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 (feat.은하) - 자격지심
Written By. 미나리
# 자격지심
**
"박경-"
"..."
"너 요즘 왜그래?"
"뭐가"
짜증 섞인 내 물음에 돌아온 박경의 대답은 뚱했다. 뭐가.. 뭐가? 지금 진심으로 몰라서 묻는 거야, 내가 왜 이러는지? 요즘 내가 누구한테 시달리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정작 그 누구인 박경은 또 저런 심통 난 표정을 짓고 있다. 진짜 경아 왜 그래..
내가 이렇게 경이에게 진지하게 얘기를 꺼내게 된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 일이었다. 어디서 무슨 글을 읽은 건지 아님 누가 박경한테 이상한 말을 지껄인건지 우리가 만난 지 정확히 312일쯤 될 무렵,
경이가 이상해졌다.
...
#EP.01
"김꿀벌, 너 지금 어디봐?"
"어? 아, 내가 아는 사람 닮았길래"
"저 남자가?"
"어어, 왜?"
"누구 닮았는데?"
"그냥 우리 과 선배 있아~"
"그게 누군데"
"너 어차피 말해도 몰라~ 경아, 우리 저거 먹으러 가자"
"너 지금 말 돌린거 맞지? 누구냐니까??"
...
#EP.02
"아 힘들다.. 과제 너무 많아"
"거봐 진작 하라니까- 뭐 마실래?"
"응.. 메뉴판 보고 고를게 단거 땡겨.."
"주문하실 음료 말씀해주세요"
"음.. 아이스 초코랑요! 티라미수 하나두요! 그리구.. 경아 넌 어떤 거?"
"..."
"박경?"
"야, 딴 데 가자"
"야.. 야!!!!"
두 번째 이상 현상이었다. 나와 관계라곤 1도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훤칠하거나 조금만 내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상대라면 지극히 경계했다. 카페 사건은 그중에서도 경계 최고조. 딴 데 가자는 게 진심인 줄 몰랐는데 정말 저대로 카페를 나가버렸다.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카페 알바생놈이 훤칠하게 생긴 데다가 내가 그 알바생놈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나 뭐라나.. 그 사람 얼굴도 기억 안 날뿐더러 미소가 나왔던 건 그저 달달한 걸 먹는다는 생각에 조금 들떴을 뿐인데 못 살겠다 내가.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귀여운 질투로 여겼다. 평소에 잘 안 그러던 애가 그러니 그저 귀엽게만 생각했지 그게 우리 관계에 영향을 끼칠 줄이야..
...
#EP.03
"야 경아, 우리 과 어떤 선배 벌써 차 샀다?"
"차?"
"응, 아니 안그래도 그 선배 금수저래니 말 많았는데 오늘 차 끌고 수업 왔나봐"
"..."
"이 나이에 벌써 차라니.. 부럽다 그치?"
"야 부럽긴 뭐가 부러워"
"부럽지 당연히! 아.. 나도 차 갖고싶다"
"그 사람 만나면 되겠네"
"뭐..?"
"나같은 뚜벅이말고 그 사람 만나면 되겠어-"
"뭐가는 무슨 뭐가야, 너 몰라서 물어?"
"..."
"거봐- 왜이러는지 알면서"
"몰라"
"야 박경, 나 똑바로 봐"
"..."
"아, 나 보라고-"
"박경, 너 요즘 왜 자꾸 자격지심 부려?"
"자격지심 아니야"
"그게 자격지심이 아니면 뭐야"
"...자격지심 아니라니까"
"그럼 뭔데"
"..아, 몰라"
"너 진짜"
"아니 우지호가"
"1년 가까이되면 다른 사람한테 눈 돌리게 돼있다고"
"..."
"요즘 너 주변에 남자들 얼마나 많은지 아냐고"
"..허?"
"지금 신경 안쓰면 너 놓친다고 그러잖아"
"야.."
"아씨, 나도 우지호 말 그냥 무시하려 했는데"
"..."
"신경 쓰이는 걸 어떡하냐"
"나 아직도 너 많이 좋아하는데"
쏟아져 나오는 경이의 말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툭 던진 우지호의 말이 아무래도 경이를 흔들어놨던 모양이다. 항상 자신감에 가득 차있을 땐 언제고.. 내가 그 모습에 너한테 빠졌던 건데. 멍청이. 그래도 경이는 아직도 날 많이 좋아하나 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미묘한 감정에 내심 설레는 기분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불안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1년 남짓 연애를 이어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마음에 대한 의심이 들 때가 있곤 했다. 서로의 존재가 당연해지고 편해지면서 이렇게 연애 초반의 설렘이 없어지는 걸까, 경이 마음이 앞으로도 한결같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지만 경이도 나처럼 불안하리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경이도 똑같을 텐데.. 나는 너무 내 생각만 했던 모양이다.
"박경"
"..어"
"나도 아직도 너 많이 좋아해"
"..."
"그러니까 앞으로 그런 거에 흔들리지 말라구. 알겠어?"
"응, 알겠어 김꿀벌!"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앉아있는 그 모습에 조심스럽게 경이에게 내 속얘기를 전하자 경이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환하게 웃는다. 저 바보, 진짜.
"그리고"
"그리고?"
"우지호 그 자식 내일 나 좀 보자그래"
"우지호를? 단 둘이? 뭐야 둘이 왜 만나"
"아니, 야.."
"안돼 못 만나 보긴 뭘봐"
뭐야 얘. 그새 또 자격지심 부리는 거봐. 어이없는 박경의 태도에 잔뜩 인상을 구기고 "아 박경!!"하고 소리 지르자 박경은 이내 귀를 막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와 꿀벌이 목소리 우렁찬 거 봐"하고 웃는다.
"너 지금 웃음이 나와?"
"장난친건데"
아.... 븍긍.....
"내일 우지호 만나서 네가 혼내줘"
"뭐?"
"아 내가 괜히 그런 거 말에 흔들려서"
"..."
"나 진짜 요즘 한숨도 못 잤어, 눈 밑에 다크서클 봐"
"으휴- 바보"
"김꿀벌"
"왜 박경"
"내가 진짜 너 많이 좋아하긴 하나봐, 그치?"
갑자기 훅 들어오는 박경의 말에 또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있으면, 가만히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던 박경이 와락 날 품에 가둔다. 오늘 왜이래 진짜, 설레게..
"천하의 박경이 그런 말에 다 흔들리고 말야"
"그러게"
"그러니까 나 불안하게 좀 만들지마"
"야, 내가 언제.."
"쓰읍-"
"...내가 언제 그랬냐.."
"내가 진짜 좋아해 김꿀벌"
"그것도 아주 많이"
내가 더 좋아해 박경. 오늘 너 꼭 꿀같다. 연애 초반으로 돌아간 것 같아. 어쩌면 우지호를 혼내줄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이라도 사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가끔은 이런 자격지심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아 물론, 너는 자격지심 아니라고 했지만 말이야. 내가 봤을 땐 자격지심 확실해 그치만 뭐든 상관없어. 그냥 네가 너무 좋고 지금의 설렘이 좋아.
딱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 앞으로의 우리 연애 온도가.
"나도 좋아해, 많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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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 독자님들!
공지에서 말씀 드렸던대로 경이 빙의글로 들구 왔슴당
단편은 역기 끝맺기가 어렵네요 ㅜㅅㅜ..
경이 글은 그냥 자격지심 노래 나왔을 때 글로 쓰기도 좋은 소재인 거 같아 시도해본건데 그와중에 쓰차 상태였고.. 의욕 저하가 심각해서 쬐끔 쓰고 말았다가 어렵게 마무리 지었네요 하하..
암튼 그래서 브금도 경이 노래 홍보 겸 자격지심으로 ㅎㅎ!
# 예쁜 독자분들 #
커피우유 / 왱왱 / 구름위에호빵맨 / 백수꿀벌 / 알티스트 / 벗 / 두부 / 요랑이 / 블넹
백설공주 / 회사원 / 구강포진
암호닉 누락 있으면 말씀해주시구 신청은 항상 받습니다'-'
항상 댓 달아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꾸벅)
단편으로 머리 식혔으니 지훈이 글도 얼른... @_@
맨날 새벽이 글 쪄오네요 피곤..... 잘자요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