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으…….」
「어디 아파?」
「응? 아니, 그냥 좀. 또 잠을 잘못잤나봐.」
제대로 좀 자지, 요즘따라 왜그래. 씻고 나왔는지 젖은 머리로 한 손에는 수건을 든 찬열이 방에 들어오다 백현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내자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백현을 보고있던 찬열이 거울 앞으로 걸어가 헤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누워있던 백현은 찬열의 뒷통수를 가만히 응시했다. 찬열아, 너는 아니지?
밤이면 밤마다
"야, 변백. 자?"
"아니, 아직."
"빨래 해야되는거 있으면 줘, 내다놓게."
"응."
다행스럽게도 연습이 많은 요즘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늦은 시간이 되서야 연습을 끝내고 멤버들과 함께 숙소로 돌아온 백현이 피곤한지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제일 먼저 씻고 나온 찬열이 방으로 들어와 빨랫감을 가지고 나갔고, 백현은 그런 찬열의 뒷모습을 보고있었다.
처음에는 진짜로 잠을 잘못잤겠거니, 하며 넘어갔다. 하지만 옷을 갈아입을 때 자신의 상체 여기저기서 보이는 붉은 흔적에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설마 같은 멤버가 자신에게 그런짓을 했다고 생각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른 멤버가 방에 와서 자신에게 그런짓을 했더라면 백현보다 훨씬 잠귀가 밝은 찬열도 낌새를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같은 방을 쓰는 찬열을 가장 많이 의심하게 되었지만, 평소와 너무나도 똑같이 행동하는 찬열을 보며 그럴 리가 없다고 믿고 있었다.
"얘들아, 생과일 주스 만들었어. 나와서 먹어!"
밖에서 들리는 경수의 목소리에 침대에 혼자 누워있던 백현이 일어나 느릿한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경수와 세훈이 함께 있는것이 보였다.
"형, 제가 오렌지 먹을래요."
"안돼, 백현이가 좋아하는거라 한개밖에 안만들었단 말이야."
"그럼 백현이형이 제꺼 먹으면 되죠."
"싫어! 내가 오렌지 먹을거야."
경수와 세훈이 있는 쪽으로 다가간 백현이 얼른 오렌지맛을 집어들어 경수가 미리 꽂아둔 빨대로 잔뜩 마셔버렸다. 그 모습을 뚫어져라 보고있던 세훈이 혼잣말로 뭐야, 하고는 거실로 가버렸다. 백현이 그런 세훈과 거실에 모여있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면서 작게 웃었다.
그래, 그럴리가 없지.
*****
"아, 아파, 아아……."
"왜 그래, 백현아. 또 어디 아파?"
"허리랑, 아……."
"병원 가볼래?"
"아냐, 그냥, 으…, 또 이상하게 잤나봐."
몇일간 안아팠던 것이 무색하게 허리와 엉덩이 쪽이 평소보다 몇배는 더 아파왔다. 오늘도 백현보다 일찍 일어나 샤워를 마치고 나온 찬열이 백현에게 다가가 엎드려봐, 했다. 그 말에 백현이 천천히 몸을 움직여 침대에 엎드렸고, 찬열이 그의 허리를 안마하듯 주물러 주었다. 어제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믿었던 멤버들을 또다시 의심하게 된 백현의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오늘은 연습 못가겠네."
"…으응."
"그래, 우리 갔다 올테니까 좀 쉬어."
응, 이른 시간부터 연습에 나가는 멤버들에게 인사를 한 백현이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확인하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숙소 어딘가에 있는 전화번호부 책을 찾아내어 책을 보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아, 저기, 그, CCTV…, 설치하려구 하는데……."
일반 집에도 할 수 있나요? 하는 백현의 질문에 전화 건너편에서는 해달라고 하시면 해드려야죠, 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 그럼 지금 와주실 수 있으세요? 네, 여기가……."
상대방에게 주소를 말한 백현이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침대에 던지듯이 내려두었다. 멤버들을 의심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신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를 알아내고 싶었다.
제발 아무 일도 아니기를. 제발 제가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이기를. 마음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전화를 끊은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사람이 찾아와 멤버들이 잘 눈치채지 못할 방 구석을 골라 그곳에 CCTV를 설치했다. 일반 가정집이라고 하셔서 일부러 카메라하고 화면이 따로 있는거 말고 카메라 떼어내시면 바로 확인하실 수 있는거로 가져왔어요, 하는 말에 감사하다고 대충 얼버무린 백현이 사람을 보내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다른 멤버들은 눈치채기 힘든 곳에 있지만 백현 자신의 눈에는 너무도 잘 보이는 CCTV에 괜히 긴장이 되는 백현이었다.
CCTV만을 보고있던 백현이 날이 어둑해지자 조용히 잠들었고, 멤버들은 오늘도 역시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하다 들어왔다. 찬열이 방에 들어가 속옷과 갈아입을 옷을 챙기다 잠이 든 백현을 보고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티격태격 다투는 경수와 종인에게 말했다.
"야, 백현이 자니까 조용히 좀 해라."
"많이 아프대?"
"그냥 잠을 잘못잔 것 같대."
"또? 요즘 백현이형 자꾸 그러네."
그러니까, 종인에게 짧게 대답한 찬열이 욕실로 들어간지 얼마 안되어 물소리가 들렸다. 찬열의 말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듣고있던 경수가 방문을 살짝 열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이는 백현의 얼굴을 잠시동안 보더니 다시 조용히 문을 닫았다.
*****
어제는 어제만큼 아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늘보니 또 그런 것 만은 아니었다. CCTV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어제와 같이 오늘도 아팠던 곳이 더욱 아파왔고, 다른 때 같았으면 느껴지는 통증과 함께 여러가지 생각을 했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어제 CCTV를 설치해준 남자가 설명해준 대로 카메라를 떼어내면 자신이 잠든 사이에 일어난 모든 일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화면에 비추는 얼굴이 제게 너무 익숙한, 자신이 너무 잘 아는 그런 얼굴이라면 자신은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까.
차마 혼자서는 확인할 수가 없던 백현은 오늘도 역시 자신을 제외하고 연습에 간 멤버들을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카메라를 떼어내는 일은 했지만, 두려운 마음에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 위에 카메라를 올려두고 멤버들을 기다린지 한참 후에야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역시 찬열이 제일 먼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잘 쉬고 있었어?"
"응. 저기, 찬열아."
"응?"
"부탁이 있는데…, 아니다."
"왜, 뭔데."
"아니, 그게…, 아! 그, 경수랑 할 얘기가 좀 있는데 잠깐만 자리 좀 비켜줄 수 있어?"
"뭐야. 나한테 비밀 만드냐, 너!"
아니, 아니야! 그냥 경수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찬열에게 핑계를 둘러댄 백현이 미안한듯 웃었다. 찬열이 방을 나갈 때까지 그런 백현을 미심쩍은 눈으로 보다가 곧 경수를 불렀다.
"경수야, 방에 가봐. 백현이가 할 말 있대."
찬열의 목소리에 경수가 나? 나 왜? 하고 물었고, 그 말에 찬열은 나도 몰라,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방 문이 열리고 경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경수가 침대에 앉아있는 백현의 옆에 자리잡고 앉았고, 백현아, 왜? 하고 물었다.
"경수야, 그게……."
"왜 그러는데, 무슨 일 있어?"
"내가, 밤마다 좀, 이상한 일이 생겨가지구…."
"이상한 일?"
안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떠 물어오는 경수를 보며 망설이던 백현이 중얼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그동안의 일들을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백현과 제일 친하고 마음이 잘 통하던 멤버는 찬열이었지만 백현의 마음 한구석에서 가장 많은 의심을 산 찬열이기에 차마 찬열에게는 말하지도, 카메라를 같이 확인하자고 말할 수 없었다. 백현의 이야기를 듣던 경수의 표정이 점점 눈에 띄게 굳어져갔고, 한숨을 크게 쉰 백현이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내가…, CCTV를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혼자 보기는 좀 무서워서…."
"그래, 그럼. 같이…, 보자."
"…고마워, 경수야."
고맙기는, 웃으며 말한 경수가 백현의 손에 있던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그런 경수를 본 백현이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영상을 틀었다. 카메라에 부착된 화면에서 방 안의 내부가 보였고, 침대 위에는 누워있는 백현이 보였다.
좀 빨리 넘길게, 재생 속도를 4배로 돌리자 중간에 들어와 백현이 자는것을 본 찬열과 문을 살짝 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백현을 보던 경수의 얼굴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찬열이 방에 들어와 백현의 옆에 누웠고, 2시가 조금 넘어가자 누워있던 찬열이 조금씩 움직이더니 곧 침대에서 일어섰다.
카메라를 잡고있던 백현이 찬열이 움직이던 때부터 재생 속도를 다시 원래대로 해놓자 침대에서 일어선 찬열이 한참동안 가만히 서서 잠든 백현의 얼굴을 보았다.
"…경수야, 나 어떡해……."
"……."
"찬열이, 찬열이가 왜 이런짓을 했을까, 응?"
"…백현아."
"이제 나 찬열이 얼굴을, 흐, 어떻게 보지…?"
한참을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찬열을 보며 백현이 울음을 터뜨리자 경수가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부르며 어깨를 감싸안았고, 그런 경수의 손길에 백현이 더욱 크게 흐느껴 울었다.
"백현아, 화면 좀 봐봐."
"…?"
"찬열이 아무짓도 안하고 밖으로 나갔어."
경수의 말에 백현이 잠시 울음을 그치고 되감기를 해서 화면을 다시 보았다. 백현의 얼굴을 내려보던 찬열은 곧 백현에게 가까이 다가가 백현의 배를 때리는 시늉을 하고는 뒤돌아서 손부채질을 하며 나가버렸다. 짜증스레 쓸어올린 앞머리와 이마에는 땀이 맺혀있는듯 했다.
"그냥 니가 보일러 온도 높게 해놔서 더워서 나간 것 같은데?"
"…아, 창피해. 나 왜 울었어…."
경수가 백현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일부러 백현을 놀리듯이 크게 웃었고, 백현은 얼굴이 새빨개져 다시 화면을 봤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방 문이 열렸고, 모자를 쓴 남자가 방에 들어왔다.
"모자, 모자 썼어……."
"니가 CCTV 설치한 거 알고 있었나 본데…?"
"……."
"어떡해, 경수야. 나, 나 무서워……."
백현이 겁먹은 목소리를 하며 경수에게 말하자, 경수는 그런 백현을 달래주려 백현의 어깨를 더 꼭 끌어안으며 몸을 밀착시켰다. 백현과 경수, 둘 다 숨죽여 화면을 보고있었고, 화면 안에 있던 남자는 모자를 더 푹 눌러써 얼굴이 보이지 않게 하여 카메라 앞으로 다가왔다. 화면에 잡히는 모자가 어딘가 익숙했다. 한참동안이나 카메라에 모자를 비추던 남자가 손을 올려 모자를 잡더니 천천히 모자를 벗어내렸다. 화면에 보이는 남자의얼굴은 곧 백현을 경악하게 만들었고, 남자는 환하게 웃으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백현아, 사랑해]
"백현아, 사랑해."
"아, 아아……."
분명 소리는 녹음되지 않는 카메라 였는데, 바로 옆에서 화면 속의 남자가 말하는 입모양에 맞추어 목소리가 들렸다. 백현이 경수를 보지도 못한 채 손을 덜덜 떨며 카메라를 놓쳐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경수가, 아니. 화면 속의 남자가 카메라를 집어들어 백현에게 건네어주며 백현의 떨리는 손으로 카메라를 바로 잡게했다.
"끝까지 봐야지, 백현아."
"시, 싫, 어, 흐으, 싫어어, 으……"
"내가 널 여태까지 어떻게 따먹었는지 잘 봐."
백현의 손에 의해 덜덜 떨리는 화면 속에서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며 웃던 경수가 곧 등을 돌려 침대에 누워 잠이든 백현에게 다가갔다.
또 하나의 소재를 망쳐놓은듯,, 제가 써놓고 저도 다시 못읽는다는게 함정;
새벽에 깨서 비몽사몽한 정신상태로 쓰다보니 글도 비몽사몽하네여ㅠ,,
똥 똥,, 똥 데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