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반."
"!!!"
네 뒤에 바짝 붙어 서서 큰 키로 종이를 쭉 내려다보다가, 제 이름을 발견하곤 손가락을 뗀 남자애가 7반, 하고는 학교 안으로 들어가버려.
'와씨, 겁나 세게 생겼네.'
속으로 깜짝 놀란 마음을 궁시렁 거리며 달래고 있던 넌, 남자애의 손가락이 머물고 있던 자리 바로 밑에서 너의 이름을 찾았어.
' 세봉중학교 김민규 ▶ 10720'
' 만세중학교 김여주 ▶ 10715 '
"아."
"같은반이네."
이게 좋은건가, 나쁜건가. 고개를 갸웃거린 넌 우선은 반을 찾아 들어가기로 해.
1학년 7반, 설레는 마음에 입가에 웃음을 둥둥 띄우고 들어간 넌 계단을 올라가다 아까 1층에서 만난 그 남자애가 저 멀리 서있는걸 봤어.
"저긴가."
남자애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던 넌, 걸어가던 중에 1학년 7반이 있는걸 보고 응? 하지.
쟤는 그럼 반을 잘못 찾아간건가. 한 넌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리고 말지.
"저기, 친구야!"
넌 이게 훗날 아주 큰 대참사를 불러일으킨다는걸 깨닫지 못하고.....
"?"
"7반은 그 쪽이 아니라 이 쪽인데!!"
네가 눈을 반짝거리며 해맑게 말하자 저 멀리 서있던 남자애가 한번 네 쪽을 쳐다보더니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켜.
"나?"
"응! 너!"
"거기 7반인거 아는데."
"아?"
널 한번 쳐다보던 남자애가 다시 고개를 돌려 제 앞에 서있는 여자애와 얘기를 하기 시작해.
넌 생각했지.
아, 또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렸구나.....^^
반으로 들어가며 슬쩍 남자애가 있는 쪽을 보니 여자애도 참 예쁘게 생겼어.
역시, 잘생긴 애들은 예쁜 애들이랑 노는구나.
씁쓸한 마음에 애써 웃는 얼굴로 반에 들어와 맨 앞자리에 가방을 내려놨어.
반 친구들이 오려면 아직 한참은 남은 것 같아. 뭘 할까 생각하다가 가방을 열어봤어.
교과서…
교과서……
"..."
어쩜, 그 흔한 소설 책 하나도 챙겨온게 없는지.
온통 교과서 뿐인 너의 가방에 한숨이 나왔지.
세봉고는 아무래도 모두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교다보니, 너도 자연스레 공부를 하는 쪽으로 맞춰질 수 밖에 없었어.
결국 교과서 하나를 꺼내들고 읽기 시작하는데, 문득 아까 그 남자애 생각이 났어.
'걔는 공부할 것 같이 생기진 않았는데.'
"..."
가만히 교과서 한 장을 펼쳐들고 멍을 때리던 넌, 입학 전 중학교 친구의 말이 생각이 났어.
"야, 세봉고 가면 걔 조심해."
"누구?"
"그, 세봉중에 소문난 날라리 하나 있거든?"
"에?"
"걔가 이번에 친구들 따라서 세봉고로 갔대. 원래는 공고 가려고 했나봐."
"헐.."
"그니까, 괜히 눈에 띄지말고 조용히 살아, 괜히 엮일라!"
"알았어!"
"에이, 설마 걔가 걔겠어."
"걔가 누군데."
"!!"
교과서를 팔랑 날리며 픽 웃던 넌 갑자기 네 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옆을 돌아봤어.
"너, 여기 사는 애 아니지?"
"어, 어?"
네 옆에서 허리를 숙여 네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던 남자애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갸웃거렸어.
"이 주변에서 본 얼굴은 아닌데."
"응..?"
"내 주변에 있는 얼굴은 다 똑같거든."
"어..?"
"다 하얗고, 빨갛고, 까맣고. 근데 넌 그런게 없네."
"...????"
네 얼굴을 천천히 살피던 남자애가 픽 웃곤 네 교과서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네 눈을 마주보며 말했어.
"너, 예쁘게 생겼다고."
남자애의 말에 아무 말도 어버버 거리고 있자 픽 웃더니 제 가방을 한 쪽 어깨에 고쳐매곤 맨 뒷자리로 가 앉았어.
'미친, 잘생긴게 말까지 잘해!'
요동치는 심장을 가까쓰로 붙잡은 네가 조용히 뒤를 돌아보자 남자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어.
다시 고개를 돌린 넌 아무렇지도 않게 교과서를 보려고 하지만 자꾸 남자애의 말이 귀에 맴돌지.
'너 예쁘게 생겼다고.'
'너 예쁘게 생겼다고.'
'너 예쁘게 생겼다고.'
"!!!"
두 손으로 네 볼을 착착 때린 네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어.
그래, 쟤는 능글거리는 남자애 1일 뿐이다.....!
라고 하기엔 너무 과도하게 잘생긴 남자애의 얼굴 때문에 넌 한숨을 쉬고 말아.
고개를 돌려 슬쩍 시계를 확인하니 10분 정도가 남았어.
이제 슬슬 친구들이 올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을 놓고 또 한번 슬쩍 뒤를 돌아봤어.
"!"
"?"
남자애와 눈이 마주쳤어.
황급하게 고개를 돌린 넌 속으로 온갖 욕을 다하지.
'왜 돌아봐가지고!'
'왜!'
'아니 미친, 왜 돌아보고 난리야! 나대지마 심장새끼야!'
넌 가방에 얼른 교과서를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뒤에서 널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야."
그대로 얼어붙은 넌 교과서를 넣던 손을 멈추고 슬쩍 뒤를 돌아보지.
"나.. 불렀.."
"야, 김민규!"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남자애에게 대답을 하려는데, 갑자기 앞문이 확 열리며 누군가 남자애를 불렀어.
민규라고 하는 애는 널 한번 쳐다보다가 제 친구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그냥 반을 나가버렸지.
"..."
멈춘 손이 민망해지는 시간이었어.
큼큼, 헛기침을 하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가방을 정리한 넌 슬쩍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해.
"이 새끼가, 맨날 지각만 하던 놈이 지 혼자 빨리 가는게 어딨냐? 어?"
"그냥."
"골 때리는 새끼! 너 때문에 나랑 부승관이랑 늦을 뻔 했잖아 니 기다리다가!"
"지각하지, 첫 날부터 패기 넘치게."
"쓰레기 새끼야!"
"..."
왠지 네 친구가 알려준 그 성격 이상한 양아치가 김민규와 점점 오버랩되는 기분에 넌 억지로 웃어보였어.
걸리면 큰일 나겠네.
점점 밖이 시끄러워지고, 교실엔 하나 둘 빈자리가 채워지기 시작했어.
세봉고에 입학한 이번 1학년들은 대부분 세봉중 아이들이었기 때문일까, 다들 첫 날부터 무리를 지어 다니기 시작한 탓에 넌 멀뚱멀뚱 앉아만 있었지.
하지만 네 성격에 혼자 앉아있는 건 정말 못하겠는거야, 결국 옆자리에 앉은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었어.
"안녕!"
"?"
"너넨 어디서 왔어?"
"아, 우리는 세봉중."
"아~ 그렇구나. 나는 만세중! 만세동이라고 알아?"
친화력하면 김여주, 김여주하면 친화력.
방실방실 웃으며 다가간 덕에 첫 날부터 친구 사귀기는 성공.
친구들과 열심히 떠들다보니 종이 울렸고, 아이들은 모두 자리에 앉았어.
"첫 날이니까, 출석 불러볼게."
"이석민."
"네~"
"부승관."
"네!!"
"김민규."
"..."
"김민규?"
"민규 똥 싸러 갔어요."
"뭐?"
김민규 친구로 보이는 부승관의 말에 모두가 빵터졌어.
선생님도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지.
뒤를 돌아보니 김민규 자리가 진짜 비어있어.
"진짜 어디 갔는지 몰라?"
"언젠간 들어올거에요."
"..."
결국 김민규 출석은 패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잘 앉아있었는데, 휙 사라져버렸어.
"출석 다시 부를게."
"전원우."
"네."
"김여주."
"네!"
"이름 예쁘다."
"?"
네 이름이 불러짐과 동시에 앞문이 열렸어.
앞문이 열리자 보이는건 김민규의 얼굴.
능청스럽게 들어온 김민규는 이름 예쁘다, 라고 말하곤 총총 들어가 자리에 앉았지.
"너가 민규니?"
"네."
"왜 늦게 들어왔어."
"아, 제가 똥을 못 싸면 예민해져가지고.. 죄송합니다."
"..."
진짜, 상상 그 이상으로 또라이구나. 쟤는...
김민규의 능청스러움에 반 아이들은 또 신나게 웃고, 넌 김민규가 한 말이 또 계속 맴돌지.
'이름 예쁘다.'
진짜, 보면 볼 수록 이상한 애라니까.
선생님의 조례가 끝나고, 넌 1교시 수업을 위해 가방을 챙겨 나왔어.
모든 수업이 교과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세봉고는 이동수업을 하기 때문에, 교과목 마다 자리도 모두 달랐어.
아무래도 새학기 첫 날이다보니, 번호순으로 앉게 하는 선생님도 계셨고, 랜덤으로 뽑아 앉히는 선생님도 계셨지.
1교시는 국어였어.
"만나서 반갑다~ 앞에 있는 자리표 확인하고 앉아라."
국어 선생님은 랜덤으로 자리표를 뽑으셨어.
제발 성격 좋은 친구면 좋겠다 ㅠ_ㅠ 한 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리표를 확인하지.
<4조> 이석민 - 김여주 부승관 - 김민규확인!
".. 아."
"친구야, 왜 표정이 그래."
네 뒷자리에 떡하니 쓰여있는 김민규 세 글자를 보고 표정이 굳은 넌, 아, 하는 한마디와 함께 종이를 노려봤지.
그러자 옆에서 종이를 함께 보고 있던 남자애가 네게 입술을 삐죽이며 말을 걸었어.
"여기, 옆에 내 이름 있어서 그래?"
"어?"
"..너 근데 처음 보는 얼굴이다, 세봉중 아니지?"
"아, 응."
"아하~ 알겠어. 수업 시간에 보자!"
네 학교를 물어보곤 씩 웃고 널 빤히 쳐다보던 남자애가 수업 시간을 3분 남겨두고 교실 밖으로 뛰어나갔어.
쟤 이름이 뭐였더라, 이석민이었나..
아무튼 쟤도 아까 보니까 김민규 친구던데, 만만치않게 시끄러울 것만 같아 네 1학기 국어는 포기해야겠다 라는 마음이 들지.
아까 같이 앉아있던 친구들과는 아쉽게도 먼 자리에 앉게되고, 어쩌다보니 남자 셋에 둘러쌓이게 된 넌 묵묵히 자리에 앉아 국어 교과서를 펼쳤어.
아직은 휑한 네 주변 자리들, 잠시후면 채워질 자리들에 넌 벌써부터 한숨이 나왔어.
하필 또 시간은 왜이렇게 빨리 가는지, 결국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고 말았어.
"짝꿍!"
"..."
종소리가 끝나고, 방실방실 웃으면서 네게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모습 뒤에 무표정으로 걸어오는 김민규가 보였어.
와, 진짜 얼굴 열일하네.
웬만한 덕후 저리가라 하는 덕후력을 가지고 있는 넌 연예인 뺨치는 얼굴이 반에 있어서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고 느꼈지만,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성격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짝꿍, 너 그럼 어느 중학교 나왔어?"
"아, 나 저 쪽에 만세중이라고.."
"만세중?"
"응."
"만세중..?"
학교를 먼 곳으로 온 넌, 당연히 네 출신 중학교를 모를 거라는 생각에 주변에 있는 건물들까지 알려주며 열심히 설명하지.
"아! 나 거기 어딘지 알아."
"어, 진짜?"
"어, 옛날에 한번 가봤던 것 같아."
"꽤 멀리 놀러오는구나."
"그럼! 김민규도 알아. 그치?"
"..."
갑자기 불똥이 튀어버린 김민규, 뒤를 돌아보니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너와 이석민을 쳐다보고 있어.
"아, 너 만세동 알잖아!"
"..아, 어."
"옛날에 김민규랑 가봤거든~"
"? 김민규 집돌이잖아."
"닥쳐봐."
옆에 앉아있던 부승관이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고 이석민에게 태클을 걸자 이석민이 때릴 기세로 부승관을 조용히 시켰어.
상황이 이해는 안 갔지만 그냥 웃긴 상황에 넌 그냥 웃어넘겼지.
"짝꿍, 그럼 학교 오는 데 힘들겠다."
"아, 조금?"
"몇 분 걸려?"
"만세중 앞에서 버스타고, 한 30분?"
"3, 30분?!"
경악을 한 이석민이 네게 재차 물었어.
먼, 먼건가? 멋쩍은 웃음을 지은 넌 허허 웃고 말지.
그러자 이석민이 자기가 더 힘든 표정으로 너에게 물어.
"와, 학교 어떻게 다녀?"
"다닐만 해, 처음이니까. 허허허."
"와.. 우리는 진짜 1분거린데."
"진짜?"
"응, 나랑 부승관은 집 앞에 학교거든."
"와.. 부럽다."
"근데 얘는 좀 멀어. 얘는 한 20분?"
"아.."
이석민이 김민규를 가리키며 말했어.
언제 잠들었는지 김민규는 한 팔을 뻗고 숙면 중.
옆에 앉은 부승관은 이미 익숙한지 우리 얘기를 듣고 있었어.
이석민의 주도로 열심히 얘기를 하느라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국어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깨어버린 김민규 때문에 뒤통수가 얼마나 따가웠는지.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시선에 뒤통수에서 땀이 날 뻔한 너야.
"만나서 반가워, 선생님 이름은 한성수야."
"남자에요?"
"조용히 해, 놀림은 이미 충분히 받았으니까."
여자선생님이시지만 상당히 남성적인 이름을 가지고 계신 선생님의 농담에 분위기가 밝아졌어.
그리고 들려온 청천벽력같은 소리.
"그럼 첫 날이니까, 자기 소개 한번 시작해볼까?"
✿ 암호닉을 받습니다! 기존 암호닉 신청자분들은 중복신청 절대! 안됩니다! (원개가 바보라 또 중복으로 넣어버려요ㅠㅠ)
✿ 암호닉 신청을 원하시는 분들은 꼭 암호닉 앞에 예쁜 하트 ♥ 를 붙여주세요! ex) ♥ 원우의개
✿ 그래야 정리하기가 편하답니다, 한번만 도와주세여, 히히.
✿ 예쁘다 BGM : Travis Garland - Didn't stand a ch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