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표지훈] 소소한 단편 上
Written By. 미나리
# 남녀 사이에 친구란
(지훈이 청순미 뿜뿜 8ㅁ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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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훈과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친구 사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녀석은 내 유일한 소꿉친구였다. 그러나 이 문장이 과거형으로 끝 맺어지는 이유는, 녀석이 몰래 숨겨놓은 내 초코과자를 훔쳐 먹었기 때문도 아니고, 오래 짝사랑하던 선배에게 내 잠꼬대가 어떻다느니 이상한 소리를 떠들어댔기 때문도 아니며 몰래 가려던 콘서트를 우리 엄마에게 말해버렸기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단순한 친구 관계였던 우리 사이가 마침표를 찍어버렸기 때문이며, 그 원인은 바로 나. 어느새 우리의 관계에서 을이 되어버린 나에게 있었다.
...
"와아아-"
오늘도 어김없이 표지훈의 농구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농구 경기는 제법 인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인기의 중심에는 표지훈, 그 녀석이 있다.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훤칠한 키에 붙임성 있고 능글거리는 성격, 거기에 우수한 농구 실력까지. 동기들뿐만 아니라 후배들 사이에서도 얘기가 많이 나오는 대상이었다. 최근에는 팬클럽을 자처하는 애들까지 생겨날 정도라나 뭐라나.. 저게 뭐가 예쁘다고..(못마땅)
"헐 지훈오빠!!!!!!"
"꺄아아악!!!!"
경기장 안이 돌연 함성 소리로 가득찼다. 딴 생각에 잠시 한 눈 판 사이 상대편 볼을 빠르게 스틸한 표지훈의 3점 슛이 골대를 통과했고 그 덕에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아, 골 넣는 거 놓쳤다 (아쉽)..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 잔뜩 신이 난 채 소리를 지르며 골대 주변을 방방 뛰어다니는 표지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삐익- 휴식 시간을 의미하는 휘슬 소리가 경기장을 울린다. 2피리어드 종료. 15분 간 휴식 시간.
"지훈오빠 진짜 멋있어요 오늘!"
"오빠 이거 마셔요 ㅠㅠ"
"지훈아~ 골 넣은거 축하해!"
"꺄, 지훈오빠 땀흘리는 거봐"
금세 주변이 소란스러워져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표지훈이 보인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주변에서 내미는 수건들과 음료수들을 손사레치며 거절하던 녀석이 두리번거리다 날 발견하곤 늘 그렇듯 손을 흔들며 내게 달려왔다. 그 광경을 본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 반 질투 반 섞인 눈빛들이 내게 꽂힌다. 하여간 피곤하다.
"여주야 오빠 멋있었지? 흐흫-"
"뭐래- 땀이나 닦아"
실실 웃는 낯짝에 수건을 던지며 괜히 퉁명스럽게 말하자 "아 김여주!".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녀석이 소리친다. 참내, 멋있으면 뭐하냐고.. 다른 애들 꺅꺅거리기나 하고. 나도 모르게 입술을 잘게 씹었다. 그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기분이 좋은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옆에 붙어왔다.
"아 표지훈- 땀 냄새나, 떨어져"
"왜이렇게 까칠해?! 나 골도 넣었는데!"
"..딴 생각하느라 못봤어 임마"
"뭐?"
"다시 말해봐"
"아 너 골 넣는 거 못봤다고!"
"뭐?!!!!! 와 경기 뭐하러 보러왔냐!!"
"악-!!표지훈!!!!!"
아 쫌!!!!
아니 무슨 어린 애도 아니고 덩치도 산만한 게 헤드락을 걸어오는데 아, 진짜 죽을 맛이다. 아프다고, 쫌!! 아프다고!!!! 참다 못한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녀석이 헤드락을 걸던 팔에 힘을 풀어온다. 아 진짜 표지훈. 잔뜩 헝클어져버린 머리를 정리하고 괘씸한 마음에 녀석을 매섭게 노려보는데,
아니.. 뭐야 그 눈빛은.
나보다 더 살벌한 눈빛으로 날 노려보는 표지훈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입은 잔뜩 튀어나와가지고는.. 그거 못 봤다고 나한테 시위하냐 지금..? 나도 아쉬워 죽겠구만.. 한편으론 또 못마땅한 얼굴로 날 노려보고 있는 그 표정이 재밌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오려는데, 날 노려보고 있던 표지훈의 손이 다가와 거칠게 내 얼굴을 스친다. 악!
"야 표지훈!"
"명장면 또 놓쳐라- 나 간다"
"..."
어느새 내 손에 쥐어져있는 수건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명장면은 무슨.. 고개를 들어 경기장으로 달려나가는 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다시 내 쪽으로 몸을 휙 돌린 녀석이 자기 가슴 쪽을 팡팡 두들기는 제스쳐를 취하더니 나를 향해 무어라 말을 한다. "잘.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런 내 표정을 본 표지훈도 입꼬리를 올린다. 삑- 하는 휘슬 소리와 함께 3피리어드가 시작됐다.
...
이어진 4피리어드에서도 표지훈은 골을 넣지 못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표지훈의 모습이 눈에 띄어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툭- 치자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확인한 표지훈이 입을 비죽인다.
"..아까 진짜 멋있었는데"
"야 너 골 넣는 거 한 두번 보던 것도 아니고"
"어으, 아쉬워"
"네네 알겠습니다~ 나중에 영상 꼭 볼게요~"
"하여간 김여주.."
아까보다 입술이 두 배는 더 튀어나온것 같다. 빈정대는 내 말투에 기분이 상한 건지 훽 고개를 트는 녀석의 모습에 또 놀리고 싶은 욕구가 피실피실 솟아난다. 앞서 걸어가는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가 엉덩이를 토닥거리자 고레고레 소리지르며 기겁을 하는 모습이 재밌다. 우쭈쭈, 우리 지훈이.
"아 김여주!!"
"잘해쪄 우리 지훈이~"
"하지마라 진짜"
"오구 알았어알았어-"
"김여주"
"왜 우리 지훈이~"
"하지 말랬지"
하지말라는 녀석의 말에 아랑곳하지않고 장난을 멈추지 않자, 진지한 얼굴로 내 이름을 불러온 녀석이 순간 훽 내 손목을 낚아채고 놓아주지 않는다.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녀석은 아무 말하지 않고 엄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내려다봤다. 그리고 금세 우리 주변을 멤도는 어색한 공기와 말없이 바라보는 그 시선에 내 시선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해야했다. 잡혀있는 손목이 뜨겁다. 예전같으면 놓으라고 버럭 화부터 냈을텐데,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아..미치겠네ㅜㅜ
"야.. 표지훈"
"그러게 하지말라 했잖아"
"..아 손목 놔. 아파"
괜히 얼굴까지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어 얼른 표지훈 손을 뿌리치며 손목을 빼냈다. 얼얼한 건 분명 손목인데 어째 귀가 더 붉어져있는 기분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붉은 자국이 남아버린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앞으로 걸어가는데 그세 눈치없이 다가온 표지훈이 내 앞에 서더니 다시 손목을 낚아챈다.
"아"
"많이 아파??"
"괜찮아"
"아..빨개졌다. 양호실 가자 여주야"
"아냐 괜찮아"
"아플 줄 몰랐어. 난 진짜 약하게 잡는다고 잡은건ㄷ.."
"아, 괜찮다니까..!"
내 손목을 제 손으로 쥐고는 가까이서 살피는 표지훈의 모습에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터질 것 같은 그런 창피한 기분이 들어 버럭, 짜증을 내버렸다. 이게 아닌데.. 놀란 얼굴로 내 손목에서 손을 떼고 눈을 맞추는 표지훈을 보니 괜히 또 울컥. 이상한 감정이 벅차오른다. 한 쪽이 아쉬운 관계는 이런 거구나. 진짜 짜증나 김여주.. 여태껏 잘 지내왔으면서 이런 마음을 품어버린 내 자신이 너무 밉다.
"여주야"
"미안, 요즘 잘 못 잤더니 예민한가봐. 나 먼저 갈게"
"..."
이런 기분으로는 분위기만 더 어색하게 만들 거 같아 말같지도 않은 변명을 내뱉고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김여주.. 별꼴이다 진짜.
...
(과거 시점)
"안녕하세요~ 옆집이에요. 인사도 드릴 겸 떡 좀 돌릴려구요"
"어머, 옆집 이사 오셨구나.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호호, 그래도 될까요? 여주야 인사드려야지"
"안녕하세여! (꾸벅)"
"아~ 이름이 여주구나? 몇살이야?"
"여섯살.."
"여섯살이에요 해야지 여주"
"여섯살이구나~ 어머머, 우리 아들래미랑 나이가 같네요- 지훈아~"
표지훈과의 첫만남이었다. 내가 여섯살되던 해 우리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고 그 바로 옆집에는 표지훈네가 살고 있었다. 우연찮게도 옆집 아주머니의 아들인 녀석도 나와 같은 여섯 살이었고 동네 유치원은 한 군데 뿐이었으며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였기에 그 후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붙어다녔다. 매일 같이 등하교를 함께 했으며 중학교를 서로 다른 곳으로 진학하게 됐을 땐 어린 마음에 집 앞 놀이터에서 눈물을 질질 짜기도 했다. 물론, 중학교도 나란히 있는 여중, 남중이었기에 등하교를 대부분 같이 했고 고등학교에서 이렇게 다시 만났지만. (절레절레)
"김여주~~ 어제 그 숙제는 다 했어?"
"말도마.. 나 어제 1시에 잤어"
"그러게 대충하라니까-"
"표지훈 넌 학교 생활 좀 성실히해"
"뭔소리야~ 나 학교생활 완전 열심히 하는데?"
"말이라도 못하면.."
어깨를 으쓱이며 뻔뻔하게 엄지를 들어올리는 표지훈을 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언제 철들래 지훈아. 하기사.. 표지훈은 농구를 잘하니까. 성적 관리 그거 뭐, 좀 소홀해도되겠지. 속으로 생각하며 책상 위에 놓여진 책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데, 갑자기 내 맞은 편 자리로 위치를 이동한 표지훈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왜이래.
"김여주, 살빠졌어?"
"헐 대박- 왜?"
"얼굴이 좀 헬쓱해진게"
"(기대)"
"오늘따라 더 못생겼는데?"
어이없는 녀석의 말에 빠직, 눈썹을 꿈틀거리며 매섭게 놈을 노려보자 저 놈은 또 뭐가 그렇게 웃긴 지 잇몸 만개한 채로 하하하, 아하하 하며 웃어댄다. 아 저게 진짜. 손에 쥐고있던 지우개를 냅다 표지훈을 향해 던졌다. 지우개에 이마를 맞은 표지훈이 윽! 하는 신음을 짧게 내더니 날 힐끗 쳐다보고 다시 웃기 시작한다. 저게.. 아침부터 미쳤나.
"아니, 근데 진짜 살 빠진 거 같애"
"닥쳐~ 안 믿어~"
"오빠가 오늘 떡볶이 사준다 가자 여주야"
"표지훈"
"어?"
"너 떡볶이 먹고싶었지? ㅡㅡ. 이게 어디서 수작이야- 나 바쁘거든?"
"..아 왜~"
"안돼, 학원 가야돼(단호)"
"하루만 빠져.. 아아 김여주~.."
마음이 약해진다. 아, 나도 떡볶이 먹고 싶은데.. "하루만 빠지자 여주야아"하는 표지훈의 목소리가 강하게 날 유혹한다. 아아, 어쩌지. 엄마한테 걸리면 깨질텐데..
"오빠가 떡볶이에 순대 튀김까지 쏜다!"
"콜"
"아싸~"
원래 인생은 오늘만 사는 거지.
얼마 가지 않아 난 이 생각을 뼈저리게 후회해야했다. 학원을 핑계로 야자를 빠진 나는 학교를 마치자마자 표지훈과 함께 평소 즐겨가던 떡볶이집으로 향했다. 물론 학원에는 집에 급한 일이 생겨 못갈 거 같다는 문자를 넣어두고. 룰루랄라-♪ 어느새 콧노래를 부르며 앞서가고 있는 날 보며 표지훈이 "내가 최고지??"하고 말을 걸어왔지만, 머릿 속을 떠다니는 떡순튀의 향연에 사로잡힌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무시하고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옮길 뿐이었다. 신난당.
"이모, 여기 떡볶이 2인분이랑 튀김, 순대 1인분 주세요~"
"간이랑 허파도 주세여!!!!"
헤헤, 맛있겠다. 오랜만에 먹는 떡볶이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듯 했다. 이 때까지도 나는 떡볶이에 취해 가볍게 여겼던 땡땡이가 가져다줄 후폭풍을 생각지 못한 채 한껏 들떠 있었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떡볶이와, 접시 위에 가지런히 줄 맞춰 정렬하고 있는 순대와 간,허파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랗게 잘 익은 튀김.. 줄지어 나오는 음식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와, 하는 탄성을 질렀다. 이거지, 그래 ㅠㅠ 존맛탱이겠다.. 킁킁 거리며 냄새를 느끼다 문득 이게 표지훈이 사주는 음식이라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들어 녀석을 바라보는데,
턱을 괴고 접시를 내려다보고있는 녀석의 표정이 심상치않다. 야..ㅇ..왜그래? 당황한 내가 녀석의 시선이 향해 있는 곳으로 눈을 좇는데, 아.. 순대. 그 시선 끝엔 순대가 있었다. 탱탱함을 뽐내고 있는 허파는 덤. 못볼 거라도 본 거 같은 표정으로 젓가락을 들어올리고는 순대를 한 번 툭 친 표지훈이 "으어으아악"하는 요상한 소리를 내며 테이블로부터 몸을 멀찍이 떨어트렸다. 그렇다. 표지훈은 순대를 무서워한다. 보는 것도 징그러워해서 평소엔 그냥 떡볶이만 시켜먹었었는데.
"딴 거 시킬 걸 그랬나?"
"어어?"
"너 순대 못 먹잖아. 이거 네가 사는건데 그냥 튀김 2인분 시킬 걸"
"괜찮아, 안 먹으면 되지"
"표정이나 풀고 말해라~ 그냥 평소대로 시키지 순대는 왜 시켰냐"
"왜 시키긴"
"..?"
"너 좋아하잖아 이거"
"..어?"
"그리고 아까 사준다고 약속 했잖아~ 기억안나냐 김여주~"
"아.. 어.. 그치..! 사나이가 한 입으로 두 말할 순 없지!"
너 좋아하잖아 이거. 분명 당연한 말인데도 무심하게 내뱉은 표지훈의 말에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왜지..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올~ 표지훈~ 싸나인데~'하며 젓가락을 집어 들어 눈 앞에 펼쳐진 떡볶이와 튀김을 한 번에 입에 넣었다. 아, 행복하다. 행복해.
"맛있어?"
"응, 진심 존맛!!"
...
존맛.. 떡순튀는 분명 존맛이었는데.. 나는 왜 그거에 눈이 멀어 학원을 빠졌을까. 떡볶이를 금세 해치우고 학원 시간에 맞추기 위해 노래방까지 다녀온 후에야 우린 집으로 향했다. 표지훈과 나란히 아파트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코너를 돌았을 때, 곧바로 마주한 광경에 나는 물론이고 표지훈도 함께 그 자리에 얼어 붙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우릴 보지마자 바로 이어진 "김여주"하는 엄마의 부름에 아, 망했구나. 나는 그 순간 내 미래를 깨달았다.
"아..하하, 엄마.."
"안녕하세요"
당황해 안절부절하는 나와는 달리 표지훈은 금새 침착한 얼굴로 내 앞에 서 꾸벅 엄마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제서야 엄마도 내 옆에 서있는 표지훈이 눈에 들어온 건지 표정을 살짝 풀었고, 이내 내게 눈짓하며 이 상황을 설명하라는 듯한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엄마.."
"여주(이) 너 똑바로 말해. 거짓말 할 생각 말고"
"...."
"학원에 왜 거짓말하고 빠졌어- 엄마가 모를 줄 알았어?"
"엄마 그게.."
"죄송합니다 아줌마, 제가 여주(이) 억지로 끌고간 거에요"
"..야 표지훈"
"지훈이 너.."
"제가 학원 하루만 빠지라고 했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여주는 안가려고했어요. 죄송해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에요.."
우리 엄마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날 감싸주려 제 잘못이라고 말하는 표지훈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그저 멍하니 서있었다. 표지훈 잘못이 아닌데.. 그건 다 나도 떡볶이가 먹고싶어서 그랬던 건데..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함이 자리잡았다. 그리고 언뜻 본 엄마의 표정은 심란함이 묻어있었다. 평소 표지훈을 예뻐라했던 엄마이기에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고민하시는 듯 했다. 한참을 그렇게 정적이 이어지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지훈이를 향해 엄마가 입을 열었다.
"지훈이 너 아줌마가 예뻐라하는 거 알고 있지?"
"..네"
"이번만 넘어가는거야. 다음에 또 이런 일 있으면, 아줌마 지훈이한테 화낼지도 몰라"
"죄송합니다"
"고개 들고, 집에 들어가. 내일 아침에 일어나려면 가서 쉬어야지"
의외로 엄마는 덤덤했다. 엄마의 말에 그제야 고개를 드는 표지훈을 미안한 얼굴로 쳐다보자, 눈이 마주친 짧은 순간에 괜찮다는 듯 살짝 웃어보이곤 '미안해' 입 모양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 모습에 이상하게 난 울컥, 눈물이 날 거 같았다. 곧이어 엄마를 향해 꾸벅 인사한 표지훈이 집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들어가는 표지훈의 뒷모습이 괜히 눈에 밟힌다.
"김여주 들어와"
"응.. 죄송해요 엄마"
"지훈이라서 이번 한 번만 넘어가는거야"
"응.."
"학원에서 안부 묻는 전화 와서 엄마가 얼마나 당황했는 지 알아?"
"..."
"엄마가 선생님께 거짓말 드려야겠어?"
"미안해.."
"얼른 방에 들아가서 씻고자. 다음부턴 그러지마"
미안, 엄마. 나를 따끔하게 혼내고 들어가는 엄마를 멍하니 바라보다 방으로 들어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방금 전 엄마의 말들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내 머릿 속은 온통 연신 죄송하다 말하며 고개를 숙이던 표지훈의 모습으로 가득찼다.
어쩌면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표지훈이 달라보인게. 마냥 장난만 칠 줄 아는 놈이라 여겨왔던 표지훈이, 진지함이라고는 1도 없는 놈이라 생각했던 녀석이, 난생 처음 남자로 느껴진 건. 그것은 내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 낯설고,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처음으로 느껴본 혼란스러운 감정에 적응할 틈도 없이 어느새 난 표지훈을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동등 선상에 있던 우리의 친구 관계는 그렇게 내 쪽이 불리한 관계가 되어있었으며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그것은 날 대하는 표지훈의 태도. 그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그 불리한 친구 관계마저도 유지하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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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나리 작가에요8ㅅ8..
놀러 가기 전에 뭐라도 글 쪄드리고 싶어서 정지 당하기 전 잠시 작성했던 글 가져왔습니당!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참고로 이 글은 상, 하가 될지 상,중,하 가 될지모르겠어요!
이 글 다음편보다는 회사선배로 먼저 찾아뵐 거 같네요ㅎㅎ
그럼 여행 조심히 다녀오겠습니다 ^0^/
# 예쁜 독자분들 #
커피우유 / 왱왱 / 구름위에호빵맨 / 백수꿀벌 / 알티스트 / 벗 / 두부 / 요랑이 / 블넹
백설공주 / 회사원 / 구강포진 / 후니 / 토끼 / 우유
(빼먹은 분 있으면 꼭꼬곡꼭꼭 말씀해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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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