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 S
"한참을 생각해봤습니다."
"..왜, 약속, 지키지 못한겁니까."
"..왜, 약속, 지키지 못한겁니까."
"함께 이 곳을 나가자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W가."
"근데… 근데 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냔 말입니다."
하얀 천에 덮혀 그 어느때보다 소름끼쳤던 베드바퀴의 소음과 함께, 여주가 힘없이 무너졌다. 전원우가 죽었다. 다녀올게, 하고 예쁘게 웃어보이던 전원우의 손이, 오늘은 더 하얗게 보였다. 많이 야위어버린 손, 그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여주가 떨리는 손으로 원우의 얼굴을 마주했을 때, 그는 누구보다 편안한 모습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고통들을 다 놓고 간 것 같아 여주의 마음은 더욱이 무너져내렸다. 괜찮아요. …괜찮아. 아프지만 않았으면, 괜찮아.
"근데… 근데 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냔 말입니다."
하얀 천에 덮혀 그 어느때보다 소름끼쳤던 베드바퀴의 소음과 함께, 여주가 힘없이 무너졌다. 전원우가 죽었다. 다녀올게, 하고 예쁘게 웃어보이던 전원우의 손이, 오늘은 더 하얗게 보였다. 많이 야위어버린 손, 그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여주가 떨리는 손으로 원우의 얼굴을 마주했을 때, 그는 누구보다 편안한 모습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고통들을 다 놓고 간 것 같아 여주의 마음은 더욱이 무너져내렸다. 괜찮아요. …괜찮아. 아프지만 않았으면, 괜찮아.
연신 괜찮다, 괜찮아, 만 되뇌이며 베드를 잡고 엉엉 울기만 했다. 이렇게 가버리면 어떡하냐고, 그 쪽을 좋아한다는 말도, 내가 그 쪽의 신부가 되겠다는 말도 아직 다 전해지 못했는데, 대답도 듣지 않고 이렇게 가버리는게 어디있느냐고. 아직 그 쪽과 하지 못한 것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 대답들을 이렇게 해버리면, 나는 어떡하냐고.
편안히 웃고 있는 그 표정이 오늘따라 미웠다. 너무 미웠고, 너무 아팠다. 전쟁에 가담한 자신이 싫었고, 갑작스레 개입한 2세계가 증오스러웠다. 전원우는 죽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여주가 전원우의 손을 잡고 무너진 채 울고 있었지만, 의료본부의 밖은 아직도 피로 가득했다. 연인이 죽었으나 또 하나의 생명을 살려야하는 자신의 직책이, 오늘따라 아주 미웠다.
".. 이 사람, 안전한 곳으로 옮겨."
".. 예."
"장비 챙겨서 모두 앞으로 집합해, 지금부터는 우리가 정신차려야 하니까."
".. 예."
"장비 챙겨서 모두 앞으로 집합해, 지금부터는 우리가 정신차려야 하니까."
"..."
"저 사람, 잘 지켜."
"..."
"내가 돌아왔을 때, 저 사람 뭐 하나라도 바뀌었으면."
"..."
"내가 가만 안 둬."
"저 사람, 잘 지켜."
"..."
"내가 돌아왔을 때, 저 사람 뭐 하나라도 바뀌었으면."
"..."
"내가 가만 안 둬."
여주가 긴 한숨을 내쉬곤 뒤를 돌아 원우가 잠들어버린 베드에 시선을 고정했다. 원망이 가득했던 표정.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다 다시한번 의료본부와 멀지 않은 곳에서 폭탄이 터졌을 때, 눈물을 뚝 떨어트리곤 결국 그 곳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 코로나 보리얼리스, 해커본부
"싫어."
"..."
"안돼, 나 못 가."
"형, 정신차려봐."
"터질거야, 곧 다 무너질텐데."
"형!"
"형, 정신차려봐."
"터질거야, 곧 다 무너질텐데."
"형!"
순간 포격으로 인해 지훈과 석민이 있던 건물이 큰 굉음을 내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힘이 풀려버린 지훈의 다리, 석민이 겨우 지훈을 일으켜 함께 건물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지훈의 다리는 말을 듣지 않는다. 굳어버린 그의 몸, 그리고 또다시 시작되어버린 지훈의 트라우마가 발목을 잡았다.
- 카타스트로피 대전쟁, 제 2세계
"형-!"
"이석민!"
카타스트로피 대전쟁이 발발했다. 2세계, 그것도 3세계 영역 부근에서 살고 있던 나와 나의 동생은 어쩔 수 없이 피난길에 올랐다. 동네 사람들의 말로는 이 쪽으로 3세계인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살아야만 했다. 살고 싶었다. 그 때의 우리 나이,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석민이는 중학생이었다. 부모님은 없었다.
카타스트로피 대전쟁이 발발했다. 2세계, 그것도 3세계 영역 부근에서 살고 있던 나와 나의 동생은 어쩔 수 없이 피난길에 올랐다. 동네 사람들의 말로는 이 쪽으로 3세계인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살아야만 했다. 살고 싶었다. 그 때의 우리 나이,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석민이는 중학생이었다. 부모님은 없었다.
"발 밑, 조심해."
"형, 우리 어디로 가는거야…"
".. 일단 가자, 어디든지."
석민이의 손을 잡고 한걸음 더 나아갔을 때,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서로의 손을 놓쳤다.
"형, 우리 어디로 가는거야…"
".. 일단 가자, 어디든지."
석민이의 손을 잡고 한걸음 더 나아갔을 때,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서로의 손을 놓쳤다.
순식간에 동생을 놓쳐버렸고, 다급하게 손을 뻗었지만 허공을 맴도는 손에 눈 앞은 새햐얘졌다. 서로 의지해야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고, 서로가 있어야 이 곳을 미련없이 떠날 수 있었다. 동생을 놓쳐 버린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그 순간 귀를 찢을 듯한 사이렌 소리가 크게 울리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입에서 '폭탄' 이라는 단어가 오고 가기 시작했다. 3세계도 아닌 2세계가, 3세계의 진격로 차단을 위해 이 곳에 폭탄을 투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 한시라도 빨리 이 곳을 빠져냐가야 했다.
"석민아, 이석민-!"
"학생, 빨리가!"
"이석민-!"
"학생, 빨리가!"
"이석민-!"
이미 주변은 총소리와 토할 것 같은 연기들로 가득 차있었고, 붉은 피들은 내 시야 너무나도 잘 보였지만 이석민 만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1월 14일,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타스트로피의 1월 14일에 새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 손 끝이 빨개졌고 입김이 나왔지만, 살 끝을 베어낼듯한 냉기에 자꾸 기침이 나왔지만, 금방이라도… 이 곳에 폭탄이 터질 것 같았지만.
동생을 찾아야했다. 찾아서, 함께 나가고 싶었다.
곧 피로 물들 이 곳에, 하나뿐인 동생의 피를 내어주기는 싫었다.
마지막으로 동생의 이름을 외쳤을 때, 부근에서 떨어진 폭탄소리에 내 외침은 묻히고 말았다.
"뭐야? 머리가 분홍색인데?"
"염색한게 아닐까요."
"염색? 나도 염색 해봤는데 머리칼 개털 됐잖아!"
"음… 그러게요, 개털같진 않은데."
"염색한게 아닐까요."
"염색? 나도 염색 해봤는데 머리칼 개털 됐잖아!"
"음… 그러게요, 개털같진 않은데."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을 땐, 내 몸은 붕대로 칭칭 감겨져있었다. 눈이 10시 10분마냥 찢어진 파란머리 소년과, 의사 가운을 입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호빵맨 마냥 얼굴이 동글동글한 소년.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나를 포함한 모두가 헉 하며 뒤로 물러났다. 침대에 누워있던 난 몸을 일으키다 죽을만큼의 고통을 느꼈다. 어, 어, 일어나면 안돼요!
"그렇게 몸을 막 일으키면 어떡합니까, 뇌도 분홍색으로 물들었나!"
"..."
"일단 의식은 차렸으니까 다행이네요. 이름이 뭔가요?"
"..예?"
"아, 이제부터 우리 팀인데 이름은 알아야될거 아닙니까!"
"..팀, 이라고요?"
"? 이 사람 보게, 그 쪽 우리 보스가 데려온 짐꾼 아닙니까, 짐꾼!"
"야, 짐꾼은 좀 심했다. S가 잘 해주라고 했단 말야."
"..음, 그럼, 신입요원씨, 이름 좀.. 저 차트에 적어야 된단 말이에요."
"..."
"일단 의식은 차렸으니까 다행이네요. 이름이 뭔가요?"
"..예?"
"아, 이제부터 우리 팀인데 이름은 알아야될거 아닙니까!"
"..팀, 이라고요?"
"? 이 사람 보게, 그 쪽 우리 보스가 데려온 짐꾼 아닙니까, 짐꾼!"
"야, 짐꾼은 좀 심했다. S가 잘 해주라고 했단 말야."
"..음, 그럼, 신입요원씨, 이름 좀.. 저 차트에 적어야 된단 말이에요."
파란머리와 호빵맨이 내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분명 기분이 나빠야하고, 무작정 끌려온 이 곳에 경계를 갖춰야했고, 뇌도 분홍색으로 물들었냐는 말에 화를 내야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무의식적인 감각들이 이 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느낌에 씩 웃고 말았다. 파란머리와 호빵맨에게 조용히 내 이름을 말했다.
"이지훈."
"네?"
"이지훈, 이름이요."
"아, 지훈씨! 나이는요?"
"나이도, 말해야됩니까?"
"초딩이면 안되거든요, 우리는 좀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 초등학생은 아닌데요."
"아, 그럼 패스."
"그 쪽, 2세계 사람이지?"
"네?"
"이지훈, 이름이요."
"아, 지훈씨! 나이는요?"
"나이도, 말해야됩니까?"
"초딩이면 안되거든요, 우리는 좀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 초등학생은 아닌데요."
"아, 그럼 패스."
"그 쪽, 2세계 사람이지?"
파란머리가 내게 물었다. 너, 2세계 사람이지? 라고 물었다. 그 말은, 이 곳은 3세계라는 뜻이었나. 그러나 그 때도 나는 경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2세계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네."
"2세계가, 그 쪽에 폭탄을 던진 건 알고 있어?"
"..네."
"2세계가, 그 쪽에 폭탄을 던진 건 알고 있어?"
"..네."
알고 있다는 말에 둘은 놀란 눈치였다. 나의 반응이 너무 담담해서였을까, 오히려 더 당황한 듯한 둘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이마를 긁적였다. 다시, 2세게에 돌아가지 않아도 돼?
"이 곳에 있는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
"..."
"국가는 국민을 지켜아면서도, 그들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
"아니, 그냥 윗사람들이 우리와 멀리 떨어지지않은 곳에 있어서, 라고 해야할까요."
"..."
"우리는, 안중에도 없었던겁니다."
"..."
"국민의 생사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손실을 막기위해 우리의 머리 위에 폭탄을 떨어트린 국가는."
"..."
"국가라고 할 수도 없죠, 차라리 이 곳에 있겠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지켜아면서도, 그들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
"아니, 그냥 윗사람들이 우리와 멀리 떨어지지않은 곳에 있어서, 라고 해야할까요."
"..."
"우리는, 안중에도 없었던겁니다."
"..."
"국민의 생사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손실을 막기위해 우리의 머리 위에 폭탄을 떨어트린 국가는."
"..."
"국가라고 할 수도 없죠, 차라리 이 곳에 있겠습니다."
내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둘 사이엔 정적이 흘렀다. 호빵맨이 입을 열었다. 멋있네요.
"보스가 데려온 이유가 있었네."
"보스는 그냥 죽어가길래 데려온거라고 했는데요."
"..."
"보스는 그냥 죽어가길래 데려온거라고 했는데요."
"..."
"보스요?"
"아, 우선 소개 먼저 해드리겠습니다. 이 쪽은 권순영, CA의 스나이퍼입니다."
"안녕, 분홍머리."
"그리고 저는 부승관, CA 메딕팀장입니다. 의사."
"아."
"그리고 당신은, 짐꾼!"
"네?"
"이 자식이."
"아! 아, 신입요원, 신입요원!"
"아, 우선 소개 먼저 해드리겠습니다. 이 쪽은 권순영, CA의 스나이퍼입니다."
"안녕, 분홍머리."
"그리고 저는 부승관, CA 메딕팀장입니다. 의사."
"아."
"그리고 당신은, 짐꾼!"
"네?"
"이 자식이."
"아! 아, 신입요원, 신입요원!"
파란머리가 호빵맨을 갈구기 시작했다. CA는 뭐고, 신입요원은 또 뭔지.
"CA는, 코로나 아스트레일스의 약자입니다. 아시다시피 이곳은 2세계가 아닌 3세계고."
"..."
"현재 저희는 3세계 최대 군주 코로나 보리얼리스를 상대하기 위해, 코로나 아스트레일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
"좀 멋있죠?"
"..."
"...그런 눈으로 볼 건 없잖아요."
"..."
"현재 저희는 3세계 최대 군주 코로나 보리얼리스를 상대하기 위해, 코로나 아스트레일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
"좀 멋있죠?"
"..."
"...그런 눈으로 볼 건 없잖아요."
"보스는 이지훈씨를 저희 팀의 3번째 요원으로 임명하셨습니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고, 얘도 몰라."
"보스가 말하기로는, 분홍머리가 마음에 드셨다는데요."
"..."
"분홍머리, 염색한거냐?"
"태어날 때 부터 이럤는데요."
"에?!"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분홍빛 머리칼, 그 때문에 2세계에선 따돌림도 당했다. 무조건 남들과 특이하고 범상치않으면 배척부터 하는 2세계. 어쩌면 2세계로부터 쉽게 마음이 떠나버린 이유에 크게 한 몫을 한 부분일수도. 파란머리와 호빵맨이 내 머리를 만져보았다. 역시, 염색하면 이런 머리칼 안나온다니까! 파란머리가 제 머리칼을 만져보며 입을 삐죽거렸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고, 얘도 몰라."
"보스가 말하기로는, 분홍머리가 마음에 드셨다는데요."
"..."
"분홍머리, 염색한거냐?"
"태어날 때 부터 이럤는데요."
"에?!"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분홍빛 머리칼, 그 때문에 2세계에선 따돌림도 당했다. 무조건 남들과 특이하고 범상치않으면 배척부터 하는 2세계. 어쩌면 2세계로부터 쉽게 마음이 떠나버린 이유에 크게 한 몫을 한 부분일수도. 파란머리와 호빵맨이 내 머리를 만져보았다. 역시, 염색하면 이런 머리칼 안나온다니까! 파란머리가 제 머리칼을 만져보며 입을 삐죽거렸다.
"역시, 뭔가 달라요. 그 쪽은."
"저요?"
"아마, 그 쪽한텐 정말 대단한 능력이 하나 있을겁니다."
"...?"
"저요?"
"아마, 그 쪽한텐 정말 대단한 능력이 하나 있을겁니다."
"...?"
그리고 며칠 뒤, 갑작스럽게 일어난 테스트에서 부승관이 말한 '대단한 능력'을 찾았다.
"아, 내가 말했죠, 그 쪽 엄청 대단한 사람일거라고!"
"...와."
"이, 이게 뭐라고요? 해커?"
"네, 앞으로 이지훈씨는 우리 팀의 천재 해커인겁니다!"
"...와."
"이, 이게 뭐라고요? 해커?"
"네, 앞으로 이지훈씨는 우리 팀의 천재 해커인겁니다!"
일반인의 수준을 상식 밖으로 벗어나버린 능력, 내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는 것을 3세계에 오게 되서야 알게 되었다. 순식간에 팀의 해커 차리를 꿰찼고, 그렇게 시작된 CA와의 질긴 인연. 내게 반말을 찍찍 내뱉던 파란머리 권순영은 나와 동갑이었고, 우리는 제일 먼저 친해지게 되었다.
"그, 포격 때문에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잖아요."
"응."
"그래서 아마, 큰 소리나 포격 소리를 들었을 경우 트라우마 때문에 호흡 곤란이 올 수도 있어요."
"아."
"그거 조심하시고, 웬만하면 해커들은 현장엔 잘 안나가니까 걱정은 말고."
"고마워."
"안정제 투여는 끝났어요. 이제 일주일정도만 치료하면 다 되겠네요."
"응."
"그래서 아마, 큰 소리나 포격 소리를 들었을 경우 트라우마 때문에 호흡 곤란이 올 수도 있어요."
"아."
"그거 조심하시고, 웬만하면 해커들은 현장엔 잘 안나가니까 걱정은 말고."
"고마워."
"안정제 투여는 끝났어요. 이제 일주일정도만 치료하면 다 되겠네요."
"근데 혹시, 이석민이라고 알아?"
"이석민?"
"이석민?"
폭격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부승관과 함꼐 치료를 하고 있었을 때, 문득 생각이 난 나의 동생. 어짜피 죽었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작은 희망을 걸어 조심스럽게 내뱉은 그 이름.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 아."
"왜요? 그 사람이 누군데요?"
"아, 아무것도."
".. 아."
"왜요? 그 사람이 누군데요?"
"아, 아무것도."
희망은 없었다.
- 코로나 보리얼리스
"안녕."
"..."
"도겸아."
"..."
"도겸아."
형을 잃어버린 후, 두려움이 밀려와 어린아이마냥 울며 어지럽게 뛰어다녔다. 어른들의 입에서 들려오는 폭탄이라는 단어가 나를 더욱 무섭게 만들었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비명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아, 저게 폭탄이구나. 무서움이 최고치에 도달하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다던 형의 말이 생각이 났다. 형, 형이라도 살아있었으면. 내가 눈을 떴을 때, 형이랑 함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새하얗던 하늘과, 무서운 폭탄과는 다르게 예쁘게 떨어지던 눈꽃,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 나를 확 낚아챘고, 큰 폭발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도겸.. 이요?"
"너, 2세계에서 기억을 잃었어."
"..."
"이름을 알 수있는 신분증도, 나이도, 아무것도 몰라서 내가 이름 한번 붙여봤는데."
"..."
"마음에 들어?"
"너, 2세계에서 기억을 잃었어."
"..."
"이름을 알 수있는 신분증도, 나이도, 아무것도 몰라서 내가 이름 한번 붙여봤는데."
"..."
"마음에 들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남자가 씩 웃으며 말했다. 내 이름이, 도겸이구나. 남자의 이름은 조슈아라고 했다. 조슈아는 아직 폭탄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나를 진정시켰다. 부분부분 기억이 빠진 느낌에 머리가 아파왔다. 조슈아를 따라 들어온 의사같아보이는 소녀는 내게 충격으로 인해 기억이 몇 군데 빠져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예 기억이 사라졌다면 크게 아프진 않을텐데, 오히려 군데군데 빠져버려 머리 손상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어쩐지, 머리가 깨질것같더라니.
조슈아가 밖으로 나가고, 소녀가 내게 안정제를 놓아주며 물었다.
"도겸, 이름 맘에 들어요?"
"..네."
"내 이름은 김여주에요. CB 메딕, 아, 의사."
"CB..요?"
"2세계에서 왔죠? 여긴 3세계에요."
"..아."
"3세계엔 코로나 보리얼리스와 아스트레일스가 있어요. 우리는 보리얼리스고."
"그렇군요."
"이제 도겸씨는 우리 팀의 요원이에요. 잘 부탁해요."
"..저는, 어떤 일을 하는데요?"
"그건 이제 테스트를 봐야 알겠죠. 근데 저는 느껴져요."
"뭐,뭐가요?"
"그 쪽이 천재일 것 같거든요."
"..네."
"내 이름은 김여주에요. CB 메딕, 아, 의사."
"CB..요?"
"2세계에서 왔죠? 여긴 3세계에요."
"..아."
"3세계엔 코로나 보리얼리스와 아스트레일스가 있어요. 우리는 보리얼리스고."
"그렇군요."
"이제 도겸씨는 우리 팀의 요원이에요. 잘 부탁해요."
"..저는, 어떤 일을 하는데요?"
"그건 이제 테스트를 봐야 알겠죠. 근데 저는 느껴져요."
"뭐,뭐가요?"
"그 쪽이 천재일 것 같거든요."
김여주가 말한 그 천재적인 능력은, 어쩌면 형을 닮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와..."
"태어나서, 저런 수치 본 거 처음이야."
"J가 사람을 잘 봤네요."
"태어나서, 저런 수치 본 거 처음이야."
"J가 사람을 잘 봤네요."
CB의 모든 사람이 술렁였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도겸씨는 이제부터, CB의 해커팀장입니다. 무려 팀장!"
"가,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일해요!"
"가,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일해요!"
"형."
"..."
"이제는, 나갈 때야."
"..."
"약해지지 마."
"..."
"우리 둘이 함께 있는 한."
"..."
"다시는, 예전처럼 손 안 놓쳐."
"..."
"이제는, 나갈 때야."
"..."
"약해지지 마."
"..."
"우리 둘이 함께 있는 한."
"..."
"다시는, 예전처럼 손 안 놓쳐."
석민이 지훈의 손을 꽉 잡았다.
촉박한 시간, 그 어느때보다도 더 꽉잡은 손을, 더이상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들이 건물을 빠져나감과 동시에 폭격으로 인해 건물은 사라져버렸다.
2세계의 개입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으며 3세계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들이 함께 살았던 건물, 그들이 함께 일했던 장소, 그들이 함께 울고 웃었던 모든 곳들은 사라졌으며, 그들이 함께 청춘을 보냈던 그들의 사람들 또한 사라졌다. 모두의 행복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일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고, 더이상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가져왔다. 시간을 끌어봤자 턱없이 부족한 현실, 그들의 남은 것은 2세계에 투항하는 것.
결국, 전쟁이 종료되었다.
"속보입니다. 2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던 제 3세계의 최대 군주 두 명, 코로나 아스트레일스의 최승철과 코로나 보리얼리스의 조슈아가 항복을 선언하였습니다."
"긴급속보입니다, 제 3세계가 2세계에 투항하며…"
"2세계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3세계가 항복을 선언했다는 소식이…"
"긴급속보입니다, 제 3세계가 2세계에 투항하며…"
"2세계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3세계가 항복을 선언했다는 소식이…"
NEXT - THE LAST : T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