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Heaven
Baby J
“사…랑해, ○○○. 아주 많이 사랑해….”
2012년 10월 20일.
1년 전, 첫눈이 올 거라는 뉴스 속보와는 다르게 거센 장대비가 몰아치던 그 날 밤.
나의 토라진 마음으로 인해 너는 나에게서 멀리, 아주 멀리멀리 떠나가버렸다.
다시는 내가 붙잡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그곳으로.
‘사랑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너는 내 꿈 속에 매일 나타났다.
오늘 역시 너는 내 꿈속에 나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사랑한다는 말만 남기고선 담배 연기 흩어지듯 허공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날이 가면 갈수록 너가 더욱 보고 싶은 마음이, 너에게로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가슴 한구석을 가득 메웠다.
너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론 밥을 먹 는것도, 잠을 자는 것도…. 어떠한 짓을, 행동을 해도 너의 빈자리만 더욱 커져만 간다.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라곤 ‘준면아, 보고 싶어.’ 하는 그리움을 달래는 말뿐이었다.
“너 없이 더이상은 못살겠어…. 조금만 기다려 준면아.”
네가 내 꿈속에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너의 그리움이 커져만 갔다.
너의 꿈으로 인해 달아나버린 잠을 재우려 애쓰다 결국 잠이 들었지만 내 앞에 다시 나타나 가득 고인 눈물을 뚝뚝 흘려버리는 너로 인해 난 다시 잠에서 깨어버렸다.
1년 동안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너였건만 오늘은 왜 이리 내 가슴이 미어지게 하는지.
이만하면 많이 버틴 거야, 잘했어. 하며 날 위로하는듯한 혼잣말을 되뇌다 화장대 위 액자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널 보곤 한마디를 더 뱉었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준면아. 시선은 끝까지 환하게 웃고 있는 너의 사진에 고정한 채 천천히 테라스로 뒷걸음질쳤다.
한 발짝. 그래, 한 발자국만 더 떼면 난 이제 너의 옆으로 갈 수 있을 거야.
‘쨍그랑-.’
너의 사진 속으로 멈춰있던 시선을 돌리고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마지막 한 걸음을 떼어내려던 순간, 쨍그랑- 하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화장대 위에 있던 너의 액자가 바닥으로 떨어져 깨져버렸다.
바람 한점 불지 않는 이곳에서 왜, 너의 액자가 떨어져 깨졌을까. 뒷걸음질치던 발걸음을 바로잡아 깨져버린 너의 액자를 집어들었다.
다행히도 너의 사진에 흠집은 나지 않은 것 같다. 어두컴컴하던 방 안의 불을 밝히고 조심스럽게 유리조각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제 너와 가까워지나 싶었는데, 어째서인지 한 걸음 더 멀어진 것만 같을까….
액자를 모두 치운 후 가만히 침대에 앉아 너의 사진을 붙들고 한참 동안 생각을 했다.
거긴 편안한지, 내가 생각했던 그런 천국이 있는 건지, 너와 내가 결혼을 해 검은 머리 파 뿌리가 된 그 순간 꿈꿔왔던 천국이 있는 건지.
결국, 그렇게 하루를 꼴딱 샌 것 같다. 너의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잠이 드는 순간까지 너의 사진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로.
“제발, 이상한 생각 하지 마 ○○아….”
“준면아….”
“너가 이러면 이럴수록 내가 더 널 못 떠나….”
“떠나지 마….”
“사랑해, 그만 갈게….”
“나도 사랑해, 가지마.”
“사랑해….”
준면아, 김준면! 너의 사진을 꼭 쥐고 잠이 들어 너의 꿈을 또 꿨다. 제발 이상한 생각을 하지 말라고 애원하며 점점 멀어지는 너의 꿈을.
이제야 준면이가 계속해서 내 꿈에 나온 이유를 알 것 같다.
내가 걱정돼서 1년 동안 내 주위를 맴돌았던 거구나…. 준면이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머릿속에선 너의 모습이 빙빙 돌고 눈앞엔 선하다.
지금 이 순간, 네가 내 옆에 꼭 붙어앉아 늘 해주던 것처럼 내 볼을 만지작거리는 것만 같다.
돌아가고 싶다. 1년 전 첫눈 대신 거센 장대비가 몰아치던 그 날 밤으로.
돌아간다면 너에게 토라지지도, 기를 쓰며 나를 만나러 와달라는 그 말도 하지 않았을 텐데….
-
“흐음-,”
굉장히 푹 잔듯한 느낌이 든다. 매일같이 꿈속에 나오던 준면이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참새의 짹짹거리는 소리 또한 정겹게만 느껴진다.
온몸이 가볍고 개운한 느낌에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한편 켰다.
오랜만에 느끼는 개운함에 의해서인지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의 어찌할 줄을 모른 채 화장대 위에 올려진 준면이의 액자에 손을 뻗었다.
“준면아, 오늘은 날씨가 참 좋은 것 같아. 벌써 단풍도 다 떨어져 간다.”
“그랬어?”
“……준면아….”
“뭐야, 꼭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왜 이렇게 놀라.”
“너가 여길 어떻게….”
“오늘 너가 앤디 워홀 전시회 보러 가자면서.”
“어?…….”
“으이구, 또 기억 못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 걸까, 액자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테라스에서 걸어 나오며 말을 하는 준면이가 거울에 비친다.
앤디 워홀 전시회. 1년 전, 내가 보러 가고 싶다고 엄청나게 졸라댔던, 그 전시회를 지금에서야 말하는 준면이.
벙찐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준면이를 올려다보자 준면이가 내 머리에 안 아프게 꿀밤을 먹이며 웃어 보인다.
잠시 후, 준면이는 빨리 준비하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고, 준면이가 나감과 동시에 달력으로 눈을 돌렸다.
벽에 걸려있던 달력에는 아주 선명하게 2012년 10월이라고 큼지막하게 써있었다.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 충전을 해두었던 핸드폰의 홀드를 열어보아도 역시나, 2012년 10월 20일이라고 선명하게 적혀있다.
지금. 내가. 준면이가 죽기 전인 1년 전으로 돌아왔다는 말인 건가?. 한참을 깊은 생각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돌아간 거면, 최대한 행복하게, 준면이가 다시 사라지지 않게….”
화장대 의자에 앉아 거울에 비춰진 나에게 말하듯 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한 글자씩 되뇌었다.
최대한 행복하게, 그렇게 즐기다 준면이 대신 내가 사라지기로.
-
“아, 어떡하지…. 민석이가….”
“응? 민석이? 헤어졌데?”
“어?…어…. 어떻게 알았어?”
“김민석이 뭐 그렇지. 대신, 어디 있는지 알려줘야 해. 그리고 나 만나러 오지 마. 내가 갈게.”
“화…많이 났어?”
“하나도 안 났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갔다 와.”
“응, 이따 봐. 미안해 ○○아”
딱 달라붙어 전시회를 보고 있던 도중, 문자 한 통을 받고선 한숨을 푹, 쉬고선 말을 하는 준면이.
그런 준면이에게 나 만나러 오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고선 민석이에게로 보내줬다.
준면이가 떠나던, 그 날과 똑같은 레퍼토리에 의해 불안함을 감출 수 없어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선 차에 있던 모자를 푹 눌러쓰고 준면이가 탄 택시를 뒤 쫓아갔다.
민석이의 집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곤 안도의 한숨을 한번 쉬곤 그대로 차 시트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때와 같은 악몽을 또다시 재현하고 싶지 않다. 횡단보도에 이리저리 흩어진 피와 자동차 파편들 사이로 가늘게 쉬다 숨이 끊어지던 그때를.
“그니까 내가 뭐라고 했어. 걔는 정말 아니라고 했잖아.”
“아, 몰라. 술이나 먹자.”
살짝 열린 창문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준면이의 목소리에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옆자리에 주차되어있던 민석이의 차로 향하며 축 처진 민석이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을 하는 준면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곧이어 준면이와 민석이는 차를 타고 골목을 빠져나갔고, 나 역시 그 뒤를 이어 골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술을 먹으며 나에게 연락이 오겠지. 절대로 화난 거 아니니까 다급하게 나오지만 말아줘 준면아….
‘○○아, 화났어?’
“안 났어,”
‘확실해?’
“응, 확실해. 어디야?”
‘우리 자주 가던 막창집. 지금 집 앞으로 갈까?’
“아냐, 내가 갈게.”
‘아니야, 내가 가. 지금 나갈게.’
“오지 마, 기다려. 그 근처야.”
‘어? 그럼 신호등 앞에 서 있을 테니까 주차하고 와-’
“건너지 말고 꼭 서 있어.”
‘응, 빨리 와. 사랑해-’
“나도 사랑해.”
막창집으로 준면이가 들어간 걸 본 후에 한참을 그 앞에서 지켜봤다.
밝았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며 틀어놓은 라디오에선 첫눈이 올 거라는 속보가 내려졌고, 곧이어 준면이에게 전화가 왔다.
신호등에 나와 있겠다는 준면이의 말을 듣고 근처 유료 주차장으로 향해 차를 주차시킨후
내리자마자 한 방울씩 비가 쏟아지는가 했더니 몇 걸음 떼지 않았는데도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다급한 마음에 걸음이 점점 빨라졌고, 신호등 앞에 다다르자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준면이가 보인다.
“○○아!”
“응, 준면아.”
“거기서 기다려! 내가 갈게.”
“아니야, 오지 마 내가 갈게! 제발 오지 마!”
“어?…. 응! 빨리 와 춥다.”
빨갛게 불이 들어오던 신호등의 불빛은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한참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지는 마음 덕분에 발을 동동 구르며 손톱을 물어뜯자 날 보며 해맑게 웃는 준면이가 보인다.
잠시 후, 준면이는 자기가 온다며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건너려는 폼을 했고,
오지 말라며 애원하듯 말하는 나의 목소리 덕분에 흔들던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선 가만히 서서 날 기다린다.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준면이를 향해 전력 질주하듯 뛰어갔다.
제발, 준면이를 쳐버렸던 차가 내가 건너고 막창집에 들어간 후에 나타났으면 좋겠다.
“○○○!”
신호등을 거의 다 건넜을 때 즈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준면이를 쳐버렸던 하얀색 차가 날 향해 질주하는 게 보인다.
귓속을 찌르는 크락션 소리는 온 동네를 흔드는 듯이 커다랗게 울리며 흩어졌고, 준면이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뛰쳐 오는 게 보인다.
오지 마, 제발. 마음속으로 수천 번을 되뇌었다. 제발 오지 말라고. 너 대신 내가 죽어줄 테니, 그럴 테니 제발 너만은 다치고 죽지 말라고.
하지만 내 기도는 심하게 엇나가버렸다. 준면이는 날 향해 달려와 날 꽉 끌어안았고, 그렇게…. 그렇게 우리 둘은 꽉 껴안은 채로, 그 상태로 멀리 튕겨져나갔다.
“꿈이 아니었나 보네. 사랑해.”
“사랑해.”
-
“난 꿈인 줄 알았어.”
“뭐가?”
“내가 죽고, 네 꿈속에 매일 나타나고, 다시 시간이 되돌아가고. 여태껏 있었던 일들이 아주 길게 꾼 꿈인 줄 알았어.”
“차라리 꿈이었으면 행복했을까?”
“왜 이런 선택을 한 거야.”
“힘들었어, 그래서 차라리 너가 아니라 내가 죽으면 조금이라도 괜찮아질까? 하는 생각도 했고.”
“그래도 이 선택은 아니야.”
“아니, 난 이게 더 좋아. 너랑 함께 있을 수 있잖아.”
이런 걸까, 너와 내가 꿈꾸던 그 천국이란 게.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 아래, 드넓은 초원 위에 돗자리를 펴고 너와 팔베개를 하고 누워 행복하게 웃고 있는 지금이. 난 절대 내 선택을 후회하진 않아.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에선 절대로 아픈 일도, 슬픈 일도 없이 그저 행복에 겨워 살았으면 좋겠다.
평생 늙지 않고 이 모습 이대로 너와 나. 단둘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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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
『 웬디 〃 대박이 〃 정은지 〃 알로에 〃 허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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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J |
갑자기 생각이 나서 막 쓰다보니 앞뒤가 뒤죽박죽하네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는 글을 올려 죄송합니다. 이 글의 모티브는 JYJ - In Heaven 입니다. 이것저것 노래를 듣다보니 갑자기 든 생각으로 인해 뮤직비디오를 보고선 급하게 썻네요. 부족한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단편작 마지막 즈음에 받을 예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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