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남이 비글인데 15
시간은 빠르기도 하지.
오늘 저녁에 야자 띄고 집에 오는데 평소에 잘 울지도 않던 폰이 까똑! 하고 우는거야
보니까 백현이더라고
집에 잘 들어갔냐 묻는게 생소해서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먼저 끊었어
녀석이 맘 조려 하는거 생각하면 설레기도 하고ㅋㅋㅋㅋ
박찬열 만나고 싶어서 일부러 야자도 뗀건데 오지도 않구.. 나 혼자 시무룩해서 밥 차려 먹고 쇼파에 내리 앉아 있었드아..
열병이 오나봐
이상하게 볼이 발개지고, 변백현은 애증이 도지는데, 박찬열은 또 궁금하고.
아나ㅋㅋㅋ큐ㅠㅠㅠ
덤덤하게 받아들이려니 눈물이 흐르넿ㅎㅎㅎ
아...갑갑해. 왜, 남고에 남장하고 들어간 여자가 가슴 남자처럼 보일려고 압박붕대 둘둘 말잖아
꼭 그 것처럼 요 가슴 부근이 갑갑해진다
'찬열아 뭐행'1
'내 생각 해?'1
'보고 있는거 다 알아.'1
'왜 못본 척 해ㅋㅋ이 바부야ㅋㅋㅋ'1
에잇. 괜히 자존심만 상하네
나 상처만 받았어..ㅠㅠ 박찬열 나쁜시키..
술마신 것 마냥 볼에 열이 확 오르네 고깟 작은 일 하나 때문에 기분이 ㅊ퍽 상한건지 애먼 폰만 쇼파에 홀로두고 방에 들어왔어
혹시나 까똑! 소리 못 들을까봐 숨죽였는데도 잠잠하네
백현이랑 카톡이나 해볼까?ㅋ0ㅋ
… …지친다.
*
"나 좀 보자."
종례 마치자마자 정수정이 나혼테 부리나케 오더니 나징 팔 막 끌고가..
저번처럼 뒷뜰론 안 가서 다행이 만무한데..이번엔 옥상??
내가 왜? 뭔데? 여기서 하면 안되는 이야기야? 하면서 쫄래쫄래 따라가니깐 옥상에 가닿자마자 풀어줘
팔목이 발갛게 부었다...
"백현이랑은 잘 돼가니?"
"…무슨 소리야."
정수정이 나징 말 듣자마자 하, 하고 웃더니 꽤 젖은 눈으로 시선을 바닥에 꽃았어
"채갔으면서."
"… …뭐?"
"네가 가져갔으면 당당하게 말하란 말이야!"
애가 막 바닥에 주저 앉아서 우는거야...내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자 더 험하게 우는거야
빡빡 소리까지 지르면서.
많이 참았나봐….
관자놀이에 핏줄 길이 다져지는데 그 여린 몸에서 그 눈물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더라
"저…."
"나 박찬열이랑 잘 돼가"
나징이 제 말 듣자마자 표정 굳히는 거 보곤 헛웃음 같은 걸 두어번 뱉더니 주저앉은 다리 펴서 꾹꾹 일어나더라고
나보다 키가 좀 큰게 몸매도 탄력있어 보이고… 보니까 왜 남자들이 죽어나가는지 알겠더라 나는 꿈도 못 꿀 텐데, 그렇지?
"그 때처럼 알콩달콩 얘기도 자주 할거고."
그 때라면 백현이 일, 말하는건가?
"남들처럼 커플링, 커플옷, 커플 목걸이 다 맞출거야."
어때? 질투 나?
아랫입술을 콱 물었어
정말 세게 물었다고 생각했는에 아픈 것도 아니더라
"…박찬열이 이렇게 얘기하래."
"… …."
"그래야 너 변백현한테서 떨어진다고"
"… …"
"자기한테 안 와도 좋으니까 붙어있지만 말래"
"… …."
나징이 말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니까 정수정이 한숨 푹 쉬더니 그러더라
"너 그래도 변백현이 좋아?"
"… …."
"…그래, 그럼."
"… …."
"우리 한 번 다시 보자."
정수정이 그러면서 나징 어깨 살짝 밀어쳐서 지나가는데 그 때부터 미치겠는거야
눈물은 눈물대로 흐르고 입에선 울음같은 소리도 없이 뭉그러져서 켁켁 대는데 하늘이 노랗다는 게 이런거구나, 새삼 느꼈다
수채화 풀어놓은 것 처럼 노란 하늘 올려보면서 눈물 거꾸로 흘려보네고..ㅋㅋㅋ
으아, 머리아파
이제 그만 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