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모범심즈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14 (모범생 정재현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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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 여자친구 생겼어요."
라는 갑작스런 내 말에 정윤오는 밥 먹다 말고 멈칫, 하더니
반찬을 향해 가 있던 시선을 올려 재빠르게 나와 눈을 맞췄다.
난 여전히 정윤오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학교 선밴데, 예쁘고 성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누나예요."
"어머, 그러니? 언제 한번 우리집에 초대해야겠네."
어머니도 깜짝 놀라시며 활짝 웃으시고 연신 내 말에 신기하신 듯
식탁에 가지런히 놓여져있는 반찬들을 내 앞으로 끌고 오셨다.
정윤오는 조용히 그런 어머니 모습을 빤히 쳐다보다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두 손을 식탁위로 가져와 깍지를 꼈다.
여전히 우리 둘은 눈을 계속 마주치며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나눴고
정윤오는 아무 표정도 없던 얼굴에 억지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재현아. 여자친구 데리고 와.
재현이 너가 가족들한테 이런 얘기하는 거 드물잖아."
"응. 형한테 소개해줘야지. 내 여자친구인데."
일부러 귀에 쏙쏙 박히라고 친절히 마지막 말에 힘을 주어 말을 하자
정윤오는 내 의도를 눈치 챈 듯
한껏 올린 입꼬리에 경련이 일어나는 걸 숨기지 못했고
나는 그런 정윤오의 표정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어머니, 저 먼저 일어날게요. 약속이 있어서."
"이 시간에? 밥 먹다말구."
"갑자기 잡힌 약속이예요. 금방 들어올게요."
정윤오가 조심히 의자를 뒤로 빼 자리에서 일어서자
어머니는 걱정을 내비치며 부엌을 나서려 하는 모습에서 눈을 떼시지 못 하셨다.
나 또한 그런 형을 계속 바라보며 아직 반찬을 내오는 아주머니께 말을 건넸다.
"아주머니, 여기 형이 먹다 만 밥그릇 치워주세요."
*
어머니와 단 둘이 저녁을 마치고 내 방에 올라와 아까 읽다만 책을 다시 읽으려
침대 위에 놓여져 있는 책을 들자마자 조용했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내가 내준 숙제의 수학 범위가 쉬운 부분은 아니어서 물어보려고 하는지
벌써 전화를 건 성격 급한 선배가 귀여워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바지 뒷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확인했다.
[동아리 반장 선배님]
내 예상과는 다른 사람의 이름에 나는 일부러 텀을 두곤
열심히 울리는 핸드폰을 달래려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네, 선배님."
-어, 재현아. 늦게 받네? 바빠?
"아, 네. 요즘따라 과제가 많아서."
-아 그렇구나. 다름이 아니고 걱정이 있어서..
한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 잠잠하더니 또 다시 말을 꺼내는 모양새를 보니
금세 안 끝날 통화인 걸 알고 있는 나는 아예 책상 앞의 의자에 앉아
고개를 젖혀 눈을 감고 말을 이었다.
"네, 말씀하세요. 선배님."
-그게 아니라, 내가 저번에 말했었던 거 기억나지?
.
.
.
열심히 목소리를 내는 선배님의 목소리에
난 적당히 설렁설렁 맞장구를 쳐주며 무관심하게 통화를 이었다.
통화를 하는 동안 내일 있을 선배와의 과외를 위해 문제집을 펴서 공부를 했고
계속 선배 얼굴이 떠오르자 난 통화를 끊고 싶어지는 생각을 억눌러야만 했다.
처음 이 수학 동아리를 들은 건 온전히 수학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에서였다.
이 학교에서 과학 동아리가 교외대회에서도 수상을 한 경력이 있어
담임 선생님이 과학 동아리에 들 것을 강력하게 추천을 해 오셨는데
당연히 수학 동아리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나는
그 길로 담임 선생님에게 수학이 좋다며 그 동아리에 들겠다고 했고
말리는 담임 선생님을 뒤로 한 채 내 생각을 단호하게 말씀 드렸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수학 동아리에 든 걸 난 후회는 없었다.
관심있는 동아리에서 관심있는 선배를 만났고
내가 좋아하는 수학에 대해 공부하는 건 즐거운 일이었지만
단 한가지,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그 유일한 한 가지는 바로 이 선배님이였다.
처음 갔던 수학 동아리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교탁으로 조용히 날 불렀는데
난 아무런 생각없이 교탁으로 향했고 이 선배님은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자신이 반이든 동아리든 반장을 맡은 건 처음인지라
많이 어색하고 또 부담이 되어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초, 중학교 시절을 보내며 반장을 해 온 경력이 있어 꽤 익숙해져있던 나는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어
내가 알고 있는 온 정보들을 간략하게 줄여 이 선배님에게 전해주었다.
선배님은 여전히 눈썹을 찡그린 채 조용히 듣고 있다가
조심스레 나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그러면 내가 이따가 전화할테니 그때 다시 설명해줄래?"
난 미안해하는 표정을 보이는 선배님에게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던 나를
지금 와서야 후회를 했고 여전히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는
동아리 반장 선배님의 말을 내가 직접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선배님, 죄송한데 지금 어머니가 부르셔서요."
-아 그래? 아직 물어볼 게 많은데... 어쩔 수 없지.
이따가 다시 통화되니?
"아뇨,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아냐아냐, 오히려 늦은 시간에 전화한 것 같아서 내가 미안하다.
그럼 내일 동아리 시간에 보자.
"네, 들어가세요. 선배님."
간신히 끊긴 통화에 뜨거워진 핸드폰을 느끼며
나는 책상 위로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놓은 다음 고개를 젖혀 한숨을 쉬었다.
수학 동아리에 처음 들어갈 때까지만해도
전혀 몰랐던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자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한참동안이나 생각해야만 했다.
이렇게 자주 휴식을 빼앗고 귀찮게 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친절하게 가르쳐주었으면 안 됐었나, 라는 후회가 밀려오는 걸
나는 계속 무시해야만 했고 곧바로 핸드폰을 들어
망설임 없이 통화목록으로 들어가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꽤 오랜 시간 통화 연결음이 가는 걸 조용히 듣고 있다가
드디어 기다렸던 선배의 목소리에 나는 활짝 웃었다.
"선배."
-야 정재현, 너무 어렵잖아
"일부러 전화하라고 어려운 부분 숙제 내줬는데
왜 전화를 안했어요."
-공부할까봐 전화 못했지.
"내가 그냥 전화 하라고 했지."
숙제가 어렵다며 우는 목소리를 내는 선배와의 전화는 늘 즐거웠고
나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해 소리를 내며 웃자
창피하니까 웃지 말라는 선배는 곧바로 큰 소리를 쳤다.
*
2주에 한 번씩 돌아오는 수학 동아리가 드디어 오늘 들었고
나는 선배 얼굴을 2시간 동안이나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설레는 마음을 갖고 선배의 종례가 끝날 때까지
얌전히 교실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
교실을 빠져나오는 여러 선배님들 사이에서
수정 선배님과 나란히 나오고 있는 선배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손을 들어 선배를 불렀다.
선배는 나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준 후
내 쪽으로 다가왔고 난 손을 뻗어 선배의 문제집을 들어주었다.
"너도 참 정성이다 야,"
옆에서 수정 선배님이 우리 둘을 흘겨보며 대충 손을 휘젓고는
등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나섰다.
"선배, 가요."
평소같으면 나와 만나자마자 신나하며 재잘재잘 말을 꺼낼텐데
어제와는 다르게 기분이 안 좋아보이는 선배의 표정에
나는 선배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자주 기침하길래
급한대로 근처 약국에서 약을 사다가 쥐여줬는데
그래도 가시지 않은건가, 해서 고개를 숙이고 선배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선배는 그저 입꼬리를 올려 괜찮은 척 하며 대화를 이었다.
"어제 잠 못자서 그래, 니가 숙제 하도 어렵게 내줘서."
"어디 아픈 건 아니죠?"
"나 괜찮아, 너가 저번에 약도 사줬잖아."
"그러니까 아프지 마요."
괜히 걱정되어서 손을 들고 선배 등 위로 조심스레 토닥여줬다.
딱봐도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약해보이는 선배의 모습은
감기는 고사하고 더 큰 병을 키울라 미리 앞선 걱정을 가시지않게 만들었다.
그렇게 여전히 걱정을 품고 선배와 이것저것 얘기를 하다가
복도에서 크게 내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얼굴 높이보다 유인물을 많이 들고 있는 동아리 반장 선배님을 보자마자
저대로 뒀다간 넘어질 것 같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결국 뛰어가 내가 대신 들었다.
"미안, 생각보다 좀 무겁네."
"괜찮아요."
먼저 미안하다며 활짝 웃는 선배님에게 나도 따라서 웃어주었다.
그러고 고개를 돌려 선배를 바라보았지만
먼저 저 앞을 보고 빠르게 걸어가는 선배 뒷모습만 볼 수 있었다.
선배를 부르기엔 옆에 있는 반장 선배님의 눈치가 보여
부르지도 못하고 끙끙, 대고 있었는데 옆에서 선배님이 말을 걸었다.
"아 맞다, 재현아. 이게 사실 수학 문제 뽑아 놓은 유인물이거든?"
"네, 선배님."
"이거 풀라고 애들 나눠줄건데 만약에 모르는 거 있으면
나 아님 너한테 연락하라고 하려구. 괜찮지?"
괜찮냐며 조심스레 물어오는 선배님에게 대놓고 싫다고는 못하고
난 그저 아, 네. 그러세요, 라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휴식 시간에 통화로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이젠 다른 애들의 연락이라니.
난 또다른 곤란한 부탁에 머리가 지끈해져오는 걸 무시하고
빨리 교실에 도착하도록 그저 발걸음만 빨리했다.
*
"내가 오늘 나눠 준 유인물 있지?
다음 시간까지 풀어오고 만약에 풀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나 아님 재현이한테 연락해!"
앞에서 열심히 공지하는 반장 선배님의 말을 들으며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남아서 자신과 잠깐 얘기 좀 하자는 말에
나는 또다시 소리없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려 선배의 눈치를 보았다.
선배도 이 상황이 마냥 달갑지는 않은지 벌써 쳐진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았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오늘 아예 반장 선배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제 더는 곤란할 것 같다며 좋게 얘기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잠깐만요, 선배. 얘기좀 하고.'
선배에게 기다려달라고 말까지 하게 만드는 이 상황이 싫어서
얼른 대화를 끝내야겠다고 다짐하고 빠른 발걸음으로 교탁으로 향했다.
"재현아, 있잖아. 유인물 이 부분에서 이거.. 나도 잘 모르는 문제거든?
이거 혹시 이따가 전화해도 될까?"
겨우 이거 물어보려고 날 부른건지 약간의 짜증이 나는 걸 겨우 참고
나는 유인물로 향한 시선을 거두지도 못한 채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중, 이 선배님이 갑자기 웃으며 고맙다고
자신의 손을 들어 내 팔을 툭툭, 치며 은근한 신체접촉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멍하게 있다가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었고 몸을 뒤로 빼려고 했는데,
"정재현!"
아까부터 내 이름을 불러왔는지 눈썹을 찡그린 채 씩씩, 대는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반장 선배님에게 지금 얼굴 마주할 때 말해야겠다 싶어,
"선배, 잠깐만요. 할 얘기가 있어서."
라고 손을 들어 잠시 시간을 달라고 선배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내 행동에 더 화가 난건지 선배는 나중에 하면 되지 않냐며
신경질적으로 다시 답해왔다.
"선배."
"나 집갈거라구."
꼬일대로 꼬인 이 상황에 나는 크지 않은 한숨을 내뱉다가
나 자신도 모르게 이 문제로 예민해져있었던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나 혼자 삭히고 있던 중에
갑자기 반장 선배님이 이젠 아예 내 팔에 자신의 손을 얹고선 토닥였다.
"이따가 나한테 따로 전화해."
전화는 둘째치고 아까부터 계속 은근한 스킨십에
나도 화가 나 내 팔에 가있는 손을 뿌리치려했고
선배 또한 그 모습에 화가 났는지 한 두발짝 우리에게 다가오며
나보다 먼저 그 선배님에게 화를 냈다.
"저기, 반장. 일단 그 손 내려놔."
"뭐라고?"
"내 남자친구 팔에 있는 니 손, 내려 놓으라고."
"그리고, 정재현한테 따로 전화하지마. 할 말 있으면 내 앞에서 해."
"내가 왜?"
"선배, 그만해요."
둘이서 말다툼을 하는 걸 듣고 있던 나는 다른 의미로 화가나기 시작했다.
이 선배님이 뭐라고 내 여자친구가 화를 내는 이 상황이 짜증났고
그 짜증나는 상황으로 이르게 한 장본인인 나에게 화가 났다.
선배에게 향한 화남이 아님에도 선배는 그만 하라는 나의 말에 오해를 한 건지
조용히 나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등을 돌려 교실을 나섰다.
반장 선배님과 나만 남아있는 교실은 조용했고
그 상황에도 선배님은 나에게 다가오며 손을 다시 팔에 올렸다.
"괜찮아?"
"아뇨, 안 괜찮아요."
난 바로 내 팔에 얹은 그 선배님의 손을 다른 손으로 내리고
발걸음을 돌려 책상위에 놓인 가방을 메어 교실을 나간 선배를 쫓아가려다가
다시 등을 돌리고는 그 선배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다신 이러지마세요. 전화도 하지 마시구요."
상황이 이렇게 되서야 꺼낸 이 말에 나는 괜히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내뱉고는 선배님이 어떤 표정을 짓든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그저 선배를 찾아야겠다는 생각만 끊임없이 들었다.
*
빠른 발걸음으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선배의 뒷모습을 발견하자마자
나는 선배를 크게 불렀고 빠르게 달려가서 선배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선배는 이때다 싶었는지, 내 눈을 바라보며 쉬지 않고 말을 했다.
그런 선배의 말을 듣고 있다가 난 갑자기 의아함을 느꼈다.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그 선배님때문에 선배가 이렇게 화를 낸다는게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고 나 또한 선배따라 말에 가시가 돋치기 시작했다.
"넌.. 내 남자친구 아니야?"
"선배."
"니 여자친구가 싫다고. 아니, 걔랑 뭘 하든지 어쨌든지간에
너는 니 여자친구가 걔한테 망신당한적이 한 두번이 아닌데도
걔랑 상종하고 싶어? 그래?"
선배가 울먹이며 말을 꺼내자 나는 그때서야 아차, 싶었다.
눈물을 흘리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얼른 달래려 손을 올렸고
선배는 그런 내 손을 내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속상해."
"..."
"내가 여자친구인데."
"..."
"나만 질투하고 나만 안달나있는 것 같아."
간신히 내뱉던 선배는 바보같았던 날 꼼짝없이 만들기에 충분했고
난 달래지도 못한 채 그저 선배의 모습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은 니 얼굴 보기 싫어."
*
나는 들고 있던 펜을 신경질적으로 놓았다.
그러곤 울릴 생각도 없는 핸드폰을 노려보다가 결국 다시 들었는데
배경화면으로 활짝 웃고 있는 선배의 사진을 보자마자
난 다시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말하지 말걸."
들을 사람도 없는데 바보처럼 멍하니 혼잣말하다가
나는 아까부터 계속 받지 않는 통화를 다시 한 번 시도했고
아까와 같이 선배 쪽에선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이미 동아리 반장 선배님은 차단한지 오래였음에도
어떻게 선배와 화해를 할지 계속 고민하다가 답답한 마음을 식히려
부엌으로 내려와 물을 따르고 목이 마른 사람처럼 벌컥벌컥 마셨다.
때마침 정윤오도 물 마시러 왔는지 터덜터덜 들어 오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동생, 공부가 잘 안되시나봐."
"요새 관심거리가 떨어졌어?"
"떨어지긴, 많아서 탈이지."
"그럼 거기에 신경써. 나한테 신경 끄고."
날카로운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온 정윤오는
기다렸다는 듯 또다시 화젯거리를 선배로 꺼내기 시작했다.
"김여주 요즘 안 보이더라."
"..."
"그래서 요즘 내가 심심해. 클럽 물이 안 좋아지는 것도 같고."
"나한테 신경 끄라는 말은 김여주도 포함한 말이야."
"관리 잘해. 소중한 니 여자친군데."
끝까지 내 속을 긁던 정윤오는 그렇게 유유히 부엌을 빠져나갔다.
안 그래도 선배 때문에 심란한 머릿속을 더 어지럽혀 놓은
정윤오의 뒷모습을 조용히 노려보다가
단정했던 내 머리를 헝클이고 다시 내 방으로 들어갔다.
*
"선배."
진짜로 내가 본 선배가 맞는지 나는 눈을 찡그리고 자세히 보았다.
선배에게 다가갈수록 선배를 처음 봤던 그 모습이 확실했고
내 눈은 다른 것은 다 무시한 채 오로지 선배의 치마만 눈에 들어왔다.
이 여자가 나를 화나게하려고 작정한 듯
담배 냄새는 대놓고 풀풀 풍기고 꽤나 신경쓴 차림새에 정말 화가났지만
어제 나 또한 잘했다 싶은 행동은 없어 난 속으로 화를 삭히고
그저 내 가디건을 벗어 선배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치마 여분있는 다른 선배님들한테 빌려서 입어요."
"그런 애들 없어."
"그럼 제가 구해다줄테니까 그거라도 입어요."
"싫어."
"김여주."
계속 나를 화나게 하려는 계획인지 결국 난 참지 못하고
이젠 아예 선배의 이름을 불렀다.
그제서야 조용히 입만 다물고 있는 선배를 보다가
난 빨리 최대한 빨리 진정하려 노력했고 선배와 화해를 시도했다.
"재현아!"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려오는 목소리가 나는 쪽을
일부러 안 보고 있었지만
그 선배님의 목소리만으로도 기분이 다시 상한지
선배는 내가 입혀준 가디건을 벗어 나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우리 옆으로 다가온 그 선배님이 바로 옆에서 뭐라 떠들던지
내 눈엔 선배의 망할 치마밖에 안 보였고
누가 선배 다리를 볼새라 난 다시 빠르게 입혀주었다.
"저기, 선배님."
"어?"
"지금 제 여자친구 때문에 제가 좀 곤란해서..
다음부터 사적인 일로 연락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가요 선배."
분명 어제도 알아듣게 좋게 좋게 말했음에도
다시 아무렇지 않게 아는 척을 해오는 반장 선배님에게 말을 했고
선배와 단 둘이서만 있고 싶어 그 자리를 재빨리 벗어났다.
반장 선배님에게 등을 보이고 둘만 걷고 있는데
단호한 내 모습에 선배도 꽤 놀랐는지
슬쩍 고개를 돌려 그 선배님을 보다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뻔히 보이는 행동에 나는 슬쩍 미소짓고 화난 척 말을 이었다.
"이따가 끝나고 선배 교실 앞으로 갈게요.
그때도 치마 이거 입고 있으면 진짜 화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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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 근 일주일 만이네요
이번 주 내내 과제에 찌들어살다가
결국 오늘에서야 재현이 시점, 하편을 들고 왔습니다.
오늘 구독료 공짜라면서요..? 맞나요?
부디 이번 편도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맘껏 보세요 여러분!
아맞다, 사랑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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