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sh - 가끔 (Inst.)
[블락비/표지훈] 회사 선배
Written By. 미나리
03. 혼란스러운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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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떨리는 심장을 부여쥐곤 목소리를 한껏 가다듬은 뒤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선배의 목소리. 선배는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
- 여보세요
"선배?"
- 어.. 꿀벌이다.
술 많이 마셨네요. 술에 취해 젖어있는 선배의 목소리를 들으니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미치겠다. 그 젖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데,
..혹시 이건 꿈일까.
- 으응, 많이 마셨어..
"근데 선배, 무슨 일이에요. 이시간에..?"
- 회사는 끝났어?
"네- 이제 가려구요"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며 선배의 묻는 말에 대답하니, 뭐라 웅얼거리는 선배의 목소리가 들린다. 물음으로 끝난 말인 거 같은데 안그래도 낮은 목소리에 술에 취해있으니 뭐라 말하는지 못 알아듣겠다. 최대한 멍청한 이 머리를 굴려 이해하려고 하는데 내 대답이 들리지 않아서인지 선배가 먼저 선수를 쳤다.
- 커피는,
"아.."
- 잘 마셨냐고..
"네-! 선배 진짜 감사해요"
정말루요. 아까 놓여져있는 캔커피를 처음 봤을 때 그리고 선배로부터 와있던 카톡을 봤을 때 딱 그 때의 기분이 다시 떠올라 벅차오르는 목소리를 간신히 꾹꾹 누르고 침착하게 선배에게 말했다. 감사하다고. 근데 어쩐지 선배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선배 주변이 시끄러운 탓인지 소리가 잘 들리지않는다.
- 근데 왜.
"...."
- 답장을 안해..
아차..
웅얼거리는 선배의 목소리를 듣고 정말 아차 싶었다. 커피 받은 거에 너무 감격해서, 선배 카톡에는 뭐라고 답장해야 할까 수십 번도 더 고민하고 생각하느라 정작 그에 대한 답변은 하지 못했던 사실을 난 까맣게 잊고 있었다. 바보, 이렇게 제대로 표현도 안하면서 선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기만 해.
"선배 그건.."
- '지훈아, 언제까지 밖에 있을거야. 나랑 같이 들어가자~ 응?'
속으로 나를 탓하며 선배에게 해명하고자 입을 떼는데, 지난 번부터 내 귀를 거슬리게 만들었던 목소리가 또 내 귀를 거스른다. 그 대상도 술에 취한 건지 아니면 취한 척 하는 건지, 선배 옆에 찰싹 붙어 애교를 부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 진짜 싫어.. 확 짜증이 밀려오는순간 선배의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 시끄러워.. 집에 가고 싶어
- '왜그래~ 집에 갈래? 그럼 우리 둘이 몰래 빠져나가자- 금방 나올게'
- 이연ㅈ..
"선배, 거기 지금 어디에요?"
...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어느새 난 선배가 모임을 가지고 있는 술집 앞에 와 있었다. 혹시 선배가 그 여자와 가버리진 않았을까. 하, 이렇게 저질러 버릴 줄이야. 막상 문 앞에 서니 섣불렀던 내 행동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그치만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집에 가서 더 큰 후회를 하게 될 것 같아 힘차게 문을 열었다.
짤랑-
굳이 찾지 않아도 선배의 모습은 단번에 내 시선을 끌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시선을 술잔에만 맞추고 잔을 만지작 거리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천천히 그 옆으로 다가갔다. 선배보다 날 먼저 발견한 여자 동기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은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주변에 웅성거리는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않았다. 잔뜩 취해있는 선배의 모습을 두 눈으로 보니 너무 떨려서. 선배의 곁에 다다랐을 즈음 일순간 무거워진 공기를 느낀 건지 선배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꿀벌이다.. 진짜 왔네"
"...."
"왜 그런 표정으로 서 있ㅇ.."
선배는 날 발견하고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할 말을 잃은 내가 멍하니 선배의 얼굴만 바라보자 풀린 눈으로 내게 시선을 맞추며 자리에서 일어난 선배가 위험하게 내 쪽으로 한 발짝 내딛었고, 그 순간 힘없이 중심을 잃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중심을 잃은 선배의 몸이 내 쪽으로 기울어버린건. 어느새 난 선배 품에 안긴 꼴이 되어버렸고, 그런 선배의 무게에 눌려 안절부절해 할 때 '하아..'하는 선배의 숨이 느껴졌다. 어떡해, 심장 터질 것 같애..
"선배-"
"으응.."
"선배?"
"미안해 꿀벌아. 잠시만.. 잠시만 이러고 있을게.."
웅얼거리는 선배의 목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숨결 하나하나가 느껴질 정도로 너무 가깝다. 선배의 숨결 하나에 자꾸만 움찔거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속으로 말했다. 엄마, 나 어떡해ㅠㅠ. 진짜 너무 떨려. 어쩔 줄 모르겠는 이 감정에 정신 못차리고 있을 때쯤 선배가 정신을 차린건지 느리게 상체를 일으켰고, 여전히 내게 조금 의지한 채로 내 어깨를 꽉 잡았다.
"어.. 선배, 집에 가고 싶다면서요! 집에 가요 우리"
"...해."
"네?"
"착해. 착하다. 꿀벌이."
한참을 내 눈을 바라보던 선배가 중얼거렸다. 처음에 입모양이 잘 보이지않아 못알아듣고 '네?'하고 대답하자 내 어깨를 잡고있던 한 손을 들어올려 머리에 얹고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제일 설레어하는 딱 그 표정이다. 예상치 못한 선배의 반응에 시선마저 갈 곳을 잃고 멍하니 선배의 발끝만 보고 서있는데 이번엔 그 갈라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온다.
"꿀벌아~"
"네에, 선배. 조금만 아주 쪼금만 정신 차려봐요. 네?"
"예쁘다."
이제까지만 해도 힘없이 늘어져있던 사람이 이젠 또 히죽히죽 헤프게 웃는다. 안그래도 그 웃음에 정신이 혼미한데, 그런 선배의 말은 날 더 아찔하게 만들었다. 예쁘다. 예쁘다라니..잠깐 방심하면 훅 들어온다. 이 남자. 나 이러다 정말 오해해요. 선배.. 아찔한 정신를 가다듬고 평정심을 찾으려 애썼다. 왜냐면 선배를 집에 귀가시키는 것이 내가 여기 온 목적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보다 1.5배는 더 큰 선배의 덩치를 뼈저리게 실감 중이다. 술을 대체 얼마나 마신건지 여전히 어지러운 듯 제 머리를 한 번 헝클어뜨린 선배는 다시 푹 한숨을 쉬며 내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이래서는 집에 귀가는 커녕 이 술집에서도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아 고민인데 선배의 동기로 보이는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꿀벌씨? 지훈이 부서 후배 맞죠?"
"아.. 네.."
"얘기 많이 들었는데"
"...."
"난 우지호에요. 얘 입사 동기. 나이는 한 살 많고"
"어.. 전 김꿀벌입니다. 안녕하세요.."
약간 사나운 인상의 선배의 동기는 자신의 이름을 우지호라고 소개하며 입꼬리를 올려 웃었고, 나도 따라 내 소개를 한 뒤 어색하게 웃었다. 어색하다. 내게 안기듯 기대어있는 선배의 모습도, 그런 선배를 힘겹게 지탱하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내 모습도. 참 어색한 광경인데도 이 사람은 자연스럽게 내 앞으로 와 선배를 일으키며 말을 이었다.
"웬만하면 지훈이 빨리 들여보내려고했는데. 계속 꿀벌씨 오면 간다고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해서요. 아, 결국 이 꼴 났어요"
"죄송해요. 제가 괜히 온다고 했나봐요.."
"아니아니, 미안해할 건 없고.. 피곤한데 여기 오느라 고생했을텐데 보다시피 이 새끼 상태가 말이 아니라"
그 다음은 내가 할테니까 그만 들어가봐요.
우지호라는 선배 동기의 말에 "네.."하고 작게 대답했다. 와서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난 무슨 자신감으로 이 자리에 왔는지.. 주변의 시선들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마치 와서는 안될 자리에 눈치 없이 낀 양 수근거리는 선배 동기들의 모습을 보니 내 위치를 실감하게 된다. 선배 여자친구도 아니면서.. 괜히 우울해졌다. 어느새 선배는 동기에게 몸을 기댄 채 잠들어 있었고, 그 사람은 약간의 욕을 뱉더니 선배를 부축했다. 그 모습을 보니 이젠 또 선배가 원망스럽다. 감정 기복이 이렇게 심해서야.. 취한 사람 상대로 내가 무슨 기대를 품었던걸까. 어깨가 축 처진다.
"아, 맞다."
"...?"
"번호 좀 줘요. 아무래도 얘 잘 들어갔나 걱정할 것 같아서."
내 우울해보이는 표정을 읽은 걸까. 선배를 부축하던 우지호란 사람이 다시 뒤를 돌아 내게 말을 걸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다행이다. 선배 생각에 오늘 잠 못 잘 줄 알았는데. 물론 여기에 온 일만으로도 잠을 못 이룰 것 같지만.. 얼른 휴대폰에 번호를 입력한 뒤 그 사람에게 건냈다.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집까지 어떻게 걸어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혼미했다. 선배의 전화. 그리고 술집에서 나눈 대화. 내게 쓰러져 기대던 선배의 모습. 그 숨결까지. 이 모든 것들은 날 떨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점점 더 커지는 선배를 향한 내 마음이 너무나 혼란스럽다. 오늘은 큰 맘 먹고 용기낸 거였는데. 차라리 선배가 맨정신일 때 용기낼걸. 괜한 질투가 섣부른 행동을 불러일으킨 것 같아 머리가 복잡하다.
"아.. 모르겠다."
힘없이 침대에 쓰러졌다. 선배는 집에 잘 들어갔을까. 궁금한 마음에 휴대폰을 켜는데 마침 모르는 번호로 문자 한 통이 왔다. 참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꿀벌씨, 우지호에요. 지훈인 집에 잘 귀가시켰으니까 걱정말고 쉬어요. 다음에 또 봐요.]
선배는 잘 도착했다는 선배 동기의 문자를 확인하고 휴대폰 화면을 끄려는데 문자 내용 중 약간 걸리는 부분이 있어 순간 멈칫했다. 다음에 또 봐요. 다음에 또 볼 일이 있을까. 이 사람과. 그러고보니 술집에서 처음 봤을 때 자연스럽게 내 이름을 부르며 맞는지 확인하던 모습도 이상하다. 그 때 덧붙였던 말도. 분명 내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는데.. 선배의 동기가 어째서 나에 대해 알고있는걸까. 아.. 정말 머릿속이 복잡하고 심란하고 또 어지럽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왠지 오늘 밤이 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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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
너무 늦게 왔죠 ㅜㅜ 역시 평일에 글 올리는 건 무리였나봐요.
그래도 모바일로 짬내가며 써서 오늘 올립니다!
오늘은 지호가 나왔네요 ㅎㅎ
# 예쁜 독자분들 #
커피우유 / 왱왱 / 구름위에호빵맨 / 백수꿀벌 / 알티스트 / 벗 / 두부 / 요랑이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암호닉 신청은 계속 받을게요. 독자분들이 늘으실진 모르겠지만 ..ㅜㅜ
오늘의 관전 포인트는
술에 잔뜩 취해 있는 지훈 선배 (꺅)
다음 화는 좀 길게 가져올게요. 양 조절을 못하겠어요 ㅠㅠ 전개가 느려도 이해해주세요! 제 필력의 한계라..
다음에 봬요 이번주에 또 올 수 있으면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