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모범심즈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3
-
불과 몇십분전 정재현의 뜬금없는 칭찬에
난 어떻게 집까지 올 수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넋을 아예 놓으면서 집 현관문을 열었다.
언제 정재현과 사귈 수 있을까?
정재현은 내가 아예 꽁꽁 싸매고 다녔으면 했던건가?
어디서 히잡을 구해야하나....
현관앞에 남자 신발이 있네.
오빠 신발 같이 생겼...
?????? 오빠????
....................뭣 됐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넋을 놓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패닉상태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잠깐 오늘 내가 담배를 폈었던가?
냄새는 안나겠지?
그 짧은 시간에도 온 두뇌가 풀가동되어
내 팔을 들고 아예 코를 박아 킁킁댔다.
그 사이 오빠는 내가 현관 문을 열고선
아직까지 신발을 벗지 않고 그대로 서있는 걸 알았는지
오빠 방으로부터 '뭐해, 안들어오고~'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쾅쿵쾅대며 진정 안되는 심장을 부여잡고
조심스럽게 한 발, 두 발, 발걸음을 떼
최대한 빠르고 민첩하게 내 방을 향했지만
오빠는 이미 방에서 나와 나에게 말을 건네왔다.
"일찍 들어왔네? 학교에서 야자 안 했어?"
집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되었는지 외출복을 입은 상태로
내게 궁금증을 내비쳤다. 저런 궁금증이 사람을 말려죽인다니깐.
"아, 오늘 동아리 오티만 하고 끝났어"
"...."
조용히 내 얼굴만 응시하는 오빠의 시선이
점점 내 목을 죄여오기 시작했다.
이 오빠는 또 출장잡혔다면서 왜 집에 있는거야.
미치겠네. 담배냄새나서 그런가? 아 진짜 돌겠다.
"ㅇ...왜?"
"염색했네?"
정확히 저 말이 끝나자마자 오빠는 나를 지나쳐 부엌으로 향해
컵을 들고 물을 따라 마셨다.
내가 노란색으로 염색한 걸 알았던 오빠는
다행이도 그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개성이 강한 아이라고 생각해왔었다.
오빠 나이 입장에서도 염색한 고딩을 보면 날라리라고 생각했을 법도 한데
그 부분에선 나도 참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
"이제 평범한 사람들이랑 섞여 살기로 맘 먹은거야?"
여전히 물을 마시면서 나를 응시하고 있는 오빠에게
으응, 이라며 대충 얼버무리며 대답해줬다.
"나 이제 고2잖아, 오빠 근데 갑자기 왜 왔어? 출장 있다며"
"아, 어 다시 나가봐야돼. 옷 갈아입으려고 잠깐 들른거야"
오빠는 다시 부엌에서 나와 나를 지나치면서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검은색 잘 어울리네~ 누구 동생인지 예쁘다"
"그 말 노란색으로 염색했을 때도 했었거든?"
"내 말의 포인트는 니가 내 동생이란거야~"
분주하게 움직이는 오빠의 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열심히 입을 삐죽였다.
그런 나를 오빠는 발견할 틈도 없이 급하게 현관 쪽으로 향했다.
오빠는 허리를 숙여 구두를 신다가 멈칫,하고는 허리를 펴고 나를 바라보았다.
"동생, 용돈은 안 급해?"
내 대답을 들을 시간도 없는 듯 오빠는 뒷주머니에 있는 지갑에서
초록색의 지폐 몇장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 손으로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더 필요하면 연락하고. 계좌로 보내줄테니까.
무슨 일있으면 전화해, 없어도 전화해. 오빠 간다"
오빠는 급하게 현관문을 열고 빠져나갔다.
현관문이 닫히려는 그 순간, 다시 열리더니
그 사이로 오빠의 얼굴만 쏙 내밀며,
"오빠가 많이 사랑하는거알지?"
하며 한 번 웃어주고 다시 문을 닫았다.
어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뭐가 지나간건지, 그 와중에도 나는 오빠가 놓고간 돈을 들고
얼마인지 눈으로 훑고 있었다.
치킨이나 시켜먹을까...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으려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뭔가 오빠 살이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요즘 많이 바쁜가?
여러가지 생각들이 꼬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엄마 아빠까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현재 엄마랑 아빠는 머나먼 미국땅에서 거주 중이다.
원래 할머니랑 고모랑 둘이서만 미국에서 살고 있었지만
고모가 뒤늦게 머리가 샛노란 코쟁이와 급히 결혼하는 바람에
고모 하나만 보고 살았던 할머니 혼자 남겨지고 말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할머니의 건강상태가 더 안 좋아지셔서
엄마랑 아빠는 망설임없이 미국으로 슝, 하고 날아가 버리셨다.
그게 내가 중3 끝나갈쯤 겨울, 그러니까 약 1년전의 이야기고
덕분에 난 혼자 한국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단 말이지.
내 사정을 알게되는 누군가는 내게 당연하다는 듯 물어온다.
되게 외롭지~ 하고 말이다.
그에 나는 대답해준다.
절대! 외로울게 뭐가 있어?
항상 바쁘지만 날 똥강아지처럼 이뻐해주는 오빠도있고
담배나 피어대지만 내 고민도 들어주는 친구들도 있고
그리구 멋지고 잘생긴 정재현도 있는데.
어느새 머릿속에 가득찬 정재현 생각에
아까 학교에서의 상황이 떠올랐고
나는 이내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몰라,몰라 하며 수줍은 소녀로 돌아갔다.
까똑!
씻으려 수건을 들고 방을 나서려는데
조용했던 폰에서 카톡소리가 힘차게 들려왔다.
정수정인가? 지금 나오라는 거 아니야?
벌써 옷도 다 갈아입고 귀찮은데 혹여나 나오라는 연락일까봐
나는 무시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방에 있는 폰은 열심히 까똑소리를 내며 열일하고 있었다.
근데.... 뭔가 찝찝하다.
...에잇, 나는 발걸음을 돌려 내 방으로 다시 들어가
신경질적으로 침대 위에 놓여져있는 폰을 들었다.
[여기 수학동아리 단톡방이야. 각자 폰 번호 올려줘]-반장
[010-0000-0000, 1학년 김XX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010-1111-1111, 2학년 이XX입니다. 열심히할게요]
[010-2222-2222, 1학년 이XX입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
.
.
헐? 잠깐 정재현 번호는 올라왔나?
난 열심히 손을 놀려 재빠르게 대화방을 훑었다.
정재현의 '정'자도 없는 걸 보아 아직 폰을 확인을 안한 듯 보였다.
나는 언제 씻으려고 했던건지 모를 정도로
본격적으로 아예 의자에 자리잡아 지금 카톡방에 초대된 목록창을 열었다.
보자,보자... 아, 찾았다. 정재현.
나는 어떠한 망설임 없이 정재현의 프사를 클릭했다.
정재현이 키우는 애완견인지, 큰 개를 옆구리에 끼고
보조개를 보이며 환하게 웃는 사진이었다.
내가 다 힐링되는 기분이네.
사진 속 정재현의 모습 따라 나도 미소를 지으며
당연하게 정재현의 프사를 캡쳐 했다.
스토커같지만 뭐.. 별 수 있나? 아직은 안 친한걸...
속으로 열심히 민망해할때쯤
까똑,이라는 소리와 함께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010-XXXX-XXXX, 정재현, 수학 좋아합니다]
정재현다운 메시지에 나는 정재현의 번호를 저장할 생각도 하지 못한채
크게 웃었다. 너무 귀여워..... 멋지거나 귀여운거 하나만하지
아 맞다, 나 이럴때가 아니지.
나는 자세를 다시 고쳐 앉고
재빠르게 정재현의 번호를 저장한 다음, 메시지를 작성했다.
[재현아, 나 여주! 2학년!]
전송을 누르고, 나는 곧바로 다시 새롭게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 이건 내번호! 꼭 저장해 꼭꼭]
이제야 맘에 든 나는 흡족해하며 답장이 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1분이되고 2분이되어도 폰은 자신의 할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것 처럼 매우 조용하였다.
갑자기 신경질난 나는 폰을 힘껏 침대 위로 던져버리고
원래 씻으려고 했던 아까처럼 수건을 집어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복병이 하나 생겼다.
양치하면서도 웃는 정재현 모습,
세수하면서도 웃는 정재현 모습,
샤워하면서도 웃는 정재현 모습..
돌겠다.... 정재현이랑 사귀기 전부터 벌써 미치게 생겼다.
처음 겪는 열병에 폭발해버릴 것 같아 답답했다.
다 씻고 내 방에 들어왔는데도
개운한 느낌보다는 후끈하고 땀 흘릴 것같은 기분을 가라앉히려
아직 쌀쌀한 저녁의 기운이 도는데도 불구하고
내 방 창문을 활짝 열어 창밖에 얼굴을 내밀었다.
살랑살랑부는 바람에도 문 닫을 생각 없이 그렇게 한동안 내밀고 있던 중,
그때였다.
까똑,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침대 위의 폰을 바라보았다.
폰은 뒤집혀 있어 화면은 보이지 않았지만
벌써 머릿속으로는 많은 생각들이 지나쳐가고
답장은 어떻게 보내야 할지 수많은 시뮬레이션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침대쪽으로 다가가
좀전의 폰을 던졌던 것과는 다르게 애기를 다루듯 슬며시 뒤집었다.
[나와] - 정수정
이런 ---.
괜히 기대했네.
김빠진 이 상황에 갑자기 무력감이 밀려와
정수정의 메시지에 답장할 생각도 없이 침대 위로 드러누웠다.
내가 눕자마자 폰은 힘차게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오, 이 성질급한년.
"여보세요"
-왜 안나와?
"너가 보낸지 아직 30초도 안 지났거든?"
-지금도 열심히 시간은 일하고 있다
"간다, 가"
-놀이터야. 얼른 나와 존나 추워.
"알았다니깐"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정수정 줄 외투도 챙기고.
놀이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워대는 정주정이 바로 보였다.
나는 가까이가서 대충 얼굴 앞으로 지나가는 담배연기를 휘저어 보내면서
정수정의 무릎위로 외투를 던지고 정수정이 앉아있는 그네 옆에 털썩 앉았다.
"오오 김여주 센스~"
"너는 추울 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까지 왔어"
"이 년이. 그래도 지 생각해서 여기까지 왔구만"
"아이고. 황송합니다 황송해요"
열심히 비아냥대는 나를 무시하고 정수정은 다시
담배곽을 열어 입에 담배를 물었다.
그러곤 담배 한까치를 나에게 내밀었다.
"됐어"
거절하는 나를 정수정은 빤히 보더니 그네에 앉은 상태로 나에게 엉거주춤 다가왔다.
내가 당황해하며 몸을 뒤로 빼내려 하자
정수정은 한쪽 손으로 내 팔을 딱 잡더니
내 눈동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 왜그래~"
"아 가만 있어봐. 너... 어디 아파? 요즘 왜그래?"
"무슨 소리야"
"너 요즘 이상해. 무슨 일인데. 요즘 사는게 힘들어? 오빠가 너 호적에서 파버린대?"
"둘다 아니거든? 이것 좀 놔아"
내가 잡혀있던 팔을 흔들자 정수정은 그제서야 잡고있던 내 팔을 놔주었다.
정수정도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다시 곽안에 쑤셔넣고선 지 주머니로 감췄다.
"....."
"....."
아무도 없는 놀이터는 정적을 갖고 있기에 충분했고
우리 둘 다 아무 말없이 서로 각자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봐도 정수정이 지금 서운함을 내비치는 이 상황에,
아.. 아직 말할 때는 아닌데...
정재현의 얘기를 꺼낼까말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던 도중,
"아 배고프다"
분위기 깨기에 딱 좋은 정수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괜찮은 척 하는거야, 아니면 진짜 배고픈거야?
정수정의 의도를 모르겠어서 표정을 살피려 했지만
가로등들도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그러기엔 역부족이었다.
"언젠간 말하겠지"
"...."
"뭐.. 절교하자는 말이라도 하겠ㅇ.."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
내 입 밖으로 나온 폭탄발언에 정수정은 경악에 질린 표정을 하면서
나를 바라보았고 그런 정수정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정재현 때문에 미치겠다, 수정아."
또 한번의 핵폭탄발언에 정수정은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그 범생이? 그..그.. 연필잡이?"
충분히 예상했던 정수정의 반응에
나는 굳이 그런 정수정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은 하지않았고
꽤나 충격이었는지 정수정은 말을 잇지 못했다.
"야.. 니가 그래서 염색도 하고 치마도 길게하고..또..또.."
"화장도 연하게 하고 다닌다 내가."
"그러니까 말이야, 이 미친년아..."
나는 푸흐흐, 웃으며 한 쪽 손으로 얼굴을 가리자
정수정은 웃지 말라며 약하게 내 어깨를 쳤다.
"그래서 걘 니가 이러는 거 알고있대?"
"야, 그래도 걔가 아까 나한테 이쁘다그랬어. 계속 이러고 다니라고"
"지랄한다, 지랄해... 그래서 좋디? 어? 좋아?"
"응, 너무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
"미칠 것 같은게 아니라 넌 이미 미쳤어, 정신차려"
나를 타박하는 정수정의 말에 나는 괜히 발 끝으로 모래 장난을 쳤다.
서로 각자 생각에 빠질 무렵,
갑자기 모든게 해결된 것 마냥 시원했다.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답답했는데....
역시 사람은 이렇게 터놓고 말할 사람이 필요한 듯 싶다.
.... 배가 많이 고프다.
"야, 정수정. 가자 언니가 쏜다. 아까 오빠한테 용돈 받았어"
"꺄아 언니, 멋쪄!"
내가 벌떡 일어나자마자 정수정도 나 따라 일어섰다.
이 칠칠이, 정수정은 어깨 밑으로 흘러내리는 자켓에도 신경쓰지 않는 듯
그저 바지만 털털 털고 일어선다.
난 그런 정수정이 입고 있는 자켓을 투박하게 위로 올려주고
먼저 발걸을음 빨리에 앞장섰다.
놀이터를 벗어나도 정수정은 계속해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근데 오빠? 출장 있으시다고 하지 않았어?"
"내말이. 아까 집에 들어갔더니 와있더라. 바로 나가긴 했지만"
"야 너 쪼달렸겠다. 담배 안 걸렸지?"
"야, 걸렸으면 지금 이렇게 집밖으로 나오지도 못했어"
정수정과 신나게 피자도 먹으며 포식하고 헤어진 다음,
바로 집에 들어와 도착 하자마자 내 방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배가 부르니 나른해지는 기분을 일부러 물리치고 싶지않아
눈 감고 길게 한숨만 쉬었다.
여전히 정재현으로부터의 깜깜무소식은
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기에 정말 충분했다.
왜 답장이 안 오지... 결국 내가 싫다는 건가...
하긴... 아까 담배곽 들고 있는 건 누가봐도 정떨어지겠다...
아니, 그럼 왜 아깐 이쁘다그런거야? 어장인가?
혼자 열불내고 식히고, 왔다 갔다,
양치 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밤새 뒤척이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려
내 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에 저절로 눈을 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폰을 들어 확인해봤는데,
[미안해요. 지금 확인했네. 바로 저장 했어요 선배님] - 정재현
-
오늘 재현이 분량.....(((재현)))
여러분들 재현이 보시러 5p씩이나 내고 읽으셨을텐데..
죄송합니다. 제가 죄인입니다 (박는다)
+) 암호닉은 매일 받고 있으니 망설임 없이 신청해주세요 :)
+) 비회원분들은 댓글이 다른 분들보다 늦게 확인 되기 때문에
제가 암호닉을 늦게 추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절대 빼먹진 않을테니 걱정말고 다음화에서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스엠고등학교 학생들 |
달탤 / 달빈 / 국자 / 갓재현 / 텐용 / 꽃길 / 푸후후야 캐스퍼젼 / 윤옥 / 페파 / 오렌지 / 민트초코 / 찌뽕 / 분수 망고맘 / 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