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Summer
Baby J
“아- 첫사랑. 참 아름다운 이름이죠. D.O씨는 첫사랑이 언제세요?”
“아…. 첫사랑….”
“어, 있는 것 같은데. 언제에요?”
“저는…고등학교 때요.”
EXO. 수정이와 함께 자취하면서 익숙하게 들은 이름이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한살 한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수정이는 아이돌에 푹 빠져버렸고,
덕분에 나 역시 수정이의 옆에서 아이돌의 노래를 들으며 보이는 라디오, 또는 라디오를 함께 시청할 수밖에 없었다.
DJ 신동의 첫사랑이라는 말에 수정이는 소녀팬처럼 발악하듯 비명을 한번 지르고선 스피커 볼륨을 더욱 높이곤 집중하기 시작했다.
D.O? 디쩜오? 무슨 이름이 그래, 혼잣말을 입속에서 곱씹으며 푸흐, 하고 웃어버렸다.
그러기도 잠시, 내 어깨를 찰싹 때리며 라디오에 집중하라는 수정이의 말에 내 시선은 모니터 화면 속으로 고정시켜버렸다.
“꽤 친했던 아이였어요. 저 혼자 몰래 짝사랑하다가 졸업하기 전날 고백하려 했는데, 그 애가 많이 울어서 못했었죠.”
“아…. 첫사랑이 짝사랑이었네요. 그럼 혹시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분께 영상편지 한번!”
“카메라…. 이거 보고 하면 되는 거에요?”
“네, 메인 카메라 보고 해주세요.”
“어…. 안녕, 나 기억하지? 어떻게 말해야 너가 알까…. 미카엘이라고 해야 하나? 매일 네가 입에 달고 살았잖아, 넌 미카엘보다 예쁘다고. 이러면 알겠지. 아, 축제 때 너랑 나, 그리고 같이 어울리던 친구 한 명과 너가 좋아하는 노래로 축제에 섰던 적도 있었지, 그때 이후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Billionair가 된 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너가 내 첫사랑이라는걸 밝힐 때가 올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 했네. 잘 지내지? 보고 싶다. 엄청 많이 좋아했어.”
스피커 속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함께 모니터의 고정되어있던 시선 속에 잡힌 경수의 얼굴에 깜짝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옆에서 수정인 연신 부럽다며, ‘어떤 사람일까?’ 를 반복하고 있었고, 난 한참 동안 그 자세로 고정되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많이 궁금해하던 수정이는 멍하니 있는 나를 한번 보곤 무슨 일 있느냐며 물어왔고, 그에 대답을 해주다 보니 경수와 있었던 일들을 다 털어놓아 버렸다.
“나도 좋아했었는데…. 걔는 아닌 것 같아서 말도 못 꺼냈었거든, 졸업하기 전날 많이 울었던 이유도 이제 졸업하면 못 볼 것 같아서 그랬고….”
“보고 싶어? 아직도 좋아?”
“못 본 지 3년이 다 돼가는데 당연히 보고 싶지. 아직도 좋다고 하면 경수가 믿어주긴 할까?”
“기다려봐.”
졸업 후, 갑자기 전화번호도 바꾼 채 연락이 되지 않던 경수를 거의 잊어갈 즈음이었건만, 또다시 이렇게 짝사랑이 시작될 줄 몰랐다.
경수가 날 좋아했던 건 다 한때였겠지, 친구라는 이름이 미워지긴 또 처음이다.
수정이의 기다려보란 말을 듣고 애꿎은 핸드폰이 부서져라 두드려버렸다.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걸 들켰다면 더 편했을걸,
“됐다,”
“뭐가?”
“자, 이제 다시 라디오에 집중해. 그럼 알게 될껄?”
핸드폰만 부서져라 두드리고 있을 때, 축제에 같이 섰던 현식이에게 카톡이 왔다.
‘미카엘, 어때?’ 현식이의 카톡을 확인하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짧게 답장을 했다.
‘내 마음도, 경수 마음도 다 알면서 왜 안 전해줬어 개놈아’ ‘내가 전해주면 뭐하냐, 둘 중 한 명이 용기 내서 고백을 했어야지.’
아직도 그 장난기를 고치지 못했는지 카톡에서까지 장난을 치며 대답하는 현식이의 톡을 씹어버리곤 홀드 키를 신경질적이게 눌러버렸다.
홀드 키를 누름과 동시에 수정이는 됐다. 라는 말을 하곤 나의 시선을 다시 라디오로 고정시켜버렸다.
“어, D.O씨 첫사랑으로 추정되는 분께 실시간 문자가 왔는데요?”
“네?”
“Billionair, 내가 좋아하는 노래인 거 기억하네. 우리 둘이 참 많이 엇갈렸던 것 같다. 이제서야 이러는 내가 속물 같고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내 첫사랑도 너였어. 졸업하기 전날 많이 울었던 이유는 졸업하고 다시는 널 못 볼까봐였어. 내 예상과 맞게 너는 전화번호도 바꾸고 연락이 안 되더라. 현식이한테 네 안부를 묻곤 했었는데, 이렇게 멋진 가수가 되어줘서 고마워. 안녕,”
“……….”
“서로가 첫사랑이었는데 몰랐다니, 참 안타깝네요.”
“아……….”
모니터로 고정했던 내 동공은 DJ 신동의 말에 의해 커져 버렸다. 됐다.라고 했던 수정이의 말을 알겠다.
심리학 전공생이어서 그런지 수정이는 날 대신해서 실시간 문자를 보내준 것 같다.
현식이에게 경수의 안부를 물을 때면 늘 옆에서 누군데? 누군데! 하고 묻던 수정이가 오늘 털어놓은 나와 경수의 얘기를 듣고 어질러저 있던 퍼즐 조각을 맞춘 것 같다.
모니터 속 경수의 모습은 굉장히 놀란 듯 그 큰 눈이 더욱 크고 동그랗게 변해있었다.
이제야 좀 후련한 것 같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전달하니,
-
“○○아, 전화 온다.”
“어?……응,”
그렇게 라디오를 끝까지 보지도 못한 채 먼저 방으로 들어와 잠이 든 것 같다.
깊은 잠에 빠져있을 무렵, 수정이가 날 깨우며 핸드폰을 들이밀었고, 푹 잠긴 목소리로 대답하고선 핸드폰을 확인했다.
전혀 모르는 번호에 보이스피싱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을 안고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나야,”
“누구세요?”
“도경수.”
“……응,”
“잠깐 만날 수 있어?”
“……언제?”
“지금 너네 집 앞으로 갈게. 전화하면 나와. 끊을게.”
비몽사몽 한 상태로 전화를 받아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라곤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변태인가? 하는 생각에 퉁명스럽게 말을 먼저 뱉자 나야, 하며 익숙한 음색이 들려온다.
경수의 목소리에 의해 난 동상처럼 굳어버렸고 만나자고 한마디를 뱉고 끊어버린 경수 때문에 허겁지겁 일어나 씻기 바빴다.
“나 괜찮아?”
“웬일이야? 화장까지 했네?”
“비비크림만 발랐는데…. 이상해?”
“응, 장난이고, 예뻐. 어디가?”
“만나자고 연락 왔어….”
“푸흐, 잘 만나고 와. 잘되면 다 이 언니 탓이니까 더도 말도 덜도 말고 친필사인 앨범 하나만 받아주라.”
“알겠어, 다녀올게.”
씻고 나와 화장대에 앉아 머리를 말리고 있을 때 경수에게 연락이 왔고, 허겁지겁 비비크림이라도 바르고 나왔다.
거실에 앉아 오늘 역시 EXO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레포트를 쓰고 있는 수정이에게 말을 걸자 수정이는 푸흐, 하고 웃으며 잘 만나고 오라며 내 어깨를 한번 토닥여줬다.
경수를 만난다는 마음에 괜스레 긴장이 돼 핸드폰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가버렸다.
“…왔어?”
“…응, 잘 지냈어?”
“응, 너도 잘 지냈지? 아, 번호는 현식이한테 받았어.”
“아…. 그렇구나,”
서로의 마음을 다 알고,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경수가 어색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 역시 고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기에 더욱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한적한 카페에 앉아 인사말을 한 후론 서로 시켜놓은 음료의 빨대만 건드리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경수도 아직 나에게 마음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오늘은 고등학교 동창생을 만났다는 생각만을 하기로 했다.
“먼저 얘기 못 해서 미안해.”
“응?”
“네가 나 안 좋아하는 줄 알았어. 고백하면 친구로도 못 지낼까 봐 얘기 못 꺼낸 건데, 데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락이 끊겨버렸네….”
“아냐, 너랑 나랑 똑같은 마음이었는데 뭐….”
“남자친구는…있어?”
“아니…. 너는 만나는 사람 있어?”
“활동하느라 바빠서 없지,”
그렇구나, 먼저 말을 꺼낸 경수와의 대화 속에선 그저 먼저 고백을 하지 못해서 미안했다는 말뿐이었다.
서로 미안하다는 말을 한 뒤로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경수가 남자친구 있냐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경수에게 없다고 한 후 너는 있냐며 물었고, 활동하느라 바빠서 없다는 경수의 말에 작게나마 남아있던 내 희망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활동하느라 바빠서 없지…. 경수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활동하느라 바쁘니까, 이제 다시 날 봐줄 수도 없겠지. 예쁜 연예인들이 널리고 널렸으니.
“또 보고 싶다.”
“어떤 거?”
“밤바다.”
“아…그때 생각나네, 나도 보고 싶다.”
“보러 갈래?….”
“어?….”
“그때처럼, 손 꼭 잡고 보러 가자. 밤바다.”
그렇구나 하는 나의 대답에 또다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이렇게 어색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굉장히 어색하고 불편하네….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다 든다.
경수와 혼났을 때, 축제에 나갔을 때, 바다에 놀러 갔을 때.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버린 그때를 생각하니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땐 참 좋았는데. 이번엔 용기를 내서 먼저 마음을 전해볼까, ‘아직 너 좋아해.’ 혼자서만 되뇌이던 말을 또다시 입속에서 곱씹어 삼켜버렸다갈등을 심하게 하고 있을 때,
경수가 또다시 먼저 입을 열었고 밤바다를 보러 가자며 나에게 웃으며 말을 했다.
그때처럼 손 꼭 잡고 보러 가자며.
“네가 아직 날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니, 첫사랑이었기 때문에 많이 흔들렸으면 좋겠어.”
“응?”
“아, 뭐라는 거야. 후, 그냥 이번에 또 널 놓치긴 싫어서.”
“……….”
“좋아해, ○○○. 이제 꽤 멋있게 자랐으니까 고백할게. 다시는 널 놓치고 싶지 않아.”
암호닉 |
『 웬디 〃 대박이 〃 정은지 〃 알로에 〃 허럴 |
Baby J |
암호닉 확인 안하신분들 전 글에서 암호닉 확인 부탁드립니다. 꼭! 하셔야해요.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