물음은 곧 저 멀리서 달려오는 승관의 물음으로 바뀌었고, 마주보고있던 둘의 시선이 자연스레 승관으로 향했다. 필통 따위는 버린지 오래인 승관이 만년필 한자루를 들곤 뛰어왔고 둘 앞에 멈춰섰다.
승관) 너 왜 역사학 들었어! 내가 보기엔 글짓기는 안 올 것 같았고.... 천문학 갈 줄 알았는데!
여주) ....그냥, 알면 도움 될 것 같아서.
승관) 에이, 도움이면 글짓기가 더 도움 되지! 너 나중에 리포트 쓰고 그럴텐데.
원우) 넌 어디가?
승관) 소재 떨어져서 도서관. 뭔 자극이 있어야 글 좀 쓸 것 같아서.
원우) ...딸랑 만년필 하나 들고?
승관) 주머니에 수첩있거등요? 둘은 도서관?
원우) 응.
승관) 같이 가면 되겠네.
승관이 자연스레 앞장서자 둘이 맞춰 걸었고, 승관은 가져온 만년필을 제 가슴팍 셔츠 주머니에 꽂더니 입을 열었다.
승관) 형 아까 정한이 형 만났어?
원우) 안만났는데.
승관) 정한이 형이 오랜만에 광장에서 밥 먹고 싶대. 점심은 광장에서 먹자는데 어때?
원우) 그래. 좋을대로.
승관) 넌?
여주) ....상관 없어.
각자 활동 때문에 늦게 점심을 먹은 아이들은 잠시 쉬다가 학교로 돌아가자며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한 곳을 향하는 발걸음에 여주는 원우에게 물었다.
여주) 어디가는거...
원우) 시간을 초월하는 곳.
여주) ...네?
원우) 잘못 만든 공간.
순영) 가자가자- 들어가 들어가-!
골목길을 돌고 돌아 깊숙히 들어가더니 우거진 풀들 사이로 아이들이 허리를 굽혀 들어갔고, 원우의 손을 놓고 여주도 들어가자 텅 빈 작은 숲이 여주를 반길 뿐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은 없었다.
정한) 다를 거 없어보이지? 근데 봐라. 이렇게 하면!
여주) ....어.
정한이 옆에 있는 나뭇잎을 떼어 높이 하늘로 던지자, 나뭇잎은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멈췄다. 여주가 고개를 들어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볼 때, 원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원우) 신이 이 세계를 만드실 때 실수로 이 곳에만 시간을 주지 않았대. 그래서 우리같은 유정물이 아니면 전부 멈춰버려. 이렇게.
원우가 들고 있던 책을 가볍게 던지자 또 허공에 멈추고, 나머지 아이들은 자신들의 지정석이 있던 건지 이리저리 흩어져 앉았다. 여주는 다시금 책을 집는 원우에게 물었다.
여주) ...그럼 여기 있을 땐 시간이 안흘러요?
원우) 응. 근데 밖에선 흐르고 있어.
정한) 자. 내 시계 봐. 멈췄지? 여기서만 안 흐르는거지, 밖에선 흘러.
순영) 나도 올려줘 승관아!
승관) 아 여기 세명 앉으면 부러져~
순영) 그럼 반대쪽 나뭇가지에 올려줘!!! 나도 올라갈래!
승관) 아 저 형 진짜-
순영의 말에 나무 위에 앉아있던 승관이 내려와 순영을 들어 반대쪽 나무에 앉히고, 다시금 제자리에 앉았다. 여주는 원우를 따라 벤치에 앉고, 그 옆에 있던 정한은 나무에 앉아있는 찬이와 승관, 그리고 순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한) 찬이는 순간이동, 승관이는 비행, 순영이는 사이코 메트리, 한솔이는 독심술, 난 예언, 원우는 바람, 지훈이는 염력.
여주) ............
정한) 알아두면 좋잖아.
다른 벤치에 누워있는 지훈이와 한솔이까지 가리키며 알려주던 정한은 알아두면 좋지 않냐며 웃었고, 여주도 따라 웃더니 제 발 밑에 떨어진 꽃을 주웠다. 손에서 만지작 거리던 여주에게 정한이 나지막이 말했다.
정한) 우리 중에 일반인으로 들어온 애들은 없어. 전부 다 능력인 세계에서 살다가 진학한 애들이야. 근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알아차리는 데엔 시간이 다 달랐어. 제일 늦게 알아차린 건 승관이었지.
워낙 고소공포증이 심해서 높은 곳은 올라갈 생각도 안했고, 떨어질 일도 없었으니까. 우린 페이트라고 해서, 각자 영혼이 짝지어진 동물을 기르곤 하는데, 승관이의 페이트가 토끼였어. 그 토끼가 승관이를 자꾸 높은 곳으로 데려가더니, 높은 절벽에서 토끼가 자신을 뒤돌아 바라보더래.
아무리 오라고 소리쳐도 멀뚱멀뚱 자기를 쳐다보다가 절벽으로 뛰어내렸다는 거야. 능력이 늦게 찾아온 만큼 영혼의 동물인 페이트도 늦게 찾아왔는데, 그것마저 잃어버릴까 겁이나서, 토끼를 잡으려 같이 뛰어내렸대.
정한) ...토끼를 품에 안은 순간, 자신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고, 승관이는 그 때 알았어.
여주) ...........
정한) 너도 언제 올지 몰라. 늦는다고 자책하지 마. 사람은 다 각자의 시기가 있기 나름이니까.
정한의 말에 여주가 고개를 느릿하게 주억거렸고, 곧 손에 들린 붉은 장미 잎을 하나씩 떼어 손에 쥐었다. 장미의 잎이 전부 여주의 손에 쥐어졌을 때 즈음 지훈이 몸을 일으키더니 안가냐고 물었고, 아이들은 그 말에 하나 둘 몸을 일으켰고, 여주도 따라 몸을 일으켜 손에 든 붉은 잎을 후- 하고 불었다.
찬) ....어?
승관) 뭐야? 이게 왜,
여주) ............
허공에 멈춰야 하는 꽃잎들이 전부 땅으로 떨어지자, 아이들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향했다가 여주로 향했고, 정한의 목소리가 곧 공간을 채웠다.
....이그노얼이야.
최한솔 2학년
전원우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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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 근래 글쓰는 곳을 옮기고 싶어서 알아보는 중이었어요. 글이 집중된 곳에서 쓰고싶었는데, 옮기게 되면 이 곳에 링크나 이런 걸 알려드리면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전부 지우고 옮기려다가 세때홍클은 아직 지우기가 좀 그래서 세때홍클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은 삭제했습니다.
만일 제가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된다면 말 없이 사라지진 않을거에요. 다른 곳에서 좋은 글 잘 쓰게 됐다고 말씀 드리고 갈테니까 너무 염려 마시구요! 제 글을 그렇게까지 찾아주실 분이 있을까 싶다만은... ㅋㅋㅋㅋㅋ 전 언제나 같은 이름으로, 넉점반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있을테니까요! 필명이 흔치 않아서, 또 글 쓰는 스타일 보면 저인거 바로 아실거예요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긴 시간 찾아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 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겨울의 절정이 오기 전, 세때홍클 다음 작품을 들고 오고 싶었기 때문에 좀 늦었네요. 차기작은 비극적인 작품을 들고오고 싶었는데, 그건 조금 있다 쓰려고요. 이번 장편 작품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은 아마 타 사이트에서 동시 연재 될 작품이니까, 다른 곳에서 보면 카피작이 아닐 확률이 큽니다! 제가 동시 연재 하고 있을거예요 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