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모범심즈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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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뭐가?"
"니 꼬라지 뭐냐고"
"그니까 내 꼬라지가 뭐"
"김여주, 꼴값떤다 진짜"
내 친구들은 내 모습을 보면서 자기들끼리 낄낄 웃는데,
그에 반해
난 입을 삐죽이고 괜한 내 긴 머리카락 끝만 뱅뱅 돌리며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내 검은색 머리카락을 말이다.
아주 까맣고 까만 내 머리카락.
스엠고등학교에서 짖궃다면 짖궃은,
꽤나 말썽을 부리는 무리들 사이에 껴있는 18살의 나는
친구들의 조롱에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아, 난 신입생도 아닌데 입학식을 왜 가냐"
"내 말이, 야 그냥 쨀까?"
"콜, 김여주 너도 쨀거지?"
입학식에 가기 싫다며 투덜거리는 박수영의 말에
정수정은 곧바로 나에게 입학식을 째자며 나를 꼬드겼다.
"됐어, 학교 밖으로 나가기도 귀찮다. 난 그냥 참석할래"
고개를 젓고선 앞만 보고 가는 나를 가리키며
정수정은 박수영의 어깨를 툭 쳤다.
"아~ 김여주. 얘 또 모범생 짓한다"
"진짜야. 나 그냥 오늘 집으로 바로 갈거야. 오늘 오빠 온대"
"너 빠지면 우린 무슨 재미로 노냐"
"그러면 그냥 입학식 같이 가시던지요~"
비꼬는 내 말을 끝으로 나는 강당으로 가는 발걸음을 빨리 했고
정수정과 박수영은 맘에 안드는 듯
입을 다물고 내 뒤를 따랐다.
"야야, 나 진짜 토할 것같애. 교장 입 꼬매고 싶다 진짜"
지루하고 재미없는 교장의 설교가 한참이던 중,
꽤나 오래 조용하다 싶었던
정수정은 눈썹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보았고
"안 되겠다, 야 하고 오자"
검지와 중지로 입 앞에 갔다댄 박수영도 꽤나 오래 참았다 싶었다.
박수영과 정수정이 벌떡 일어섰음에도 난 그저 멍하니 앞만 보며 앉아있었다.
몇 발자국 뗀 정수정은 내 어깨를 툭툭 치었다.
"넌 안가?"
"오늘 오빠 온다니깐. 나 담배냄새나면 머리채 뜯겨. 니들끼리 하고와"
"하여간. 김여주 오늘 뭔일 난다 진짜"
혀를 끌끌 차며 나를 흘겨본 정수정은
이미 없어진 박수영과 마찬가지로 이내 급하게 자리를 떴다.
꼴에 원치 않게 모범생 짓하는 나는 여전히 멍하니 교장의 얼굴만 쳐다봐야했다.
진짜 오늘 뭔 일 나나 싶었다.
하필 오빠는 오늘 와서는....
수학 시간에 열심히 공식을 외치는 선생의 모습과
자연스레 오버랩되는 교장의 말을 익숙하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내는 중이었다.
관심있게 보지도 않았던 강당의 내부 모습도 보았고
괜히 앞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이름 모를 같은 반 애의 머리도 흘겨 보았으며
눈을 열심히 요리조리 굴려 내 나름대로 시간을 떼웠다
그러다 나는 우연히 이제 갓 입학한 1학년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시선을 머물 수 밖에 없었다.
긴장한 듯 조용히 앉아있는 1학년들 사이에서 우뚝 선 어떤 애가 내눈에 들어왔다.
그 애는 한 선생의 안내를 받으며 무리에서 나와 단상 쪽으로 혼자 앞으로 나섰다.
우리 반에서도 그 애를 발견했는지 자기들끼리 웅성대며 수근거렸지만
그 애들의 말에 기울일 만큼 내 집중력은 그렇게나 좋지 못했다.
이제 막 17살이 된 사춘기 소년처럼 보이지 않는 큰 키에,
내가 알고있는 시꺼먼 주위 남자애들과는 다른 아주 흰 피부,
거기에 가끔가다 미소 지으면 도드라보이는 보조개.
초딩때 친구 따라 읽었던 인소에나 나올 법한 남자주인공이었다.
심장은 제멋대로 뛴 건 예전 일이었고 그 애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교장의 훈화말씀은 언제 끝난건지
입학식을 진행하는 한 선생은 그 애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번 2016학년도 수석 입학생 정재현 학생.
단상 위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수석.. 입학생...
나와는 거리가 먼 그 단어를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안에 굴렸다.
큰 키라면 허우대라며 치를 떨었던 예전의 내 말을 비웃듯
그 아이는 가볍게 계단을 올라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발걸음을 했다.
교장을 향해 서있던 터라 뒷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그 아이의 얼굴을 똑바로 보는 것 마냥,
나는 얼굴을 붉혔다.
"1학년 1반 정재현 학생이 입학생 대표로
신입생 선서를 하겠습니다."
그 애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생각이 귀를 통해 머리에 이르자마자
나는 마른 침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그 아이는 오른 손을 들었고 입을 뗐다.
"선서, 1학년 1반 정. 재. 현.
2016학년도..."
역시나 목소리마저 완벽했다.
아까 정수정이 말했던 그 뭔 일이 이 일이 될 줄이야.
허탈하게 코웃음을 친 나는
단상 밑으로 내려가는 그 아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온 집중력을 다했다.
열심히 그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던 중,
눈 깜짝할 그 순간에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런 순간,
나는 호흡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그 아이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고
그런 나를 비웃듯 한 쪽 입꼬리를 올린 모습을 한 채,
자신의 자리으로 돌아갔다.
언제 왔는지
담배 냄새를 풀풀 풍기며 나타난 정수정과 박수영은
웅성거리는 아이들과 큰 박수 소리에
뭔데? 뭔데? 하며 목을 빼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왜? 왜들 이래? 뭐 했어?"
박수영은 나를 툭치며 물어왔지만
나는 뭐라 대답해줄지 몰라 어버버,하며 얼버무렸다.
그렇게 패닉상태는 꽤나 오래 갔다.
"야, 정수. 나 잠깐 교무실"
"왜? 뭐 걸렸냐?"
"아있어"
그나마 우리에게 익숙한 변명거리를 생각해낸게 교무실이었는데
눈치가 빠른 정수정은 이상하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 잠깐 담임이 보재서. 내가 아까 뭐 물어봤어"
당황한 나는 계속해서 횡설수설한 모습을 보였다.
"김여주. 아까부터 뭔가 이상하다 진짜."
"아니라니깐. 나 간다. 니들끼리 먼저가. 이따 전화할게"
정수정이 다시 말걸기 전에 나는 가방끈 한쪽을 잡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하여간 정수정한텐 무슨 거짓말을 못하겠어..
혼자 중얼거리며 아까부터 계속 떠올려서 그런지
내 발은 자연스레 원래 교실이었던 것 마냥
1학년 복도로 향해 계단 위를 올랐다.
1반 옆 화장실 앞에서
아직 안끝난 1반이 어서 끝나기를 바라며 열심히 기웃거렸다.
다시 한번 머리를 빗었지만
오늘 따라 머리결 상태가 나빠보였고
다시 한번 거울을 들어 얼굴을 보았지만
오늘 따라 화장을 한 내 모습이 맘에 안들었다.
그냥 내일 올걸 그랬나..
머릿속으로 오늘은 그냥 집에 가고 내일 다시 올까하는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이미 종례를 마친 다른 반 1학년 남자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농담을 하며 시끄럽게 반에서 나오다가
2학년인 나를 발견하고는 조용하게 지나쳐갔다.
학교다니며 꽤 익숙한 시선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사소한 것들도 하나하나 다 신경쓰였다.
마지막으로 다시 거울을 보자하는 생각에
가방 속 거울을 찾으려 손을 들었지만 다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안 끝날 것 같았던 1반의 문이 열렸고 많은 남자애들 사이에서
그 아이를 찾으려 발걸음을 이리저리 하며 까치발을 들기도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까 내내 떠올랐던 그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계속해서 마르는 입술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나를
어떤 1학년 아이들은 2학년 선배를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던지
기어가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오, 하고 지나치기도 했다.
그에 반해
나를 바라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그 아이는 그런 나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옆에 바로 있는 친구들과
그새 친해졌는지 장난을 치며 지나갔다.
1학년 복도로 대체 무슨 용기로 왔을까 하였지만,
그와 반대로 지금은 우물쭈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내 나는 그 생각을 지웠고
내가 누구야, 하며 망설임 없이 그 아이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정재현!"
앞에 걸어가던 정재현을 포함한 아이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인 정재현은 가만히 앞을 보고 있었고
그 옆에 있던 친구들이 뒤를 돌아 보았다.
나는 다시 한번,
"저기.." 라고 용기를 내었다.
그제서야 정재현은 뒤를 돌아 누가 자신을 불렀나, 궁금한 표정과 함께
나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할..말이 있어서.."
조용히 나를 응시하던 정재현은
옆의 친구들에게 먼저 가, 내일 보자. 하고
사람 좋게 웃어주었고
오래 지나지 않아
그 복도에는 그 아이와 나만 남겨졌다.
나에게 좀 더 가까이 온 정재현은 내 명찰을 보곤
다시 내 눈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세요, 선배님?"
미소를 띤 채 웃는 그 아이의 눈을 곧이 곧대로 볼 수는 없어
나는 정재현의 보조개만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아.. 그게.."
"네, 선배님"
내가 말을 계속하기를 복돋아주는 듯
정재현은 재촉하지 않고 계속 나를 바라보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계속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이리저리 눈을 굴렸지만 도대체 어떻게 말을 해야하나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까처럼 그래, 내가 누구야, 나 김여주야.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차올랐으며
일을 저질렀다. 그 아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 채.
"니가 맘에 들어서. 번호 알려줘."
예상치 못한 말이었는지 정재현은
아.... 하며 처음으로 내 눈을 피했다.
그래.. 당연히 예상하지 못했겠지.
아까 아침까지만 해도 내가 이럴 줄 꿈에도 몰랐어 나도.
정재현은 조용히 자신만의 생각에 잠겼고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찡그린 자신의 눈썹을 긁었다.
"근데 선배님."
갑작스레 말을 건 정재현에
난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벌리며 정재현을 바라보았다.
날 불렀음에도 입을 열 생각이 없어보이는 정재현은
내 머리를 쳐다보았다.
"선배님 머리가.."
"내 머리?"
나는 손을 들어 괜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 묻었나?
"머리가 노란색이시네요"
예상치 못한 정재현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거기다가.."
내 얼굴을 보고 정재현은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
"화장도 하시구요"
난 괜히 머리에 머물렀던 내 손을 내려 얼굴을 만지작댔다.
그런 나를 상관 안하는 듯
정재현은 다시 시선을 아래로 하여 내 치마를 바라보았다.
"치마도 짧으시고.."
다시 나는 손을 더 내려 치마 끝 단을 손으로 잡아
내려가지도 않는 치마를 더 내리려 애썼다.
정재현은 무표정이었던 얼굴에 미소를 다시 띠고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전 날라리랑 뭘 해볼생각이 없어서.."
날..날라리..?
가뜩이나 당황했던 나는
정재현의 노골적인 날라리라는 단어에
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정재현은 망설임 없이 뒤를 돌아
복도를 빠져나갔다.
나 혼자 1학년 복도에 남겨졌지만
밀려오는 창피함으로 나는 발을 떼지 못한 채 멍하니 서있었다.
그게 모범생 정재현과 첫 만남이었고
나는 그날 곧바로 미용실로 직행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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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없이 바로 올립니다
사실 저 사진 보고 바로 메모장 켜서 급하게 썼네요 ㅎㅎ
넘나 모범생이미지가 잘어울려요 (내심장)
많이 사랑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