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S윤지, 기리보이 - 설렘주의 (inst.)
Written By. 미나리
07. 설렘주의
#표지훈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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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입술만 달싹이며 눈치를 살피니 어느새 두 발은 사무실 앞.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애꿎은 머리만 벅벅 긁었다. 아으, 어떡해. 어떡해야해 여주야..
"아침 든든하게 먹었으면 일들 해야지?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다들?"
절묘한 타이밍에 우리를 향한 이대리님의 말에 여주는 짧게 대답하곤 자리로 향한다. 그 모습에 또 난 안절부절한 상태로 여주 눈치를 살피다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간다. 모니터 앞에 앉으니 괜히 울상이 지어진다. 허엉, 오늘따라 더 일하기 싫어..
곁눈질로 엿본 여주는 오자마자 꽤나 바쁜듯하다. 엿들은 바로는 부사장님 요청으로 급하게 진행되는 일을 맡게 된 모양이다. 아무래도 김여주, 퇴근하기는 글렀다 오늘.
...
"식사하러 가시죠."
사무실에 울리는 이대리님의 목소리에 하나 둘 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도 물론 그 중 하나. 일어나자마자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켜는데.. 어, 여주랑 눈마주쳤다. 그러나 여주는 곧바로 옆에 있던 진영이 형쪽으로 몸을 틀어 추천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피했다. 나를.
..나도 네가 추천해주는 메뉴 먹고싶은데.
그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주는 신나게 내 앞에서 진영이 형과 웃으며 얘기를 나눈다. 오늘 추천 메뉴는 치즈돈까슨가봐. 웃고있는 여주의 표정이 왠지 거슬린다. 나는 그렇게 피했으면서. 나도모르게 메뉴판으로 향하려는 여주의 앞에 섰다.
"나는?"
"네?"
"나는 추천 메뉴 안 해줘?"
갑자기 튀어나온 내 모습에 여주는 놀란듯했다. 저절로 뚱한 목소리가 앞섰다. 여주는 할 말을 잃었는지 멍한 표정으로 말이 없다. 나도 내가 왜이러는지.모르겠다.
"늘 맛있는 건 다 꿰뚫고 있잖아, 너."
"아.."
"그래서 난 항상 니가 추천 해주는 거 먹었는데. 안 해주면 난 오늘 뭐 먹지."
"어.. 선배. 오늘 치즈 돈까스 나온대요..!"
답답함에 내뱉은 내 말에 돌아온 김여주의 목소리는 그런 내 속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아까 다른 사람들한텐 밝게 잘만 대답했으면서. 나는 뭐가 이렇게 어려워.. 내 시선에 갈 곳을 잃은 건지 바닥만 쳐다보고있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죽으라고 물어본 거 아닌데.. 여주의 당황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한 말을 내뱉은 나한테 화가 나는 기분이다.
"너는 내가-"
불편해? 순간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급하게 삼켰다. 억누른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드는 김여주의 모습에 또 말하면 안될 거 같아서. 그만하자. 작게 한숨 짓고 몸을 돌렸다. 됐어, 오늘은 너 추천 메뉴 안먹을거야.
...
점심을 먹고 돌아와 일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5시를 바라보고 있다. 작업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사무실 안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바쁜 듯 하다. 그 중에서도 제일 바빠보이는 건 다름아닌 김여주. 저거봐, 야근할 거 같았어 내가. 속으로 생각하며 여주쪽을 바라보는데, 축 쳐진 어깨가 어쩐지 안쓰럽다. 아.. 안되겠다.
덜컹-
휴게실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았다. 야근할 때마다 꾸벅 졸면서 일하는 김여주 모습이 생각나서. 아직도 보면 아까의 당황한 얼굴이 떠올라 괜히 심통나는 기분이지만, 몰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자리로 돌아와 캔커피를 자켓 주머니에 찔러 넣고 노트북을 덮었다. 진영이 형도 퇴근을 하는 건지 인사를 건네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나도 퇴근해야지.
"저도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표지훈이- 너 역시 일찍 가려고 오늘 일찍 왔지?"
"어떻게 아셨어요~ 저 약속 있는 거."
이 대리님의 말에 자연스럽게 너스레를 떨며 웃으니 대리님은 "어휴, 저거"하며 다시 노트북으로 눈을 돌린다. 그 모습에 씩 웃으며 다시 사무실에 크게 들리게 인사하자 대리님 옆자리에 있던 여주가 "안녕히가세요"하고 꾸벅 인사한다. 흐흫, 여주가 인사해줬어. 금세 또 기분이 좋아졌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시크하게 여주를 향해 수고하라고 말한 뒤 몰래 책상 위에 주머니에 넣어뒀던 캔커피를 올려두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물론 자연스러운 카톡도 잊지 않고. 김여주 엄청 감동 받았을거야~
...
분명히 1이 사라졌는데. 카카오톡이 고장났나? 아닌데.. 1 사라지면 읽은 거 맞는데..
그런데 여주는 답장이 없다..
"야 표지훈.뭘 자꾸 핸드폰을 들여다봐"
"아 지호형, 술 한잔 할까요?"
"잔 채워 빨리"
"예- 형"
아무런 알림도 오지 않는 핸드폰을 자꾸 만지작거리자 그 모습을 캐치한 지호형이 내 옆자리에 와 앉더니 잔에 술을 따른다. 한번에 들이킨 술이 오늘따라 쓰다. 이게 다 여주때문이야.
한 잔 두 잔, 무르익어 가는 분위기에 빠르게 잔을 들이키다보니 어느 새 내 이성은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머리 깨질 거 같아.. 평소엔 잘 하던 게임도 오늘은 웬일인지 잘 풀리지 않았다. 자꾸만 게임에서 걸리는 내 모습에 주변 동기들은 "표지훈 웬일이냐~ 게임은 절대 자신있던 새끼가"하며 내 속을 긁는다. 오늘 진짜 왜이러지.. 갑자기 머리가 핑 도는 기분에 안되겠다 싶어 휴대폰을 뒷주머니에 찔러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을 빠져나왔다. 토할 거 같애.. 바람을 맞으며 느리게 숨을 내뱉었다. 뒷주머니에 꽂혀 있는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켜는데, 여전히 액정에는 아무런 알림이 와 있지 않다. 나도 모르게 빠르게 김여주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표지훈 이 멍청아 넌 취했어
-여보세요
어.. 여주다. 으, 머리아파..
- 술 많이 마셨네요
"으응, 많이 마셨어.."
- 근데 선배, 무슨 일이에요. 이시간에..?
"회사는 끝났어?"
- 네- 이제 가려구요
여주 목소리 들으니까 좋다. 이상하게 편안해지는 기분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있다가 커피가 순간 머릿 속을 스쳐지나간다. 아.. 그래서 전화했었지 참. 자꾸 달아나려는 정신을 겨우 붙잡고 웅얼거리듯 여주에게 "커피는 잘 마셨어?"하고 묻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안들리나..
"커피는,"
- 아..
"잘 마셨냐고.."
- 네-! 선배 진짜 감사해요
"근데 왜."
- ....
"답장을 안해"
잘 마셨으면 답을 해줘야지.. 계속 그거 기다렸잖아. 내 말에 여주는 또 당황했나보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헉..'하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피실 웃음이 새어나온다. 김여주 바보.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한 건지 한참을 말이 없다. 나 잠들 거 같은데 빨리 대답해주지-
"선배 그건.."
"지훈아, 언제까지 밖에 있을거야. 나랑 같이 들어가자~ 응?"
겨우 여주가 입을 열었는데,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이연지가 내 팔에 팔짱을 끼고 말을 방해한다. 아, 시끄러.. 어지러워.
"시끄러워.. 집에 가고 싶어"
"왜그래~ 집에 갈래? 그럼 우리 둘이 몰래 빠져나가자- 금방 나올게"
"이연ㅈ.."
시끄럽다는 내 말에도 옆에 착 달라붙은 채 조잘거리는 이연지 목소리가 머릿 속에서 웅웅거린다. 어지러워.. 결국 참다 못한 내가 인상을 구기고 이연지의 이름을 부르는데, 순간 수화기 너머로 여주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배, 지금 거기 어디에요?
"김여주?"
- 거기 어디에요- 선배
"..정문 와글와글"
- 제가 데릴러 갈테니까 가지말고 있어요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지훈아 들어가자니까?"
"이연지"
"웅?"
"조용히 좀 해"
여주와의 통화가 끊기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이연지는 자꾸만 날 귀찮게 한다. 여전히 내 팔을 붙잡고 있는 손을 짜증스럽게 떨쳐내고 다시 술집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뒤에서 "야 표지훈!!!"하는 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연지야, 너 진짜 시끄러.
...
술집에 다시 발을 들이면 안되는 거였는데.. 여주 올 때까지 밖에서 얌전히 기다릴 걸. 이건 다 시끄럽게 조잘거리던 이연지때문이다.
다시 술집에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박수를 친 동기 녀석들은 "자리 비웠으니까 원샷! 마셔라 마셔라"를 외치며 작정을 하고 내게 술을 먹였다. 요즘 동기 모임에 뜸했다고 아주 다들 미친게 분명하다. 정신이 핑 돈다. 김여주 빨리와.. (울상)
짤랑-
"..."
술을 얼마나 마신 건지 기억나질 않는다. 한참을 고개를 숙인 채 정신 못차리고 있는데 일순간 무거워진 공기가 느껴져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 앞에 서 있는 여주를 발견한다.
"여주다.. 진짜 왔네"
"...."
"왜 그런 표정으로 서 있ㅇ.."
여주에게 한 발짝 발을 내딛는 순간 무게 중심을 잃고 여주쪽으로 쓰러져버렸다. 어지러워..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머릿 속이 복잡하고 어지럽다. 깨질 듯한 머리에 작게 한숨 짓는데, 그러는 와중에 내 품에 안기듯 들어와있는 여주가 느껴진다. 진짜네. 김여주네. 그리고 그 애가 "선배-"하고 작게 나를 불러온다. 머리가 또 어지럽다.
"미안해 여주야. 잠시만.. 잠시만 이러고 있을게.."
잠깐만 이러고 있자. 눈을 감고 가만히 여주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이러고 있으니까 조금 나은 거 같애. 한동안을 그렇게 가만히 있다 정신을 다시 한 번 부여잡았다. 느리게 상체를 일으키고 여주의 어깨를 잡자 순간 움찔하는 게 느껴진다.
"어.. 선배, 집에 가고 싶다면서요! 집에 가요 우리"
시선은 허공으로 간 채 어색한 표정으로 밝은 척 내게 말한다. 그 모습이 귀엽다. 습관처럼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착하다고 말하니 또 잔뜩 당황한 얼굴로 "네?"하고 되묻는다. 그 모습이 또 귀엽다. 웃음이 새어나온다.
"여주야~"
"네에, 선배. 조금만 아주 쪼금만 정신 차려봐요. 네?"
"예쁘다"
조잘거리며 말하는 그 작은 입이 예쁘다. 눈을 맞추는 그 모습이 이번엔 마음을 어지럽힌다. 머리가 아파온다. 잔뜩 어지럽혀진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했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속이 울렁거린다. 결국 또 여주에게 의지한 채 눈을 감아버렸다. 집에 가야되는데.. 여주한테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데..
내 필름이 혼란을 견디지 못하고 끊겨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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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 오늘 분량은 좀 길게 해봤어요 중간에 끊으면 너무 길어질까봐
지훈 시점이 어떤지 모르겠어요 ㅠㅠ설레야하는데..☆
독자분들 입장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네요.. 일부러 배경도 핑꾸로 했는데ㅎ
# 예쁜 독자분들 #
커피우유 / 왱왱 / 구름위에호빵맨 / 백수꿀벌 / 알티스트 / 벗 / 두부 / 요랑이 / 블넹
백설공주 / 회사원 / 구강포진
* 암호닉 신청은 언제나 ~ing 입니다.
항상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드리구 좋은 주말 보내세요 (찡긋)
회사선배 연재 중간중간에 단편도 자주 찾아올거에요 다음 연재 때 봐요!
느린 연재인데도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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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화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름치환기능 사용하시는 분들 중 이름 맨 뒤 글자에 받침이 있으시면 문맥이 매끄럽지않을 수 있어요
"김여주"로 작성한거라.. 감안하고 봐주세요! 이번 화가 제일 심한 거 같기도 하네요.. 자연스러운 문맥을 원하시면 본인 이름으로 치환 안하시는게 나으실지도 ㅠ0ㅠ.. 암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