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More Love
Baby J
그만 일어나, 학교 가야지. 학교에 가라며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에 의해 눈을 떴다. 창밖을 바라보니 오늘 역시 날씨가 화창하니 좋은 것 같다.
타오와 헤어진 후로 계속해서 맑은 날인 것을 보면 하늘도 날 놀리는듯해 괜히 기분이 나빠져 표정을 굳히곤 화장실로 들어가 씻기 시작했다.
난 항상 이렇게 짜증 나고 힘든 날의 연속인데 왜 넌 학교에서 볼 때면 항상 밝은 모습인지, 왜 여자애들과 어울려 재밌게 노는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린 나이에 일찍 사랑을 알고 어린 나이에 일찍 이별을 맛봐서 그런지 더욱 짜증스럽기만 하다. 첫 사랑, 언젠가는 잊혀지겠지.
“또 죽을상이네. 오늘 먼저 가라, 난 잠시 들릴 데가 있어서-.”
“지각이나 하지 마.”
“조심히 가, 또 버스 잘못 내리지 말고.”
“내가 알아서 해. 간다.”
식탁에 앉아 토스트를 걸신들린 사람마냥 씹어먹는 박찬열에게 간다는 말을 마치곤 토스트를 들고 집을 나왔다.
쌍둥이 주제에 계속해서 오빠 노릇이나 하려 하네. 고작 5분 일찍 나왔으면서, 토스트를 우악스럽게 뜯어 먹으며 혼잣말을 하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또 버스 잘못 내리지 말고.’ 박찬열의 말이 귓가에 울린다. 내가 언제 또 버스를 잘못 내렸던가, 언제나 그렇듯 엘리베이터를 타 이어폰을 귀에 꽂아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랜덤 플레이 된 MP3는 왜 자꾸만 슬픈 노래들이 나오는지, 마치 내 기분처럼 암울한 노래들만 가득하다.
“…안녕,”
“응, 안녕.”
“오늘 기분 안 좋은가 봐?”
“응, 기분 별로니까 좀 조용히 해주라.”
“어…그래,”
박찬열을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엘리베이터를 내리니 타오가 문 앞에 서 있다. 또다시 가슴을 후벼 파는듯한 느낌에 타오에게 차갑게 말을 했다.
조용히 해주라는 말을 마치고 타오를 스쳐 지나가니 작게 속삭이듯 대답을 하고선 숨을 깊게 내뱉고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아버린다.
계속 이렇게만 행동한다면 언젠간 잊혀지겠지, 너와 내가 행복했던 그 날들과 행복하지 못했던 그 날들이.
-
아, 또 버스를 잘못 내렸다. 버스에 앉아 멍하니 있다가 한 정류장 늦게 내려버렸다.
황쯔타오, 고1 때 전학을 와선 어눌하지만 능숙하게 자기소개를 하곤 박찬열에 의해 함께 지내다 보니 너와 나의 사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깊어져만 갔지,
타오와 만나고 연애를 하고. 예정 생각을 회상하다 보니 내 눈앞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귓속에서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며칠 전과 같게.
잘못 내린 정류장에서부터 학교를 향해 터덜터덜 힘없는 발걸음을 옮겨갔다.
“나보다 빨리 나가놓고선 왜 지금 와. 또 잘못….”
“시끄러워, 피곤해.”
“그래, 잠이나 자라. 그래야 덜 힘들지.”
○○○ 너 요즘 왜 그러니? 요즘 들어 잦아지는 지각에 선생님께선 호통을 치셨고, 선생님의 말씀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다시피 하여 자리에 앉았다.
내 뒤에 앉은 박찬열은 등을 쿡쿡 찌르며 화를 돋우기 바빴고, 2분단 끝자락에 앉은 타오는 그런 박찬열과 나를 바라보기 바쁘다.
피곤하다는 나의 말에 박찬열은 잠이나 자라. 그래야 덜 힘들지. 하며 타오를 바라보며 힘들지. 에 강조를 하곤 벌떡 일어서 내 머리를 책상에 푹, 누르곤 교실을 나가버렸다.
가방도 내려놓지 못한 채, 그렇게 책상에 얼굴을 묻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해버렸다.
“엎드려있는 애 누구야?”
“○○○이요-”
“빨리 깨워라- 1교시부터 자는 애가 어디 있어.”
“얘 아파요. 아파서 못 일어나는 거 제가 겨우 끌고 왔어요.”
“꼴에 오빠라고, 보건실가서 쉬라고 해.”
“그냥 둬요- 일어나지도 못할걸요-”
“그럼 네가 데려다 주고 와.”
타오가 갈 거에요. 수업종이치고 선생님이 들어왔는지 살짝 잠이 들려던 걸 깨고 일어서려 하자 박찬열이 자리에 앉지도 않고선 내 머리를 푹, 눌러버린다.
선생님의 보건실에 데려다 주고 오라는 말에 박찬열은 날 일으켰고, 타오에게 던지듯 하여 날 넘겨줬다.
가만히 서 있던 타오는 당황했는지 헛웃음을 흘리곤 그대로 날 끌고 교실을 나오기 시작했다.
나 혼자 갈게. 어깨를 감싸 안고선 보건실로 내려가려 하는 타오의 손을 뿌리치고 혼자 계단을 내려왔다.
계단을 혼자 내려가던 것도 잠시, 내 손목을 잡아끄는 타오에 의해 계단 끝자락에 멈춰버렸다.
“설마 나 피하는 거야?”
“그럴 리가,”
“맞잖아. 너 나랑 헤어지고 난 다음부터 지각도 자주 하고, 수업시간에 계속 잠만 자잖아.”
“아니야”
“○○○. 좀 솔직해져도 괜찮다고 생각 못 해?”
“갈게,”
내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가득 싣고선 버럭 화를 내는 타오.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아 타오의 손을 뿌리치고 내려가던 계단을 마저 내려갔다.
내가 솔직해진다고 해도 우리 둘 사이는 달라질게 없는 건 뻔하니까.
너는 나에게 질렸으니 이별을 고한 거고 내가 아무리 잡고, 달라진다고 매달려봤자 너의 마음은 이미 토라질 대로 토라졌을 테니,
“쌤, 나 누워서 좀 쉴게요.”
“○○○ 꽤 병인 거 아니까 그만 돌아가-”
“나 진짜 아파요. 힘들어”
“신체적으로 힘든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든 거겠지.”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로 향하며 종대 선생님께 말하니 꽤 병 부리지 말고 돌아가라신다.
침대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선생님 옆에 있는 탁자 의자에 앉아 힘들다며 말하자 선생님께선 의자를 직- 끌고 와 내 앞에 앉아선 정신적으로 힘든 거겠지.
하며 냉장고에서 음료수 하나를 꺼내 내 앞에 가져다 놨다.
“뭔데, 힘든 게.”
“내가 말하면 선생님이 엄청 비웃을걸요?”
“괜찮아- 다 말해봐.”
“타오랑 헤어졌어요.”
“헐- 너네 엄청 오래 사귀지 않았어? 1년인가? 고등학생이 1년이면 오래 사귄 거지,”
“나한테 질렸나 봐요. 그래서 헤어졌는데 그냥 뭔가 엄청 힘들고 짜증 나요.”
“…그냥 쉬어라, 뭐라 더 해줄 말이 없네.”
선생님은 진지하질 못해, 선생님에게서 받아든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곤 침대로 향하며 궁시렁거렸다.
학교 선생님들까지 다 알 정도로 유명했다면 유명했던 우리 둘이었지만, 이젠 우리가 아니라 너와 나. 남남이 되어버렸으니.
구석에 있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선 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원래 첫사랑은 이뤄질 수 없다고 했으니까. 한참 동안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수업이 끝나는 종이 쳐버렸다.
어기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종대 선생님이 ‘한 시간만 더 자, 내가 얘기해놓을게.’ 하고선 보건실 문을 닫고 나가버리셨다.
선생님의 말씀에 일으켰던 몸을 다시 눕히곤 눈을 꼭 감았다.
자고 일어나면 타오 생각이 나지 않게 해주세요. 하는 기도도 잊지 않았다.
“○○○, 자?”
“……….”
“자나 보네, 자니까 말한다. 너 없으니까 허전해.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닌듯하다.”
“……….”
“다시 돌아와 달라고 하면 돌아와 줄래? One More Love, 뭐 이런 거.”
“……….”
“잘 자고, 서로 잊도록 노력하자. 넌 꼭 나 잊었으면 좋겠다. 난 널 못 잊을게 뻔하니까.”
두 손을 꼭 잡고선 기도를 한 채로 눈을 감고 있으니 보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이 돌아오셨나 보네, 하고선 그대로 이불을 목까지 가져와 덮고 잠을 청했다.
잠을 청하려던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대답 하지 못했다. 타오의 목소리가 분명하니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타오의 속마음을 다 들어버린 것 같다. 서로 못 잊고 있으면서 왜 이렇게 힘들게 돌아가는지,
내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난 널 못 잊을게 뻔하니까. 하고선 뒤 돌아 걸어가는 타오의 손목을 잡아버렸다.
왜 잡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충동적으로 잡아버렸다. 이 상태로 타오를 보내버리면 영영 엇갈린 채 살아가야만 할 것 같아서.
“…자는 거 아니었어?”
“너 바보야?”
“……….”
“왜 잡지를 못해 등신아.”
“그냥, 내가 다 잘못한 거잖아.”
“뭐가 잘못한 건데? 서로 힘들어하고 있으면 잡아야지. 아직 서로 좋아해서 힘들어하는 건데,”
“잡아도 잡혀주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완전히 틀린 생각을 갖고 있네 황쯔타오.”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아선 타오와 이야기를 나눴다.
용기도 없는 이 찌질이를 누가 데려가, 타오와 눈을 맞춰 웃으며 말을 내뱉자 타오 역시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으며 날 안아왔다.
나 역시 타오를 꼭 끌어안고선 눈을 감았다. 오랜만이네 황쯔타오 품속, 속으로 혼잣말을 곱씹으며 타오의 등을 토닥였다.
너도나도 그리웠을 서로의 품 안에서 한참을 그 자세로 있었던 것 같다.
“가자, 수업 시작했다.”
“확실하게 말해 찌질아.”
“말 안 해도 알잖아,”
“그럼 안가.”
“푸흐, 미치겠다 ○○○.”
“빨리!”
“다시 시작하자. 영어로 하면, 음- Back to Me One More Love?”
Okay, 내 손을 잡아끄는 타오에게 툭, 던지듯 말을 내뱉었고 내 말을 들은 타오는 싱긋 웃어주며 나를 잡아줬다.
낮은 음성으로 부드럽게 영어를 내뱉는 타오에게 나 역시 Okay라며 웃어 보이곤 손을 맞잡고선 보건실을 나왔다.
헤어진 지 한 달 만에 다시 사귀는 우리 둘, 이젠 졸업할 때까지,
아니. 졸업을 한 후에도 쭉-. 첫사랑은 이뤄질 수 없다는 속설을 깨버리듯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암호닉 |
『 웬디 〃 대박이 〃 정은지 〃 알로에 〃 허럴 |
Baby J |
주인공 스포가 이제 막바지에 들어가네요 하핳. 내용 스포는 빙의글을 제외한 모든 글에 올려져있던 중복되는 그 브금과 비슷한 주제라는건 안비밀(찡긋) 비슷한 주제지만 똑같진 않다는것도 안비밀(찡긋) 암호닉도 슬슬 정리가 되어가고 있고, 차기작으로 돌아올 준비도 거의 완료가 된 상태입니다. 이 상태로라면 아마 11월 1일? 2일? 정도에 차기작을 내놓으려고 합니다. 항상 정말 감사해요. 사랑하는 독자님들을 위해서 오늘은 폭풍연재 쏩니다. 한편 더 쓰거나 아예 오늘 주인공 스포를 끝낼거라는건 안비밀(찡긋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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