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 평화
부승관 2학년
최한솔 2학년
채형원 3학년
임창균 3학년
메리골드 -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윤정한 3학년
권순영 3학년
이민혁 2학년
김여주 2학년
라벤더 - 정절
이지훈 3학년
전원우 3학년
이 찬 2학년
2월 1일|
민혁) 큰일이네.
여주) 왜?
민혁) 마법동물학. 중간 기말 진짜 어렵대.
수업이 끝나고 나오던 민혁과 여주. 민혁이 책을 훑어보듯 펼쳤다가 덮으며 옆구리에 꼈다. 여주에게 나지막이 말하다 여주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책 표지를 살폈다.
여주) ..진짜 큰일이네.
민혁) 우리 같이 공부할래?
여주) ..같이?
민혁) 엉. 너 역사학 듣는댔지?
여주) 응. 왜?
민혁) 역사학 선배들한테 족보를 얻어와. 난 산술학 선배들한테 족보를 얻어볼게.
여주) ...........
민혁) 그래서 공유하는거야. 어때.
여주) ...좋긴 좋은데. 선배들이 족보가 있을까.
민혁) 시험지 한조각이라도 있으시겠지. 아님 기억하고 있는 문제라거나.
벌써 2월이잖아.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봐두면 마법 동물학은 우리가 R받을 수 있을거야.
여주) 시험 4월이잖아.
민혁) 이 과목은 어려워서 지금부터 봐둬야할 걸?
여주) 하긴. 그 때는 볼 과목이 많을테니까.
민혁) 어쨌든 그럼 하는거지? 그럼, 음, 아. 기숙사 로비에서 저녁 18시부터 20시까지 하는게 어때?
여주) ...그래. 일단 족보부터 구해볼게.
민혁) 알았어.
내일 봐!
창균) 족보?
여주) 네. 혹시 있어요?
창균) 음... 글쎄. 방가서 한 번 찾아볼게.
여주) 고맙습니다.
형원) 뭔 얘기해?
창균) 여주가 마법 동물학 족보 있냐길래. 혹시 있어?
형원) 족보.. 아. 작년 중간 시험지는 있을거야. 이따가 가져다줄게.
여주) 아 제가 기숙사로 갈게요.
딸랑-. 셋의 대화가 자연스레 끊기고, 아이들이 별로 없는 시간대라 그런지 텅 빈 카페를 느릿느릿 거닐며 정한이 셋 앞에 섰다.
정한) 애들이 없네?
형원) 아무래도 목요일은 정규수업이 5교시까지 있는 애들이 많다보니까.
창균) 근데 무슨 일이야?
정한) 아. 오늘 회장들 회의 가기 전에 여기서 잠깐 쉬고 가려고.
형원) 뭐로 줘?
정한) 아메리카노.
가격은 이미 꿰고 있는 듯 펄을 지불한 정한이 아메리카노를 내리고 있는 여주를 빤히 바라보고, 형원은 그런 정한을 향해 말했다.
형원) 뚫어지겠어.
정한) ..아. 그냥. 기특해서.
형원) 커피 내리는 것 조차? 아빠네 아빠야.
정한) 그런가봐.
여주) 여기 커피 나왔습니다.
정한) 고마워. 안힘들지?
여주) 네? 네.
창균) 우리 그렇게 구박주고 하지 않아.
형원) 맞아. 얼마나 잘해주는데.
여주) 맞아요. 엄청 잘해줘요.
형원) 이따 시험지도 주기로 했어.
정한) 시험지?
2월 2일|
민혁) ...이게 다 족보야?
여주) ...아 족보라기보단... 이건 요약노트고, 이건 시험지들. 이건 간간히 메모했던 거..라고 그랬나.
민혁) 야 이러면 나만 너무 받는 것 같은데. 난 이 시험지 세 네장이 다야.
여주) 됐어. 같이 모아오기로 한 거였잖아. 나도 이만큼 받을 줄 몰랐어.
족보를 구하고있다는 여주의 말에 정한은 그 날 모든 아이들에게 통스를 돌려 족보를 여주에게 안겼다. 사교모임은 싫어하지만 공부는 잘하는 순영이의 요약노트와, 모든 부분에서 성실한 지훈이의 시험지 시리즈. 그리고 정한이 꼼꼼히 작성한 메모와 오답노트를 여주에게 건넸고, 창균과 형원도 여주에게 자신이 풀었던 기출들을 건넸다. 그 종이 뭉텅이를 들고 기숙사 로비에 앉아 민혁과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민혁) 어우 1번부터 진짜 어렵다.
여주) 그러게.
민혁) 지붕 위를 걷거나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릴 수 있으며 몸의 길이는 12미터가 넘고, 어깨 높이는 2.1미터, 날개를 펼친 폭이 21미터인 용은 누구인지 쓰시오. ..미친 모르겠는데.
여주) 그런 주관식이면 그나마 낫지. 반대로 우크라이나 아이론벨리의 습성부터 신체사이즈까지 서술해야하는 것도 있어.
민혁) 미치겠다. 이걸 언제 다 외워? 우리 진도도 한달만에 백페이지 넘기지 않았어?
여주) ...응. 족히 백마리 가까이는 되는 동물을 배웠지.
민혁) 그럼 시험이 4월이니까, 어우. 백마리 넘는 동물들을 습성이며 식성이며 다 알아야 한다고?
여주) ...빨리 배운 것부터 외우자. 유형에 맞게 외워두면 되겠다.
여주의 말에 민혁은 소파에 반쯤 눕힌 몸을 일으켜 제대로 앉았고, 둘 사이엔 한시간 가량의 공백이 자리했다. 기숙사를 오가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이 가끔 채워질 때, 익숙한 목소리들이 여주를 향했다.
정한) ..여주?
순영) 거기서 공부하는거야?
여주) 아, 네.
순영) 원우가 오늘 도서관에 여주 안왔다그러던데, 여기서 공부하고 있었구나.
정한) ...근데 너 민혁이랑 친했어?
여주) 네?
민혁) 아, 여주랑 저랑 완전 짱친이요.
순영) ...여기서 마저 공부 좀 해야겠다.
정한) ..나도 좀,
여기서 해야할 것 같네.
20시에 가까워지던 시점. 여주가 종이에 얼굴을 묻곤 하품을 찍 뱉어냈다. 그러다 민혁을 향해 물었다.
여주) 어디까지 했어?
민혁) ...49번. 아우 졸려.
여주) 우리 그럼 서로 문제 내주고 오늘은 마무리할까?
민혁) 좋아.
민혁이 제 무릎에 턱을 괴곤 여주를 바라봤고, 여주는 종이를 쭉 살피며 음-.. 거렸다. 민혁은 알까, 순영과 정한이 자신을 한껏 날카로운 눈빛으로 보고있단 사실을.
여주) 음... 거인은 크롭보타 키가 얼마나 더 클까요?
민혁) 으, 거인이 몇인진 알겠는데 트롤이 몇이지? 음... 1미터?
여주) 맞아! 거인은 6미터고 트롤이 5미터야.
민혁) 아~
여주) 그럼 전류처럼 파랗게 빛나고 키는 20센치에 얼굴이 삐죽한 건?
민혁) 아,그거. 요정인데. 무슨 요정이더라.
여주) ............
민혁) 모르겠어...
여주) 콘월의 요정이야.
민혁) 아- 맞아. 콘월. 외울 때도 엄청 안외워지더라.
여주가 종이를 휙휙 넘겨대고, 민혁은 여주에게 좀 더 다가가 여주의 머리칼에서 흰 종이조각을 떼어냈다. 순간 순영과 정한의 몸이 들썩이고, 민혁이 생글 웃어보였다.
민혁) 뭐 묻었어.
여주) 아 고마워.
민혁) 이제 내가 내줄게.
순영) 어어 피곤할텐데 들어가.
민혁) ...네?
순영) 여주는 우리가 내줄거야. 그치?
정한) ...어 그래. 민혁아 피곤할텐데 들어가. 여주는 우리가 내줄게.
민혁) ..어.
정한) 괜찮으니까 가 봐.
순영) 엉 그래. 가봐. 잘가.
정한의 순영의 말에 민혁이 머쩍게 웃곤 제 물건들을 챙겨 몸을 일으켰다. 여주를 향해 내일보자며 손을 붕붕 흔든 민혁이 방으로 올라갔다. 자연스레 종이를 집어든 정한과 순영이 자연스레 여주에게 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정한) 자. 보통 문제가 쉽게 안나와 여주야.
순영) 맞아. 교수가 사람이 착해보여서 문제가 쉽게 나올 것 같지만 오히려 산수문제처럼 내는 경우도 있어.
자 잘들어봐. 트롤의 몸무게와 켄타우로스의 키를 더했을 때-...
2월 8일|
원우) ...그래서 요즘 도서관에 안왔던거야?
순영) 엉.
승관) 안되는데. 여주의 공부메이트는 난데.
원우) 상당히 마음에 안드는 눈치네.
승관) 당연하지. 이름이 뭐라고? 미역?
순영) 민혁. 이민혁. 아- 이제 여주보려면 기숙사 가야되네. 여주 원래 전원우랑 도서관 지박령이었는데.
원우) ...그랬나.
순영이 도서관을 찾아 아이들에게 여주의 소식을 전하자 승관은 공부메이트를 잃어 속상한 듯 중얼거렸다. 마저 더 노가리를 까던 순영은 가보겠다며 일어났고, 승관은 여주를 보겠다며 여주네 기숙사로 향했다. 남겨진 원우는 마저 책장을 넘기다 ...애들이 없으니까 재미가 없네. 하곤 몸을 일으켰다.
원우가 도서관을 나와 향한 곳은 다름아닌 카페였고, 승관이 만나야 할 여주는 카페에서 알바중이었다. 원우가 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우) 알바중이었네?
여주) 아- 오늘은 원래 아닌데, 창균선배는 보충 수업이 갑자기 잡히고 형원선배는 회의있다고 통스와서 잠깐 왔어요.
원우) 음-.
여주) 선배는 여기 어쩐 일,
원우) 아. 여기서 공부하다 가려고.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랑 딸기케이크 하나만 부탁해.
여주) 네.
펄을 받은 여주가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고, 원우는 주문대에 기대서 여주를 바라봤다.
원우) 요즘 도서관 자주 안오던데.
여주) 아. 친구랑 같이 공부하고 있거든요, 기숙사에서.
원우) 음- 승관이가 좀 서운해 하더라. 같이 하고 싶다고.
여주) ...아, 그래요?
원우) ............
나도 좀, 서운하기도 하고.
2월 14일|
민혁) 발렌타인?
여주) 응.
민혁) 그게 뭔데?
여주)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한테 초콜릿을 주는 날이야.
같이 점심먹자는 민혁의 말에 여주는 수업을 끝내고 식당을 찾았다. 그러다 날짜를 곱씹는 와중, 머글계에 있던 이벤트를 얘기한 여주였고, 민혁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여주를 바라봤다.
민혁) 그럼 남자가 여자한테 주면 안돼?
여주) 줘도 상관은 없는데, 남자가 여자한테 주는 날은 따로 있어.
민혁) 언젠데?
여주) 3월 14일 화이트 데이. 그 날은 초콜릿이 아니라 캔디를 주는거야, 남자가 여자한테.
민혁) 아- 신기하네. 나중에 머글학 배울 때 나오겠다.
여주) 아마 그렇겠네.
자, 여기 초콜릿.
대화가 끝나갈 때쯤 여주가 민혁을 향해 초콜릿을 내밀었고, 민혁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초콜릿을 받았다.
민혁) 어, 왜,
여주) 아- 난 그냥 고마운 사람한테 줘.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민혁) ...아.
여주) 이래도 상관없긴 하거든.
민혁) ...고마워, 맛있게 먹을게.
승관) 여주야. 지금, 누구랑 먹는거야..?
여주) 어 승관아. 밥 먹으러 온거야?
승관) 엉.. 최한솔이랑.
한솔) 하이.
여주) 안녕.
승관) ...여기서 먹어도 되지?
승관이 자연스레 여주의 옆에 앉고, 한솔은 민혁의 옆에 앉았다. 메뉴를 주문한 승관이 목을 긁적거리며 민혁에게 말했다.
승관) ..요즘, 여주랑 같이 공부한다던데.
민혁) ...어, 응.
승관) 그 원래 여주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하그든. 알려나 몰라?
민혁) ...........
곰과 여우 중 어디에 속하냐고 물으면, 민혁은 여우였다. 승관은 굳이 따지자면, 곰. 민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곤 여주가 준 초콜릿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민혁) 그래? 근데 우린 꽤 늦게까지 공부해서, 기숙사가 아니면 할 곳이 없거든.
승관) 그러게 왜 애랑 늦게까지 공부를 해? 애 피곤하게.
여주) 아, 난 괜찮-,
민혁) 여주도 괜찮다고 했는데 무슨 소리야.
승관) 애 성격에 그걸 불편하다고 바로바로 말 할 앤가.
민혁) 너랑은 그런 말까진 안하나보지? 우린 그런 얘기 잘 하는데.
승관) ...참나.
민혁) 아 참고로, 이건 여주가 준 초콜릿. 너 알아?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인거.
승관) ..발렌타인? ..머글 그! 좋아하는 사람한테...!
민혁) 맞아, 초콜릿 주는 날.
승관) ...여주 너!
여주) 어 아닌ㄷ,
승관) 얘 좋아하는거야!? 진짜!?
여주) 어 그런 거 진짜 아닌,
승관이 일어나 식당을 박차 나갔고, 남겨진 여주는 민혁을 바라봤다. 민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초콜릿을 입에 넣곤 생글 웃어보였다.
민혁) 장난. 날 싫어하는 것 같길래.
여주) ...아.
한솔) 네가 여주랑 친한 줄은 몰랐네.
여주) ..둘은 아는 사이야?
한솔) 응. 산술학에서 만났어.
여주) 아 맞다. 한솔이 너도 산술학이지.
한솔) 그나저나 여주 곤란해지겠네.
여주) 왜?
한솔) 얘 지금 밥 안먹고 나갔잖아,
형들한테 이 상황 얘기하러.