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일곱, 여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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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인터뷰로 시작
에디터_ 방탄은 멤버들끼리 연습생 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같이 오래 살았잖아요. 그러면서 벌어진 재미있는 일화 많을 것 같아요.
제이홉_ 어우, 많죠. 장난 아니게 많죠.
랩몬_ 저랑 슈가 형, 홉이랑 같이 살 때도 많았는데 완전체가 되었을 땐 진짜 매일매일이 콩트였어요.
에디터_ 00 씨는 제이홉 씨 입사 두 달 후에 들어오셨는데 왜…….
00_ 아, 같이 안 살았었어요! 저는 옆방에 혼자 자취를 했었습니다.
슈가_ 사실 남자들이랑 같이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사장님께서 따로 방을 얻어 주셨었는데 같이 사는 거나 마찬가지였죠. 혼자 있으면 심심하니까 항상 저희 숙소에 와 있고.
제이홉_ 같이 자기도 하고요!
지민_ 누나는 진짜 고생 많이 한 것 같아요. 여자 혼자 자취하는 건 위험한 일이고, 남자들이랑 같이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00_ 위험한 일과 쉽지 않은 일 중에 고르라면 저는 후자였죠.
정국_ 근데 저희 팀 구성이 완벽히 됐을 때는 누나랑 같이 살았어요.
진_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
뷔_ 난 누나가 우리랑 같이 살기를 바랐어요. 자취하면 쓸쓸하잖아요. 매일 같이 있긴 해도.
00_ 팀워크를 다져야 하니까 같이 살게 되었는데, 지옥이었어요. 그 작은 숙소에서. 사장님께서 제가 자취하고 있었던 방을 빼지 않으신 게 정말 다행이었어요. 제 짐은 거기다 다 두고 생활했거든요. 숙소가 워낙 좁아서. 번거롭긴 했지만요.
랩몬_ 근데 정말 재미있긴 했어요.
지민_ 힘들었지만 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진_ 응. 막 안 웃긴 날이 있었어도 그냥 즐거웠던 것 같아요, 모두.
전체: 맞아.
85. 남준과의
남준과 00은 남준이 연습생이 되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다. 00의 친한 사람들이 다 언더그라운드라는 세계에 몸 담구고 있었고, 남준은 그 세계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00도 그때 스트리트 댄스에 빠져 있던 터라서, 둘이 아는 사이가 되는 건 딱히 놀라울 일이 아니었다. 스트리트와 힙합은 꽤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다 00 또한 힙합에 관심이 있었기에. 남준이 공연할 때 00이 가서 응원해 주기를 반복, 남준이 연습생으로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연락이 뜸해졌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00은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커녕 연습생 관리 시스템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뭐 어쨌거나 남준과 00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마주쳤다. 똑같은 회사 사무실에서. 처음에는 둘 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검지 손가락으로 서로를 가르키며 물었다. 누나 왜 여기 있어요! 너는 왜 여기 있는데! 한 번 충격받고 뒤에 가서 더한 충격을 받았더랜다. 누나가 우리팀 홍일점이에요? 말도 안 돼! 네가 내가 될 팀의 리더야? 미쳤나 봐!
"……내가 만든 곡이 있는데요."
"……."
"그거 누나가 작사하면 되겠……."
"닥쳐. 안 해."
***
"너네들, 무슨 애들이 그렇게 생각이 많아."
"……."
"모든 적당히가 좋은 거 알지? 생각이 너무 깊고 많아도 안 좋은 거라고. 제발 좀 단순하게 생각해."
"……."
"너네 머리 좋은 애들이란 거 알아. 개념 있는 애들이란 것도 잘 알아."
"……."
"그러니까 쉽게쉽게, 단순히 생각하자."
"……."
"이제 나가 봐도 좋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00과 남준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긴장하고 있던 몸이 풀어져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생각이 많다고 혼나 보기는 또 처음이네. 그래도 자신들에 대한 실장의 애정을 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심란해 있지 말고, 머릿속 복잡하게 하지 말라는 소리잖아. ……이게 무슨.
"풉……."
"푸흐……."
"푸하하하하!"
00과 남준이 마주 보고 깔깔 웃어댔다.
86. 윤기와의
"……나 너랑 연락도 했었는데, 기억 안 나?"
"……."
"매일 네 크루 공연도 갔었는데."
"……."
"……진짜 기억 안 나?"
예전에도 말한 것처럼, 00은 윤기의 열렬한 팬이었다. 윤기 때문에 자신을 캐스팅해 가려는 대형 기획사도 마다했다. 왜? 윤기가 다른 회사로 들어갔잖아. 사장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입을 떡 벌렸다. 복덩이가 굴러 온 게 다름 아닌 윤기 때문이라니, 윤기한테 절이라도 올려야 하는 건가.
사실 윤기와 00이 처음 만났을 때, 00은 울 뻔했다. 매번 대구까지 가 작은 공연을 보면서 말도 해 보고 자잘한 먹을거리들도 줘서 그나마 아는 사이가 되었는데, 자신이 기억나지 않냐 물었을 때 윤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눈만 깜빡이고 있었으니. 뒤에서 웃고 있는 남준이 얄미워 00은 등을 돌렸다. 기억 안 날 리가 없는데…….
"나 아직 답 안 했다."
"……응?"
"나 너 기억해. 우리 친구 먹었었잖아."
"기억하네."
"다시 보게 되니까 좀."
"……."
"쓸데없이 겁나 반갑네."
동경하고 좋아하던 가수의 기억에 남아 있다는 것과 반갑다는 소리를 듣는 것. 00은 처음으로 회사에 들어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누나, 울어요?"
"안 울어!"
"누나, 얼굴 좀 봐요!"
"싫어!"
***
"야, 000."
"어."
"나랑 같이 믹스테잎 만들자."
"……갑자기 뭔. 준이랑 하던 건?"
"여자 보컬리스트가 필요해. 걔 랩 듣고 있으면 머리 터질 것 같아."
"……뭐야, 갑자기."
"실은 그냥 너랑 믹스테잎 만들어 보고 싶었다."
윤기의 말에 00은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다른 게 아니라, 엄청나게 감격스러워서. 같은 연습생이 되고 난 뒤 친구로 지내다가 동경심이 조금 없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혼자 윤기의 믹스테잎을 듣고 앓았던 게 엊그제였는데. 와. 00은 왜인지 모르게 귀가 달아오름을 느꼈다. 아래에서 바라보고만 있다 옆자리에 선 그 순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고급 인력인 너 좀 빌리자."
"……음."
"왜, 이제 내 음악 싫어졌나."
"그럴 리가."
어, 그냥, 되게 색다르네. 내가 글로스의 믹스테잎에 참여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00은 조금 헤집어진 얼굴을 하고 중얼거렸다. 그게 뭐야. 싱겁다는 듯 윤기는 들고 있던 펜으로 00의 이마를 콩 쳤다. 어째 그 자리가 화끈거렸다.
87. 호석과의
남준, 윤기, 호석 그리고 00. 호석의 입사와 두 달 차이가 나는 00은 자신을 제외한 세 명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두 명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름 좀 날린 래퍼였고, 다른 한 명은 유명한 크루에 속해 있던 댄서였다. 경력들만 봐도 소름이 올라올 정도였다. 남준과 윤기는 그나마 알고는 있었지만 호석이 이렇게 대단한 인물인지 00은 입사를 하고 나서야 알았다. 춤 하나 가지고 반하긴 또 처음인데. 00은 신나는 표정으로 안무실에서 연습을 하던 호석의 모습을 떠올리며 걸음을 조금 서둘렀다.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씨여서였다. 비가 오기 전 날씨는 끝내 주게 좋아도 비를 맞기는 싫으니까.
"저기, 언니!"
"……."
"00 언니!"
"……저요?"
이 골목으로 들어가 왼쪽으로만 꺾는다면 바로 숙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남준, 윤기, 호석은 같은 숙소를 사용했다. 그러나 00은 같은 숙소를 사용하지는 않고 바로 옆방에 살았다. 물론 회사가 구해 준 것이었다. 00은 남자 멤버들의 숙소에 간단한 음식을 해 주고 자신의 숙소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바람 때문에 얼굴이 시려 땅을 향하던 얼굴이 어떤 소녀의 목소리에 의해 들어졌다. 제 이름까지 알다니. 음. 소녀는 아기자기한 선물가방을 들고 있었다. 00이 조금 의아해 하면서 경계하자, 소녀는 주춤주춤 걸어 00의 앞까지 와 우물쭈물거렸다.
"방탄소년단 맞죠, 언니도? 호석 오빠 있는 그룹이라고 들었는데……."
"……맞아요, 호석이 있는 그룹."
"다행이다. 혹시 아니면 어쩌나 싶었어요."
"……근데 무슨 일로 부르신 거예요?"
"아! 제가 호석 오빠 진짜 정말 팬이라서……. 오빠 크루에서 춤출 때부터 팬이었거든요. 이거 선물이에요. 먹을거리랑 이것저것 다 들어 있어요."
아. 00은 순간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맞아, 호석이가 춤쪽에서는 유명했지 참. 00은 천천히 선물가방을 건네받았다. 꽤 묵직한 무게였다. 좋겠네, 정호석. 00은 씩 웃고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뒤돌아 가려고 했다. 그런 00을 붙잡은 건 소녀였다. 아, 저기, 언니! 소녀의 목소리가 조금 다급했다.
"오빠 것만 있는 거 아니에요. 다른 분들 것도 있고, 언니 것도 있어요."
"……."
"맛있게 먹어 주셨음 좋겠어요. 그리고 호석 오빠 잘 버틸 수 있게 도와 주시구……."
"……."
"언니도 힘내요. 언제나 응원하고 있을게요."
정호석 덕에 이런 응원도 받고, 좋네. 00이 고마워요, 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
"누나, 뭐 먹어요?"
"……아, 깜짝아. 기척 좀 내, 제발."
"어디 보자, 웬 편지?"
"……."
"안녕하세요, 호석 오빠……. 저는 호석 오빠 팬이에요."
"……."
"누나 이거 내 거잖아요! 왜 먹어, 내 팬이 준 건데!"
"……그 애가 나도 응원한댔어."
"아, 누나 진짜. 몰라요. 누나 다 먹어요, 그냥……. 돼지……."
"감사."
88. 석진과의
00이 석진을 처음 봤을 때 00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당연히 이유는 하나였다. 석진의 외모. 00은 그 날 처음으로 그렇게 잘생긴 사람이 자신의 주위에 실존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비주얼 쇼크라고 하지, 흔히. 연기를 할 법한 외모인데. 안 그래도 배우 같은 외모인데, 00은 연기를 배우다 그만두었다는 석진의 말을 듣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왜? 굳이 그 연기를 그만두고 노래를 선택하는 이유가 뭔데. 물론 하고 싶으니까, 가 이유겠지마는 배운 연기를 그만둔다는 건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연기를 좋아하는 게 티가 나는데. 도대체 왜?
"힙합이 좋았어."
"……."
"우리 형이 힙합을 되게 좋아해서 이미 친숙한 상태였거든. 점차 더 알아 보다 보니까 노래가 하고 싶고, 연기보다 중요한 게 생겼다 싶었어."
"……."
"내가 노래를, 그것도 힙합 그룹을 택한 충분한 대답이 될까?"
아아. 그제서야 00은 석진에게 가감없이 다가갔다. 믿을 만한 사람. 그것도 맏이. 석진은 훅 들어오는 00을 자연스레 포용했다.
***
"오빠는 집에서 이런 거 배웠어요?"
"응?"
"요리 같은 것도 그렇고, 정리도 그렇고요. 능숙해 보여서."
"어머니 따라 많이 돕기도 하고, 워낙 이런 거 하는 거 좋아해서."
"……저 셋과는 다르네요.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진심."
"하긴 남준이랑 윤기, 호석이는 귀찮아서 잘 안 먹는 것 같더라."
"제가 반찬 만들어 줘도 밥을 하기 귀찮으니까 안 먹더라고요."
그나마 호석이는 비워진 반찬통을 가져다 주지만. 반찬을 만드는 석진에게 00이 딱 달라붙었다.
89. 정국과의
"누나."
"어."
"저 성득 샘 밑으로 들어갈까 봐요."
응? 뭐라고, 너 지금? 정국이 LA로 연수를 갔다가 돌아온 지 일주일이 된 참이었다. 연습생이 되고 난 후 처음으로 오랜 기간 동안 떨어져 있다가 돌아온 거라서 그런지 서로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 했는데, 정국은 그것도 잠시 낯빛이 어두워지고는 했다. 멤버들 모두 알고 있기는 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정국이 굳이 티 내지 않고 숨기고 싶어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성득 샘……. 연습에 찌든 막내를 데려다 아이스크림 하나 물려 줬더니 무슨…….
"요즘 심각하단 말예요……."
00은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잠자코 듣기로 했다. 그래. 16살 인생에서는 엄청 심각한 거겠지.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를 습관처럼 잘근잘근 씹었다. 뭔데?
"춤이 재미있어도 너무 재미있어요. 춤만 추고 싶을 정도로."
"……."
"남준이 형한테 말하면 맞아 죽겠죠……."
"누나한테 맞아 죽을 거란 생각은 안 해 봤냐."
"누나는 나 이해해 줬음 좋겠어요……."
하이고. 00이 숨이 담긴 웃음을 내뱉었다. 16살의 고민은 귀엽기 짝이 없다.
***
"야, 전정국."
"네?"
"노래가 재미있냐, 춤이 재미있냐?"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정국을 멈춰 세우고 00이 질문했다. 정국은 00의 물음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둘 다 재미있는데요? 라고 하고 싶지만 한 가지만 고르라고 할 것이 뻔하고. 조금 더 고민한 정국은 해맑게 외쳤다.
"노래!"
……그럼 그렇지. 00은 정국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90. 태형과의
"누나."
"응."
"나 데뷔할 수 있을까요?"
그렇잖아요. 저는 특출 난 것도 없고. 태형이 무겁지만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00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태형을 바라봤다. 태형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마저 이야기를 했다. 나는 춤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구, 프로듀싱이나 작곡, 작사는 배워 본 적도 없구, 그렇다고 노래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구요, 예체능쪽의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으니까요. 내가 회사 입장이라도 나를 그냥 데뷔시키진 않을 것 같아요.
"내기할래?"
"네?"
"너 그냥 데뷔할지 안 할지 누나랑 내기할래?"
"……아, 누나."
"거 봐. 너도 데뷔할 자신 있으면서."
"자신은 아녜요……."
"그럼 자신 없어?"
"……."
대답 못할 거 아는데 꼭 그래. 좋게 생각해, 아가야. 태형의 귀가 발개졌다.
***
"뷔밀병기가 된 기분이 어때?"
"어, 좋아요! 근데……."
"근데?"
"얼른 로그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나랑요!"
"그래. 찍자."
텐션이 심히 하이텐션인 태형의 등을 00이 툭툭 두들겼다. 거 봐, 데뷔할 수 있을 거라니까.
91. 지민과의
00과 호석이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몸에서 뿜어 내는 열기 때문에 연습실에는 습기가 가득했다. 그 습기 때문에 사방에 있는 거울도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 거울에 등을 붙이고 지민의 춤을 보는 00과 호석은 넋을 놓고 지민의 춤을 볼 수밖에 없었다. 감히 말하겠다. 이 아이는 팝핀 천재이다. 호석이 벌린 입을 의식하면서 00에게 말을 건넸다. 진짜 잘하죠. 00은 무릎을 더욱 깊게 끌어안으며 대답했다. 어, 진짜 잘한다.
솔직히 별 기대 안 했었는데. 멤버들도 많은 멤버 교체에 지쳐 있을 참이었다. 영입되기과 탈퇴하기를 반복, 데뷔를 한다는 것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도무지 데뷔일이 잡히지 않아 실망하고 있을 때. 딱 그때, 지민이 들어왔다. 멤버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열렬히 환호해 주고 돌봐 주는 건 이미 오래된 이야기였다. 그저 아, 들어왔구나. 뒤에 너도 나갈 거잖아, 라는 말을 생략한. 맏이인 석진은 지민을 보자마자 새로 왔는지 재차 확인하고 다짜고짜 노래를 시켰었으니까. 부산예술고등학교 무용 수석 입학이라는 스펙에 조금 놀랐을 뿐이었다. 실력은 물론 머리도 좋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니. 춤은 그렇다 쳐도, 노래를 시작한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았다. 제대로 트레이닝받지 않았다면 기초도 잡혀 있지 않을 것이 뻔했다. 아직 노래는 들어 보지 않았으나 ─석진이 지민에게 노래를 요구했을 때 스태프가 말리기도 했지만 그때 호석과 00은 없었다─ 춤만은 인정했다. 큰 크루에서, 한 마디로 큰 물에서 놀았던 호석도 인정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몇 년 동안 배운 현대 무용 탓인지 춤선도 고왔다. 호석의 분야인 스트리트도 바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곧잘 했고. 역시 타고난 사람은 다른가. 보면 볼수록 잘하네. 00이 입맛을 다셨다.
"저, 누나, 죄송한데 물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죄송해요."
"응? 아니, 괜찮은데. 수고했어."
확실히 영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군기가 꽉 잡혀 있었다. 군기반장인 호석의 공이 크기도 했지만 지민 자체가 예의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그렇기도 할 테지만. 지민은 호석의 눈치를 보더니 00에게 물을 건네받았다. 귀여워. 00이 살풋 웃었다. 호석은 지민의 춤이 끝났는데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겠지. 지민은 긴장되는 표정으로 물었다. 고쳐야 할 점이나 틀린 부분 수정해야 할 것 있으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음."
"……."
"나보다는 호석이가 전문가이지만, 그래도 지민이 너 말이야."
"……네, 네."
"엄청 잘한다."
깜짝 놀랐어. 00이 살풋 웃었다. 지민이 두 눈을 크게 떴다.
***
"이렇게 불러 보는 건 처음이에요."
"뭐가?"
"어, 이렇게 공개적으로 부르는 거요. 아무래도 학원 같은 데서 부르는 거랑 좀 다르니까……."
지민이 긴장된 얼굴을 했다. 멤버들을 다 모아 놓고 하는 노래는 처음이었다. 00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이 짧막하게 연습하는 건 들었어도 이렇게 들어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때, 지민의 목소리가 빈 연습실을 울렸을 때. 혹여나 부끄러워할까 지나친 그때. 그때 지민의 목소리가 어땠더라. 아마 엄청 깨끗하고 청아한 미성이었다. 윤기는 무표정으로 00에게 말을 걸었다. 어떨 것 같아? 물론 작은 목소리였다. 00도 마찬가지로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좋을 것 같아. 윤기는 그게 자신이 원하는 답이 아니었어도 그냥 피식 웃고는 지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민이 선곡한 곡은 겨울아이였다. 오디션 때 곡이랬다. 당연히 그러니까 지금도 겨울아이를 부르는 거겠지만. 보컬 트레이너는 부족한 점이 눈에 잘 보이지만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쉽게 고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끝부분을 달려 가고 있는 지민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그리고 노래가 끝났을 때.
"……아, 겁나 좋다."
음정 좀 불안해도 음역대 높고, 창법도 특이하고, 미성이란 것도 좋고. 딱히 특별한 버릇도 없어서, 착실히 배우면 괜찮을 것 같은데.
"사실 그냥 내 스타일이라."
"……그럴 줄 알았지."
"……근데 뭐, 틀린 말도 아니야."
노래 부른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이상한 버릇도 없고, 특이한 창법이 미성 받쳐 주는 것도 괜찮고. 자신의 스타일이라고 하는 00에 한숨을 쉬는 남준과 달리 윤기는 가만히 수긍했다. 잘만 배우면 진짜 괜찮을 것 같다. 지민이 씨익 웃었다. 멤버들의 반응은 그닥 괜찮았다.
"……아, 저기, 누나."
"어?"
멤버들이 전부 흩어지는 중에, 지민은 조용히 00을 불렀다.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던 00은 지민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마자 보이는 지민의 얼굴이 지나치게 붉었다.
"……누나 진짜 고마워요."
"……뭐가?"
"……그냥요."
엥. 그게 뭐야. 00이 싱겁다는 듯 반응했다.
"누나랑 꼭 데뷔해서."
"……."
"성공하고 싶어요. 진짜, 꼭이요."
아. 00은 지민의 진심에 순간 말을 잃었다.
"……그래. 그러자."
어떤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똑같이 진심을 보일 수밖에.
92. 예상할 법한 인터뷰
에디터_ 옛날 연습생 때 모습에서 발전된 게 있다면 뭔 것 같아요?
제이홉_ 글쎄요. 좀 더 사이가 돈독해졌다고 해야 하나.
랩몬_ 돈독해졌지.
뷔_ 지금이 더 멋있죠, 당연히.
00_ 멤버들에 대한 감사함이 생긴 것 같아요.
지민_ 맞아요. 조금 더 감사함을 알게 되고,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슈가_ 멤버들 실력도 많이 늘었고요. 더 성숙해지기도 했고. 어른스러워졌죠, 아무래도. 책임감도 커지고,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 게 한층 더 많아지고 무거워졌음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진_ 그래서 서로 대견함도 느끼고요. 뿌듯함도 느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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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움짤을 하나씩 넣기로 했어요. 너무 심심한 것 같아서...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곧 QnA도 할 것 같아요! 일화가 벌써 100개에 다가가고 있는지라! 질문이 없다면 무지무지 슬플 거야... 질문 준비해 달라는 소리예요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