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옷한벌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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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 오늘 정수정 결석 체크 잘하고."
"네"
"그럼 이상."
어제 박수영과 술을 진탕 먹은 것 같은 정수정은
결국 당연히 술병이 나 학교를 아예 나오지 않았다.
나야 요즘 정재현 따라 모범생 코스프레를 하고 있어
요근래 결석이나 지각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꽤 경력이 있던지라 일부러 담임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이리저리 애쓰게 눈을 굴리고 있었다.
다행이 종례는 아무 이상 없이 마쳤고
어제 과외하면서 정재현이 내준 숙제를 하러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어
일부러 가방을 챙기는 속도를 빨리했다.
어깨에 가방을 메고 이제 막 교실을 나서려 하는데
복도 쪽에서 애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와
싸움이라도 났나 싶어 궁금한 마음에 발걸음을 빨리했다.
교실을 나서자마자 보인 것은
창틀에 기대어 폰을 만지고 있는 정재현이 바로 보였다.
"정재현!"
종례를 마친 수많은 2학년들 사이에서
우뚝 솟은 정재현이 보이자마자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정재현의 이름을 불러버렸다.
물론 2학년 복도에 맞지 않는 낯선 정재현을 보고
애들은 자기들끼리 수군대며 지나갔지만
내 부름에 고개를 든 정재현은
그런 2학년들은 전혀 신경안쓰인다는 듯
그저 나만 바라보고는 씨익,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여긴 왠일이야? 오늘 과외하는 날 아닌데.."
"알아요, 선배 얼굴 보려고 온거에요."
내가 들고있던 문제집을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며 가져간 정재현은
멍하니 서있는 내 옆으로 다가와 다시 말을 이었다.
"선배도 저 보고싶으면 보러 오시잖아요."
그래서 온거에요, 선배 보러.
달콤한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는 정재현에
나는 실실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 이를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정재현도 나따라 보조개를 띠는 미소를 보여주다가,
"선배, 얼른가요. 집까지 데려다 줄게."
라며 먼저 걸음을 했다.
*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우린 그저 나란히 앉아 아무 말 없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가 움직이면서 살짝살짝 닿는 정재현의 어깨에
왠지모르게 부끄러워 몽글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창문밖만 바라보았다.
정재현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재현 역시 나를 의식하는 듯 검지로 머리를 긁적이다가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내 문제집을 촤르륵, 하고 펼쳤다.
"우와, 선배 수학 공부 되게 열심히 하시네요."
그 날 과외하면서 배웠던 문제들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최소 3번 이상은 풀어보니 페이지에 빈칸이 없을 정도로
가득 채운 내 글씨에 정재현은 감탄하며 한장, 한장 천천히 넘겼다.
"나 수학 좋아한다 그랬잖아."
괜한 뿌듯함에 예전부터 정재현에게 다시 대놓고 또 거짓말하며
장난스럽게 대답하자 문제집만 보고 있던 정재현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수학이 좋은거예요, 아님 제가 좋은거예요?"
장난스런 나의 대답에 정재현도 장난을 치는 모양인지
정재현의 얼굴엔 이미 장난기로 가득차있었다.
짖궃은 장난인 걸 알면서도 난 괜시리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아
대답을 얼버부리며 얼른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 어깨 너머로 낮게 웃는 정재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정재현과 그런 일이 있어 화해하고 우리집으로 가는 길은
이상하게도 참 낯설었다.
정재현이 우리집까지 데려다주는 건 한두 번이 아닌데도
평소와 다르게 분위기며 정재현이며 달라보이는 느낌을
나는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계속 아무 말 없이 걸었던 우리는
우리 아파트 현관이 멀리서 보임으로써
결국 오지 않았으면 하는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조금이라도 정재현을 눈에 담으려
이젠 대놓고 정재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재현은 손에 들고 있던 내 문제집을
내 손을 잡아 직접 쥐어주었다.
"선배, 문제 풀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바로 전화해요."
나는 문제집으로 시선을 옮겨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재현은 미소를 지어주고는,
"보고 싶어도 전화 하고."
를 끝으로 말을 마쳤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밀려오는 부끄러움이 온 몸을 감싸면서
간신히 진정됐던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는 걸 느꼈고
정재현에게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할까 고민을 하고 있던 중,
"선배"
나를 조용히 불러오는 정재현을 쳐다보았다.
부끄러움으로 문제집만 보고 있었던 나는 고개를 들어올리자
꽤나 진지해진 얼굴을 한 정재현이 보였다.
무슨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혼자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리하는 중인지,
난 굳이 그런 정재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정재현의 눈을 바라보며 나 또한 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정재현은 다시 내 눈을 마주치며
내가 오래도록 듣고 싶어했던 그 말을 달콤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선배, 저랑 연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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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드디어 둘이 사귀신답니다 (박수)
사실 분량이 똥이라 8.5로 올렸습니다.
오늘 안 오려고 했는데 여러분들이 좋아서
이렇게 반쪼가리 분량 들고 오늘도 찾아왔네요
기대하셨던 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 암호닉은 매일 받고 있으니 망설임 없이 신청해주세요 :)
[ ] 가로 안에 암호닉을 넣어주시고 제일 최신글에 신청 부탁드립니다.
+) 비회원분들은 댓글이 다른 분들보다 늦게 확인 되기 때문에
제가 암호닉을 늦게 추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절대 빼먹진 않을테니 걱정말고 다음화에서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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