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모범심즈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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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헤어져요."
"정재현."
"솔직히 제가 선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날라리는 날라리였어요, 그만해요 우리."
"갑자기 왜 그러는데."
"저와 비슷한 여자를 만나고 싶어요."
뒤돌아 가는 정재현을 마지막으로 난 눈을 번쩍 떴다.
이런 XX...
기분 좋아야 할 이런 개운한 아침에
듣기 상스런 욕부터 나오게 만드는 개꿈은
이제 막 일어난 나를 한동안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게 만들었다.
닝기적거리다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내 몸을 덮고있는 이불도 치웠지만
금세 또다시 그 상태로 창 밖을 바라보고선 방금 꾼 꿈을 곱씹었다.
단호하게 헤어지자고 하는 정재현의 표정,
망설임 없이 뒤돌아 가는 정재현의 뒷모습,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동아리 반장.
얼씨구나, 보기좋게 잘 맞아 떨어지는 세박자는
가뜩이나 그 반장을 의식하는 나를 더 세게 흔들어 놓는거에 충분했고
평소였으면 하루종일 기대하고 설렐 수학 동아리가 들은 날이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떠올리자마자 나는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
"연필잡이랑 싸웠어?"
먹는 둥 마는 둥하는 나를 힐끔 쳐다보고선
다시 열심히 주둥이와 젓가락을 놀리던 정수정은
1초의 망설임없이 나에게 물어왔고
여전히 축 처져있던 나는 힘없이 양쪽으로 고개를 저었다.
"근데 무슨 표정이 똥씹은 표정이야?"
옆에서 박수영도 꽤나 눈치를 보고있었는지
밥먹다 말고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생각 없네, 밥이 똥같다."
"야씨, 드럽게 진짜."
정말 입맛이 없었던 나는 멍한 표정으로 다물고 있던 입을 열자
정수정은 바쁘게 움직이던 젓가락을 식판 위에 탁, 놓고선
정말 똥씹은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타박했다.
물론 그런 정수정의 말 또한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정재현의 얼굴을 보는 것은 언제라도 기분 좋은 일임에 마땅하지만
동아리 반장의 얼굴까지 봐야한다는 것은 오늘따라 날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담임의 종례가 끝날 때까지 우리 반 앞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정재현과
사이좋게 나란히 걸으며 동아리 수업이 있는 교실까지 가는 시간 동안
하루종일 우울했던 나를 아주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만들었지만
어느 누군가로 인해 오래 갔으면 한 그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재현아!"
순간 동시에 정재현과 나는 뒤돌아 들려오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고
유인물 여러장을 들고 있던 동아리 반장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나는 가뜩이나 좋을리가 없던 표정을 더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저 꼴도 보기싫은 면상을 벌써 봤다는 것과
무거운 유인물들 때문에 끙끙거리는 그런 반장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한걸음에 뛰어가 몽땅 자신이 대신 든 정재현의 모습을 봐야한다는 것,
이 두가지는 아침에 눈 뜨기 전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그 꿈을 떠올리게 했고
대놓고 정재현에게 눈치주진 않았지만 굳이 표정을 숨기진 않았다.
하지만 눈치 없이 동아리 반장이 등장함과 동시에
정재현과 반장은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하하호호, 즐겁게 웃으며 만담을 나눴다.
그러다보니 정재현은 내 표정을 살필 겨를이 없었고 그대로 교실에 도착하여
나는 아무 말 없이 아무 자리에 가방을 신경질적으로 내려 놓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
"내가 오늘 나눠 준 유인물 있지?
다음 시간까지 풀어오고 만약에 풀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나 아님 재현이한테 연락해!"
방금 전 받은 유인물을 관심 없이 넘기다가
동아리 반장이 열심히 내뱉는 공지사항 마지막 부분에 나는 멈칫 했다.
왜 저기에 정재현 이름이 들어가 있는거야?
쟤는 정재현이 한가해서 전교 1등하는 줄 아나.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는 반장의 말에 코웃음 치며 정재현을 바라보았지만
이미 동아리 반장과 말을 끝낸건지
정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필통 정리를 하고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다시 기분이 나빠진 나는
정재현에게 무슨 일이냐며, 물어보려고 폰을 꺼내자마자
끝낼 것 같던 동아리 반장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 수고했고, 재현아! 너는 남아서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이제는 아예 동아리 필수코스처럼 당연하듯이 정재현과 대화를 나누려는
동아리 반장에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어 그저 정재현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정재현은 서서 가방을 챙기다 말고 나에게 고개를 돌려 입모양으로,
'잠깐만요, 선배. 얘기좀 하고.'
라며 가방을 챙기는 걸 급히 하고 교탁에 있는 동아리 반장에게 다가갔다.
다른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떠들며 교실을 나섰지만
난 나가지 못한 채 그저 그 둘만 노려보며 어서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정재현에게 살살 눈웃음도 치면서 쑥스럼 타는 동아리 반장을 데려다가
지나가는 동네 3살짜리 꼬마애에게 물어봐도
저건 여우짓이야, 라고 대답할 수 있는 꼬라지를
목격하자마자 조용히 흘러가던 강물이 금세 폭포로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여우꼬리 백만개는 달고 있는 동아리 반장은 둘째치고
정재현은 뭐하나,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시선을 옮겨 정재현을 쳐다보았지만
얘가 아는지, 모르는지
동아리 반장이 말하는 걸 그저 끄덕이면서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재현과 연애하기 전에는 이 상황을 혼자 혹은 정수정, 박수영과 같이 삭혔다면
현재는 난 엄연한 정재현의 여자친구였고
충분히 이 일에 대해 내 감정을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재현."
그 잠깐동안에 대화의 화제가 언제 바뀌었는지
정재현은 동아리 반장과 꽤나 진지한 얼굴로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내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그 이유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인내력에 바닥을 느낀 나는 전혀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아
다시 한번 정재현의 이름을 불렀다.
"정재현!"
내가 참았던 목소리를 높인 그때서야
정재현과 동아리 반장은 내 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난 내 표정을 숨길 겨를 없이
일단 그 둘을 떼놓기 위해 억지를 부려야만 했다.
"재현아, 가자."
"선배, 잠깐만요. 할 얘기가 있어서."
정말 급한 용무인지, 뭐인지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은 채 내 쪽을 향해 오른손을 들어 올리고선
다시 동아리 반장과 대화를 이어가려 하는 정재현의 태도는
불같이 타오르는 내 마음에 휘발유를 들어부은 격이 되어버렸다..
"나중에 하면 되잖아. 나 집가고 싶어."
"선배."
"나 집갈거라구."
우리 둘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동아리 반장을 앞에 두고
정재현은 눈을 감고 크지 않은 한숨을 내 뱉은 후에 입을 열었다.
"잠깐만, 기다려줘요. 선배."
분명 정재현도 참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 한번 날 어르고 달래는 투로 말한 그때,
동아리 반장은 손을 들어 정재현의 팔에 자신의 손을 얹고선 토닥였다.
"이따가 나한테 따로 전화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 날 무시하는 동아리 반장의 태도에
이미 이성을 잃은 나는 공격적인 어투를 그대로 그 아이에게 돌렸다.
"저기, 반장. 일단 그 손 내려놔."
"뭐라고?"
동아리 반장 또한 곧바로 날선 눈빛을 하고선 나를 바라보았고
여전히 손을 정재현의 팔에 그대로 둔 채 나를 상대하려 했었다.
"내 남자친구 팔에 있는 니 손, 내려 놓으라고."
그제서야 동아리 반장은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엉거주춤하며 바로 손을 내렸다.
그런 동아리 반장을 보고도 나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정재현한테 따로 전화하지마. 할 말 있으면 내 앞에서 해."
"내가 왜?"
"선배, 그만해요."
정재현은 싸움이 일어나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야 끼어들었고
여전히 그 아이가 아닌 나를 말림으로써 내 자존심엔 잔금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저 그만하라고 말 한마디 한 것임에도 천군만마 얻은 것처럼
정재현 뒤에 숨어 나를 비웃는 듯한 동아리 반장과
참 미운 정재현이 꼴도 보기 싫어서
난 굳은 표정을 한 채 망설임 없이 뒤돌아 교실을 나섰다.
"선배!"
등 뒤에서부터 날 부르는 정재현의 부름을 완전히 무시하고
난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서 발걸을음 더 빨리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않아 정재현에 의해서 팔이 붙잡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난 이때다 싶어, 바로 정재현에게 쏘아 붙였다.
"내가 저번에도 말했잖아, 걔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구."
"제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그 선배님이랑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럼 내 앞에서 해. 둘만 속닥거리지마."
"선배, 억지부리지마요."
그래, 상황이 이렇게까지 온 건 온전히 아침에 꾼 개같은 꿈 때문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날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정재현을 보면서
나는 서운함과 동시에 오히려 나 또한 정재현을 이해하지 못했다.
"넌.. 내 남자친구 아니야?"
"선배."
"니 여자친구가 싫다고. 아니, 걔랑 뭘 하든지 어쨌든지간에
너는 니 여자친구가 걔한테 망신당한적이 한 두번이 아닌데도
걔랑 상종하고 싶어? 그래?"
이미 격앙된 내 목소리에 정재현은 입을 다물고 내 말만 듣고 있을 뿐이었고
아무도 말리지 않는 이 상황 속의 나는 계속해서 입 밖으로 내뱉고 있었다.
단순한 질투심을 넘어 마음 속 감춰있던 자존심까지 다다르자
폭주하는 내 분에 못 이겨 눈물을 내보낸지는 오래였다.
정재현도 자기 나름대로 일렁이는 화를 참고 있었던지
화만 내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다가
울먹거리는 내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나를 바라보았고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며 곧바로 눈물을 닦아주려 손을 올리려던 걸
나는 뒷걸음질치는 모습으로 그런 정재현을 내쳤다.
"속상해."
"..."
"내가 여자친구인데."
"..."
"나만 질투하고 나만 안달나있는 것 같아."
여전히 울먹이며 간신히 한 마디, 한 마디 내뱉고는
계속해서 눈 앞을 가로막는 눈물을 소매로 벅벅, 닦았다.
"지금은 니 얼굴 보기 싫어."
그저 달래주지는 못하고 계속 나만 바라보는 정재현에게
분명 뒤돌고서 후회할 말을 한 나는 그 후로 입을 다물고
멀뚱히 서있는 정재현을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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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빨리 오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한 분 한 분 달아주시는 댓글들 보며 정말 힘을 냅니다!
이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진심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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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절대 빼먹진 않을테니 걱정말고 다음화에서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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