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 윤기 정국 × 가이드 000 윤기랑 정국이는 S급 센티넬임. 윤기는 물이랑 사이코메트리, 정국이는 불이랑 괴력. 속성이 완전 반대라 성격도 완전 상극. 한 마디로 완전 안 맞는다 이거임. 센터에서도 소문 난 앙숙. 둘이 마주치면 윤기는 무시하고 지나가는데 시비는 정국이 걸어 오는 편. 그래도 윤기는 가소로운 꼬맹이 보듯 한쪽 입꼬리만 올리고 말로 정국이 쳐바름. 정국이는 암 말도 못하고 화가 나서 새하얗게 질린 주먹만 떨림. 그거 본 윤기는 특유의 비웃는 표정으로 피식 웃으면서 지나감. 뚜벅뚜벅 가는 윤기 뒤에서 정국이는 저 새끼 내가 언젠가 족친다, 씨발! 하면서 주먹으로 벽 치겠지. 당연히 벽은 산산조각 남. 그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센터 직원들은 다들 불안해 함. 최근에 들어 냉정하고 이성적인 윤기도 물리적인 행동을 행하고 있어서. 이러다 둘이 육탄전이라도 벌이면 폭주할 게 뻔함. 그걸 사전에 미리 방지하려 직원들은 가이드 찾으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도 아님. 그런데 무려 둘은 S급임. 둘 중 한 명에 맞는 가이드 찾는 것도 힘들어 죽음. 일단 급한 대로 A급 가이드를 붙여 봤지만 S급인데 가이딩은 무슨, 효과는 1도 나타나지 않음. 윤기랑 정국은 눈썹 하나만 삐딱하게 올려서 뭐야, 이게. 제대로 된 가이드 맞아? 하고 가이드 상처 줌. 물론 눈 하나 깜빡 안 함. 왜? 내 가이드도 아니잖아. 윤기와 정국은 날이 갈수록 부딪힘. 결국 안절부절 못하는 윤기 담당자 지민과 정국 담당자 태형이 머리를 맞댐. 둘은 꽤 친한 사이. 머리를 굴리다 태형은 지민에게 사촌 동생 하나가 있다는 걸 기억함. 야, 네 사촌 동생 가이드 판명받았다 그러지 않았냐? 태형의 말에 지민은 입을 떡 벌리면서 고개 끄덕임. 그리고 둘은 생각했지. 아, 이거다. 지민과 그 사촌 동생은 옛날에 한 집에 살아서 매우 친밀한 사이임. 요즘은 아니지만 가장 최근에 봤을 때도 오빠 뽀뽀! 하면 뭐야~ 하면서도 쪽! 해 주는 사이. 물론 그게 00임. 00은 현재 미국에 있음. 한국 본부 소속이지만 미국 본부가 불러서 미국에서 거주 중. 그 이유는 몇 백 년 만에 나온 S+급 가이드라서 미국은 자기네 나라에서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부른 거임. 누릴 것 다 누리게 해 주겠다면서. 그런데 미국에는 00과 맞는 센티넬이 없음. 사실 미국 S급 센티넬들이 하나같이 다 S급이라는 우월감과 자아도취에 빠져 별로였음. 저런 사람들과 평생을 같이 하고 싶지 않은 00은 한국 소속이고 한국 사람이니 한국에서 활동하는 게 좋겠다고 정중히 거절함. 직원들이 00을 부를 생각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00이 S+급 판명을 받자마자 미국으로 불려가서 그럼. 센터 내에서도 00을 거의 모름. S+급이면 유명하다는 생각만 하고 멍청하게 등록 명단을 볼 생각을 하지 않은 거임. 지민은 당장 00에게 연락함. 유레카. 00도 때마침 내일 한국으로 들어온다 함. 친구야, 대박이다! 우리 모가지 안전해! 지민과 태형은 완전 신난 상태로 윤기와 정국에게 감. 윤기는 한껏 신나하는 지민에게 왜 이래. 하며 껴안는 지민을 휙휙 피함. 정국도 마찬가지임. 내일이 되면 알 거야. 지민과 태형은 내일 중요한 날이라며 방 불을 끄고 자게 해버림. 센티넬은 오감이 발달한 터라 하루하루가 피곤해 또 풀썩 자 버리고. 여기서 포인트는 아직 가이드를 한 명밖에 못 찾은 거임. 두 명을 제지시켜야 하는데 한 명의 가이드라니. 그저 신이 난 지민과 태형 이 두 바보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함. 대망의 내일. 윗선에 보고까지 끝마친 지민과 태형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전용기를 타고 오는 00을 기다림. 같은 공간에서 기다리는 거라 윤기와 정국은 또 신경전. 정국은 타오를 듯 윤기를 째려보고 있고 윤기는 그 강렬한 눈빛으로 정국을 상대 중. 그러다가 지끈거리는 머리에 그냥 벽에 머리 기대고 맘. 전용기 소리가 너무 시끄럽기도 하고 원래 두통을 달고 살았음. 너무 시끄러워? 담당자 두 명은 그저 손만 꼭 잡아 줌. 가이딩되는 건 아니지만 옛날부터 친해서 그런 걸로. 00은 오랜만에 보는 한국 본부에 신이 남. 지민과 전에 한 번 본 적 있는 태형이 마중 나와 있겠다는 사실에 더욱. 전용기가 딱 착륙하고 배웅까지 해 준 미국 본부 담당자와 인사를 나눔. 언젠가 꼭 다시 뵐게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어서 가 보세요.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00은 경호원의 에스코드에 의해 전용기에서 내림. 이때 윤기와 정국은 본능적으로 기대고 있던 머리를 딱 듬. 옥상과 연결되어 있는 문만 빤히 쳐다봄. 센티넬이 있다는 예상도 못하는 00은 자동문 앞에 딱 서고. "……응?" "00아!" "안녕하세요, 00 씨." "어, 네, 안녕하세요……." 생각하던 남자 둘이 아닌 남자 넷이라니. 00은 조금 눈치를 보다 태형이 내민 손을 맞잡음. 윤기와 정국은 놀라서 멍하게 있음. 공기가 원래 이렇게 청량했던가? 답답한 공기가 아닌 시원한 느낌의 공기가 코 밑으로 다가옴. 지민은 멍한 윤기를 툭 침. 가이딩이 확실히 잘 먹히는구나. 그래도 아직까지는 신체 접촉의 가이딩이 아닌지라 그다지 놀라지는 않음. 악수해. 태형의 말에 윤기와 정국이 차례대로 00의 손을 잡음. "지민아, 이분들은……." "아. 설명을 안 해 줬지? 기다려. 천천히 하자." 헐. 정국이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감탄사에 입을 헙 막음. 손 한 번 짧게 맞잡았다고 예민하던 오감이 안정감을 찾을 뿐더러 아프던 머리가 상쾌해짐. 그 자리에서 얼어 버리니까 00은 눈만 깜빡이면서 당황. 지민은 둘 허리께를 거칠게 툭툭 치고 00을 데리고 감. 남은 태형은 대충 둘에게 설명. "00 씨라고, S+급 가이드셔. 아마 너랑 형 가이드가 될, 아니 잠깐만. 00 씨는 한 명인데 너랑 형은 둘이잖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태형은 우왕좌왕. 윤기와 정국이는 처음 받는 제대로 된 가이딩에 놀람. 그리고 동시에 가이드, 00에 대한 소유욕이 끓어오름. 센티넬들은 전체적으로 소유욕이 강한 편. 가이드도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거의 80퍼센트가 센티넬과 가이드가 연인 관계임. 그래서 가이드 판명되면 조금 한 사람만을 보고 살아간다는 것도 됨. 이미 맛 본 가이딩에 소유욕 끓어오르는 둘. 둘 눈빛 보고 일 났다 싶어서 태형은 좌절함. 00 씨 힘들게 하려고 데리고 온 거 아닌데ㅠㅠ 이럼서. 윗선에 다급히 알려도 윗선은 뭐가 문제야? 하는 식. 왜냐면 한 팀에 가이드 한 명 붙이는 경우도 있으니까. 지민도 그걸 이제야 알아차려서 00한테 울상 짓고 석고대죄함. 그런데 받아들이는 00은 막상 아무렇지도 않음. 그게 뭐가 어때서? 나 괜찮아! 해맑은 00에 지민과 태형은 더욱 미안해지고, 친밀하게 지내는 셋을 보고 둘은 질투함. 암튼 그럼 정식 팀 꾸려서 활동하기 시작. 말로만 팀이지 센터에서 능력 가르치고 이론 가르치고 하는 것밖에 없음. 그니까 선생님 같은 거! 애들 말 안 듣는다는 핑계대고 찡찡대면 00이한테 붙어서 손 잡고 안고 머리 쓸고. 웃긴 건 정국이랑 붙어 있을 땐 윤기가 슬그머니 다가와서 제 쪽으로 끌어당기고 윤기랑 붙어 있을 때는 정국이 성큼성큼 와서 끌고 가고. 초반에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시간이 좀 지나서 보면 그저 귀여울 뿐임. "민윤기한테는 머리 쓰다듬어 줬잖아." "응?" "왜 나한테는 안 해." 이러거나, "입술." "어?" "입술 내놔. 전정국은 아니야." 이러거나. 가볍게 쪽쪽이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진한 키스까지 하게 되니까 혹시 그것도 막 그러려나, 했지만 윤기와 정국이 은근 대범하면서도 쑥스럼 타서 그런 것 가지곤 질투하는 거 안 티 냄. 그냥 말 없이 00이 어깨 돌려서 입술 물고, 핥고. "으, 야아. 뭐야, 갑자기." "달다." 이러고 민윤가 씩 웃으며 나가면 전정국이 들어와 가지고 눈 접히는 웃음 지으면서 말 없이 허리 숙이고 00 입술 입에 담음. 00이 입술 살짝 안 아프게 깨물어서 벌리게 하고 허리 끌어안아서 더욱 깊숙히 들어감. 혀로 볼 안쪽 톡톡 치다 느릿히 쓸고. 쓸데없이 스킬만 좋아서 00이 정신 혼미하게 함. 00이가 이제 그만하려고 뒤로 빼면 정국이 더욱 끌어안음. 절대 못 떨어지게. 00이가 그럼 정국이 혀 살짝 깨물어라. 놀라서 입 떼면 00이가 푸흐 웃으면서 먼저 촉 입 맞출 듯. 여우 같은 모습에 정국은 멍해져서 가만히 있고. 그럼 00은 한 번 더 입 맞추는데 그건 좀 농밀한 거. 혀는 안 섞여도 아랫입술 물고 늘어졌으면. 아랫입술 물고 늘어지다 혀로 한 번 핥고 방 나가라. 그럼 얼굴 빨개진 정국이 기분 좋은 웃음 소리 내면서 얼굴로 손 가리겠지. 이제 각인을 해야 하는데 윤기와 정국은 한 살 차이. 윤기는 나이가 많으니 내가 먼저다, 정국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00은 뭐 해? 하고 예쁘게 웃음. 예상치 못한 등장에 당황하던 둘은 아무것도 아냐, 하면서 눈짓. 이쯤에서 둘의 사이가 많이 호전되었다는 걸 알 수 있음. 00은 능청스런 둘의 반응에 그래애? 하면서 옆에 가서 앉음. 그럼 자연스럽게 윤기는 00의 머리 쓸어 주고 정국은 00의 손 조물거림. 아까까지만 해도 조금 불순한 생각이 들어 있던 머릿속은 금세 00으로 가득 참. 00도 마찬가지임. 둘과 함께 있는 게 행복해서 스르르 눈 감아버림. 그 상태로 선잠이 들면 윤기랑 정국이 가위바위보로 정한 다음에 00이 업어서 침대에 눕혀 주고 이불까지 덮어 줌. 그리고 싱글 침대에 꾸물꾸물 기어올라서 00이 팔 끌어안고 자고. 잠들기 전에 각인 같은 거 안 해도 이러고 평생 살 수만 있다면, 하고 생각하다가 눈 슥 감김. 한 네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00이가 눈을 뜨는데 눈을 떠도 깜깜해서 몸을 움찔거림. 그 짧은 새에 눈이 안 보이는 건가, 불을 안 킨 건가, 뭐지,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듦. 움찔거리니까 깬 걸 아는 윤기는 피식피식 웃고 00이 머리를 가슴팍에서 뗌. 정국은 태형이 불러서 갔고 남은 건 둘. 그런데 깨기 전에 윤기가 00이를 꽉 끌어안고 자고 있었던 거지. 뭐야, 놀랐잖아아. 가라앉아서 섹시하게 갈라지는 목소리에 윤기가 고개 들고 숙여서 바로 입 맞춤. 놀란 00이가 바둥거리면 눈 동그랗게 뜨고 있는 00이 코앞에서 눈웃음 짓고. 싫지 않을 걸 아니까 더욱 저돌적이게. 아랫입술 쪽 빨고, 느릿하고 농밀하게 움직임. 치열을 흝고 지나가기도, 혀를 옭아맴. 으응. 00의 비음에 큰일 나겠다, 싶어서 윤기는 그만하려 해도 입은 계속 맞추고 싶고. 윤기 마음 충분히 이해한 00이 윤기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음. 그러면 윤기는 천천히 입술 떼고 계속 쪽쪽 버드키스함. 00도 윤기 볼 잡고 진하게 뽀뽀해 줌. 윤기 기분 좋아져서 붉어진 제 귀 만지작거림. 아무래도 S+급 가이드는 엄청 희귀함. 그래도 센티넬은 훈련으로 인해 그 급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데 가이드는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님. 거기다 00은 그저 같은 A급부터 S+급이면 다 가이딩해 줄 수 있는 특이 케이스이기 때문에 미국도 탐낸 거였음. 물론 S+센티넬은 현재 없음. 정말 위급한 상황이면 다른 센티넬과 가이드의 허락 하에 다른 센티넬 가이딩도 가능하니까. 암튼 00이는 센터로 다시 돌아와서 엄청 유명해지기도 했음. 그러다 보니 유난히 껄떡대는 센티넬들이 많음. 억지로 접촉하려는 센티넬도 여럿 있어서 항상 윤기나 정국이 붙어다니는 편. S급 센티넬도 몇 없지만, 00이가 가이딩해 줄 수 있는 범위는 상당히 넓어서 그럼. A급부터니까 A+, S급도 가능. 세 급이나 다 가이딩해 줄 수 있는데 얼마나 붙는 사람들이 많겠음. 몇 없는 S급은 각각 다 파트너가 있어서 다행인데 비교적 수가 많은A, A+은 그게 아님. 그러니까 윤기랑 정국이는 질투가 남. 가이딩이 목적도 맞지만 00은 외적으로도 예뻐서 노리는 놈들이 상당함. 다시 말해 윤기와 정국은 A, A+, 민간인까지 상대를 해야 한다는 거임. 윤기와 정국이 사이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임. 힘들어서 자기들끼리 경쟁할 힘도 없음. 그 시간에 힘 합쳐서 떨거지들 떨어뜨리는 게 훨씬 나음. 암튼 그렇게 하나하나 떨어뜨릴 때, 00이가 한 환자한테 고백을 받음. 그냥 00이는 뭐 돕는 일 없고 일하는 둘 옆에서 가서 가이딩해 준 것밖에 없는데! 그것도 무슨 자신감으로 윤기와 정국이 보는 앞에서. 00은 당황해서 어버버거리고 이미 윤기와 정국의 표정은 사람 하나 죽일 기세. 일단 00이는 환자 놔두고 윤기랑 정국이를 달래기 바쁨. "그게 아니라, 얘들아." "……." "화내지 말구. 응? 일반인이시잖……." 불도저 정국, 빡쳐서 입부터 맞춤. 왜 이렇게 뽀뽀가 많은지 모르겠넹. 입 맞춘 상태로 정국이 00이 끌고 나가고 윤기는 환자 병실 문 탁 닫음. 입 맞추는 모습에 놀란 환자가 멍하게 굳어 있으면 윤기 표정 보고 더 놀람. 말로 조곤조곤 하겠죠. 윤기는 화난다고 소리를 빽 지르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으니까. 은근 윤기도 참는 게 많아서 중간중간에 화 올라오면 숨 크게 내쉬고 조곤조곤 말했으면 좋겠음. 00이한테 고백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같은 거. 그리고 조곤조곤하게 쌍욕해라. 정국이랑 같이 나온 00이는 막 울상 지음. 정국은 자기만 보라면서 단호히 얘기하고. 환자도 걱정되고 윤기와 정국한테도 미안한데 정국이 계속 혼내니까 결국 울먹울먹. 00이 성격이 물렁한 건 아니지만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어마무시한 표정인데 어떻게 겁을 안 먹겠음. 막 눈 그렁그렁해지고 나서야 정국이 정신차리고 안아 주면서 그제서야 두서 없이 말함. 그러니까, 어, 내가 너무 질투 나서 그랬어. 너는 내 건데, 음, 정확히 말하면 우리 둘 거지만. 아무튼 질투 났어. 저 자식, 아니 저 환자분한테 고백받는 게 싫었어. 네가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한 것도 조금 화가 났고. 겁 먹게 해서 미안해. 나 싫어하지 마. 미안해. 나 안 무서워. 말도 순화해서 예쁘게 하자 00이는 정국이 목 껴안음. 정국이 귀는 또 새빨개짐. 윤기가 병실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게 그 광경이라 인상 팍 쓴 다음에 둘 떨어뜨리고. 정국은 또 눈썹 팔자로 만듦. "누구 마음대로 붙어 있으래." "뭐. 지난번에 나 없이 껴안고 잔 거 봐 줬더니. 씨…… 큼." 정국이 씨발아, 라고 했던 걸 00의 눈치를 보며 큼큼거리면서 삼킴. 이 새끼 봐라? 윤기는 헛웃음. 00이만 없으면 이 새끼 저 새끼 잘도 해대더니 00 앞에서만 이러는 게 어이없음. 물론 자신도 그러지만. 윤기도 00이 눈치 보다 그렁그렁한 눈 보고 순간 놀람. 왜 이래, 왜 울어, 얘가 뭐라 그랬어? 00이 눈높이 맞춰서 이것저것 묻다가 눈가를 슥 슬어 줌. 정국은 뭐라 말하지 않고 아, 아니거든! 함. 00이가 울먹거리는 건 정국 때문이기도 하니까. 00은 윤기 말에 하나도 대답 안 하고 그냥 눈 피해 버림. 솔직히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님.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더라도 솔직히 힘듦. 00이는 나 먼저 가 볼게, 하고 짐니한테 총총총. 윤기는 그거 멍하게 쳐다보다 아, 씨발…… 하고 머리 헝크러뜨림. 정국은 놀라서 00이가 사라진 곳만 봄. 같은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지치기 마련이잖음. 지겹고, 힘들고, 짜증 나고. 00이가 속 좁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런 거임. 남정네 둘을 케어하기도 힘든데 그런 일들이 생기는 게 반복이다 보니까 지친 거지. 그렇다고 해도 윤기와 정국 옆에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나 사랑은 변하지 않음. 단지 생각할 시간과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한 거. 센터 내에서 윤기와 정국에게 내내 붙잡혀 있었으니 물론 그 이야기할 사람은 지민이밖에 없음. 태형이도 있지만 아무래도 가족이 더 편함. 무엇보다 태형에게 가면 지민이 서운해 할 것 같음. 지민의 방으로 쪼르르 가서 똑똑 노크함. 지민이는 누구세요, 했는데도 아무 말 없는 걸 이상하게 여기고 문을 염. 000! 지민이 울적한 표정의 00을 끌어당겨 부둥부둥해 줌. 둘은 동갑임. 그저 호칭상 00이 동생이고 지민이 오빠일 뿐. "음, 그렇구나. 그래서 찾아온 거였어? 좀 서운하네. 이런 일 있을 때만 오구." "……." "알았어, 장난이야. 아이고, 내 새끼. 괜히 내가 불렀다, 응? 그치." "……그건 아니야." 지민이가 00이 폭 안고 이런저런 얘기함. 그래도 그건 아니라며 부정하는 모습에 귀여워서 지민이가 피식 웃음. "어쩌겠어, 네가 예쁜 걸." "……오글거려." "사실이잖아. 너도 힘들 걸 알아. 그래도, 걔네는 너 없으면 죽어." "……." "너를 많이 사랑하기도 하지만, 생명과 연관된 거라서 어쩔 수 없다는 거. 알잖아, 응? 감수해야 해. 힘들겠지만." "……응." "언제든 힘들면 이렇게 와도 좋고. 힘들지 않을 때도 들려 주면 좋고." "응. 많이 못 들려서 미안." "됐어. 바쁜 거 아는데 뭘. 커피 한 잔 하고 가."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는 무슨 얼어 죽을 에스프레소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00의 커피 취향은 확고했음. 상당히 어른 입맛임. 사탕과 초콜릿은 괜찮지만 젤리와 마카롱, 생크림 혹은 마쉬멜로우 같은 건 혐오 수준. 커피는 캬라멜 마끼야또? 그게 뭔데. 언제나 아메리카노 아니면 에스프레소였음. 아메리카노는 샷 세 번 정도 해서. 단내가 나면 자리를 피하기도 했음. 이렇게 어른 입맛이라도 편식은 함. 해장국 같은 거 감자탕을 제외한 거 못 먹음. 순댓국이나 선지국 같은 거 못 먹음. 심지어 등갈비 먹을 때 신경이 있으면 기겁함. 징그럽고 물컹한 거 싫어함. 그래서 비계 같은 것도 안 좋아함. 콩도, 버섯도 싫어함. 그래서 죽도 별로라 함. 아무튼. 에스프레소 향이 돌자 지민은 몸서리. 저 쓴 걸 어떻게 먹나 싶음. 00은 얼굴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잘 마시지만. "어떻게, 기분은 좀 풀렸고?" "어. 나중에 외출 신청 허가받아서 한 번 나갔다 오자." "……뭐야, 그게. 괜찮아. 난 일도 바쁘구, 윤기 형도 계속 체크해야 하구……. 또 다른 일 때문에 바쁘기도 하구……." "갔다 오자. 오랜만에 바깥 세상 좀 봐야지. 갈 거지?" "……." "응?" "……응, 가자." 지민이 얼굴이 살짝 발개짐. 엄청 나가고 싶었는데 00이가 딱 그 말 꺼내니까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음. 귀신은 속여도 피붙이는 못 속이나 봄. 억지로 거부해도 00이에게 결국 고개를 끄덕임. 00은 그래! 하고 에스프레소를 꿀떡 넘김. 그리고 딱 자리에서 일어남. 지민이는 달아오른 얼굴로 일어난 00을 올려다보다 다시 고개를 숙임. 가게? 응. 가야지. 이따 봐. 그래. 잘 가. 덜컥 닫힌 문을 보고 있다가 지민이 전화기를 들어 전화함. 사실상 호출기나 다름없음. 그냥 간단한 정보 주고받는 용이라. 윤기는 센티넬이라 굳이 전화기나 호출기를 쓸 필요는 없음. 그런데 가이딩 효과가 있으니까 뭐. 한껏 짜증이 나 있는 윤기는 지민에게 퉁명스레 대답함. 어. 왜. "00이한테 잘 좀 해 줘." "뭐?" "형 거 아니야. 000 내 피붙이야. 여기에는 하나밖에 없는." "……." "생각해 보면 000이 100프로 신뢰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고, 이 바보 형아. 100프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뭐겠어." "……." "00이 생각을 너무 하니까 이런 거 아니야. 그렇다고 안 하라는 건 아니지만. 00이 상태를 봐 가면서 해야지. 과보호도 그다진 좋지 않아." "……알아." "응. 00이 지금 나갔어. 찾아 봐." 센티넬은 자기 가이드 기가 막히게 찾아내니까, 이미 윤기는 00이가 어디로 갔는지 앎. 일부러 안 찾는 것뿐. 하루 정도는 생각 정리나 그런 게 필요하니까. 엄지 손가락 잘근잘근 씹는 정국이 툭 치더니 오늘은 찾지 말자 그럼. 그런데 정국이는 그게 맘에 들지 않음. "지금 당장 찾아서 달래 주기도 바쁜데 찾지 말자고? 그거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거든?" 정국의 말에 윤기가 싸늘히 말함. "어쩌자고, 그럼. 00이도 나름 생각이 있을 거 아니야. 일단 감정 좀 가라앉히고……." "걔 혼자 두면 감정이 가라앉을 것 같아?" "그럼 지금 얼굴 보고 어떡할 건데?" "적어도 너처럼 방치하진 않아." "방치? 아무 말이나 막 뱉으면 퍽이나 말이 되겠다, 새끼야?" 둘이 코라도 닿을 거리에서 으르렁거리고 있으면 놀란 태형이가 와서 뜯어말림. 한동안 조용하더니 왜들 이래! 근데 일반인이 어떻게 센티넬을 말림. 태형이가 벽으로 퍽 밀리고 보디가드들도 와서 둘 말리는데 소용 1도 없음. 00이가 호출받고 뛰어감. 서로 기분 좋지 않은지라 원거리 가이딩받겠다고 하는데 윤기랑 정국이 둘 다 나란히 등 돌리고 앉아서 심통 난 얼굴에 피딱지 얹고 있는 모습. 그게 귀여워서 빵 터진 00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귀여워…… 이러고 웃으면 00이 기분 좋아진 거에 초점 맞춰진 둘이 영문도 모르고 따라웃었으면. 이렇게 자연스레 화해해라. *** 각인을 하겠지, 이제. 윤기 먼저 하겠지. 왜냐, 센티넬은 나이가 많을수록 능력이 더 세지니까. 정국이는 이 부득 갈겠지. 00이 각인 전 날에는 욕을 입에 달고 살 듯. 윤기는 계속 피식피식 웃고 다니고. 승리감 같은 게 들게찌 윤기는ㅋㅋㅋㅋ 정국이가 00이 옆에 붙어다녀도 암 말 안 할 듯. 어차피 자기가 먼저니까ㅋㅋㅋㅋㅋㅋㅋ 정국이가 표정 팍 찡그리고 씨발씨발거리고 있으면 00이가 입 톡 때림. 00이는 상황 파악 아직 안 됨. 왜 윤기가 기분이 좋은지 정국이가 왜 기분이 나쁜지 00이는 모름. 그저 왠지 옭아매려는 정국이를 힘겹게 받아낼 뿐. 정국이가 어린 애처럼 허리 꼭 끌어안아서 칭얼거리면 왜애, 하고 달래 줌. 이제 정국이는 센터에 가 있겠지. 윤기랑 00만 집에 있음. 00이는 지민이가 부탁한다고 한 일 처리하고 딱 뒤도는데 윤기가 침대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던 중이라서 흠칫 놀람. 뭐야, 왔으면 말이라도 해 주지. 놀랐잖아. 노트북 탁 닫고 00이가 윤기 옆에 앉음. 그럼 속성이 물이라 원래부터 몸이 차서 손도 차가운 윤기가 00이 허리 부근 매만지더니 키스함.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00이는 또 가이딩 수치랑 상관없이 받아 줌. 근데 오늘따라 저돌적인 윤기가 조금 버거울 뿐. 숨이 차서 윤기 어깨 톡톡 쳐도 윤기는 더욱 깊게 입 맞출 듯. 손깍지 껴서 절대 못 달아나게. 윤기 한쪽 손은 00이랑 깍지 껴서 옭아매고 있고 한쪽 손은 00이 허리 부근을 만지작거리고 있음. 00이는 키스 때문에 눈 부근이 조금 달아오르겠지. 윤기가 입술을 떼자 촉촉한 입술하며, 거친 숨소리하며. 00이 얼굴이 야해서 윤기는 00이 목덜미에 얼굴 파묻고 목선 핥으면서 말함. 나 하고 싶어. (삭제) 자 이제 정국이. 정국이 윤기 둘 다 전담자인데 정국이랑 각인할 날에 윤기가 수업이 유독 많아서 못 들어옴. 그럼 정국이는 이제 어제의 윤기처럼 쪼개고 다니겠지. 교육받는 센티넬이 왜 그렇게 웃냐고 물어보면 이마 안 아프게 때리먄서 몰라도 돼, 인마 이러고. 안 그래도 00이 몸에서 윤기 체향이 나서 짜증이 일었었는데 이제 자기 체향이 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기쁘기도 하궁 00이를 온전히 갖는다는 것도 좋궁. 정국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듯. 나 너랑 할래, 오늘. 그래도 돼? 물어본대도 대답은 안 듣고 입술부터 부딪힘. 입술 감쳐물다가 00이 표정 보니까 싫은 느낌이 없으니까 씩 웃음. 정국이는 키스하면서 자꾸 00이 몸 손으로 쓸어내릴 듯.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손길로 다정스러우면서도 저돌적이게. 허리 부근까지 손 내려가다가 얇은 허리 주물거림.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척추 뼈 하나하나 매만지기도 하고, 갈비뼈 하나하나 새기는 것처럼 손가락을 움직이기도 하고. 간지러! 00이 말에 뭔가 끓어오르는 게 생겨도 일단 귀여워서 볼에 쪽 입 맞추겠지. (삭제) 뭐 이러케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라. 지민이랑 마실도 나가고, 태태랑도 더 친해지고! 윤기랑 정구기도 사이 좋아지고 정국이는 형, 형 해라! 물론 00이와의 약속으로. 별탈 없이 이렇게 쭉 행복했으면. 결말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저도 섹시한 글 쓸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한 발악이라고 보시면 돼요ㅋㅋㅋㅋㅋㅋ 이런 글 진짜진짜 어색하구 솔직히 조금 죄책감도 들지만...ㅠㅠ 수위 이 정도까지 되는 건가요? 잘 몰라소... 8ㅅ8 되겠죠, 아마? 저 삭제 부분은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그 부분이 맞...습니다. 하하. 좋은 밤 되시길 바라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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