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김재중 - 햇살 좋은 날 (Feat. 이상곤 of 노을)
「김종대,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의 갈림길」
Baby J
一
[I'll be there for you - 2013.11.01 am 7 : 30]
띵동, 맑고 청아한 문자음에 의해 잠에서 깨어났다.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초겨울 바람은 오늘 역시 날 더욱 초라하게만 한다.
‘ I'll be there for you ’ 당신을 위해 거기 있을게요. 늘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은 지 2년이 지났다.
문자를 보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집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2년 전 종대와 헤어진 그 날 이후로 계속해서 이 문자를 받아왔다. 한결같다면 한결같은 이 사람 때문에 번호를 바꾸지도 않았다.
번호를 바꾼다면 이런 사소한 문자에도 설레일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짓밟아버리고 싶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종대를 그리워하며 살 순 없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머리로는 잊어, 지워, 하지만 가슴으론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사랑이니.
“응, 슈퍼 갔다 와서 작업해야지.”
‘아직도 슈퍼를 제집처럼 들락날락 거리네, 고딩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
“작업할 때 군것질거리가 꼭 필요한 게 버릇인 걸 어떡해-”
‘어휴, 그것도 다 병이야. 슈퍼 갔다 와서 전화해.’
“알겠어, 끊어-”
방 안을 가득 채운 초겨울 기운에 이불에 쏙 들어가 있던 몸을 일으켜 창문을 닫았다.
창문을 닫음과 동시에 하나둘 떨어지는 빗방울에 의해 닫힌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너무나도 쓸쓸했다. 마치 나의 모습과도 같이.
도로 옆을 수놓으듯 서 있는 나무들은 나뭇잎이 거의 다 떨어져 죽어가는 것 처럼만 보인다.
빗방울이 떨어지면 함께 떨어지는 나뭇잎들이 지나간 세월의 흔적같이도 느껴진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다시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날 텐데, 왜 이런 겨울만 오면 다 죽어가는 듯 앙상한 가지만 남는지.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처량해 보이는 나무를 바라보다 벨소리에 의해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전화를 받아들어 현아와의 짧은 통화를 마치고 슈퍼에 갈 채비를 했다.
즐겨 입던, 아니. 종대와 헤어진 후론 입지 않았던 오래된 츄리닝을 꺼내 입고, 지갑을 챙겨 방을 나왔다. 집안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처럼 온기 하나 느낄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외국에 나가 생활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부모님 노릇을 해주던 오빠마저도 여자친구와의 동거를 위해 집을 나가버렸다.
온기 하나 느낄 수 없는 집을 보며 한동안 그렇게 서 있다 한숨을 한번 쉬고 즐겨 쓰는 우산을 들고 집을 빠져나왔다.
“어이구, ○○이 또 왔네?”
“어, 오랜만이시네요. 건강하시죠?”
“건강하긴, 병원 신세 지다가 오늘 막 퇴원하고 오는겨-”
“그럼 쉬셔야죠,”
“우리 딸보다 내 걱정을 더 해주네. 자, 이건 서비스여. 축 쳐져 있지 말고! 맛있게 먹고 살 좀 쪄!”
“푸흐, 감사합니다. 빨리 쾌유하세요.”
“그래, 비 많이 오는데 조심히 가고-”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에 의해 츄리닝 져지를 목 끝까지 올리고 잔뜩 웅크린 자세로 슈퍼에 도착했다.
슈퍼에 들어서자마자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한 아름 안아 들고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오랜만에 뵙는 슈퍼 아주머니께선 살이 또 빠졌다며 핀잔을 주셨고, 서비스라며 아주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반찬들까지 잔뜩 챙겨주셨다.
반찬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는 우산 손잡이에 걸고, 쭈쭈바를 입에 물고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어린아이처럼 빙빙 돌리며 걷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 부모님보다 날 더욱 잘 챙겨주시는 슈퍼 아주머니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면 괜스레 힘이나고 웃음이 나기 때문에.
빗발이 점점 거세짐을 느끼고 천천히 걷던 걸음을 빠르게 하며 걷기 시작했다. 빨리 들어가서 아직 하지 못한 작업을 빨리하고 쉬어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조금이라도 더 바쁘게 살면 종대의 생각을 접을 수 있으니.
“음, 맛있네. 많이 춥지 자기야?”
“……누구세요?”
“나도 춥다. 빨리 가자, 자기가 만들어주는 밥 빨리 먹고 싶어-”
빨라지는 발걸음에 의해 빌라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
빌라에 거의 다 와 갈 즈음에 갑작스럽게 내 우산으로 뛰쳐 들어와 입에 물려있던 쭈쭈바를 빼앗아 먹는 사람에 의해 걸음을 멈췄다.
발걸음에 맞춰 돌리던 비닐봉지 역시 같이. 멍한 표정으로 누구냐고 묻는 내게 그 사람은 아주 능숙하게 여자친구 대하는 듯 내 어깨를 감싸 안고 빌라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4년 전이었다면 당연히 그 사람을 뿌리치고 밀쳐버렸을 게 당연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질 못하겠다. 4년 전 종대가 나에게 그렇게 했음에.
작업할 생각으로 종대의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는데 이 사람에 의해 종대의 생각이 다시 나버렸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 나에게 그 사람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도와주시면 진짜 은혜 갚을게요.’ 하며 내 귀에 속삭여버린다.
은혜 같은 건 바라지 않아요. 종대의 생각으로 인해 축축하게 젖어버린 목소리로 말을 하자 그 사람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키도 크고, 눈도 크고, 종대와 생김새는 비슷하지 않지만, 행동이 많이 비슷한 그 사람. 오늘 작업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어…. 저기, 많이 놀라셨어요?”
“아니에요, 그냥 누구랑 좀 많이 닮으신 것 같아서요.”
“아……….”
“그럼 전 가볼게요. 수고하세요.”
저기! 연락처라도…. 후두둑 쏟아지는 빗줄기에 의해 빌라 안으로 쫓기듣 들어왔다. 빌라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그 사람은 주위를 살피곤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몇 마디 주고받지 않고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빌라 계단을 하나둘 걷기 시작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내 뒷모습에 대고 그 사람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연락처라도…. 하며 말끝을 흐렸고,
뒤를 돌아보는 날 보곤 어색하게 웃으며 너무 감사해서요…. 하곤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는 그 사람을 보니 데자뷰를 느끼는 것만 같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냥 번호를 찍어버렸다.
종대도 이렇게 어색하게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기 때문에.
번호를 받고서도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않는 그 사람에게 우산을 건네며 조심히 가라는 말을 하곤 그대로 계단을 올라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종대와의 추억이 많이 묻어있는 우산이었지만, 이렇게라도 종대를 잊는다면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니겠지,
-
“이러고 있을 줄 알았다.”
“어, 웬일이야?”
“궁상도 궁상도, 이런 궁상은 없겠다.”
“스케줄 없어?”
“다 끝내고 오는 길이야. 시계는 폼이냐?”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샤워를 하곤 작업을 하기 위해 컴퓨터 책상에 앉았다. 손에 태블릿 팬을 쥔 채로 그렇게 멍하니 종대의 생각만을 하다 잠이 들었나 보다.
현아의 날이 선 목소리에 의해 잠에서 깨어나니 진한 무대 화장을 하고선 날 내리깔아 보고 있다.
스케줄이 없느냐고 묻는 내게 현아는 등짝을 한번 때리고선 그만 일어나라고 했고 현아의 말에 의해 의자에서 일어서니 무작정 날 끌고 거실로 나와버린다.
핸드폰도 폼이야, 시계도 폼이야, 뭐하러 살아? 리모컨을 들고 제집 처럼 소파에 누워 채널을 돌리던 현아는 날 힐끔 바라보며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현아의 말에 흐흐- 하고 병든 사람처럼 웃어 보이곤 주머니 속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홀드 키를 누르니 부재중 전화 3건, 새 메시지 1건, 카카오톡 3개가 날 반기고 있다. 제일 먼저 통화목록에 들어가 확인을 하곤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저 아까 그 남자예요. 이 문자 보시면 카톡 주세요.’ 묵직하고 간결한 문자가 와있었다. 흠, 어떻게 할까. 하며 카카오톡을 들어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진지한 표정을 짓는 내가 이상했는지 현아는 발로 날 툭, 치며 무슨 일이냐며 물었고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오늘 종대 처음 만난 날이랑 똑같은 일이 있었어.”
“김종대?”
“응, 그래서 어쩌다 보니 연락처도 줬는데….”
“줬는데,”
“연락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 이 사람이면 김종대를 잊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럼 간단하네, 연락해. 김종대, 이름만 들어도 짜증이 치밀어.”
내 입에서 나오는 ‘종대’에 의해 현아는 벌떡 일어나 앉아버렸다. 아직까지 종대가 미운지 현아는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해왔다.
이 사람이면 김종대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나의 말에 현아는 다시 몸을 눕히며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TV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와 헤어진 후 몇 달 만에 EXO라는 그룹으로 데뷔를 한 종대 때문인지 현아는 늘 방송국에서 마주치는 것조차 치가 떨리도록 싫다는 말을 버릇처럼 해왔다.
현아의 말을 듣곤 곧바로 카카오톡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박찬열’ 처음 보는 이름으로 온 카톡을 들어가 보니
잘 들어갔죠?, 제 이름은 박찬열이에요. 그쪽은요? 하는 전형적인 소개 말투였다.
그 사람에게 ○○○이에요. 늦어서 죄송해요. 하는 답장을 보내곤 그대로 핸드폰을 젖혀두고 현아와 치킨을 시켜 술판을 벌여버렸다.
“드디어 ○○○에게도 남자가!”
“그게 뭐야,”
“인제 그만 김종대 잊으라고.”
“잊어, 그래. 잊을 거야.”
“잘 생각했어!”
현아는 맥주잔을 높이 들어 올리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버렸다. 현아의 말에 나 역시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래, 잊어 하며 맞장구를 쳐버렸다.
이제 이렇게 김종대를 서서히 잊어가야겠다. 잊는 과정이 너무나도 길었던 나의 첫사랑을 이제 그만 끝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제 혼자서 아파하는 것도, 그리워하는 것도, 원망하는 것도 정말 그만하고 싶다.
서로가 사랑을 해 애틋한, 그런 가슴 뛰는 설렘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
암호닉 『 웬디 〃 짱구 〃 폭립 〃 맥심 〃 둉글둉글 암호닉 정리 완료 되었습니다. Ctrl + F 로 쉽게 찾으세요! 차기작 첫발을 이제서야 내딛게 되네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것 같아 죄송합니다. 암호닉은 모두 정리가 완료 된 상태이며, 암호닉 신청은 다음편에서 받을 예정입니다. 항상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작품은 슬럼프 없길 바라며 열심히 달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아원 〃 꿀벌 〃 루루 〃 크리스피 〃 나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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