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모범심즈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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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동안 안 찾은 뒷뜰에서 흰 막대를 입에 물고 있던 정수정은
옆에서 그저 신난 박수영과 장난을 치다가
나도, 라는 내 말에 깜짝 놀라며 날 빤히 쳐다보았다.
"....뭘?"
"니가 물고있는 거"
"수영아, 얘 뭐래냐?"
"개소리하는 것 같은데?"
계속 귀신 보는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정수정과 박수영에게 짜증을 내비친 나는
결국 신경질적으로 정수정이 물고있는 담배를 뺏어
얼른 내 입으로 가져다 물었다.
그러고나서 입에 담배를 물자마자 반사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주머니에 있는 라이터를 찾는 습관이 나왔고
그걸 깨달은 나는 아... 하며 정수정을 다시 볼 수밖에 없었다.
정수정은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손에 들고있는 라이터를
나에게 넘기고는 주머니에서
담배곽을 꺼내 새로운 가치를 입에 물었다.
"너 말해봐. 어제부터 기분 안 좋아 보이더니
연필잡이랑 진짜 싸운거야?"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을 하는 정수정의 말은 무시하고
나는 말없이 시선은 멀리 한 채 그저 담배만 뻑뻑, 대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박수영은 그런 나를 보다가 결국 답답해하고는 신경질적으로
입에 물고있던 불도 안 붙인 담배 한가치를 다시 빼며 나를 몰아 붙였다.
"오늘 화장 떡칠에 치마는 빤스 다보이게 입고와서는
무슨 일인지 우리한테 말을 해야 알거 아냐 우리도."
"맞아."
옆에서 정수정도 담배연기를 뿜다말고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새 반은 줄어든 담배를 땅에 떨어뜨려 신발로 끄고
궁금해하는 그 둘을 바라보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말하다 질질 짤 것 같으니까 물어보지마."
*
의미없는 쉬는 시간에 나는 교무실을 지나쳐야하는 화장실에 가려고
정수정도 없이 혼자 교실에서 빠져나와 멍하니 걷고 있었다.
안 그래도 심란한 머릿속 덕분에 세수라도 하자, 라고 생각하며
흘러내리는 머리를 쓸어 넘기다 시선을 앞으로 향했고
우리 학년 교무실에 이제 막 들어가려는 정재현을 보았다.
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정재현에 눈을 깜빡이며 당황하고는
마음속으로 절대 날 발견하지 말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정재현에게 시선을 머무른 채
화장실로 향해있던 발걸음을 재빨리 돌리려다가
결국 정재현은 그런 날 발견하고 말았다.
정재현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문을 열려고 한 행동을 급히 멈추고
내 교복을 발견하고는 표정이 순식간에 굳는 걸 나는 알아채고 말았다.
"선배."
복도 끝에서부터 들려오는 정재현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난 급히 몸을 돌려 그 곳으로부터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정재현은 금세 빠른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와
더는 가지 못하게 내 손목을 잡았다.
정재현의 힘에 어쩔 수 없이 돌려진 내 몸을
난 오히려 다시 돌리려고 하는 시도도 하지 않고
그저 정재현의 시선을 피한 채 애꿎은 머리만 쓸어 넘겼다.
그러자 정재현은 말없이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날 조용히 훑었다.
정재현은 여전히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자신이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 바로 내 어깨위에 걸쳐주었다.
어제부터 이어 온 서운함에 그런 행동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한 나는
다시 가디건을 정재현에게 주려고 벗으려 손을 올렸지만
정재현은 그런 나를 막으며 입을 열었다.
"치마 여분있는 다른 선배님들한테 빌려서 입어요."
"그런 애들 없어."
"그럼 제가 구해다줄테니까 그거라도 입어요."
"싫어."
"김여주."
끝내 선배라는 말을 갖다 버린 정재현이
금세라도 불같이 화낼것같은 이 상황에
여태까지 막무가내로 나갔던 나도 긴장하여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정재현의 시선을 피하는 일 밖에 하지 못했다.
오늘따라 쉬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이 복도에서
그새 용케 진정된 목소리의 정재현 말이 들려왔다.
"담배도 피고.."
"...."
"어제 전화도 안 받고.."
"...."
"저 피 말리려고 작정했죠."
난 계속 입을 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화난 듯 안 화난 듯 날 나무라는 정재현의 말을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정재현도 입을 다물고 계속 날 바라만 보고 있던 중,
"재현아!"
제일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순식간에 내 표정을 굳혀
기분이 더럽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내비쳤다.
난 그럼 그렇지, 하며 흘러내리는 내 머리를 쓸어 넘겼고
꼴도보기 싫은 둘의 모습을 또 봐야되나, 하는 생각과 함께
여기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어제 전화 왜 안받았어?"
싸늘한 공기를 갖고있는 우리에게 싱글벙글 다가오며
그저 멀뚱히 서있는 정재현에게 말을 건 동아리 반장은
오늘도 날 철저히 무시하려는 듯 계속 둘만 아는 이야기를 꺼냈다.
난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가디건을 벗어 정재현의 가슴팍을 향해
일부러 힘주어 돌려주었다.
그러자마자 정재현은 바로 그 가디건을 또다시 나에게 입히며
동아리 반장을 쳐다보고선 입을 열었다.
"저기, 선배님."
"어?"
"지금 제 여자친구 때문에 제가 좀 곤란해서..
다음부터 사적인 일로 연락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가요 선배."
동아리 반장에게 망설임 없이 살짝 고개숙인 정재현은
내 어깨에 걸쳐있는 가디건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다시 고쳐 올려주고선 여전히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린 채 걷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갑작스런 상황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걷는 정재현을 따라 걸음을 했고
살짝 뒤돌아 어깨너머의 동아리 반장을 쳐다보았다.
동아리 반장도 차가운 정재현의 태도에 많이 당황스러운지
멀어져가는 우리를 쳐다보다가
훽, 하고 돌아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난 뭔가 모를 속시원함을 느끼며 다시 고개를 돌려 정재현을 바라보았고
여전히 앞을 보고 있던 정재현은 입을 열었다.
"이따가 끝나고 선배 교실 앞으로 갈게요.
그때도 치마 이거 입고 있으면 진짜 화낼거야."
정재현은 내가 입고있는 치마를 다시 한번 쳐다보더니
눈썹을 찡그린 채 나에게 진짜 화낼거라는 엄포를 내놓았다.
그런 정재현에 나는 입을 삐죽이며 대놓고 싫다고는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제는 나도 이런 짧은치마를 입고 활동하기 불편해서
굳이 찾아 입고 싶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보란듯이 정재현 때문에
입고왔던거라 이따가 정수정에게 다른 치마를 빌려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재현은 고개를 끄덕인 나를 만족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손을 들어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하고는
나를 쳐다보며 얼른 들어가라고 내 어깨를 토닥였다.
*
"야, 김여주! 대박대박 야 진짜 대박!"
"왜 또?"
정수정에게 치마를 빌려입고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고 있던 나에게
평소와 같이 호들갑을 떨며 박수영과 찾아온 정수정이
가만히 있던 내 어깨를 미친듯이 두들겼다.
"야야, 그 정윤오 오빠있잖아 왜"
"누구?"
"아니, 그니까 그 우리 저번에 클럽에서 만났던 오빠!
완전 잘생기고 돈 많고! 아, 너 몰라?"
그니까 우리가 클럽에서 만났던 오빠가 한 둘이어야말이지...
나는 오래 전에 가 본 클럽에서 우릴 지나쳐간 수많은 오빠들 중
정윤오라는 사람을 기억해내려고 머리를 긁적이며 애쓰고 있었다.
"저번에 우리랑 부킹했던 오빠.. 아 진짜..
너는 요즘 공부한다는 애가 사람 기억하는게 그렇게 어렵냐?"
"김여주한테 이것저것 막 사준 그 오빠아냐?"
옆에서 가만있던 박수영이 정수정의 말을 거드며
까만 내 기억을 떠올리려고 도와주었지만
난 여전히 기억해내지 못해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너 그 오빠가 누군지 알아?"
"누군데? 시험에 나오는 문제야?"
"야이... 미친년아.."
정수정이 말하는 그 사람이 누군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난 지나간 남자에 전혀 어떠한 관심이 없었고
그저 이따가 정재현과 어떻게 상황을 풀어야 할지 괜시리 걱정하며
일단 동아리 반장은 나중에 조지든 뭘하든
사회에서 반쯤 매장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하기에 바빴다.
"야, 그 오빠 정재현 형이래"
"헐"
흘러내리는 정재현의 가디건을 다시 올리려던 그 순간,
가디건은 스르륵,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정수정은 떨어진 가디건을 허리숙여 주워 들고는
다시 내 어깨에 걸쳐주며 충격적인 말을 이었다.
"나도 몰랐는데,
그때 클럽에서 만난 그 윤오 오빠 친구한테 갑자기 카톡이 온거야.
잘 지내냐고. 그래서 막 이것저것 주고받다가
이번에 윤오 오빠 동생이 입학했는데 잘 부탁한대.
누구냐 그랬더니, 정재현이래. 완전 대박이지."
정수정이 옆에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
쉴틈없이 기나긴 설명을 하고 있었지만
난 그 얘기를 전혀 귀담아 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내 머릿속에선 그 날 클럽에서 그 오빠와 무엇을 했었는지,
그 오빠에게 받은 물건들이 뭐였는지,
또 그 오빠와 어떻게 끝났는지를 기억해내려고
점심 때 먹은 도넛츠의 힘까지 끌어다 쓰면서 노력했다.
이미 내 등줄기에선 흐르는 식은땀을 느낄 수 있을만큼
엄청난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마침 정재현에게 카톡이 오고 손을 벌벌 떨며 내용을 확인했다.
[선배, 이따가 제가 데리러 가는거 잊지 마요.
할 말도 있고.]
하...할 말...?
무슨 말인지 굳이 말을 안해줘도 충분히 짐작가는 내용을 떠올리며
나는 한동안 가만히 냅두던 머리를 다시 쥐어뜯었다.
"아 진짜, 하나 해결하면 하나가 난리냐."
눈을 감고 앓는 소리를 내는 나에게 정수정은 어깨를 토닥이며
지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결과를 말해주었다.
"일단 연필잡이가 윤오 오빠에 대해서 물어보면
무조건 기억 안 난다고해.
당사자가 기억 안 난다는데 지가 뭐 어쩔거야."
배 째라는 식으로 큰소리 뻥뻥, 치는 정수정의 뒷통수를
박수영은 아프지 않게 살짝 손으로 때리며 나무랐다.
"야 이 등신아, 얘가 기억 안난다고 하면 끝이냐.
그 오빠가 기억하는데."
그제서야 정수정은 아... 하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헤어져라 여주야, 답이 없다."
저번에 클럽 한 번 갔다고 그 난리를 핀 걸 예로 들며
포기하라는 정수정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나는
결국 오고 말 종례시간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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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초록글에 올라가있는 걸 보면서 신기하고 막 그르네여
쓰면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제 글을 재밌게 읽어주시고
잘 보고 간다며, 사랑한다고
고백까지 해오시는 분들께 참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로부터 오는
여러 가지 좋은 반응들을 온 몸으로 알 수 있으면서도
부담감 대신 행복감이 먼저 드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여러분 각자 한 분, 한 분
모두 만족스러운 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걱정 없이 써보려구요.
정말 거짓 1%없이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 암호닉은 매일 받고 있으니 망설임 없이 신청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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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회원분들은 댓글이 다른 분들보다 늦게 확인 되기 때문에
제가 암호닉을 늦게 추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절대 빼먹진 않을테니 걱정말고 다음화에서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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